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자살의 이해와 예방

Understanding and preventing late-life suicide

Article information

J Korean Med Assoc. 2025;68(6):393-399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25 June 10
doi : https://doi.org/10.5124/jkma.25.0059
Workplace Mental Health Institute, Kangbuk Samsung Hospital, Sungkyunkwan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Seoul, Korea
오대종orcid_icon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Corresponding author: Dae Jong Oh E-mail: daejong.oh@samsung.com
Received 2025 April 17; Accepted 2025 May 20.

Trans Abstract

Purpose

With global population aging, late-life suicide has emerged as a critical public health concern. Older adults exhibit significantly higher suicide rates than younger populations, and their suicidal behaviors tend to be more fatal. This review outlines the current status of late-life suicide, highlights core clinical considerations, and provides practical guidance for suicide risk assessment and prevention in diverse medical settings.

Current Concepts

Late-life suicide is often characterized by fewer but more lethal attempts and is frequently preceded by undiagnosed or inadequately treated psychiatric conditions. Key risk factors include mood disorders, physical illness, prior suicidal behavior, and social disconnection. Many older adults do not seek needed mental health services, which poses a major barrier to early detection. Prevention strategies are discussed within the framework of universal, selective, and indicated approaches. Clinically useful screening tools are presented alongside structured approaches for evaluating suicidal ideation, intent, and planning. It is also important to assess verbal, emotional, and behavioral warning signs that may indicate elevated suicide risk in this population.

Discussion and Conclusion

Effective prevention of late-life suicide requires a multi-level approach integrating early screening, risk assessment, and timely intervention. The high lethality of suicide attempts in late life makes it imperative for clinicians to remain vigilant for warning signs and serve an essential gatekeeping role. Multidisciplinary collaboration and broader awareness across healthcare settings are crucial to reducing suicide and promoting mental well-being in aging populations.

서론

전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노인의 정신건강 문제는 공중보건학적으로 더욱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에 비해 자살률이 월등히 높다는 점에서 노인 자살은 초고령사회의 의료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노인 자살은 우울증과 같은 정신과적 질환뿐만 아니라 만성 신체질환, 통증,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 대인관계에서의 갈등 등 다양한 위험요인이 복합적으로 관여한다. 노인 자살은 고유의 역학적·임상적·심리사회적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보다 젊은 연령대의 자살과는 구분된 이해와 접근이 필요하다. 이 논문에서는 노인 자살의 현황을 제시하고 노인 자살의 위험인자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또한 노인 환자를 돌보는 다양한 분야의 임상의들이 자살의 위험성을 면밀히 평가하여 고위험 노인을 조기에 선별해내고 적절한 예방적 개입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노인 자살 현황

국내 자살률은 2023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27.3명 수준으로 이는 2014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그 중에서도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은 2023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40.6명으로 15–64세 자살률보다 30% 이상 높다[1]. 국내 자살률은 노년기에 이르러 연령에 따라 가파르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2023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40대 28.9명, 50대 29.0명, 60대 27.0명에 이르다가 70대 37.8명, 80대 60.6명으로 급격히 증가한다. 한편 국내 남성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35.3명으로, 여성의 15.1명에 비해 2.3배 높은데, 노년기 자살률은 성비의 차이가 보다 큰 경향이 있다. 2023년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이 60대에는 남성 41.4명, 여성 13.2명이었으며, 70대에는 남성 61.9명, 여성 17.7명, 80대에는 남성 117.9명, 여성 30.9명으로 남성에서 현저히 높은 자살률을 보인다[1].

