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 제도와 과학적 근거
Regulatory systems and scientific evidence for health functional foods i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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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Purpose
The health functional food (HFF) market is rapidly growing globally. South Korea is no exception to this trend, with most households actively consuming these products. Despite the widespread use of HFFs, clinicians in Korea generally have limited knowledge and awareness of the regulatory framework and evidence supporting these foods, leading to potential gaps in patient counseling and care. This review addresses the need for increased physician awareness regarding HFFs and the associated regulatory context.
Current Concepts
Korea’s HFF regulatory system was formally introduced with the enactment of the Health Functional Food Act in 2002. This law established a structured framework distinguishing HFFs from conventional foods and drugs. However, limited or weak scientific evidence exists for many currently authorized functional ingredients, primarily due to permissive regulatory standards. Internationally, regulatory approaches vary significantly, with the European Union enforcing stringent pre-market approval requirements, the United States relying largely on post-market controls, and Japan adopting an intermediate regulatory approach. Critical limitations exist within the Korean HFF regulatory system, notably the leniency in scientific evidence requirements and associated consumer misconceptions. Using popular ingredients such as red ginseng (limited evidence on efficacy) and green tea extract (recent safety concerns) as illustrative examples, the necessity for improvements becomes clear.
Discussion and Conclusion
To address these issues, stricter regulatory criteria, regular re-evaluations of approved ingredients, strengthened post-market safety monitoring, clearer product labeling, and improved clinician education are recommended. Implementing these measures would ensure that HFF usage aligns with scientific evidence, ultimately enhancing clinical care quality and protecting public health.
서론
전 세계 건강기능식품(health functional food)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4년 글로벌 기능성 식품 및 음료 시장 규모는 3,642억 달러에 달하며, 2025년 이후 연평균 10%의 고성장이 예상되어 2032년에는 7,936억 달러로, 규모로 두 배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1]. 코로나19 범유행을 계기로 면역력 증진을 표방한 제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증가 속도가 더 빨라졌다[2]. 국내 시장 규모 역시 꾸준히 커져왔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약 6조 440억 원에 이르렀으며, 매년 5% 이상 성장하고 있다[3]. 질병 치료에 정식으로 쓰이는 의약품 시장 규모가 31조 원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국민은 건강기능식품에 적지 않은 돈을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같은 조사 결과 10가구 중 8가구 이상이 한 번이라도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50대 이상의 고연령층이 주된 소비층이었으나 최근에는 청년층과 아동까지 확대되는 추세이며, 선호하는 기능성 원료도 다양해지고 있다[4].
건강기능식품은 관련 법률에 따라 일정 절차를 거쳐 만들어지는 제품으로서 ‘건강기능식품’ 문구 또는 인증마크와 기능성 표시가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표시가 없는 일반 식품과 다르다. 많은 환자들이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하지만 정작 진료실에서 이들을 만나는 임상의사들은 건강기능식품 제도와 근거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5]. 이로 인해 환자가 복용 중인 건강기능식품의 효과나 안전성에 대해 명확히 조언하지 못하거나 근거가 불충분한 제품을 권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또한 환자들이 복용하는 각종 건강기능식품의 효과를 평가하고 약물-건강기능식품 상호작용이나 부작용을 감시하며, 과대광고에 현혹되지 않도록 지도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면에서, 의사들이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규제 체계와 효과 입증 방식이 의약품과 다르므로 그 차이를 알고 있어야 환자에게 적절한 조언을 줄 수 있다. 이 논문의 목적은 임상의사가 알아야 할 건강기능식품 제도와 과학적 근거를 종합적으로 고찰하는 데 있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관련 제도의 역사와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개선 방향을 제언하며, 이를 통해 의료 현장에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과학적 근거를 중심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건강기능식품제도의 역사
국내에서는 2002년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제정·공포되면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본격적인 법적 관리가 시작되었다[6]. 2004년 1월 시행된 이 법의 취지는 건강기능식품의 안전성·기능성을 보장하고 건전한 유통을 촉진함으로써 국민건강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이었다. 법률 제3조에서는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하여 제조한 식품’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정의한다. 또한 ‘기능성’에 대해서는 ‘인체의 구조 및 기능에 대하여 영양소를 조절하거나 생리학적 작용 등과 같은 보건 용도에 유용한 효과를 얻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유용한 기능이 입증되고 정부의 인증을 받은 식품만이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법적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법 제정 이전까지는 이러한 일련의 제품들이 식품위생법 아래 건강식품, 건강보조식품, 영양식품 등으로 분류되어 일반 식품과 유사하게 취급되었다. 당시에는 아무 식품이나 임의로 건강에 좋다고 판매해도 제재가 적었고, 적은 함량을 큰 효과가 있는 것처럼 과장해 홍보하는 사례도 많았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혼란과 피해가 커지자 별도의 법률을 통해 관리를 시작한 것이다. 법 시행 후 기능성과 안전성을 인정한 원료를 사용해 법적 기준을 충족한 제품에만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도록 규제함으로써 시장 질서를 정립하였다.
