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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Korean Med Assoc > Volume 64(6); 2021 > Article
COVID-19 시대의 울분과 외로움 관리를 위한 연결성의 중요성

Abstract

Background: 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 has made ‘untact’ life a new standard (next normal) way of life, minimizing physical contacts among people. Emotional exchanges between people are rapidly being replaced by contact through the Internet, social networks, and over-the-top services.
Current Concepts: People are expressing more stress and anxiety that are caused by fear of infection, and also embitterment due to perceived distrust and injustice is increasing. In the era of COVID-19, it is necessary and important to manage burnout, depression, and anxiety symptoms of medical staff and quarantine personnel. The pandemic and the resulting social changes intensifies loneliness, leading to deterioration in mental and physical health.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has warned that loneliness and social isolation are leading to the exacerbation of physical illness and increased mortality due to suicide and other mental health problems.
Discussion and Conclusion: It is needed to establish a next standard of mental health service such as untact diagnosis and follow-up support system. Government and society should establish a sustainable system even after the COVID-19 crisis, rather than stopgap measures made with people’s sacrifice as collateral.

서론

0.125 microns의 작은 코로나바이러스-19(코로나19)는 전 인류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학교 수업방식과 일하는 방식을 바꿔 놓았고, 일과 후나 주말에 사람들이 어울리는 방식도 바꾸고 있다. 필수적으로 만나야 하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사람들과 물리적 접촉을 최소화하고 화상회의나 메시지로 대치하는 언택트(untact)의 삶이 새로운 표준이 된 것이다. 사람들 간의 대화와 교류를 통해 공감과 안식을 얻는 것은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 오버더 톱(over-the-top) 서비스를 통한 문화소비로 빠르게 대치되고 있다. 함께 지내는 시간이 극대화된 가정에서는 가사노동의 증가와 더불어 부부나 부모 자녀 사이의 갈등이 증가하기도 한다[1].
감염 가능성으로 인해 사람을 믿지 못하고, 미래를 예측하지 못함에서 비롯된 불안과 우울증상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끝이 보이지 않음으로 인한 짜증과 정책에 대한 불신, 불공정에 대한 울분도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에는 의료진과 방역인력의 번아웃(burn out)과 우울, 불안 증상을 관리하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
경로당과 복지관에서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외로움을 달래던 노인들은 제한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갇혀 지내는 느낌이다. 이미 세계보건기구에서 경고했던 대로 외로움과 사회적 격리에 의한 신체질환 악화와 자살 등 정신 건강 악화에 의한 사망률 증가가 현실화되고 있다[2]. 기존 정신질환자에 대한 공공 서비스 및 정신응급의료 체계 변화 요구도 증가해서 정책결정자와 의료진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다. 방역에 초점을 맞춘 정신건강 서비스 구성, 언택트 진단 및 추적관찰 시스템 개발,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등을 이용한 진단 및 위험군 관리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해졌다[3]. 위기상황에 잠깐 정신보건 전문인력의 열정을 담보로 하는 미봉책으로 막다가 그만두는 게 아니라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 시대의 우울과 불안