노인 자살에 대한 예방적 개입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자살 전 정신보건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살로 사망한 지역사회 성인들을 분석한 연구에서 55세 이상의 8.5% 만이 사망 1년 이내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보았거나 기타 정신보건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보고되었다[2]. 35세 미만에서 1년 이내에 정신보건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이 24%에 이른 것에 비교하면 많은 자살 고위험군 노인이 정신건강 관련 개입에서 멀어져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2023년 시행된 응급실 자살시도자 대상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중’이라고 답한 사람의 비율이 18세 이하에서는 56.3%, 19–59세에서는 31.2–48.6%였으나, 60세 이상에서는 16.5–27.9%로 나타났다[3]. 같은 조사에서 ‘과거 진료받은 적은 없지만 정신건강의학과적 문제가 있어 보임’이라 답한 사람의 비율은 18세 이하에서는 8.0%, 19–59세에서는 8.3–18.0%였으나, 60세 이상에서는 21.0–24.9%에 달했다. 실제로 자살 위험이 있는 많은 노인들이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 부족, 치료에 대한 접근성 부족 등의 이유로 정신보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노인 자살의 예방적 개입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자살시도 대비 자살의 완료율이 높다는 것이다. 젊은 연령의 자살에서는 실제 자살에 이르기까지 수차례의 자살시도가 선행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의 경우 200회, 젊은 성인의 경우 8–33회의 자살시도 끝에 자살에 이르렀으나, 노인의 경우 단 2–4회의 자살시도만이 선행한다 보고되었다[4]. 이는 기본적으로 노년기 신체의 취약성에서 비롯한 것으로 자살시도 이후 신체의 회복이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노인들은 청소년이나 젊은 성인보다도 혼자 고립되어 지내는 경우들이 많아, 자살 전 경고 신호를 발견해 개입하거나 자살시도 이후 신속한 의료적 처치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노인에서 자살 전 자살시도가 적은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노인 자살이 보다 치명적인 방법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5,6]. 2023년 응급실 자살시도자 대상조사에서 파악된 자살시도 방법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음독으로 18세 이하에서는 54.3%, 19–59세에서는 51.2–56.9%, 60세 이상은 48.6–49.9%로 나타났다. 한편 60세 이상에서는 농약(17.5–23.6%), 목맴(7.2–7.5%)과 같이 치명적인 수단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는 60세 미만의 농약(0.2–7.4%), 목맴(1.5–5.9%)을 통한 자살시도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3]. 해외 보고에서도 노인에서 목맴을 통한 자살 경향이 높았으며[7,8], 특히 남성에서 총기나 목맴 등의 폭력적인 수단을 사용한 자살이 여성 노인보다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9]. 이러한 노인 자살의 특성은 자살시도자 중심의 자살 예방 사업의 한계점을 시사한다.

노인 자살의 위험인자

노인 자살에는 다양한 위험인자와 보호인자가 관여한다(Table 1). 그 중에서도 임상의들이 주목해야 할 주요 위험인자는 우울증, 신체질환, 과거 자살시도력, 그리고 사회적 단절이다.

Risk and protective factors of late-life suicide

1. 우울증

국내 응급실 자살시도자 대상조사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에서 정신장애로 인한 자살시도로 응급실에 내원한 경우가 25.8–28.4%로 나타났다[3]. 이는 18세 이하의 38.8%, 19–59세의 28.8–38.9%에 비하면 적은 비중이나, 자살시도의 단일 요인으로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신장애 중에서도 자살 위험을 높이는 가장 흔한 요인은 노년기 우울증을 중심으로 한 기분장애이다[4,10]. 국내 지역사회 거주 60세 이상 노인에서 주요우울장애(major depressive disorder)의 유병률은 약 2.2%로 낮은 수준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주요우울장애 진단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도우울장애(mild depressive disorder), 아증후우울증(subsyndromal depression)을 모두 포함하는 우울증의 유병률은 13.0%에 이른다[11]. 노년기 우울증은 주요우울장애의 진단적 역치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젊은 성인의 우울증에 비해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노년기 우울증은 슬픔, 우울감 같은 전형적인 기분 증상이나 죄책감보다는 무감동(apathy), 무쾌감증(anhedonia), 무기력함(lethargy), 정신운동초조 혹은 지연(psychomotor agitation or retardation), 신체 증상 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12]. 또한 문화권에 따라서는 젊은 성인보다 노인에서 정신과적 증상을 표현하고 정신보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에 거부적일 수 있다. 이러한 노년기 우울증 고유의 특성은 우울증의 선별을 통한 노인 자살에 대한 예방적 개입의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2. 신체질환

