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시신경염(optic neuritis)은 시신경의 염증으로 시기능 장애가 발생하는 질환으로, 젊은 성인에서 가장 흔한 시신경병증이다[1,2]. 시신경염의 병인은 탈수초화로 추정되며, 동반된 신경학적 이상이나 전신질환이 없으면 특발성(idiopathic) 시신경염이라고 한다. 전형적인 특발성 시신경염은 통증과 함께 급성으로 진행하는 시력저하를 나타내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 시력저하는 2주 정도 지속되다가, 1개월 정도 지나면서 서서히 호전된다. 하지만 그 이상 시간이 지나도 시력 호전이 없거나 재발하는 경우, 안통이 없는 경우, 안구 내 염증이 있거나 망막 병변이 있는 경우는 비전형적인 시신경염으로 생각하고 다른 원인 감별이 필요하다[2]. 또한 시신경염 환자에게 척수, 뇌 등의 염증성 병변으로 인해 눈뿐만 아니라 다른 신경학적 이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3].
시신경을 포함하여 중추신경계에 염증성 탈수초화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다발경화증(multiple sclerosis), 시신경척수염스펙트럼장애(neuromyelitis optica spectrum disorder, NMOSD), 수초희소돌기아교세포당단백질 항체 연관 질환(myelin oligodendrocyte glycoprotein antibody disease, MOGAD), 급성파종뇌척수염(acute disseminated encephalomyelitis, ADEM) 등이 있다[4]. 중추신경계 염증성 탈수초질환은 수차례 재발하거나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경우가 많아서 특발성 시신경염과는 경과와 예후가 다르다. 또한 각 질환들은 임상 양상, 치료, 예후 등이 다르기 때문에 감별진단이 중요하며, 최근에는 aquaporin-4 (AQP4)에 대한 항체, 수초희소돌기아교세포당단백질(myelin oligodendrocyte glycoprotein, MOG)에 대한 항체 등과 같은 생체표지자검사를 통해 진단이 보다 더 용이해지고 있다[3,5]. 이 논문에서는 시신경염 진단과 치료에 혁신을 가져온 다양한 생물표지자(biomarker)들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시신경염과 다발경화증
다발경화증은 중추신경계 내 탈수초와 신경 퇴행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 자가면역질환이다. 유전적인 경향이 있어서 동양인보다는 백인에 더 잘 발생하고, Epstein-Barr virus 감염이나 흡연, 낮은 비타민D 농도 등이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6,7]. 시신경염은 종종 다발경화증의 첫번째 임상 징후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임상 양상을 포함한 뇌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혈액, 뇌척수액검사 등을 기반으로 진단해야 한다[8]. Optic Neuritis Study Group은 단독으로 발생한 시신경염에서 다발경화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시신경염이 발생한 지 5년 후 30%, 10년 후 38%, 12년 후 40%, 15년 후 50%라고 보고하였다[9]. 가장 중요한 예측인자는 시신경염이 발생했을 때 시행한 뇌 MRI T2 강조영상에서 회백질 병변의 유무였다. 이 외에도 신경학적 이상이 있거나 백인, 다발경화증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도 다발경화증으로의 이환율이 높았다[10]. 부속징후(paraclinical sign)로는 뇌척수액검사에서 관찰되는 올리고클론띠(oligoclonal band)와 HLA-Dw2 phenotype이 있다[11]. 특히 올리고클론띠가 양성이면 나중에 다발경화증으로 이환될 가능성이 높으며, 시신경척수염에서는 나오지 않으므로 감별에 도움이 된다[12].
AQP4 항체와 시신경척수염스펙트럼장애
1. AQP4 항체(AQP4-IgG)
AQP4는 중추신경계의 별아교세포(astrocyte)의 foot process에서 수분 통로(water channel)를 구성하는 단백질이다. AQP4는 세포 내 수분 이동뿐만 아니라 신경 신호전달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 AQP4에 대한 항체(AQP4-immunoglobulin G [IgG])는 뇌, 척수, 시신경에 위치한 AQP4에 결합하여 보체 활성화와 세포독성을 유도하면서 광범위한 조직 파괴를 일으킨다. 따라서 AQP4-IgG 양성 시신경염 환자는 종종 심한 시력저하를 동반하며 두 눈에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다른 종류의 시신경염과 비교해서 예후가 불량하며 길게 이어지는 척수의 염증과 뇌간 후방 증후군이 특징이다. 이러한 이유로 심한 시력감소, 두 눈 또는 재발하는 시신경염, 불량한 시력회복, 뚜렷한 시신경부종, 시신경주위 조영증강, 중추신경계 탈수초병변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AQP-IgG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AQP4 항체검사는 NMOSD의 진단에 매우 중요하다. 과거에 시행된 항체검사는 enzyme-linked immunosorbent assay (ELISA)나 western blot을 이용해서 정확도가 높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는 세포 기반 분석(cell-based assay)과 형광활성세포 분류(fluorescence-activated cell sorting, FACS)를 이용한 항체검사로 민감도와 특이도가 높아졌다. 구체적으로 HEK-293 세포를 AQP4와 GFP 마커로 일시적으로 형질전환한 후, 환자의 혈청 샘플을 노출시킨다. AQP4-IgG 항체가 있는 경우 이 항체는 형질전환된 세포에 결합하게 되고 IgG1 특이적 2차 항체와 결합된 형광 염료(AlexaFluor 647)를 사용하여 유세포 분석기로 검출하게 된다. FACS 기반 세포 분석법으로 AQP4-IgG 항체검사는 NMOSD에서 약 76%의 민감도와 99% 이상의 특이도를 보인다[13,14]. 혈청은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혈청 내 항체의 농도를 나타내는 항체 역가(titer)는 질병의 중증도를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약 25%의 NMOSD 환자가 AQP4-IgG 음성인 경우가 있어서 이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다른 생물표지자가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15].
