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관리의 Unmet Need
일상생활 중에도 혈압은 매우 큰 변화를 보이며, 신체활동, 감정적 기복, 수면 정도 등 여러 자극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 잘 알려져 있다. “어제 남편과 싸우고 뒷목이 뻣뻣해 혈압을 측정해 보았더니 180 mmHg가 되어서 걱정되어서 왔어요.”는 외래 진료에서 드물지 않게 만나는 환자의 호소다. 또는 “저는 조금만 운동해도 가슴이 쿵쿵 뛰고 혈압이 많이 올라가요.” 역시 자주 듣는 질문인데 지금의 고혈압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때 의사의 표준 답변은 “그렇게 불안정한 상황에서 측정하는 혈압은 큰 의미가 없으니 충분히 안정하고 혈압을 측정해 보세요.”일 수밖에 없다. 즉 현재의 고혈압 진료는 동적 상황(dynamic situation)에서의 혈압을 고려하지 못하고 정적 상황(static situation) 진료에서 1회 측정한 혈압값과 가정 내 1-2회/1일 측정된 혈압값만을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혈압은 호흡, 스트레스, 약물, 환경, 일중 변화에 따라 측정치가 변동되는데, 따라서 진료실에서 한두 번 측정된 혈압을 기준으로 고혈압의 진단과 약물 조절을 결정한다면 환자에게 부적절한 진단과 불필요한 치료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진료실 혈압 측정으로 고혈압을 진단받은 환자의 17%는 실재로 고혈압이 아닌 백의 고혈압(white coat hypertension)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혈압 약물치료 중 진료실 혈압이 높게 측정되는 환자의 21.3% 역시 백의 효과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진료실 혈압에만 근거해 고혈압 진단, 치료를 하면 과다 치료에 따른 환자 불편감, 순응도 감소, 의료비(약제비) 증가 위험이 있다. 반대로 일상생활의 상당 시간 동안 고혈압 범위에 있으나 진료실 내 혈압은 정상 범위로 측정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가면 고혈압(masked hypertension)이라고 하는데, 고혈압 진단 시 진료실 혈압이 정상인 환자의 17.6%는 이에 해당하며, 심지어 고혈압 약제를 복용하며 진료실 혈압이 조절되는 환자의 35.1%이 가면 고혈압에 해당한다는 보고가 있다. 이러한 가면 고혈압 환자는 일상생활의 대부분 시간이 고혈압 범위에 있기에 심뇌혈관 합병증이 높은 고위험군이다.
이렇게 많은 수의 환자에서 진료실에서 측정한 혈압이 평소의 혈압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최근 세계 고혈압 진료지침은 공통적으로 고혈압의 올바른 진단과 치료 및 예후를 평가하기 위해 가정 혈압과 24시간 활동혈압 측정을 강하게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가정 혈압계와 달리 24시간 활동혈압 측정 기계는 가격이 수백만 원의 고가인데 반하여, 환자가 가정에 대여해 가져가서 측정하는 과정에서 분실, 파손될 경우 환자에게 변상 받을 방법이 뚜렷하지 않아 대형 병원이 아닌 일선 의원에서 사용을 꺼리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환자가 24시간 활동혈압 측정을 위해 대형 병원에 내원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일반 혈압계를 가정에서 환자가 직접 조작하여 혈압을 측정하는 가정 혈압 측정법은 야간혈압의 측정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으나, 활동혈압과 비슷한 재현성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4시간 활동혈압 측정과 달리 오랜 기간 반복 측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반 혈압계를 별도 구매하는 비용 부담, 본인이 조작하는 과정의 오류와 선별적 혈압값 기록 등의 문제점이 있다. 특히 가정 혈압계 도입 초기에 측정자에게는 비밀(맹검)로 하고 기기 내부에 측정값을 저장하고 환자에게 측정값을 자기 기입해 오게 하여 비교해 보았더니 상당한 수준의 차이가 나서 비관적인 환자는 나쁜 값만, 낙관적인 환자는 좋은 값만 선택해 기록하는 문제가 적지 않음이 알려진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6년 대한고혈압학회에서 331명의 의사들을 대상으로 하여 가정 혈압 측정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1) 가정 혈압 측정이 중요하거나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89.4%였고, (2) 진료실 밖 혈압이 진료실 혈압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29.9%에 달해 가정 혈압 측정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모바일 디바이스를 이용한 혈압 측정
모바일 디바이스 혈압계를 생각할 때 종종 손목에 착용하는 시계 형태만을 떠올리지만, 많은 회사들이 개발 중인 다양한 혁신적 접근법이 있다. 모바일 전화 카메라 기술(피부를 통한 광학적 얼굴 비디오 처리나 손가락 압박을 통한 혈압 추정), 가슴 패치, 착용 가능한 초음파 패치, 일시적인 그래핀 전자 문신, 안경, 반지, 심지어 화장실 좌석에서까지 이르고 있다. 그러나 가장 넓게 연구가 이루어진 분야가 스마트워치임은 분명하다.
