서론
졸업 후 의학교육의 핵심인 전공의 수련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전공의 수련교육은 의과대학 때 배운 기초지식을 바탕으로 환자를 통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실제적인 경험을 쌓아서 전문의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과정의 교육프로그램은 대개의 나라에서는 많은 공통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예로 일반내과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프로그램은 어느 수준의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지를 명시하고 있고 이 수준은 나라별로 공통적인 면이 많다. 그러나 수련기간에 따라서(미국은 3년이나 우리나라는 4년임), 또한 전문의가 되었을 때에 무엇을 하게 할 것이냐에 따라서 세부사항은 상당히 다를 수 있다. 어떠한 전문의를 만들 것인가는 그 나라의 특성에 맞추어 결정이 되어야 하며 전공의 수련프로그램은 여기에 맞추어 만들어져야 한다.
전문학회별로 수련목표에 맞는 수련프로그램이 만들어지면 전공의들에 대한 수련이수 정도를 평가해야 한다[1]. 평가는 교육의 연속이다. 평가 없이는 수련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수련프로그램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적절한가를 알기가 어렵다. 수련과정 중 평가는 전공의가 얻어야 할 수련목표를 달성하였나를 평가하는 것으로 이를 통하여 전공의 개개인의 수련성취도를 평가할 수 있을 있을 뿐 아니라 수련프로그램의 적정성과 문제점을 알 수 있다.
전공의 수련프로그램의 개정 방향 및 수련평가
현재 우리나라의 전공의 수련교과과정에 대한 규정은 보건복지부 고시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모든 전문과목이 비슷한 형식과 내용의 수련교육 목표와 연차별 교과과정을 간략하게 명기해 두고 있다.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은 환자 취급 범위, 교과내용, 학술회의 참석, 논문제출, 타과 파견 등으로 구성되며 전문과목별로 수련과정에서 이수해야 할 술기와 참석해야 할 학술회의의 수, 논문제출의 규정 등이 주요 내용이다. 우리나라 전공의 연차별 수련교과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각 학회별로 뚜렷하고 구체적인 수련목표나 교육과정에 대한 명시 없이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있으며, 환자의 취급범위(퇴원환자, 외래환자 숫자), 교과내용에서 경험하거나 이수해야 할 환자, 검사 및 수술법에 대한 단순 나열이 대부분이다. 각 연차별 혹은 과정별로 성취해야 할 수련목표, 교과과정, 그리고 이를 평가하는 방법, 달성하지 못하였을 경우 제제, 보완 수단 방법에 대해서 기술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지도전문의 자질, 권한, 의무에 대한 내용도 수련프로그램에 포함 되어야 하고, 전공의 수련과정 중의 전문지식 외 공통역량에 대한 교육 및 전공의수련에 필요한 수련환경에 대한 내용 역시 포함되어야 하나 현재의 수련프로그램에서는 빠져있다.