건강기능식품법 시행과 더불어 인정된 기능성 원료 목록과 기준을 정리한 ‘건강기능식품 고시’가 만들어졌다. 고시에는 비타민·무기질 등 과학적 근거가 확립된 영양소와 인삼, 프로바이오틱스 등 기능성이 어느정도 인정된 여러 원료들이 등재되었다. 이렇게 고시형 원료로 등재된 성분의 경우 일일섭취량 범위와 기능성 표시 문구를 표준화해, 제조업체가 이를 준수하여 제품을 제조하면 개별 제품에 대한 별도 인가 없이도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인삼의 경우 정해진 함량 기준에 맞춰 제품을 만들고 ‘면역력 증진・피로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 등의 허용된 문구만 표시하면 추가 승인 절차 없이 판매가 가능하다.
고시에 없는 새로운 원료에 대해서는 ‘개별인정형 원료’ 인정 절차를 통한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 신청 업체는 해당 성분의 안전성과 기능성에 관한 과학적 자료(세포·동물실험, 인체적용시험 결과 등)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하여 심사를 받아야 하며, 심의 결과 충분한 근거가 인정되면 해당 원료를 특정 기능성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개별 승인이 내려진다. 현재도 많이 판매되는 루테인(lutein), 폴리코사놀 등이 이러한 절차를 통해 목록에 추가된 제품들이다. 개별인정형 원료 중 인정받은 뒤 6년이 지나고 관련 제품이 50종 이상 나온 경우 고시형 원료로 전환될 수 있다. 현재 400종이 넘는 개별인정형 원료가 있으며, 매년 10–20종의 원료가 새로 등록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과 기능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7].
2020년에는 일반 식품 기능성 표시 제도를 통해 일부 기능성 원료를 포함한 일반 식품에도 기능성 표시가 가능해졌다. 이에 대해서는 뒷부분에서 좀더 자세히 설명하려 한다.
국제 비교: 미국, 유럽 및 일본 제도와의 차이
주요 국가의 제도를 표로 비교하였다(Table 1) [8]. 미국에서는 건강기능식품과 유사한 개념으로 식이 보충제(dietary supplement)란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와 관련된 법령이 1994년 제정된 Dietary Supplement Health and Education Act이다[9]. 이 법에서는 이전에 판매되던 원료는 그대로 허용하였으며, 법령 발표 이후 새로운 원료로 제품을 발매하기 위해서는 안전성에 대하여 미국 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에 신고를 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해당 제품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FDA의 사전 승인을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FDA에서는 식이 보충제가 질병의 치료, 예방 목적이 아니며 FDA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문구를 명시하도록 한다. 결국 미국에서는 과학적 근거에 대한 정부의 사전 심사와 승인 없이 제조업체가 자율적으로 기능성 문구를 표기할 수 있으며, 그에 대한 책임도 업체가 지게 된다. 만약 근거와 안전성에 대한 문제나 피해가 발생하면 사후에 FDA가 개입하는 구조이다. 이러한 느슨한 규제로 관련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데에 도움이 된 반면, 효과와 안전성이 부족한 제품들의 무분별한 판매와 소비를 조장하고 정부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9].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은 식품 보충제(food supplement)란 용어를 사용하며, 미국과 달리 근거 중심의 승인제를 채택하고 있다. Food Supplements Directive (2002)와 Nutrition and Health Claims Regulation (2006)에 따라, 식품(보충제 포함)에 건강 관련 주장(claim)을 표시하려면 유럽식품안전청(European Food Safety Authority, EFSA)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평가를 거쳐 사전 승인을 획득해야 한다[8]. EFSA에서는 제조업체가 제출한 임상시험 자료를 바탕으로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2012년까지의 검토 과정에서 기존에 유통되던 수많은 성분이 퇴출된 뒤 EU의 승인 목록에는 비타민, 미네랄 등의 영양소와 비교적 근거가 풍부한 원료들이 남겨졌으며 이후 새로운 성분이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있다. 캐나다와 중국도 EU와 유사한 승인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8].