2020년 이후 여러 연구자들이 보고한 정신건강 연구들의 메타연구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스트레스 증상이 크게 증가한 것이 드러났다. 5개 연구(n=9,074)의 스트레스 유병률은 29.6%이다. 17개 연구(n=63,439)에서 불안증상 유병률은 31.9%이며, 우울증의 유병률은 17개 연구 44,531명 중 33.7%였다[4]. 이탈리아 연구에서는 대상인구의 56%가 임상적으로 유의한 수준의 심리증상(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28%, 우울증상 31%, 불안증상 42%, 강박증상 20%, 불면증상 40%)을 보여서 평소 유병률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심리적 증상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5]. 2020년 초반 국내 예비연구(n=1,000)에서는 응답자의 27.3%, 34.2%, 28.8%가 각각 재난관련 스트레스, 우울, 불안증상을 보고하였고, 특히 23.6%가 높은 자살 위험성을 보이고 있었다[6].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고 9개월 시점에 시행한 국내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는 우울과 불안이 각각 22.1%, 18.9%로 코로나19 유행 전의 우울 고위험군 3.8%에 비해 크게 증가하였다[7].
코로나19는 질병에 대한 공포,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사회적 낙인, 중증 질환에 대한 트라우마 등의 요인 때문에 질병 수준의 정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이들 사회 심리적 스트레스뿐 아니라, 감염으로 초래된 면역계 이상과 신경염증, 신경호르몬 분비 이상은 예민함, 불면, 불안, 우울 등의 정신병리 증상을 일으키고[8], 감염에서 회복된 이후에도 만성적 정신건강 합병증을 초래한다. 중증급성호흡증후군(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 SARS)과 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유행시기부터 이미 신경정신과적 질환에 영향을 준다는 보고가 반복되어 왔다[9]. SARS 유행시기 감염병 생존자들에서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우울증, 공황장애, 강박증 등의 정신질환이 발병 50개월 추적검사에서도 보고되었기 때문에 이번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들도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 예상된다[5,10].
그러면 이런 시기에 정신건강이 취약해지는 위험군이 있을까? 코로나19 시대의 정신건강 수준을 우울(Beck Depression Inventory), 불안증상(Beck Anxiety Inventory)과 웰빙지수(Warwick-Edinburgh Mental Well-Being Scale)로 측정한 연구에서는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격리된, 젊은 여성, 연 수입이 적은 흡연자, 다양한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에 더 취약하다고 하였다[11].
불안증상은 번아웃과 마찬가지로 원인과 상황에 따라 다른 증상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감염병 팬데믹(pandemic)으로 인한 특정 증상을 묻는 불안척도가 제안되기도 한다[12]. 주된 코로나19 불안증상으로 어지럼증, 불면증, 얼어붙음, 식욕부진, 복부 불편감이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외 내과계열 클리닉으로 관련증상을 가진 분들이 많이 내원할 것이다.
기존에 불안이나 우울증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코로나19와 관련한 심리적 후유증을 더 겪는다. 특히 기존 불안증상이 있는 사람은 일반적인 심리적 부담 외에도 불결함과 오염에 대한 공포, 외국인 혐오, 재난에 대한 두려움 등이 더 크다[13]. 30세 미만 젊은 성인 대상의 미국 연구에서는 외로움이 심하고, 코로나19 관련한 걱정이 많을수록, 스트레스 저항성이 낮은 사람일수록 임상적으로 유의한 우울과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을 보이며, 회복력이 높을수록 우울, 불안증상이 적게 나타났다[14].
코로나19 시대엔 의료진의 정신건강도 악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업무 자체에서 스트레스 레벨이 높은 의사들이 코로나19 방역과 진료에 추가적으로 투입되면서 업무과다 등으로 인한 불안과 우울증상이 증가하고 있다[15]. 환자와 지역사회 시민들에 대한 배려에 비해 의사를 포함한 의료진의 번아웃과 스트레스 관리 대책에는 소홀한 현실이 이를 가속화할 수 있다.

코로나 시대의 울분

2020년 11월 시행한 국내 설문연구는 응답자의 27%가 코로나19 이후 분노 수준이 증가했다고 보고하였는데, 주된 분노 유발요인은 코로나19로 인해 ‘자유가 제한된 일상’과 ‘타인의 예방수칙 미준수 행동’이었다[16]. 이런 분노가 쌓이면 울분과 외부로의 불만 표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증상을 만성화 하여 사회적 회복을 더디게 한다. 2021년 한국 사회의 울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58.2%가 중간 또는 심한 수준의 울분을 겪는 ‘만성적인 울분’ 상태에 있다고 한다[17]. 마치 전시 상황처럼 방역을 이유로 개인의 자유와 모임을 제한하고 민간 자원을 동원하거나 폐쇄하는 상태가 반복되면서 스트레스가 쌓인 인간들은 가장 원시적이고 빠져들기 쉬운 심리적 방어기제를 사용하게 된다. 투사(projection)는 내 안의 불안과 공포, 울분의 원인을 타인에게 던져 놓고 분노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마치 관동대지진 당시 재일 조선인들 탓을 하며 학살을 했던 것이나, 중세시대 흑사병의 책임을 물어 마녀사냥을 했던 것이 그 예라 하겠다.
울분이란 불공정함, 불신, 반복된 거절 경험 등으로 인해 분노감과 복수심, 그럼에도 어찌할 수 없음에 대한 자책감 등이 복합된 ‘씁쓸한’ 감정이다. 이 감정이 오래 마음 속에서 지속되면 결국 내부나 외부로 폭발할 수밖에 없다. 우울증이나 자살사고의 형태로 내부 폭발하기도 하지만, ‘묻지마 폭력’이나 방화 등과 같은 사회적 폭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18]. 우울과 불안증상은 적절한 약물치료와 상담으로 상당한 수준 회복되는데, 울분의 경우는 약물치료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간의 심리적 상담과 마음 다스림을 통한 심리적 성숙이 필요하다. 이는 개인 영역에서뿐 아니라, 사회적 울분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19].
의료진을 포함한 코로나19 방역인력의 스트레스 수준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과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1,112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제2차 경기도 코로나19 치료·인력 인식 조사’에서는 응답자 33.8%가 감정적 고갈, 냉소, 효능감 저하 등의 번아웃 증상을 호소하였고, 업무와 관련해 부당하거나 정의에 어긋나는 일로 인해 울분을 경험한 비율은 평균 69.7%였다. 울분의 원인은 불공정한 업무분배 25.4%, 이어 감정적 억지 민원 19.6%, 비민주적 의사결정 16.2%, 부당한 취급과 대우 12.7%, 불공정한 보상 7.7%, 책임 전가 4.6% 등이었다. 그러다 보니 신체적 건강도 악화되어 건강이 악화됐다고 느낀다는 비율이 45.2%로 증가하였다[20].

