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생리적 노화 변화와 질병 누적 현상에 따라 노인들에게 나타나는 질환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1) 질병 다발성: 여러 가지 질병을 동시에 갖고 있다. (2) 비전형적 증상: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거나(무증상), 증상이 애매하고 비전형적인 경우가 매우 많다. (3) 질병 관리의 어려움: 만성퇴행성 질환으로 완치가 어렵고 합병증을 동반하기 쉽다. (4) 치료 부작용 증가: 약물 복용과 치료에 따른 부작용 위험성이 높고, 인지기능(정신) 장애가 쉽게 발생한다. (5) 기능 장애 동반: 일상생활활동 기능 저하의 위험이 높아, care (보살핌), 재활 등의 욕구가 많다. (6) 의료외적 요인과 연관성: 사회경제적 요인에 큰 영향을 받는다[1,2].
노년기 질병의 애매하고 복잡한 표현 양상을 노인병증후군(geriatric syndrome)이라고 한다. 노인병증후군은 노화 과정에서 다양한 신체기관계의 손상이 누적됨에 따라 노인이 외부 환경변화에 취약하게 되어 나타나는 복합적 요인의 건강장애로 정의되며, 임상적 측면에서는 흔히 알고 있는 특정 질병에 의한 특정한 증상에 맞지 않는 양상을 보이는 노인의 질병 증상이다. 노인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흔하게 접하는 대부분의 임상 증상, 섬망, 낙상, 노쇠, 어지럼증, 불면증, 식욕저하, 요실금 등이 모두 노인병증후군이며, 노인 환자 진료의 핵심은 노인병증후군을 잘 관리하는 것이다[3].
포괄적 노인평가
포괄적 노인평가는 노쇠한 노인 환자(frail elderly patient)를 대상으로 다양한 전문분야(interdisciplinary approach)가 협력하여 신체적, 정신사회적 손상과 기능적 불능 여부(physical, psychological impairment and functional disability)를 선별하고 확인하는 진단 과정이다. 이런 평가 과정을 통해 얻어진 결과에 따라 노인 환자에 대한 포괄적인 예방, 치료, 재활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한다.
포괄적 노인평가를 위한 건강 상태 평가의 구성 요소를 크게 구분하면 신체적(physical), 정신심리적(psychological), 사회환경적(socioenvironmental) 요소로 나눌 수 있으며, 이들 요소가 상호작용하여 노인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체적 측면에는 각종 질병 여부와 약물 복용 상태, 각 신체기관의 노화 정도 등이 포함되고, 정신심리적 측면에서는 우울이나 인지기능 상태, 사회환경적 측면에서는 주거환경이나 가족 및 사회지지 정도와 경제상태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Figure 1) [4,5].
포괄적 노인평가의 기본 요소와 평가 내용을 세분하면 Table 1과 같이 신체적 건강, 기능 상태, 정신심리적 건강, 사회적인 활동 상태, 경제적 여건, 삶의 환경 등을 평가하여야 한다. 여기에는 인지기능, 정서 상태, 이동과 보행능력, 배변 및 배뇨 기능, 영양 상태, 시력과 청력 등을 확인하는 내용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다양한 측정도구를 활용하여 여러 전문 인력이 함께 평가 과정에 참여하는 협동진료가 이루어져야 한다.
노인 기능평가를 위한 선별검사 도구
1. 기능평가 선별검사의 기준
노인의 질환과 기능 상태를 평가하는 포괄적 노인평가를 모든 노인 환자에게 실시할 수 없으며 꼭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 입원 진료나 장기요양기관 입소가 필요할 정도의 기능 장애가 없는 노인들을 대상으로는 포괄적 노인평가가 아닌 선별적으로 기능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런 환자들은 주로 외래 환경에서 진료를 실시하게 되는데 외래를 찾아오는 모든 노인 환자를 대상으로 해당 노인이 남의 도움 없이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선별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노인 환자 진료의 필수 과정이다[6].