일본은 건강기능식품과 유사한 개념을 가장 먼저 도입한 나라 중 하나로, 1991년부터 특정보건용식품(Food for Specified Health Uses, FOSHU) 인증 제도를 시행해왔다. FOSHU는 정부(후생노동성)의 심사를 통과한 식품에 ‘〇〇에 도움이 된다’는 표시를 부여하는 제도인데, 승인을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임상시험을 포함한 근거를 요구하고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엄격한 심의를 거친다. 2015년 일본 소비자청은 보다 많은 제품들이 기능성을 표방할 수 있도록 기능성 표시 식품(Foods with Function Claims, FFC)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신설하였다. FFC 제도에서는 업체가 자체적으로 과학적 근거를 준비해 신고하면 정부가 별도 심의 없이 기능성 표시를 허용하며, 단지 ‘이 제품은 소비자청의 개별 심사를 받지 않았다’는 문구를 표시하도록 하였다. 이 완화된 절차 덕분에 일본에서는 2015년 첫 해 272건에 불과했던 기능성 표시 식품이 누적 5천 건 이상으로 폭증하여, 2022년 기준 5,421건에 달하고 있다[8]. 반면 전통적인 FOSHU 인증 건수는 2015년 1,238건에서 2022년 1,062건으로 줄어들었는데, 이는 까다로운 심사 대신 간소한 신고만으로 기능성 표시를 획득할 수 있는 FFC를 제조업체가 선호했기 때문이다. 한국도 최근 일본을 모델로 2020년 ‘일반 식품 기능성 표시 제도’를 도입하여, 고시된 기능성 원료를 하루 섭취 기준량의 30% 이상 첨가하고 신고하면 일반 가공식품에도 기능성 문구를 표시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결국 건강기능식품과 일반 식품의 경계를 완화한 조치이다. 이러한 기능성 표시 식품에는 해당 제품이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는 문구를 함께 첨부하도록 했으나, 기능성 원료 함량이 적어 실제 효과가 불투명함에도 소비자는 긍정적인 광고 문구만 믿고 구매할 수 있다.
요약하면, 한국의 건강기능식품 제도는 유럽이나 일본처럼 정부의 사전 인정을 받는 모델로 출발해 최근에는 일본 FFC와 유사한 일반 식품 기능성 표시 제도를 도입해 자율성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처음부터 기업 자율에 맡기는 대신 사후 규제 중심의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각국의 제도에 차이가 있지만 어떤 제도이든 과학적 근거와 안전성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다음 장에서는 현행 건강기능식품 제도의 문제점을 주로 과학적 근거 측면에서 고찰하고자 한다.