최근 스마트워치/스마트폰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5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바일 기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중 절반 이상이 스마트폰이다. 한국정보사회개발원이 2018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70세 이상 인구의 37.8%가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2013년 3.6%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급증한 수치인데, 최근 5년간 빠르게 증가하여 60대는 19%에서 80.3%, 50대는 51.3%에서 95.5%, 40대는 81.3%, 30대는 94.2%에서 98.7%로 증가하고 있으며, 성인 스마트폰 보유 비율은 한국이 이스라엘(88%), 네덜란드(87%) 등 다른 선진국(95%)보다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에 발맞춰 모바일 기기의 감지 센서와 신호 분석으로 혈압을 측정하는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가 개발, 발전하고 있으며 최근 의료기기 표준을 만족시키는 수준의 스마트워치 기반 혈압계들이 개발되고 있다. 특히 애플사의 아이폰이 초기 혈압 측정 연구 다수의 플랫폼으로 이용되었음에도 아직까지 자사가 직접 혈압 측정 앱을 탑제하려는 계획은 없는 반면, 우리나라에서 시장 점유도가 특히 높은 삼성전자의 갤럭시의 경우 갤럭시워치2부터 적극적으로 혈압 측정 앱을 장착하고, 이를 주요 판매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기에 우리나라에서 특히 스마트워치를 이용한 혈압 측정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다.
기존의 팔뚝/팔목/손가락 혈압계가 공기주머니(커프, cuff)를 부풀려 혈관을 압박하고 풀어 혈관의 진동을 감지하는 방식인데 반해, 스마트워치 기반 혈압계는 광용적맥파(photoplethysmography) 센서로 손목 표면 모세혈관의 혈류 파형을 감지하고, machine learning 알고리듬으로 혈압을 환산해내는 방식을 사용한다. 따라서 표준 혈압계 수치를 이용한 주기적 보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본질적으로 절대 수준보다는 혈압 변동에 따른 혈관의 변화를 평가하기 때문에 혈압 ‘측정’보다는 ‘추적’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혈압 측정의 초기 연구에서는 정확도가 95-100% 수준이라 발표되었지만 측정방법에 따라 변동폭이 큰 문제점이 있어 실제로는 측정 결과가 혈압 수치가 아닌 혈압 범위로 제시되었다. 이후 유비쿼터스 모델 또는 선형 다항식(linear polynomial equation)이 적용되며 훨씬 개선된 데이터를 보여주게 되었고, 2021년 삼성 갤럭시워치2의 혈압 측정 앱이 표준 혈압계와 비교 시 5±8 mmHg의 오차 범위를 만족하여 의료기기로 인증 받음에 따라 이를 고혈압 환자 진료에 이용할 가능성이 가시거리에 들어왔다고 생각된다(
Table 1) [
1-
13].