외래에서 시행할 수 있는 기능 장애 확인용 선별검사의 항목을 선정하는 데는 몇 가지 기준이 필요하다. 첫째, 노인 환자를 진료할 때 반드시 검토되어야 할 흔하면서도 간과하기 쉬운 기능 장애를 포함한다. 둘째, 무증상인 경우에도 확인이 가능해야 하며, 찾아낸 기능 장애가 의학적 중재를 통해 어느정도 교정이나 예방이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셋째, 기능 장애를 확인하는 방법이 간단하고 실행하기 간편하여 외래환경에서 적용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7].
2. 노쇠 선별검사
포괄적 노인평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므로 모든 노인에게 포괄 평가를 적용할 필요는 없다. 포괄적 노인평가 필요한 주요 대상자는 기능 장애가 있는 노쇠(frailty) 환자이거나 낙상, 인지기능 저하, 요실금, 섬망, 식욕저하 등 노인병증후군이 주요 문제인 환자들이다. 노인 환자 진료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적용할 검사는 노쇠 평가이다. 노쇠를 평가하기 위한 여러 도구가 개발되어 있으나 진료 현장에서 손쉽게 적용 가능한 도구는 노쇠 선별검사(K-FRAIL scale)이다(Table 2) [8]. 노인 환자를 대상으로 5가지 항목: 피로감, 계단 오르기 어려움, 100 m 걷기, 보유 질환, 체중 감소 유무를 평가하여 0점이면 정상, 1-2점이면 전노쇠 단계, 3점 이상이면 노쇠 단계로 평가할 수 있다. 노쇠 선별검사에서 전 노쇠 단계 이상이라면 우선 포괄적 노인평가 대상자로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선별검사 도구
외래 노인 환자의 기능을 단시간 내에 간편하게 측정해 내기 위한 몇몇 선별검사 방법이 개발되었다. 국내에서는 대한노인병학회 노인기능평가연구회에서 외래, 재가, 요양시설에서 일차진료 의사나 간호사 등 보건 전문 인력이 노인의 전반적인 기능과 장애 위험요인을 찾아낼 수 있는 단순형 노인기능 평가도구를 2004년도에 개발 발표하였다[9]. 평가 도구는 기존 선별검사 도구 중 노인의 기능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는 Lachs의 도구를 기본으로 하여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기능, 인지, 우울 평가도구를 검토하여 한국인의 생활 습관과 문화에 맞는 항목을 선정하였다. 기능평가 영역은 시력, 청력, 상하지 기능, 요실금 유무, 영양 상태 평가, 인지 기능, 우울 유무와 일상생활활동, 도구적 일상생활활동 등의 생활 기능, 주거환경, 사회적 지지 정도로 구성되어 있다. 도구 개발 후 실시한 신뢰도, 타당도 연구에서 효과가 입증되어 있어 외래나 노인 관련 시설에서 노인의 기능을 전반적으로 선별하기 위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이다.
2017년에는 대한가정의학회에서 노인주치의를 위한 노인건강종합평가(comprehensive geriatric assessment) 도구를 개발하였다(Figure 2). 기존의 평가도구와 비슷하나 통증, 섬망, 사전 의료에 대한 의사(사전의료의향서) 결정에 대한 부분이 추가되었다. 선별형 노인건강 평가도구는 질병력, 사회력, 약물 복용력, 예방접종 등 의학적 평가 항목과 노인 기능평가와 노인병증후군을 선별하기 위한 선별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평가 영역에서 이상이 있으면 추가적으로 실시해야 할 검사와 사후 조치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10]. 자세한 내용은 대한가정의학회에서 발간한 ‘노인건강종합평가 방법과 적용: 노인주치의 매뉴얼’ 책자에 소개되어 있다.
노인 기능평가를 위한 선별검사 항목과 평가 내용
1. 시각기능
노인에서 흔히 발생하는 백내장이나 조절기능의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시각장애는 노화에 따라 진행될 수 있다. 심한 시각기능의 손상이 있으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전문가에게 의뢰하여야 한다. 시력 문제를 알아보기 위한 간단한 질문은 ‘신문을 보거나 TV를 시청할 때, 잘 보이지 않아 불편하십니까?’라고 물어본다.