건강기능식품제도의 문제점
현재의 건강기능식품 제도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기능성에 대한 모호한 정의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정의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은 인체의 정상적인 기능 유지, 생리 기능 활성화를 통하여 건강을 유지하고 개선하는 것을 말하며, 의약품처럼 질병 예방이나 치료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기능성’은 영양소 기능, 질병 발생 위험 감소 기능, 생리활성 기능의 세 가지로 나뉜다(Table 2). 질병 예방이나 치료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전제에도 불구하고 기능성에는 ‘질병 발생 위험 감소 기능’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생리활성 기능의 경우에도 ‘혈당 조절’, ‘혈압 조절’, ‘콜레스테롤 개선’, ‘배뇨 기능 개선’ 등 질병과 관련된 기능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이들이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을 혼동한다.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음’, ‘혈행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과 같은 기능성 문구는 이러한 혼동을 부추긴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건강 유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질병 예방이나 치료 효과를 기대하고 건강기능식품을 구입하곤 한다[10,11]. 의약품의 부작용에 대한 과도한 우려와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맹신으로 인해 의약품 복용이 필요한 환자가 의약품의 대체제로 건강기능식품을 선택하는 일도 많다. 이상지혈증 환자가 스타틴(statin) 제제 대신 폴리코사놀과 같은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둘째, 기능성 인정 기준에 대한 문제이다. 세 종류의 기능성 중 첫 번째인 영양소 기능이 인정되는 비타민, 미네랄, 단백질, 식이섬유 등은 모두 고시형 원료에 해당하며, 생리적 작용과 효과가 잘 알려져 있다. 두 번째인 질병 발생 위험 감소 기능을 인정받은 기능성 원료는 칼슘과 비타민D, 자일리톨의 3종뿐으로, 다수의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그 효과가 확인되어야 한다는 조건에 따랐으므로 근거가 비교적 확실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세 번째인 생리활성 기능이다. 위에서 언급한 원료 외에 기타 수백 종의 원료가 다양한 생리활성 기능을 표방하고 있는데, 그 기준이 느슨해 인체적용시험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승인이 된다는 점이다[12]. 과거에는 생리활성 기능을 근거 수준에 따라 3개 등급으로 나누었으나, 가장 낮은 3등급의 경우 인체적용시험이 없어도 승인을 받을 수 있어 근거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계속됨에 따라 2016년에 가장 낮은 3등급을 퇴출하고 1, 2 등급을 통합해 현재는 단일 등급으로 운영하고 있다. 가장 낮은 등급이 퇴출되면서 이전보다 근거 수준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1건 이상의 소규모 인체적용시험 결과만 갖춘다면 생리활성 기능을 인정받을 수 있다. 다수의 엄격한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 검증을 거치는 의약품과 달리 대부분의 건강기능식품은 효과에 대한 증거가 부족한 상태에서 허가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대부분의 건강기능식품 제품들은 모두 이 범주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제품 포장에 적힌 기능성 문구만 보고 효과가 보장된 것으로 오인하기 쉽다.
더 많은 연구가 시행된 성분이라 해도 효과가 확실한 것은 아니다. 피로 개선 목적으로 흔히 복용하는 홍삼의 경우 4개의 무작위대조군연구에 대한 메타분석 결과, 약간의 피로 개선 효과가 있었지만 분석에 포함된 연구들의 질적 수준이 낮아 확실한 근거라 보기 어려웠다[13]. 관절 및 연골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글루코사민(glucosamine)의 경우 2009년과 2011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기존 임상시험들을 종합해 검토한 결과 통증 및 관절 기능 향상에 유의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보험 급여가 중단된 일도 있다[14]. 연구들마다 결과에 차이가 있어 급여 중단 이후에도 기능성 원료 위치는 유지되고 있으나, 관절염 증상이 있는 환자들이 흔히 기대하는 것만큼의 개선 효과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15]. 전립선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인기가 많은 쏘팔메토 역시 효과에 대한 근거는 약하다. 2022년에 수행된 체계적 문헌고찰 결과 전립선 비대증 환자에서 쏘팔메토 추출물은 위약과 비교 시 최대 요속, 야뇨 횟수에서 일부 효과가 있었으나 전립선 증상 점수, 전립선 크기, 잔뇨량 등 대부분의 주요 결과에서 개선 효과를 확인할 수 없었다[16]. 가장 많이 소비되는 비타민류 역시 효과에 대한 논란이 많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17–19].
세 번째는 일부 기능성 원료의 안전성 문제이다. 건강기능식품은 약이 아니므로 안전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고농도 활성 성분을 함유한 만큼 부작용 위험이 존재한다[20,21]. 건강기능식품 이상사례 신고 건수는 2022년 1,117건, 2023년 1,434건, 2024년 2,316건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이다[22]. 소화불량, 가려움, 어지러움, 배뇨곤란 등 가벼운 부작용 빈도가 높지만 드물게 위중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체중 감량 목적으로 쓰이는 원료인 녹차추출물의 예를 들자면, 카테킨인 epigallocatechin gallate (EGCG) 성분 다량 섭취 시 구역, 복통, 설사 등의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고용량을 장기 복용했을 때 간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23]. 국내외에서 녹차추출물 관련 간독성 사례가 보고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8년 안전성 재평가를 통해 하루 EGCG 300 mg 이하로 섭취량을 제한하고 기준을 강화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체중 감량 목적으로 쓰이는 다른 성분의 건강기능식품과 함께 복용해 부작용이 발생하는 사례가 보고되었다[24].