수련프로그램을 정하는데 있어서 다음의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어떠한 전문의를 만들 것인가 하는 수련목표이다[1,2,3]. 이 수련목표가 정해진다면 이에 맞추어 수련과정에서 습득해야 할 지식과 술기를 결정해서 수련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1,2]. 전문학회 중 세부 혹은 분과 전문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학회의 경우는 전공의 수련프로그램과 세부(분과) 전문의 수련프로그램이 중복이 되지 않도록 조정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조정해주어야 세부(분과) 전문의 과정이 단순이 전공의 수련을 연장인 것에서 벗어나고 전공의 수련 역시 필요한 과정만을 배우고 익힐 수 있는 효율적인 수련프로그램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수련프로그램 결정 시 수련과정의 단계를 고려해야 한다[3]. 수련 연차별로 난이도가 다른 교과과정을 가진 전문학회(예: 정형외과, 이비인후과)가 있는 반면, 전체 수련기간을 하나의 과정으로 구성한 뒤 각 이수해야 할 세부분야를 나누는 전문학회(예: 영상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도 있다. 각 전문학회의 전공의 수련의 특성에 맞추어 수련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학회별 수련과정의 특성은 수련과정 중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수련프로그램이 만들어지면 결정된 수련프로그램에 따라 제대로 수련이 이루어지고 있나를 평가하고 개개 전공의들이 수련프로그램에 있는 과정을 얼마나 이수하고 있나를 평가해야 한다. 전자는 수련병원(기관)과 각 해당 과의 수련현황을 평가해야 하며 후자의 경우는 개별 전공의에 대한 수련 이수 정도를 평가해야 한다. 수련 병원, 수련 기관 및 수련 과에 대한 수련 기능과 수련 상황에 대한 평가는 전공의가 잘 수련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전공의 개인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수련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환경이라면 그런 환경에 전공의가 수련을 받게 두는 것은 목표로 하는 전문의를 배출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수련환경의 개선과 함께 전공의 개인에 대한 수련프로그램 이수 정도에 대한 평가가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4]. 수련과정 중 평가가 가능하도록 수련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측정 가능한 수련프로그램의 평가도구를 개발하여야 전공의의 수련목표 달성을 위한 성취도 평가가 가능해진다. 전공의들의 수련과정 이수 정도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지식의 검증에서부터 직접적인 술기 시연을 검증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을 수 있다. 현장에서 전공의들이 실제로 행한 행위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전공의들의 행위 능력을 평가하여 수련프로그램의 이수 정도를 평가하는 방법은 mini-CEX (mini clinical evaluation exercise)나 DOPS (direct observation of procedural skills)처럼 실제로 개개 전공의들이 수행하는 행위를 직접 보면서 평가하는 방법과 portfolio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4]. Portfolio는 현재 각 전문학회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공의 수첩이 발달한 형태로 볼 수 있다. 환자 진료나 수술 참여, 연차별 시험 결과, 교육이나 학회 참여, 시뮬레이션 교육 이수, 윤리적 딜레마에 대한 대처, 환자상담기록 등을 전공의 개개인이 기록하고 지도전문의가 이를 통하여 전공의 개개인의 수련 진행사항을 점검하고 수련프로그램 이수에 있어서 취약 부분과 강점을 파악할 수 있다. 지도전문의 입장에서는 개인에 맞춘 수련지도를 할 수 있고 수련을 받는 전공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과 강점을 알 수 있어 수련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IT 강국이다. 전공의 수련평가에 중요한 portfolio를 각 전문학회 별로 items를 만들고 이를 전산화하면(e-portfolio) 전공의 개개인들이 시행한 내용을 학회에서나 지도전문의들이 이를 통하여 전공의 개인의 수련프로그램 이수에 대한 장단점을 쉬게 파악하고 지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전공의 수련의 목표는 결국 어떠한 전문의가 되도록 하게할 것인가와 직결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각 전문학회는 전공의 수련의 목표를 설정하는데 있어 우선 각 학회가 원하는 바람직한 전문의 상을 결정하여야 한다. 이후에 이에 맞춘 전공의 수련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련프로그램과 수련과정 중 평가를 만들어야 한다[2]. 전공의 수련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는 수련환경을 제공하는 수련 병원(기관)과 각 수련 과에 대한 평가와 수련 당사자들인 개개 전공의들의 수련프로그램 이수 정도에 대한 평가가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4].
수련과정 중 평가가 잘 이루어지기 위하여서는 지도전문의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병원에서 지도전문의란 진료와 교육을 같이 수행해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된다. 따라서 개개 지도전문의들의 입장에서 보면 본인들의 맡은 부분만 지도하게 될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전공의들의 수련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방향을 잡아주며 전체 수련과정을 감독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전공의 수련에 대한 책임을 맡고 활동 시간의 상당 부분을 전공의 수련에 할애하며 일반 지도전문의에 비하여 강화된 자격 요건을 갖추어야 하는 책임지도전문의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수련프로그램의 개정과 평가방법의 개발 그리고 책임지도전문의 제도의 도입이 우수한 양질의 전문의를 배출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선결요건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