이전 손가락, 혹은 손목에서 측정하는 혈압계가 의료기기로 인증은 받았지만, 진료 현장에서는 사용하지 말기를 권유하는 입장이었는데 반하여,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혈압 측정 앱의 경우 기술적 과제가 많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파급력으로 인해 전문 학회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2021년 대한고혈압학회에서는 세계 최초로 스마트 기계 기반의 혈압 측정에 대한 학회 견해(position paper)를 발표하였고[
14], 이번에 유럽심장학회의 고혈압연구회에서도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혈압 측정에 대한 견해를 발표하였다[
15].
2018년에는 의료기기발전협회(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Medical Instrumentation, AAMI), 유럽고혈압학회(European Society of Hypertension, ESH) 및 국제표준화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 ISO)가 청진 측정을 기준으로 자동 커프 활용 방식 혈압계의 검증을 위한 AAMI-ESH-ISO 범용 표준(ISO 81060-2:2018)을 개발했다. 그러나 커프 혈압계를 위한 이 표준 디자인은 커프가 없는 혈압 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모바일 기기의 정수압 효과와 재보정 세션까지의 정확성 안정성으로 인한 추가적인 문제들이 있으며, 추가적인 검증 절차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커프 없는 기기를 위해 특별히 개발된 검증 프로토콜은 전기전자공학회(Institute of Electrical and Electronics Engineers), ESH 및 ISO 모니터링 및 심혈관 변동성에 관한 작업 그룹에 의해 발표되었고, 향후 이를 이용한 공인 절차가 의료기기로서의 이용에 중요 요건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모바일 디바이스 혈압계의 현재 기술 수준과 해결 과제
모바일 디바이스 혈압계의 성장이 폭발적으로 일어났지만, 기기의 정확성에 대한 검증이라는 중요한 문제가 적절히 해결되지 않았다. 최근 호주 연구에서는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532개의 모바일 디바이스 혈압계를 식별했지만, 그 중 어느 것도 검증되지 않았다. 환자들이 웨어러블 기기에 더 편안해지는 동안, 임상의들은 받는 방대한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정보가 정확한지에 대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환자들은 데이터가 정확하다고 인식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그들의 혈압이 정상이거나 적절하게 통제되고 있다는 잘못된 안정감을 가지고 진료를 받지 않을 위험성도 있다.
아직 대부분의 측정 알고리듬이 정상 혈압 범위에서 이루어져 160 mmHg 이상의 수축기 혈압이나 60 mmHg 미만의 이완기 혈압의 측정에는 상당한 오차를 나타내고 있기에 고혈압 환자에서의 효용성은 높지 않은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특히 매달 필수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보정 과정에서 오차가 크게 발생하여 최적의 보정 기간/방법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젊은 사람들이 모바일 디바이스(스마트워치)의 주사용자일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한국의 갤럭시워치 설문 조사에서 가장 참여도가 높은 연령대는 50-59세(33.3%), 그 다음으로 40-49세(29.9%)였다[
16]. 이 연령대는 경제적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자신의 건강에 대한 걱정과 관심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까지 모바일 디바이스 혈압 측정기를 고혈압 진료에 이용하지 말도록 많은 가이드라인에서 유보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음에도, 50% 이상의 사용자는 고혈압을 가지고 있으며, 건강 관련 앱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이 혈압 측정으로 95.8%를 차지하였고, 그 다음이 맥박수 측정이 87.1%였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대중은 모바일 디바이스 혈압계의 정확성에 대해 상당히 관대한 의견을 가지고 있어, 참가자의 31.8%만이 스마트폰 앱에 의해 측정된 혈압값이 ‘매우 정확하고 유용하다’고 답변하였으며, 63.5%는 이를 표준 가정용 혈압 모니터링 장치와 비교했을 때 ‘약간 낮다(44.4%)’ 또는 ‘높다(19.1%)’로 평가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참가자(93.9%)가 혈압 측정 앱을 직접 보정하며 보정 난이도도 50.8%가 ‘매우 쉽다’고 평가했다. 즉 일반인들은 전문가의 생각보다 모바일 디바이스 혈압계의 정밀도의 제한점보다 사용의 편이성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의 역할은 이러한 사용자의 욕구와 맞서는 것이 아니라 장점을 받아들이고 제한점을 극복할 연구를 진행하여 간극을 메워 나가는 것이다.