표준화된 시력 측정표(한천석 시력표)를 활용하면 손쉽고 빠르게 시각기능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교정한 상태에서도 시력표를 이용한 시력이 0.5보다 낮으면 안과에 의뢰하여 정확한 시력 측정과 원인 질환 유무를 확인하여야 한다.
2. 청각기능
노인에서의 청각기능은 청력저하가 흔하고 사회적 고립, 의식혼돈, 우울 등과의 관련이 있기 때문에 선별이 필요한 중요한 기능이다. 노인에서 청력손실은 주로 양측성이며 고주파 영역의 소리를 못 듣는 경우가 많다. 청력 문제를 알아보기 위한 간단한 질문은 ‘대화를 하거나 라디오를 들을 때, 잘 들리지 않아 불편하십니까? 라고 물어본다.
청각기능 검사를 위한 방법으로는 양쪽 귀 뒤쪽의 머리카락을 잡고 한 쪽씩 번갈아 비벼 들리는지를 확인하는 방법과 ‘속삭임 질문법’이 있다. 속삭임 질문법은 환자와 얼굴이 마주하지 않는 상태에서 각각의 귀에 간단한 질문, 예를 들면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와 같은 질문을 속삭이듯이 물어보는 것이다. 계속 말을 알아듣지 못하면 청력검사를 시행하고 난청이 확인되면 보청기를 착용하도록 한다.
3. 상지기능
일상생활을 할 때의 상지기능은 근위부 상지운동과 원위부 상지운동으로 나눌 수 있다. 근위부 상지운동은 주로 신체의 이동(누운 자세에서 앉기, 앉은 자세에서 일어서기 등)이나 머리를 빗고 칫솔질을 하거나 옷을 입기 위한 팔 들기에 이용되는 기능이고, 원위부 상지운동은 글을 쓰거나 식사 때의 수저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보다 미세한 손놀림의 기능을 말한다.
근위부 상지기능을 확인하는 방법으로는 머리 뒤로 양손을 깍지 끼는 동작이 추천된다. 이 동작은 견관절의 최대 외전 주관절의 최대 굴곡이 요구되는 동작이므로 제대로 따라하지 못한다면 유착성 관절낭염 등 어깨 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적절한 검사와 치료가 필요하다.
원위부 상지기능을 보는 검사방법은 연필, 볼펜이나 숟가락을 집게 하는 것이다. 이 동작은 미세한 손 움직임을 하는 전완부와 손의 동작 기능을 나타낸다. 이와 같은 두 가지 동작을 하게 함으로써 상지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4. 하지기능
노인에서는 낙상, 전도(미끄러져 넘어짐), 보행 장애 등이 흔한 문제이고 여기에는 감각기능, 인지기능, 하지기능의 손상 등이 복합적으로 관련된다. 환자에게 최근에 미끄러지거나 넘어진 적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면 얼마나 자주,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심하게 생겼는지를 물어보아야 한다. 이런 상황을 확인해야 문제 발생에 대한 환경적인 요인과 기능 장애의 요인의 관련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의 기능을 확인하는 좋은 검사법은 일어나 걷기(timed up and go test, TUGT) 검사법이다(Figure 3). 환자에게 “앉아 있는 의자에서 일어나 3 m를 걸어간 후, 뒤돌아서 걸어온 다음, 뒤돌아서서 의자에 다시 앉으라”고 지시한다. 이 과정에서 환자의 이동과 움직임, 보행양상을 관찰하며, 전체 걷는데 걸리는 시간이 10초가 넘어가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또한 아래와 같이 구성된 간편형 신체 기능 검사(sort physical performance battery, SPPB)를 시행하는 것도 하지 기능과 전반적 신체기능을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 (1) 직립균형검사: 일반자세(side-by side stance), 반 일렬자세(semi tandem stance), 일렬자세(tandem stance)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자세를 순서대로 검사하며 검사자가 피험자에게 시연한 후 평가한다. (2) 보행속도: 4 m 거리를 평소의 보행속도로 걸으라고 지시하고 걷는 데 걸린 시간을 측정한다. (3) 의자에서 5회 반복 일어나기: 양팔을 가슴 앞에서 교차하여 팔짱을 낀 채 의자에서 5회 일어서고 앉기를 반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측정하여 평가한다.