젊은 성인의 자살 대비 노인 자살에 특이적인 위험인자로 단연 신체질환을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다. 2023년 국내 응급실 자살시도자 대상조사에 따르면 신체적 질병 때문에 자살을 시도한 사람의 비율이 60세 미만에서는 0.6–4.2%에 불과했던 것이 비해 60세 이상에서는 9.8–26.5%로 가파르게 증가하였다[3]. 암환자의 사망률과 사망원인을 추적한 한 연구에 따르면, 암 진단을 받은 65세 이상 노인에서 해마다 인구 천 명당 0.65–0.69명이 자살로 사망하였으며, 이는 암이 없는 노인 대비 2.7–3.7배 수준이었다[13]. 암뿐만 아니라 심근경색 등의 허혈성 심질환, 치매와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다양한 질환에서 자살률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14]. 주의할 것은 특정 신체질환을 진단받은 지 얼마 안 된 시기일수록 자살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다는 것이다. 반면에 진단 시점으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날수록 자살 위험은 낮아진다[14]. 그러나 질환의 예후가 불량한 경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질환의 중증도가 높은 경우에는 진단 후 시간이 지나더라도 자살 위험이 계속해서 높게 유지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3. 과거 자살시도력

과거 자살시도력은 단일 요인으로서 가장 강력한 자살의 위험인자이다[15].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노인은 매우 적은 빈도의 자살시도만으로 실제 자살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자살시도의 횟수가 적더라도 주의깊게 볼 필요가 있다. 비록 임상가들이 보기에 비교적 치명도가 낮은 방법으로 자해를 했다 하더라도 우선은 자살의 고위험군으로 보고 선제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상당수의 노인들은 자살시도력에 대해 자발적으로 보고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함께 거주하는 보호자나 요양보호사 등 신뢰할만한 정보제공자 면담을 통해 자살시도력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자살시도력을 평가할 때에는 자살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는지, 어떠한 방법으로 시행했는지, 어떤 준비를 하였는지 등을 조사하여야 한다.

4. 사회적 단절

노인 자살에는 다양한 심리사회적 요소가 작용할 수 있으며, 그 중에서도 중요한 것은 사회적 지지체계의 상실이다. 노년기에는 죽음 혹은 심한 질병으로 가족이나 친척, 친구들을 잃어가게 되며, 결과적으로 사회적 네트워크의 크기가 지속해서 작아지게 된다. 다수의 연구들에서 사회적 상호작용의 결여, 고립, 외로움이 고령층에서 중요한 자살 위험요인으로 작용함을 보고하고 있다[16,17]. 배우자나 중요한 관계의 상실, 혹은 인간관계에서의 갈등이 또한 자살 위험을 증가시키며 특히 노년기 남성에서 그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다[18,19]. 자살의 대인관계 이론(interpersonal theory of suicide)은 자살 욕구의 두 가지 핵심 원인으로 좌절된 소속감(thwarted belongingness)과 짐스러움의 인지(perceived burdensomeness)를 제시한다[20]. 좌절된 소속감은 타인과 긍정적이고 배려 깊은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즉 소속되려는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발생하는 고통스러운 심리 상태이다. 짐스러움은 ‘내가 죽는 것이 타인에게 더 이롭다’는 식의 인지적 계산과 부정적인 정서적 가치가 부여된 대인관계를 반영한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사회적 단절(social disconnectedness)에서 비롯된 자살의 정서적·인지적 위험인자이다. 이들 요소가 함께 있을 때에 개인의 자살 욕구는 현저히 증가하게 되며, 자살 실행능력(acquired capability)이 더해질 때에는 실제 치명적인 자살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노인 자살위험성 평가