대중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보정 과정의 오차이다. 기계 성능의 정확도는 의료기기 인증 기준을 만족할 수준까지 다다랐지만, 최근 갤럭시워치 혈압계의 연구에서 참가자들이 수행한 자가 보정 전후 혈압의 차이가 6.8 mmHg에 이르며, 혈압이 높은 사람에서 차이는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17].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정 과정을 사용자 본인이 아닌 의료 기관에서 숙련된 인력이 수행하고, 이 과정에 수가를 발생시키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 방안으로 생각한다. 다행히 한번 보정한 정밀도는 지근 관행적으로 기기 회사가 추천하는 한달이 아닌 3개월까지 2 mmHg 이내로 유지되기에 3개월에 한번 병원에서 진료받고, 검사실에서 본인의 모바일 디바이스 혈압 기기를 보정하고 귀가해 3개월간 이용하는 모델이 가능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개인 사용자의 인구 통계 정보(예: 나이, 성별, 체중, 키 등)를 이용하여 해당 파형과 혈압의 상관치를 구해낼 수 있다면 표준 혈압계를 이용한 주기적 보정 없이 곧바로 파형만으로 혈압을 측정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
또 하나의 요구점은 서두에서 소개한 진료실 혈압 측정의 제한점을 극복할 수 있는 24시간 혈압 측정 기능이다. 스마트워치를 이용한 혈압 측정 기기는 24시간 사용자가 소지하며 어느 때나 혈압을 측정할 수 있고, 특히 충전기 문제만 해결될 수 있다면 24시간 혈압 측정을 가능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고혈압의 진단과 관리를 변화시킬 수 있는 상당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 표준 측정법인 24시간 활동혈압 측정과 비교 결과가 부족한 것이었는데, 최근 우리나라의 반지형 혈압계가 24시간 활동혈압 측정과 비교해 정밀도가 의료기기 인정 수준을 만족한다는 고무적인 결과를 발표하여 향후 이러한 24시간 혈압 측정, 특히 통증/자극이 없는 상황에서의 안정된 야간혈압 측정을 모바일 디바이스 혈압계가 담당할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Figures 1,
2) [
13,
16].
결론
최근의 고혈압 진료지침은 공통적으로 고혈압 진단 초기는 물론 진료 중에도 진료실 밖 혈압을 평가하기를 권장한다.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혈압계는 진료실 밖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더 큰 편의성, 다양한 환경에서의 혈압 정보 취득, 장시간 측정 가능, 거의 없는 수준의 통증/불편감 등 여러 잠재적 이점을 포함한다. 따라서 모바일 디바이스 혈압 측정 기기는 고혈압을 가진 개인의 혈압 평가와 제어를 개선하기 위한 유망하고 유리한 접근법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잠재력, 편리성에도 분명하고 여전히 중요하고 충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남아 있다. 모바일 기기의 혈압 측정 알고리듬은 일반적으로 독점적이며, 따라서 이 기기들이 측정하는 변수에서 혈압을 어떻게 도출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의료기기로 허가 받기 위해서는 측정 원리/메커니즘의 공개를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 임상의가 각 기기의 한계를 이해하고, 자신의 환자 중 어떤 이들이 그 사용에 가장 적합한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보정 과정의 오차를 최소화할 수 있는 프로토콜의 확립과 궁극적으로는 보정이 필요없이 직접 혈압값 제시가 가능한 알고리듬의 개발이 요구된다. 이런 많은 제한점에도 불구하고 향후 모바일 디바이스 혈압 측정 기술은 고혈압의 예방 및 조절에 중요한 기술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