TUGT나 SPPB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환자에 대한 신경학적, 근골격계의 자세한 검사를 시행하여 근력, 통증, 관절운동의 제한, 평형, 보행양상 등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생활 환경의 교정(예를 들면, 화장실 변기의 높이 조절, 침대 이용 권장 등)이나 보행 보조기 처방, 이동 및 보행 훈련, 근력강화, 평형감각 훈련 등이 필요하다.
5. 배설기능
노인에서 요실금과 변비의 유병률이 증가하는데 의사들은 환자들의 배설기능에 대해 소홀하게 대하는 경우가 있다. 노인 환자의 배설기능을 확인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직접적인 질문이다. “혹시 소변을 지린 적이 있으신가요?” 그리고 “변비나 설사를 자주 하지는 않는가요?”라고 물어본다. 만약 그렇다고 하면 얼마나 자주, 얼마나 심하게 생기는지 확인하여 교정할 수 있는 의학적인 원인이 있는지, 또 사회적이거나 환경적인 관련 요인은 없는지 조사하여야 한다.
6. 영양 상태
노인에서의 영양장애는 동반되는 질환, 우울, 구강, 치아 문제, 일상생활 기능 장애, 경제적 문제 등의 여러 요인이 관련될 수 있다. 노인에서는 치아 결손이나 저작 기능이 떨어져 음식물을 적절하게 섭취 못하는 경우에 영양불량이 생길 수 있으므로 환자의 영양 상태를 평가하기 전에 ‘음식을 씹고 삼키는데 불편함이 있나요? 틀니를 착용하고 있습니까?’를 물어봐 구강이나 치아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영양 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으로는 체질량 지수(body mass index, BMI)를 이용하여 BMI (kg/m2)가 18.5 이하이거나 몸무게를 일부러 줄이지 않았는데, 최근 6개월간 5% (3 kg) 이상 빠진 경우에는 영양장애로 판단하여 자세한 영양 평가(간이영양 평가: Mini Nutritional Assessment)와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다른 건강이나 기능 상태는 문제가 없으나 의도하지 않은 체중 감소가 있는 경우 가족이나 보호자가 식사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 노인 학대(방임) 유무도 확인하여야 한다.
7. 인지기능
노인에서 정신상태의 변화 중 가장 흔하고 중요한 것은 인지기능의 손상이다. 인지기능 문제를 확인하기 위한 간단한 질문은 ‘지난 1년 전과 비교하여 일상생활에 문제가 될 정도로 기억력이 많이 떨어졌습니까?’라고 물어본다. 인지기능의 손상을 예민하게 반영하는 것은 단기 기억(short-term memory)의 상실이다. 단기 기억을 조사하는 방법은 간이정신상태검사(mini-mental status examination, MMSE) 항목에서 인용하여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11].
우선 시행할 검사는 Mini-Cog test(간이 인지기능 검사)로 1단계로 3가지 물건(나무, 자동차, 모자/비행기, 연필, 소나무 등)을 알려주고 3-5분 후 다시 물어본다고 지시하고 기억하도록 하고, 2단계로 시계 그리기(clock drawing test: 빈 종이에 11시 10분 시계 그리기)를 하도록 하고, 3단계로 3가지 물건들을 기억 회상하도록 한다. 3-5분 후에 3가지를 모두 기억하면 추가 검사가 필요 없고, 1-2개를 기억하고 시계 그리기가 정상이면 인지기능 저하 가능성은 낮으며(nondemented), 시계 그리기가 비정상이면 인지기능 장애(demented)로 판단하고 MMSE와 신경인지검사를 추가 시행하여 치매의 가능성을 확인하여야 한다(Figure 4).
인지기능 상태를 평가하는 도구로서 주로 치매를 선별하기 위해 사용되는 간이정신상태 검사 도구는 MMSE-K로 검사 결과 점수가 24점 이상을 정상, 19점 이하를 치매, 20-23점을 치매 의심으로 판단할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유무를 알아보기 위하여 몬트리올 인지기능 검사(Montreal cognitive assessment)를 시행할 수도 있다.