자살의 예방 전략은 기본적으로 다층적 전략(multi-level strategy)을 따르며, 크게 보편적 예방(universal prevention), 선택적 예방(selective prevention), 표적 예방(indicated prevention)으로 나뉜다[21]. 보편적 예방은 자살 위험 수준과 관계없이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시행되는 전략으로, 대중 매체를 통한 인식 개선, 학교나 직장 내 정신건강 교육, 자살 낙인 해소 캠페인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선택적 예방은 자살 위험요인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지닌 특정 집단, 예를 들어 고령자, 만성질환,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군을 대상으로 하며 이들에게 심리사회적 교육, 접근성 높은 상담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표적 예방은 자살 사고나 자해 등 자살 위험의 직접적인 징후가 관찰되는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집중 개입 전략으로 위기 개입, 집중 사례관리, 단기 정신과적 치료 등 보다 직접적이고 임상적인 접근이 포함된다. 정신건강의학과 뿐 아니라 그 외 다양한 임상 분야의 의사들에게는 선택적 및 표적 예방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자살 고위험군을 찾아 적절한 위기 중재로 연결해주는 게이트키퍼로서의 역할이 요구된다.

1. 선별검사 도구의 활용

일차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요양시설에 입소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여러 분야의 임상가들이 자살위험성 평가를 매순간 면밀히 해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다양한 의료환경 하에서 효율적인 고위험군 선별을 위해서는 선별검사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너무 많은 검사 문항으로 이루어진 도구는 신체질환 및 정신질환의 중증도가 높아 집중력이 저하되어 있거나 학력수준이 낮은 노인에게는 부적합할 수 있다. 본 강좌에서는 많은 선별도구 중에서도 임상가들이 쉽고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두 가지만 소개하고자 한다.

1) 한글판 우울증 선별도구

한글판 우울증 선별도구(Patient Health Questionnaire-9, PHQ-9)는 일차의료에서 우울증 선별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도구 중 하나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의 주요우울장애 진단기준을 반영하고 있다[22]. 주요우울장애의 9개의 증상들에 대하여 최근 2주 간 각 증상의 빈도에 따라 0–3점 사이로 평가하도록 한다. 국내 노인 대상 연구에서 PHQ-9 점수가 5점 이상인 경우 의미있는 수준의 우울증상이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23]. PHQ-9의 마지막 9번 문항에서는 “차라리 죽는 것이 더 낫겠다 생각을 하거나 어떻게 해서든지 자해하려고 한다.”는 자살경향성을 직접 평가하고 있다. 환자의 PHQ-9 총점이 낮다 하더라도 9번 문항에서 1점 이상으로 평가되는 경우 임상가는 환자의 자살위험성에 대하여 세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2) 한글판 자살경향성 간이 평가도구

한글판 자살경향성 간이 평가도구(Mini International Neuropsychiatric Interview [MINI]-Suicidality)는 DSM과 국제질병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ICD)의 정신장애들을 효율적으로 진단하기 위해 개발된 도구이다[24]. 자가보고가 아닌 구조적 진단면담으로 평가하며 15분 이내의 상대적으로 빠른 평가시간 덕분에 여러 임상시험, 역학연구는 물론 다양한 임상현장에서 유용성이 검증된 바 있다. MINI에는 자살경향성(suicidality)만을 독립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6개의 문항이 있으며, 그 중 5개는 최근 1개월간의 수동적·적극적 자살사고, 자살시도에 대하여 묻고 남은 1개는 일생 동안의 자살시도력에 대해 묻는다. 자살의도가 클수록 점수에 가중치를 두며 보통 1–5점은 경도, 6–9점은 보통, 10점 이상은 심각한 자살경향성을 의미한다. 국내 지역사회 노인들 중 MINI로 평가한 자살경향성이 1점 이상인 경우 자살경향성이 없는 경우보다 향후 2년 이내에 자살을 시도할 위험이 약 4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5].