2. AQP4-IgG 양성 시신경염과 NMOSD
1894년 Devic 등에 의해 처음 데빅병(Devic’s disease)으로 기술된 NMO는 항체매개 탈수초화 질환 중 최초로 발견된 질환이다. 시신경염은 시신경척수염의 초기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 질환은 초기에는 동시 혹은 짧은 시간 내 연달아 발생하는 양측 시신경염과 척수염이 특징인 단발 질환, 유병률이 극히 낮은 희귀질환으로 알려졌으나, 2004년 질병특이항체인 AQP4 항체가 발견되면서 이후 진단기준이 재정립되었으며, 유병률이 낮지 않고 질병 경과 또한 단발이 아닌 장기간 반복되는 만성질환임이 밝혀졌다. 시신경척수염은 말초혈액의 B림프구 및 형질세포에서 중추신경계 혈뇌장벽(blood brain barrier)에 존재하는 AQP4에 대한 항체를 생성하고 이 항체에 의해 혈뇌장벽이 파괴되는 것이 주요 발병기전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유병률이 과거 알려진 것에 비해서는 높을 것으로 추정되며,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코호트연구에서 시신경척수염 빈도가 다발경화증보다 더 높았다.
NMOSD는 시신경뿐만 아니라 척수 MRI에서 세로로 길게 보이는 척수염(longitudinally extensive transverse myelitis)이 흔하게 관찰되는 것이 특징이다. 뇌 MRI에서도 크고 광범위한 병변이 관찰될 수 있으며, 뇌간 area postrema에도 병변이 비교적 흔하게 관찰된다. 이러한 다양한 병변들로 인해서 환자들은 심한 시력저하뿐만 아니라 사지마비 또는 하반신마비, 배변, 배뇨장애 등이 발생하며, 이런 증상들은 평생 지속 또는 악화되기에 AQP4-IgG 검사를 사용한 조기 진단은 매우 중요하다[16,17].
급성기에는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와 혈장교환술 등이 사용되며 만성적으로는 재발 방지를 위해서 면역억제 요법이 필요하다. 특히 다발경화증의 치료제를 시신경척수염에 사용할 경우 질병이 악화되기도 하므로, 두 질환을 정확히 구분하여 각각 질환에 맞는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13]. 쇼그렌병, 갑상선염 등 다양한 자가면역질환과 동반될 수 있으며, 일부에서는 종양이 동반되기도 하기에 이에 대한 검사를 동반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MOG 항체와 MOG-IgG 관련 질환(MOGAD)
1. MOG-IgG
MOG는 중추신경계를 구성하는 마이엘린 수초를 구성하는 단백질이다. 이 MOG는 myelin sheath와 oligodendrocyte membrane의 가장 바깥층에 있어서 세포 사이의 안정성에 관여할 뿐만 아니라 수초와 면역 체계 사이의 상호작용을 조절한다. 중추신경계에 많으며 특별한 아형은 시신경에서만 주로 발현된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이 MOG는 항원성이 매우 높아서 MOG 항원 주입 후 탈수초화가 유도되어 시신경염이 발생한다는 것을 동물 모델을 통해 보고되었다[18]. 수초희소돌기아교세포당단백질 항체(MOG-IgG) 양성 환자는 다양한 임상 표현형을 나타낼 수 있다. 과거 만성적으로 재발하지만 스테로이드에 잘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진 시신경염 중 하나인 재발염증시신경염(chronic relapsing inflammatory optic neuropathy) 대부분에서 MOG-IgG가 검출되었다[19]. 이후 MOG 항체 양성인 경우 다발경화증, 시신경척수염과 같은 중추신경계 탈수초질환과는 다른 임상 양상, 예후, 병리소견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져 현재 MOGAD라는 별도의 질환으로 분류되고 있다[20]. 즉, MOG 항체검사를 통해 다발경화증과 NMOSD, 그리고 MOGAD를 구별할 수 있으며, 각각의 질환에 맞는 최적의 치료 전략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된다.