8. 우울(정서 상태)
노인에서 우울한 기분, 우울증은 흔한 문제로 노인의 신체 기능과 삶의 질을 떨어트리고 자살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노인우울증(가성 치매)의 증상이 인지기능 저하 소견과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므로 치매로 잘못 판단할 수도 있다. 우울 문제를 알아보기 위한 간단한 질문은 ‘슬프거나 우울한 기분이 자주 드십니까?’라고 물어본다.
우울증을 선별하기 위한 여러 평가도구가 개발되어 있으나 외래에서 간편하게 적용할 수 있는 도구는 한국판 우울증 선별도구(patient health questionnaire, PHQ-9: 환자 건강설문지)이다[12,13]. PHQ-9 (Figure 5)은 지난 2주간 기분 변화와 신체 변화를 물어보는 9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고 일차의료 현장에서 우울증 선별을 위해 가장 권장되는 도구로 노인에서도 적용 가능한 설문 방법이다. 응답 점수가 0-4점이면 정상, 5-9점이면 우울증상. 10점 이상이면 우울증으로 판단할 수 있다. 우울 증상이 있는 노인 환자에게 9가지 문항을 물어보는 것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PHQ-9 항목 중 2가지 질문(1번, 2번 질문-PHQ-2: 지난 2주간 우울하거나 희망이 없다고 느낀 적이 있습니까?/지난 2주간 즐거움이나 흥미를 전혀 느껴 보지 못했습니까?) 중 하나라도 예라고 응답하면 우울증을 의심하여 추가적으로 노인 우울 평가(geriatric depression scale)를 실시할 것을 권장한다[14].
9. 일상생활활동 및 도구적 일상생활활동
일상생활활동(activities of daily living, ADL)은 목욕하기, 식사하기, 옷 입기, 배변하기, 몸 움직이기, 걷기 등과 같이 스스로 자신의 몸을 돌보는 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의미한다. 장애가 심한 노인이나 환자에 대하여 평가하는 도구이며 환자 자신이나 보호자, 가족으로부터 정보를 얻는다. 도구적 일상생활활동(instrumental activities of daily living, IADL)은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보다 높은 차원의 기능을 말하며 요리하기나 장보기, 가벼운 집안일 등이 포함된다. IADL은 지역사회 거주노인의 기능 상태를 선별검사로 평가하거나, 입원 후 퇴원하려는 환자의 집이나 지역사회 복귀 가능성을 확인하는 등의 평가에 사용될 수 있다.
ADL과 IADL은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기본 자료가 되는 노인 환자 평가의 핵심 영역이다. 대한노인병학회에서는 2001년 외국에서 사용 중인 노인기능 평가도구를 생활 환경이나 문화가 다른 한국에서 그대로 적용하 는 것이 적절하지 않아 한국 노인에 맞는 일상생활 활동을 평가할 수 있는 도구인 한국형 일상생활활동(K-ADL)과 한국형 도구적 일상생활활동(K-IADL) 을 개발하였다[15].
K-ADL은 목욕, 옷 입기, 화장실 사용, 이동, 대소변 조절, 식사하기, 세수하기의 7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K-IADL은 몸단장, 집안일, 식사 준비, 빨래, 교통수단 이용, 금전관리, 전화사용, 물건사기(쇼핑), 근거리 외출, 약 챙겨 먹기의 10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개발된 일상생활활동 도구는 병원 입원 환자, 지역사회 거주 노인, 요양 기관 입소 노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표준화 연구에서 높은 신뢰도와 타당도를 보여주어 우리나라 노인의 기능 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임이 입증되었다.
