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지난 10년 동안 생물학적제제(biological products)의 개발, 허가 및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알레르기 질환 치료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알레르기 질환 치료에서 처음 사용된 생물학적제제는 유리 IgE에 결합하여 알레르기성 기도 염증을 감소시키는 오말리주맙(omalizumab)이다[1]. 오말리주맙이 보여준 중요한 임상 효과는 당시 천식 치료제가 강조하던 폐 기능 개선이 아닌 급성 악화 감소였고, 이는 급성 악화 예방이 천식 관리에 있어 중요한 목표로 정립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오말리주맙의 개발 과정과 임상 효과 평가에 대한 경험은 T2 염증 유발 요인 억제에 초점을 맞춘 후속 생물학적제제 허가를 위한 임상 시험에 있어 환자 집단 선택에 대한 지침과 방향을 제공하게 되었다. 이후 생물학적제제의 치료 영역은 천식, 비용종을 동반한 만성비부비동염(chronic rhinosinusitis with nasal polyps), 아토피 피부염(atopic dermatitis) 및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chronic spontaneous urticaria)로 확장되었다. 이는 중증 천식처럼 현재 치료법만으로 질병의 완전한 조절에 제한이 있고, 추가적 치료 옵션이 많지 않은 다양한 중증 알레르기 질환 치료에 있어 생물학적제제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많은 중증 알레르기 질환자들이 생물학적제제 치료 후 정상적인 생활 방식으로의 회복을 이루고 주요 질병 부담에서 벗어나 새로운 희망을 얻고 있다[2].
본론
생물학적제제의 중요한 임상 효과 중 하나는 전신 스테로이드 사용에 따른 부작용 위험의 감소이다. 알려진 바대로 중증 알레르기 질환에 사용하는 중요 약물인 전신 스테로이드는 많은 경우에 효과가 있지만 장기간 사용하면 부작용 발생 빈도가 증가한다. 실제 임상 자료(real world data)에 기초한 최근 보고에서 단기간, 소량의 전신 스테로이드 사용(steroid burst)이라도 반복되면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함이 확인되었다[3]. 따라서 생물학적제제의 사용으로 얻을 수 있는 임상 효과는 질병 조절을 통해 삶을 변화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전신 스테로이드 사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가능한 부작용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까지 함께 포함한다고 말할 수 있다. 생물학적제제는 임상 진료의 패턴을 변화시키는 것 외에 질병 발생과 악화 기전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치료 반응성을 예측하기 위한 바이오마커 발굴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 예를 들면 지금까지 천식 치료에 있어 질병 이질성(disease heterogeneity)이라는 개념이 충분히 평가되고 활용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바이오마커에 근거한 특정 환자 그룹의 설정을 통해 보다 예측 가능한 표적 생물학적제제의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4]. 궁극적으로 이는 개인화된 정밀 의료의 장을 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비용종 동반 만성비부비동염은 상부 기도의 흔하고 이질적인 염증성 질환으로, 현재까지 치료는 수술, 스테로이드, 항생제, 항히스타민제를 중심으로 한 약물 투여, 그리고 알레르기항원 회피로 제한되었다. 최근 생물학적제제는 삶의 질 평가 개선, 비용종 점수 감소, 코막힘 점수 감소 등 비용종 동반 만성비부비동염 치료에 있어 유용성을 입증했지만, 중단하였을 경우 언제까지 효과가 지속될지에 대한 자료는 부족한 편이다[5].
생물학적제제는 국소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아토피 피부염 환자 치료에서도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는 임상 시험 및 실제 임상에서 상당한 단기 및 중기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된 dupilumab만이 미국 식품의약국 사용 승인을 받은 상황이므로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서 효과적인 질병 조절을 위해 dupilumab과 다른, 별개의 면역 경로를 표적으로 하는 추가 생물학적제제 개발에 대한 요구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dupilumab과 다른 전신 면역조절제 혹은 광선요법과 같은 병용요법의 효용성에 대한 전향적 연구도 필요하다[6].
현재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 치료 지침에서는 항히스타민제 불응성 환자에게 오말리주맙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나아가 인터루킨(interleukin, IL)-4, IL-5, IL-13 및 IL-17, 비만세포 활성화 및 억제 수용체, 호산구 및 호염 기구 이동 및 기능, 비만세포 생존을 표적으로 하는 다른 생물학적 제제뿐만 아니라 IgE와 더 강력한 상호 작용을 하는 생물학적제제를 포함하여 새로운 치료 접근법이 모색되고 있다[7].
최근 생물학적제제가 알레르기 질환 치료에 있어 가져온 중요한 전환은 궁극적 목표로 질병 완화(achieving a remission) 설정이다. 천식을 예로 들면, 완화는 호흡기 증상의 부재, 폐 기능의 최적화 및 안정화, 전신 스테로이드 사용의 부재를 포함하는 높은 수준의 질병 조절로 제안되고 있는데, 중증 천식 환자 치료에서 생물학적제제가 가져온 큰 임상 효과를 바탕으로 생물학적제제 사용을 통해 천식 완화를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8]. 알레르기 질환 치료에서 질병 완화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을 경주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므로 향후 치료 지침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생물학적제제 사용에 있어 가장 고민스러운 2가지 사항은 바로 생물학적제제의 중단 혹은 변경과 비싼 가격 관련 문제이다. 생물학적제제 치료의 시작 후 치료 효과 모니터링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반응이 좋지 않는 경우에는 환자, 질병, 약물 관련 요인을 고려하고 교정 가능한 부분이 있다면 이를 함께 치료해야 한다. 만일 지속적으로 낮은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알레르기 질환의 표현형, 바이오마커 및 치료의 표적인 면역 경로에 대한 재검토를 필요로 한다. 이때 일부 환자에서 비슷한 성격의 생물학적제제, 다른 면역 경로를 표적으로 하는 생물학적제제, 혹은 기타 치료 옵션으로 변경을 시도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다양한 알레르기 질환에서 생물학적 제제 치료 효과 판정을 위해 널리 인정받는 방법은 없으며, 다른 면역 경로를 표적으로 하는 생물학적제제로 변경하였을 때, 과연 효과적일지에 대한 충분한 근거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다만 현재 개발된 대부분의 생물학적제제가 T2 염증을 타겟으로 하므로 T2 염증의 증거가 부족한(T2-low 염증) 환자의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다른 치료 옵션을 고려해야 보아야 한다[9].
한편 생물학적제제의 높은 가격을 감안하여 임상 적용에 있어 비용 효율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효능 및 효과 평가와 병행하여 비용 대비 효과 평가 수행이 환자, 임상 의사 및 정책 당국의 의사 결정에 필수적이다. 생물학적제제는 정밀 의학 전략의 일부로 사용될 때, 또한 해당 치료가 개별 환자에게 효과적인지에 대한 지속적 재평가와 함께 사용될 때, 분명히 좀 더 비용 효율적일 것이다.
궁극적으로 생물학적제제는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 꼭 제공되어야만 한다. 이 목표가 달성될 수 없다면 병태 생리 관련 특정 면역 경로를 찾고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을 개발하기 위한 막대한 투자는 무용 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알레르기 질환 치료에서 생물학적제제의 비용 효율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 고려할 수 있는 사항으로 바이오시밀러의 개발, 저반응 환자에서 사용 중단, 고반응 환자를 효과적으로 찾기 위한 바이오마커의 발굴, 자가 주사를 통한 의료 이용 비용의 감소, 비용 효과 평가 시 간접 비용과 장기적인 이득 반영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