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만성 비부비동염(chronic rhinosinusitis, CRS)은 상기도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10% 내외의 유병률을 보이며,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중보건학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환자들은 비폐색, 후각 저하, 비루, 후비루, 안면통 등의 증상으로 인해 삶의 질이 현저히 저하되고, 반복적인 의료 이용으로 사회적·경제적 부담도 크다. 최근에는 CRS가 단순한 감염성 질환이 아니라, 면역학적 기전에 기반한 복합 염증 질환으로 재정의되며, 그 병태생리에 대한 이해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특히 CRS는 비용종 동반 여부에 따라 CRS with nasal polyp (CRSwNP)와 CRS without nasal polyp (CRSsNP)으로 나뉘며, 이들 사이의 임상 양상, 염증 기전, 치료 반응성은 상당히 다르다. 더 나아가 최근에는 T-helper (Th) 세포 유형에 따라 제1형(Th1), 제2형(Th2), 제3형(Th17) 염증으로 분류되는 내재형(endotype) 분류가 주목받고 있으며, 이는 임상 표현형을 넘어 정밀의학적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제2형 염증이 우세한 CRSwNP 환자에서는 호산구성 염증, 인터루킨(interleukin, IL)-4/IL-5/IL-13 사이토카인(cytokine) 활성 증가가 특징적으로 나타나며, 이는 기존 스테로이드 치료에 잘 반응하지만 재발률도 높다.
이러한 질환의 이질성과 복잡성을 반영하듯, 최근 CRS의 치료는 내시경 기반의 정밀 수술, 고도화된 영상 평가 기법, 맞춤형 약물요법, 그리고 생물학적 제제를 포함한 면역조절치료까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수술이나 약물치료의 실패를 단순히 환자의 순응도 문제로 간주하던 경향이 있었으나, 현재는 질병 자체의 병리적 다양성과 면역학적 저항성을 고려한 통합적 치료 전략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난치성 CRS라는 개념도 새롭게 주목받으며, 반복적 재발과 불충분한 치료 반응을 보이는 환자군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이번 특집 호는 이러한 임상 및 과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CRS의 진단 및 치료에 대한 최신 지견을 총체적으로 다룬다. 수술적 치료의 적응증과 최신 술기, 약물 및 생물학적 제제의 적용 기준과 효과, 난치성 환자군에 대한 다학제적 접근 전략까지, 현재 CRS를 진료하는 임상의가 실제 진료현장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는 향후 환자 중심의 맞춤형 치료 전략을 수립하고, 더 나아가 표준화된 국내 치료 가이드라인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특집 논문 소개
이번 특집 호에서는 CRS의 치료에 있어 임상적 의사결정을 돕는 세 가지 축인 수술적 치료, 약물 및 생물학적 치료, 그리고 난치성 질환에 대한 접근을 중심으로 한 세 편의 종설 논문을 수록하였다.
첫 번째 논문인 Jeon [
1]의 “만성 비부비동염의 치료: 수술적 치료를 중심으로”는 기능적 부비동 내시경 수술(endoscopic sinus surgery)의 역사적 배경부터 현재 임상에서의 실제 적용까지 전반을 포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특히 수술의 적응증 설정에 있어 객관적인 지표로서 Sino-Nasal Outcome Test-22 점수와 Lund-Mackay 컴퓨터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점수의 활용이 강조되며, 진단과 수술 시기의 적절성이 환자 예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심층적으로 다룬다. 또한 최근에는 total intravenous anesthesia 기반 마취법, 정위수술기법(navigation system), 리부트 술식(reboot technique), 내시경적 내측 상악절제술 등 최소침습적이고, 맞춤형 접근법이 대두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특히 수술 후 재발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점막 보존 대 제거라는 술기적 딜레마에 대한 최신 논의도 포함하고 있다. 풍선 확장술과 같은 신기술이 일부 환자군에서는 대안이 될 수 있으나, 증상과 해부학적 특성에 따라 수술 범위와 방법을 개별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두 번째 논문인 Park [
2]의 “만성 비부비동염의 치료: 약물치료 및 새로운 치료법을 중심으로”는 약물치료의 최신 근거와 생물학적 제제의 임상 적용 가능성에 대해 방대한 문헌과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 논문은 생리식염수 비강세척, 국소 스테로이드 분무제, 경구 스테로이드, macrolide 계열 항생제, leukotriene 길항제, 박테리아 용해물 등 다양한 약물치료 옵션들의 기전과 적용 사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며, 특히 내재형에 따른 면역 경로 기반의 치료 전략 변화를 강조한다. 최근 허가된 생물학적 제제들인 dupilumab (IL-4/IL-13 경로 차단), omalizumab (IgE 차단), mepolizumab (IL-5 차단)의 임상 효과에 대한 다수의 연구 결과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이들 제제의 적용 대상, 치료 반응 예측 바이오마커, 비용 대비 효과, 보험 적용 현실 등 실제 진료에서 직면하는 이슈들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특히 생물학적 제제의 적용이 수술 빈도를 감소시키고 환자의 삶의 질을 유의미하게 향상시킬 수 있음을 근거 중심으로 입증하고 있으며, 향후 한국형 가이드라인의 정립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세 번째 논문인 Cho [
3]의 “난치성 비부비동염의 치료”는 표준 내과적 및 외과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과 염증이 지속되는 난치성 CRS 환자에 대한 포괄적인 분석을 제공한다. 이 논문에서는 난치성 CRS의 정의, 병태생리, 위험 인자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 핵심으로 천식, 비용종, 제2형 염증(endotype)의 존재가 재발 및 치료 실패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특히 반복 수술의 한계와 수술 후 지속적인 관리 필요성, 생물학적 제제를 이용한 새로운 치료 전략에 대해 상세히 논의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근거가 부족하거나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항진균제, 유산균, 위산 억제제, 한약, 점액 용해제 등의 치료법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있다. 이 논문은 결국 난치성 CRS에서 단일한 치료법보다는 환자 맞춤형 치료 계획 수립과 치료 반응 모니터링, 장기적 관리 전략이 필수적임을 강조하며, 재수술과 생물학적 치료의 적절한 균형점에 대한 임상의의 판단력을 촉구하고 있다.