2. 자살위험성 세부 평가

노인의 자살 위험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자살사고의 구조와 자살계획, 과거 시도력 등 여러 차원을 포괄적으로 평가해야 한다[26]. 노인은 표현이 간접적이거나 우회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임상의는 조심스럽고도 명확하게 자살위험성을 탐색하는 접근이 요구된다. 특히 앞서 기술한 선별도구를 활용한 평가에서 경미한 수준의 자살 위험이라도 인지된 경우라면 다음과 같은 세부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1) 자살의도 평가

자살 위험을 평가할 때 우회적인 표현보다는 직접적인 질문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질문의 방식은 환자의 정서 상태를 고려해 조심스럽고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살하고 싶으세요?”와 같은 직설적인 표현보다는 “많이 힘드셨을 것 같네요. 죽고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겠습니다. 자살에 대해 생각해보신 적이 있나요?”와 같은 말이 환자와의 신뢰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자살의도를 확인하는 데 효과적이다.

2) 자살방법 평가

자살의도뿐 아니라, 어떤 방법을 계획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살방법의 치명도(lethality)가 높을수록 위험도는 커진다. 구체적이고 상세한 계획을 갖고 있는 경우 또한 고위험군으로 간주해야 한다. 이때 환자가 생각하는 방법의 ‘효과’에 대한 주관적 기대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 덜 치명적인 방법이라도 환자가 그 방법으로 확실히 죽을 수 있다고 믿는다면 위험도는 높다고 보아야 한다.

3) 자살준비 평가

실제 자살을 실행하기 위한 준비 여부도 중요한 평가 항목이다. 예컨대 수면제나 끈 등을 수집하거나, 자살 장소로 미리 가보는 등의 행동이 해당된다. 자살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시점이나 장소를 계획하고 있는지 여부, 유서나 유언, 소지품 정리 등 신변 정리 행동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4) 과거의 자살시도 평가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과거 자살시도 병력은 현재 자살 위험의 중요한 예측요인이다. 본인의 보고뿐 아니라 보호자의 진술을 통해 정확히 파악해야 하며, 시도 횟수와 시기의 반복 여부도 중요하다. 자해를 포함한 모든 시도 횟수는 기록해야 하며, 사용한 방법과 그 치명도 또한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노인 자살의 위험 징후

노인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조기에 위험 징후를 인식하고 적절한 개입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노인들은 자살에 대한 생각을 명시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우울이나 절망감 또한 신체 증상이나 무기력감 등 비전형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 있어 주의 깊은 평가가 요구된다. 따라서 임상의는 환자 본인과 보호자 양측과의 면담을 통해 다양한 단서를 종합적으로 파악해야 하며, 언어적, 정서적, 행동적 징후들을 체계적으로 관찰해야 한다[27].

우선, 언어적 징후는 자살 위험을 시사하는 가장 명확한 단서 중 하나이다. 환자가 반복적으로 죽음, 자살, 혹은 사후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거나, 자신이 가족에게 짐이 된다고 표현하는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자살한 인물에 대해 언급하거나 자살방법에 대해 질문하는 것, 편지나 노트 등에 죽음과 관련된 내용을 기록하는 것도 위험 징후로 간주된다. 이러한 언어적 표현은 환자의 내면 상태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며, 사소해 보일 수 있는 표현이라도 맥락과 함께 세심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정서적 징후로는 죄책감, 수치심, 외로움, 절망감, 무기력감 등이 두드러질 수 있으며,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평소보다 쉽게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등의 변화도 자주 관찰된다. 흥미 상실이나 대인기피와 같이 일상적 활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현상, 불안 및 초조의 증가 역시 정서적 징후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평소 감정을 잘 표현하던 노인이 멍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거나 감정이 둔해진 모습을 보인다면 이 또한 주의가 필요하다.