MOG-IgG는 AP4-IgG와 비슷하게 기존의 ELISA나 western blot과 같은 방법은 검사 정확도가 높지 않았다[21]. 하지만 최근 AQP4-IgG과 같이 세포 기반 분석을 통해서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현재는 세포 표면에 MOG 단백질을 발현시킨 후 살아있는 세포를 이용하여 검사하는 분석법(cell-based assay or flow cytometric assay)이 발달되어 진단 기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HEK-293 세포를 MOG 단백질로 형질전환한 후 환자의 혈청 샘플을 적용해서 MOG-IgG 항체를 유세포 분석기로 검출하는 방법이다[22]. 만약 항체 양성인 경우, 샘플은 역가를 결정하기 위해 연속 희석 과정을 거친다. 항체의 역가는 질병 활성도와 직접적으로 비례하지는 않지만, 질병의 경과와 치료 반응을 평가하는데 경과관찰하면서 재발 여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어서 MOG-IgG 역가 등에 대한 추가 연구에 주목해야 한다[23,24].
2. MOG-IgG 양성 시신경염과 MOGAD
MOGAD에서 나타나는 시신경염은 보통 성별 차이가 없고, 두 눈을 침범하는 경우가 많으며 시신경유두부종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개 시신경염 증상으로 발현하나 드물게 척수염 혹은 뇌병변으로도 발현하기도 한다[20]. 시력 예후는 AQP4-IgG 양성 시신경염보다 양호하지만 재발을 잘하는 특징을 보인다. MOGAD의 진단은 혈청에서 MOG-IgG를 검출함으로써 확인된다. MRI 소견은 다발경화증과 유사할 수 있어 혈청학적 검사가 구별에 매우 중요하다. AQP4-IgG 양성 시신경염과 달리 MOG-IgG 양성 시신경염은 다른 전신 자가면역질환과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다[25-27].
감염, 자가면역질환 등과 관련된 시신경염
시신경염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원인 질환을 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중 비전형적인 증상을 나타내는 원인으로는 매독, 톡소플라스마 등과 같은 세균, 바이러스, 진균 감염, 예방주사 후, 전신홍반루푸스, 항인지질항체증후군, 사코이드증(sarcoidosis), 쇼그렌증후군 등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이나 결합조직질환 등과 관련된 경우 등이 있다[32,33].
감염이나 침윤이 있을 때 세포 수가 증가하고 단백농도가 상승하며 당 수치가 감소할 수 있다. 따라서 여행력이나 기생충 감염 등을 의심할 수 있는 생식 여부 등을 확인하는 병력청취와 함께 전신이상은 없는지 검사하고 향후 재발하거나 중추신경계 질환으로 이환하는지 추적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가면역질환과 관련된 시신경병증을 배제하기 위해서는 rheumatoid factor, antinuclear antibody, lupus anticoagulant, antineutrophil cytoplasmic antibody; ANCA, anticardiolipin antibody, anti-Ro/La, antiGAD, anti-Caspr2, anti-Lgi1, anti-Hu, anti-Ma2, anti-CV2/collapsin response-mediator protein-5 (CRMP5), anti-VGKC, anti-NMDA (N-methyl-Daspartate) receptor, anti-neuronal nuclear antibody (anti-ANNA)-1 등의 검사를 한다[34-36]. 악성 암 병력이 있다면 시신경, 맥락막, 망막 등으로의 암 전이나 연수막 파종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신생물딸림시신경병증(paraneoplastic optic neuropathy)이 의심된다면 1/2형 anti-ANNA-1, 2, anti-Yo, anti-Ri, anti-recoverin, anti-alpha-enolase, anti-CRMP5 등의 항체를 검사한다[37,38].
기타 생물표지자
1. 신경미세섬유
신경미세섬유(neurofilament)는 축삭세포뼈대(axonal cytoskeleton)의 구성요소이다. 다발경화증에서 염증세포에 의해 축삭이 파괴되면 신경미세섬유가 혈액과 뇌척수액으로 방출된다. 여러 종류의 신경미세섬유 소단위(subunit) 중 중사슬(heavy chain)은 단백분해효소에 내성이 있어 용이하게 검출된다. 시신경염 급성기에 phosphorylated neurofilament heavy chain 수치가 상승하고, 이 수치는 불량한 시력 예후와 다발경화증 이행과 관련되므로 생체표지자 역할을 할 수 있다[33]. 즉 신경미세섬유 수치는 축삭 손상의 정도를 평가하고 질병활동을 모니터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34].
결론
시신경염은 다발경화증, NMOSD, MOGAD를 포함한 다양한 병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복잡한 질환이다. 최근 AQP4-IgG, MOG-IgG 등과 같은 생물표지자에 대한 진단과 해석이 시신경염을 보다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이러한 생물표지자들은 시신경염의 병태생리를 더 잘 이해하게 해주며, 각각의 질환에 맞는 적절한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AQP4-IgG와 MOG-IgG 등의 생물표지자와 관련된 고유한 임상 및 병리학적 특징을 심도 있게 분석함으로써, 더 정밀한 진단과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를 통해 시신경염 환자의 예후를 더욱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러한 생물표지자 연구는 향후 새로운 치료법 개발 및 예방 전략 수립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현대 의학의 발전에 따라 지속적인 연구와 임상 적용을 통해 시신경염의 치료와 관리가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