ADL이나 IADL 측정도구의 모든 항목을 측정할 수도 있으나 외래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사 항목을 줄여 ADL은 (1) 목욕하실 때 남의 도움 없이 혼자서 하십니까? (2) 옷을 챙겨 입을 때 남의 도움 없이 혼자서 하십니까? (3) 음식을 차려주면 남의 도움 없이 혼자서 식사하십니까? (4) 대소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 출입할 때 남의 도움 없이 혼자서 하십니까? 등의 4개 항목이고, IADL은 (1) 식사 준비를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서 하십니까? (2) 걸어서 갔다 올 수 있는 상점이나, 이웃, 병원, 관공서 같은 가까운 곳의 외출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서 하십니까? 2개 항목이다. 이들 항목이 노인의 전반적인 기능 상태를 잘 반영하는 것으로 연구에서 밝혀져 있으며 이들 중 하나라도 문제가 있는 경우 문제의 원인을 찾고 그에 따른 적절한 의학적, 사회적, 환경적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
10. 복약 여부: 다약제 복용
노인 환자들은 대부분 여러 가지 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이러한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이용하는 치료 방법이나 방문하는 의료기관도 다양한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여러 가지 약물(다약제 복용, polypharmacy)을 복용하는 약물이 중복되거나, 여러 가지 약물의 상호작용으로 발생되는 약물 부작용의 발생률이 매우 높다. 의사에게 처방 받은 약물 이외에도 약물을 자가 구입하여 복용하거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복용하므로 자세하게 물어보는 것이 좋다. 환자가 현재 여러 약물을 복용하고 집에 보관하고 있는 약물이 많이 있을 때는 환자에게 다음 방문 시 집에 있는 모든 약을 봉지에 담아 오게 하여 약물 종류와 이름을 확인하고 불필요한 약은 버리도록 하고 필요한 약은 약물 목록을 작성하여 진료기록지에 부착해 두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11. 주거환경
많은 노인 환자의 경우에서 이동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은 집 안팎의 환경이다. 환자 진료 시에 최근 6개월 내 집 안이나 집 주변에서 넘어진 적이 있습니까? 라고 물어보고 낙상한 적이 있다면 환경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였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또한 계단을 오르내리는데 불편함이 없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거주 환경내의 안전성을 평가하여 적절한 대책(예를 들면, 손잡이 설치 등)을 강구해야 한다. 집안에서 넘어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그와 관련되는 위험요인들 즉, 미끄러운 욕조, 고정되지 않은 깔개, 어두운 조명, 어지럽게 바닥에 널린 줄, 튀어나오거나 모서리 진 가구 등을 항상 확인하고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12. 사회적 지지
노인 환자를 현재 돌보고 있거나 돌봐줄 수 있는 보호자, 간병인을 반드시 확인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노인 환자에게 검사나 치료가 필요하거나 입원을 하는 경우 의사 결정을 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환자에게 심각한 기능 불능이 발생한 경우에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대리인을 선정해 두는 것이다. 노인 환자에게 응급상황에서 연락할 수 있는 보호자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을 물어서 병록지 내용에 기록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한 노년기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사는 곳에서 가족이나 보호자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과 사회적 유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현재 누구와 살고 있는지, 배우자는 있는지, 본인의 경제력은 어느 정도이고 도움을 받고 있다면 누구의 도움을 받고 있는지도 환자를 이해하는 데 주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집에서 노인 환자가 생활하고 있을 때 가족 중에 누가 간병을 하는지 아니면 노인장기요양보험 인정등급을 받고 어떤 장기요양서비스를 받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환자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노인 환자가 말기 질환이나 임종기에 들었을 때 치료 효과가 없이 임종 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연명의료’를 제공 받을지 유무에 대해 미리 본인 의사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고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른 ‘사전연명의료의향서(advance medical directive)’ 작성 유무를 확인하고 작성하지 않았다면 관련된 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결론
노쇠한 노인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적 건강 평가뿐 아니리 신체적, 정신사회적 손상과 기능적 불능 여부를 선별하고 확인하는 진단 과정인 포괄적 노인평가를 통해 얻어진 결과에 따라 각각의 노인 환자에 대한 포괄적인 예방, 치료, 재활 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노인 환자가 독립적인 생활을 위한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후관리 대책을 마련하여 한다. 만성질환 및 약물 복용력, 신체기능, 노쇠, 인지기능, 정상상태, 수면, 배뇨 장애, 낙상, 주거 환경, 사회적 지지, 음주, 흡연, 영양 상태, 구강건강 상태를 포함한 포괄적 평가 후 발견된 각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추가 평가와 진단과 치료, 관리 방안에 따라 노인 환자 진료에 적용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