2020년 일반 식품 기능성 표시 제도가 시행되면서 과거 일본에서 그랬던 것처럼 향후 국내에서도 심의와 승인이 불필요한 기능성 표시 일반 식품 판매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많으며, 이로 인한 안전성 문제가 생길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2024년 일본에서 홍국(적효모) 제품을 포함하는 FFC를 섭취한 소비자 3천 명 이상에서 신장 질환이 생겼고, 그 중 100여 명이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6명이 사망했다[25]. 이 충격적인 사건은 FFC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사례로, 비슷한 제도를 도입한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요약하면, 현행 건강기능식품 제도는 기능성 인정에 필요한 과학적 근거의 수준이 낮고, 많은 원료의 효능이 과장되어 있으며, 안전성 관리에도 취약한 측면이 있다.
제언
앞서 살펴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제도 개선과 더불어 사회 전반의 인식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 인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의 인체적용시험 1건 이상 기준보다는 일정 규모 이상의 다수 인체적용시험, 무작위대조군연구, 메타분석 등 보다 근거 수준이 높은 연구 결과를 조건으로 하는 방향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더불어 기존에 인정된 원료에 대한 재평가 시스템도 강화해야 한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고시에 따라 10년 이상 지난 원료의 일부와 새로운 위해 정보가 나타난 원료에 대해 재평가를 실시하고 있으나, 이를 법제화하여 주기적으로 모든 건강기능식품 원료의 최신 근거와 안전성을 검토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재평가를 통해 근거가 미흡한 성분은 퇴출 등 적절한 조치와 함께 소비자에게 알려야 하며, 안전상 문제가 발견되면 신속히 사용 중지 또는 경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건강기능식품 이상 사례 보고 시스템을 활성화해야 한다. 의료인이 건강기능식품 부작용을 인지했을 때 자발적으로 보고하도록 독려하고, 보고자에 대한 보호 장치와 인센티브를 마련하면 보다 풍부한 안전성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의료인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의과대학 교육 과정이나 의료인 보수 교육에서 임상 영양을 비롯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은 미흡한 실정이다[26]. 진료실을 방문하는 환자들 중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이나, 대부분의 의사들은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없어 적절한 상담을 하기 어렵다. 그 사이 환자들은 근거가 부족한 방송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영상 등에 현혹되곤 한다[27]. 만성질환 환자의 경우 주기적으로 만나는 의사가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준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28,29]. 가이드라인이나 연수강좌 등을 통해 각 진료과에서 흔히 접하는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지침을 교육하고, 의료인 스스로도 건강기능식품 정보를 지속적으로 학습해 환자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쇼닥터 등 근거가 부족한 건강기능식품 섭취를 부추기는 전문가에 대한 제재와 자정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30].
셋째로, 소비자가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표시 및 광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본 제품은 질병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의약품이 아닙니다’라는 법정 문구를 보다 눈에 띄게 표시하도록 하고 ‘본 효능은 O편의 인체 시험을 통해 확인된 결과입니다’ 등의 추가 설명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할 수 있다. 허위·과대광고에 대한 규제와 소비자 교육도 병행되어야 한다[31,32].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방송통신위원회, 소비자보호원 등 유관 기관의 공조를 통해 온·오프라인 광고물을 상시 감시하고, 소비자 신고 창구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국민들에게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건강기능식품을 선택하는 방법을 알리는 캠페인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33–35].
결론
건강기능식품은 전 세계적으로 그 소비가 급격히 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대부분의 국민이 이용 경험이 있을 정도로 일상에 자리잡은 제품이다. 2002년 건강기능식품 관련 법 제정 이후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여전히 불충분한 과학적 근거와 제도적 허점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어 소비자가 효과를 과대평가하거나 부작용을 경험할 위험도 있다. 정부와 학계, 산업계가 함께 노력하여 과학적 근거를 축적하고 제도를 개선함으로써 건강기능식품이 본래의 취지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의료인들도 지속적인 관심과 교육을 통해 지식을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 임상의사들이 건강기능식품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가지고 객관적, 실용적인 조언을 제공한다면 환자들이 불필요한 제품에 현혹되거나 부작용을 겪는 일이 줄어들고 국민건강 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Notes
Conflict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Funding
N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