행동적 징후는 보다 관찰 가능한 형태로 나타난다. 수면이나 식사 패턴의 변화, 개인 위생에 대한 무관심, 주변 정리와 같은 행동은 자살을 계획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중요한 단서다. 예컨대 수면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거나 줄어들고, 식욕이 급격히 변화하거나 원인 없이 체중 변화가 나타나는 경우 노년기 우울증의 증상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집중력이 저하되고 사소한 결정조차 어려워하는 모습, 업무나 일상 기능의 저하, 외모 관리에 대한 관심 상실 등도 유의해야 할 징후다. 이와 더불어 평소와는 다른 기이한 행동이나 위험하고 충동적인 행동(예: 무모한 운전, 고위험 장소 출입 등)도 유의해서 관찰해야 한다. 자해 행동이나 약물 및 알코올 남용은 자살 행동의 전조가 될 수 있으며, 죽음과 관련된 음악, 영화, 문학작품 등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것도 적극적인 수준의 자살사고가 있음을 암시한다. 인간관계를 갑작스럽게 정리하거나 예전에 갈등이 있었던 이들과 화해하려는 모습, 신변을 정리하고 평소 소중히 여기던 물건을 지인에게 나누어주는 행동도 자살을 앞둔 정서적 정리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유서 작성 혹은 기존 유언장의 수정, 만나지 않던 사람들과의 작별 인사, 약물의 비축 등도 자살을 실행하려는 명백한 준비행동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이처럼 노인 자살의 위험 징후는 다면적이며 자살의도를 직접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임상의는 다양한 단서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종합적으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이상 징후의 감지 후에는 신속한 정신건강의학과 자문이 이뤄지도록 해야 하며, 환자가 자살 위험에 대한 치료적 개입에 거부적이라면 보호자를 통해 설득하는 등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

결론

노인 자살은 단일 요인에 의해 발생하기보다는 우울증, 신체질환, 과거 자살시도력, 사회적 고립과 같은 다양한 위험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결과로 이해되어야 한다. 특히 노년기에는 자살시도 대비 자살률이 현저히 높고 자살 이전에 정신보건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도 낮아 조기 개입의 기회를 놓치기 쉽다. 따라서 자살 고위험 노인을 조기에 선별하고 적절한 개입으로 연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울증 및 자살경향성 평가도구의 적절한 활용과 더불어 임상의가 자살위험성에 대한 세부 평가를 면밀히 수행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언어적·정서적·행동적 징후를 조기에 인식하고 반응할 수 있는 민감성을 갖춘 게이트키퍼로서의 역할이 의료 전반에 요구된다. 자살 예방은 정신건강의학과 영역에만 국한된 과제가 아니며, 다양한 진료과의 의료진과 지역사회 전체가 협력하여 다층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을 실천할 때보다 효과적으로 수행될 수 있다.

Notes

Conflict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Funding

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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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Reviewers’ Commentary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은 2023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40.6명으로, 15–64세 연령대보다 30% 이상 높다. 특히 남성 노인의 자살률은 여성 노인보다 3배 이상 높다. 주요 위험인자로는 우울증, 신체질환, 과거 자살 시도력, 사회적 단절이 있다. 이 글은 초고령사회에서 노인 자살의 현황과 주요 위험 요인을 깊이 다루었다. 또한 노인 자살의 특성과 예방법을 제시하여 임상 현장에서 구체적인 접근 방법을 제공하였다. 한글판 우울증 선별도구, 자살경향성 평가도구 등 정신건강 평가 도구의 활용법과 자살 위험 징후 인식 방안도 함께 제시하였다. 이 강좌는 다양한 임상 분야의 의료인이 자살 예방을 위한 문지기 역할을 수행하는 데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정리: 편집위원회]

Article information Continued

Table 1.

Risk and protective factors of late-life suicide

Risk factor Protective factor
Psychiatric disorders Proper and timely access to health care services for mental and physical health
 • Mood disorders (e.g., depression) Social support
 • Anxiety disorders  • Emotional support
 • Neurocognitive disorders  • Tangible/instrumental support
Recently diagnosed physical illness Strong social network
Social isolation  • Living with spouse/families
Hopelessness  • Frequent social contact with peers
Loneliness/thwarted belongingness Stable interpersonal relationship
Negative life events (e.g., bereavement) High economic status
Previous hospitalization High resilience to stressors
Pover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