외로움과 건강

인간은 사회적 뇌를 가지고 있어서 타인과 교류하고 공감하는 것이 생존의 기본이다. 사람들과의 관계는 기분과 에너지 수준을 조절하고 행복감의 원천이기도 하다. 외로움은 스스로 사회에서 고립되었다고 느끼는 감정으로서 심지어 사람들 사이에서도 느낄 수 있다.
코로나19가 사회를 바꾸기 시작한 2020년 초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외로움과 관련 인식 조사’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외로움을 느낀다고 답한 비율이 59.5%였다. 특히, 청년세대인 20대 67.2%, 30대 64%가 일상에서 외롭다고 느낀다고 보고했다[21]. 1인 가구가 늘어나고 학교나 직장도 가지 않고, 물리적인 접촉을 터부시하는 코로나19 시대에는 그 비율이 더 높아지고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30여만 명을 대상으로 7년 이상 사회적 네트워크와 건강문제를 분석한 연구보고에서는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 하루에 담배 15개피를 피우거나 알코올 중독과 비슷한 정도로 건강에 해롭다고 보고했다[22]. 암 환자에서는 외로움이 심할수록 면역수치가 감소하고 통증, 우울감, 피로감이 증가한다[23]. 코로나19 시대에는 외로움이 더 심해지면서 이로 인한 신체적 기력저하와 정신건강 및 인지기능의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24]. 외로움은 스트레스 시 반응하는 염증성 인터루킨과 코티솔 수치를 더 증가시켜서 건강상태와 심혈관질환 악화에 기여한다[25]. 외롭고 고립된 삶은 자극저하와 운동부족, 무기력감과 연결되면서 심혈관 기능 저하와 수면장애를 일으키고, 그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건강 지표가 악화되는 것이다[26].
2018년엔 영국 총리가 체육 및 시민사회(Sport and Civil Society) 장관을 외로움 문제를 담당할 고독부 장관으로 겸직 임명했다. 이 부서에서는 고독사까지 초래하는 외로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추진한다. 실제 코로나 19 시대 어르신들을 만나보면 동네 복지관이나 경로당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서 외로움을 달래는 게 위로였는데, 코로나 19 시대에 그걸 못하면서 몸과 마음이 약해지고 멍하니 기운 빠져 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 식사량도 줄어 살도 빠지고, 기억력도 더 나빠진다. 호주 멜버른에서는 지역 내 노인들에게 의무적으로 동네 게이트볼 게임에 참여할 것을 권유하기도 한다.
요즘처럼 외출을 자제하고, 여러 사람을 같이 만나지 못 하는 시대에는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으로 접촉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외로움을 다스리기 위한 영화, 음악 등의 힐링 컨텐츠도 좋지만, 가급적 이것을 통해 사람들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메타버스(meta-verse)는 물리적 세계를 ‘초월’한 공간으로서 가상현실과 같은 증강현실과 라이프로깅(lifelogging;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서비스, 거울공간과 가상현실 등으로 이루어진 가상세계를 말한다. 사람들이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이 속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위로를 얻으며 살고 있다. 인간의 뇌는 장시간 사람들과 연결되지 못하면 자극을 받지 못 한다. 혼자서 공부를 하더라도 남들이 공부하는 영상을 틀어놓는다던가, 누군가의 먹는 방송을 보면서 밥을 먹는 것도 스스로 자극을 받기 위해서이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는 이런 메타버스를 이용한 삶이 새로운 형태의 정상이되고 있다.

결론

세계적 위기상황에서 일정 수준의 불안과 우울은 받아들이고 견뎌내야 하는 것일 수 있다. 전문가단체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코로나19 시대에 다 같이 참고 있는 이들의 신체적 건강과 더불어 불안, 우울, 울분 등의 정신적 건강을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관리하면서 이에 헌신하고 있는 의료진을 포함한 인력들의 소진을 막기 위한 정책도 마련해야 한다.
정신질환자 대상의 정신보건 서비스는 미래형 언택트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형태로 변경되어야 한다. 지역별 정신건강증진센터를 기반으로 오프라인 관리에 초점을 맞추던 현행 서비스에서 온, 오프라인을 통합하고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등을 이용한 서비스로 거듭나야 한다. 정책적 결정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실질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경제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전문인력 인건비의 현실화 등에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리적인 접촉은 최소화하여야 하지만, 다양한 방법을 통한 정서적 연결성은 유지하여야 한다. 노인뿐 아니라, 젊은 성인들의 외로움도 다룰 수 있는 지역사회 지지체계 및 인터넷 기술을 응용한 언택트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물리적 접촉은 줄이지만, 정서적 연결성은 계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지나친 온라인 집착은 피하는 게 좋다. 연구에서는 오히려 많이 외로운 사람일수록 온라인과 인터넷을 탐닉하고[27], 그것 때문에 일상생활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Notes

Conflict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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