이상 세 편의 종설은 각기 다른 측면에서 CRS의 병태생리와 치료 전략을 조명하고 있으며, 수술적 치료의 기술적 진보와 내시경 기반 수술의 역할, 정밀의학의 발전에 따른 생물학적 제제의 등장, 그리고 치료 저항성을 보이는 환자에 대한 실제적인 임상 접근까지를 포괄하고 있어, 현장에서 CRS를 진료하는 모든 의료진에게 유익한 통찰을 제공한다.
논의
이번 특집 호에서 다룬 세 편의 종설은 CRS에 대한 치료 접근법이 단편적이거나 획일적인 것이 아닌, 염증 기전, 동반 질환, 병기 및 치료 반응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개인 맞춤형 치료 전략이 필수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수술적 측면에서는 부비동 내시경 수술이 여전히 치료 실패 환자에서 가장 효과적인 개입 방법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최근에는 수술 범위의 세분화, 마취 전략의 개선, 정위수술시스템의 도입 등으로 수술의 안전성과 효과가 크게 향상되고 있다. 비용종이나 해부학적 기형이 있는 환자에서는 리부트 술식이나 내시경적 내측 상악절제술 등 보다 공격적인 수술기법이 적용 가능하며, 이는 재발률 감소와 장기적인 증상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한편, CRS의 병태생리에 대한 이해가 확장됨에 따라 면역학적 내재형에 기반한 약물치료와 생물학적 제제의 선택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제2형 염증(type 2 inflammation)을 특징으로 하는 CRSwNP 환자에서 생물학적 제제는 기존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실제 임상에서도 수술 빈도 감소와 후각 기능 회복, 삶의 질 향상 등의 긍정적인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그러나 생물학적 제제는 고비용 구조와 제한적인 보험 적용, 적절한 치료 지속 기간 및 전환 기준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따라서 향후에는 예측 바이오마커 개발을 통한 환자 선별 전략, 국내 실제 진료 환경에 맞춘 가이드라인 수립, 건강보험 적용 기준의 명확화, 경제성 평가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난치성 CRS에 대한 치료 전략은 더욱 정밀한 진단 체계와 장기적인 관리 계획 수립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천식, 비용종, 제2형 염증 등은 모두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며, 단일 치료보다는 복합요법(multimodal therapy)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반복 수술을 피하기 위해서는 수술 후 적극적인 약물치료와 염증 조절, 정기적인 내시경 추적 관찰 및 환자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다학제적 접근(multidisciplinary approach)은 CRS의 복잡한 병태생리와 치료 전략을 환자 맞춤형으로 통합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이비인후과, 알레르기내과, 호흡기내과, 영상의학과, 면역학 전문가 간의 유기적인 협력이 요구된다.
결론
CRS는 다양한 임상 표현형과 면역학적 내재형을 가진 복합적인 염증성 질환으로, 그 치료 역시 단순한 약물이나 수술에 의존하기보다는 환자 개별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본 특집호에 수록된 세 편의 종설은 수술적 치료의 적응증 설정과 술기적 발전, 약물 및 생물학적 치료의 최신 근거, 그리고 난치성 질환에 대한 전략적 대응 방안을 체계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임상 현장에서의 실제적 활용 가능성을 높였다. 특히 최근 도입된 생물학적 제제는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고위험군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정밀의학적 접근은 앞으로 CRS 치료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CRS의 진단과 치료는 질환의 이질성과 환자별 반응성을 고려한 통합적 전략에 기반해야 하며, 수술, 약물, 면역 조절 치료의 유기적 결합과 다학제적 협력이 향후 치료 성과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