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심혈관 질환 및 뇌혈관 질환의 발생률 증가와 인구 고령화 추세에 따라 항혈소판제 및 항응고제를 포함한 항혈전제 사용이 보편화되고 있다. 이러한 임상적 배경 하에, 항혈전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내시경 시술을 받는 경우, 시술 중 또는 시술 후 발생할 수 있는 출혈 위험과 항혈전제 중단으로 인한 혈전색전증 발생 위험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특히, 내시경 시술의 범위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점막하박리술(endoscopic submucosal dissection), 내시경 유두 절개술(endoscopic sphincterectomy) 등 출혈 위험이 높은 시술이 증가하면서, 항혈전제 복용 환자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내시경 시술을 위한 약물 관리 전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를 중심으로 국제소화기내시경네트워크(International Digestive Endoscopy Network)의 국제 전문가들, 순환기내과, 신경과 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하여 내시경 시술시 항혈전제 복용과 관련한 지침을 마련한 바 있다[
1]. 이 논문에서는 이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항혈전제 복용 환자에서 내시경 시술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최적의 치료 결과를 얻기 위한 실질적인 관리 전략을 제시하고자 한다. 특히, 항혈전제 중단 후 혈전색전증 발생 위험도 평가 및 시술 시기 결정에 대한 최신 정보를 공유하고, 임상 현장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혈전색전증의 발생 위험과 항혈전제
주요 심혈관계부작용의 혈전색전증의 위험성은 과거력(급성관상동맥증후군과 스텐트혈전의 과거력) 및 심부전(좌심실구혈률<35%), 신부전과 당뇨와 같은 기저질환의 위험인자와 관련성이 있었다[
2]. 혈전증의 위험성 때문에 통상적으로 약물방출 스텐트를 삽입한 뒤 6개월 동안, 금속 스텐트를 삽입한 뒤 30일 동안에는 수술을 연기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3]. 한편 유럽에서는 삽입된 스텐트 종류에 상관 없이 스텐트 삽입 후 4주 동안은 수술을 미룰 것을 권고하고 있다[
4]. 또한 스텐트 삽입 후 4주–6개월 사이에 수술이 계획되었다면 가능한 12개월까지 연기하되, 환자에 따른 수술의 위험성과 이득을 고려한 뒤 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4].
항혈전제를 중단시에도 혈전증 발생의 위험이 낮은 경우, 고위험 시술 전 5–7일 전 P2Y12 수용체 억제제 복용은 중단하되, 아스피린(aspirin)은 계속 복용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항혈전제를 중단함으로써 발생할 혈전증의 위험이 중증도 이상으로 높은 경우 혈전증의 위험이 낮아질 때까지 시술을 연기하고, 혈전증의 위험이 높은 경우에는 특별한 조건 없이 시술을 연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2].
항혈소판제는 혈전 생성의 첫 번째 단계에서 혈소판이 응집되는 것을 막아서 혈전 생성을 억제한다. 동맥경화반의 파열에 의해 주로 발생하는 급성심근경색증과 허혈성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하여 사용한다. 임상에서 사용되는 대표적인 항혈소판제로는 아스피린, P2Y12 수용체 억제제(클로피도그렐[clopidogrel], 티카그렐로[ticagrelor], 프라수그렐[prasugrel]) 등이 있으며, 아스피린은 혈소판의 혈액 응고 기능을 억제하고, P2Y12 수용체 억제제는 아데노신 이인산(adenosine disphophate) 수용체에 결합하여 혈소판 응집을 억제한다. 이중항혈소판제의 사용은 심장 스텐트 삽입 후 6–12개월 동안 지속되며, 이후 아스피린과 같은 단독항혈소판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클로피도그렐 단독 요법은 증상이 있는 말초혈관 질환이 있는 경우 권고되고 있으며, 허혈성 뇌혈관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사용되고 있다.
항응고제는 혈액 응고 과정을 억제하여 혈전 형성을 막는 약물로 비타민 K 길항제(와파린[warfarin]) 및 직접경구항응고제(direct oral anticoagulant, DOAC: 아픽사반, 다비가트란, 에독사반, 리바록사반)이 있다. DOAC은 쓰롬빈(다비가트란) 및 인자 Xa (리바록사반, 아픽사반 및 에독사반)의 억제제로 와파린과 달리 작용 시간이 빨라, 투여 후 3시간 이내에 항응고 활성도를 보인다[
5].
출혈의 위험이 낮은 내시경 시술
출혈의 위험이 낮은 내시경 시술에는 조직검사를 포함하는 진단 내시경, 1 cm 이하 대장 폴립에 대한 저온 올가미 용종절제술(cold snare polypectomy), 세침 흡인이나 생검을 하지 않는 내시경초음파검사, 스텐트 삽입을 동반한 내시경 역행성 췌담관 조영술(endoscopic retrograde cholangiopancreatography), 괄약근 절개술 없이 유두부 풍선 확장술, 진단적 목적의 소장내시경, 캡슐 내시경, 식도, 위, 장관 및 대장 스텐트 삽입술이 포함된다.
이와 같은 출혈의 위험이 낮은 내시경 시술에서는 항혈소판제 사용에 따른 출혈의 위험은 1% 이하로 보고되고 있다[
6–
10]. 따라서 단독 아스피린을 복용하거나 단독 P2Y12 수용체 억제제를 복용하는 환자에서 중단하지 않는 것을 권고한다.
그러나 관상동맥 스텐트를 가지고 있는 이중항혈소판제를 복용중인 환자에서 이중항혈소판제를 중단한다면 스텐트 혈전증의 발생 위험은 커지게 되며, 약 40% 환자에서 급성심근경색이나 사망에 놓이게 된다[
5]. 따라서 이중항혈소판제(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를 복용하는 환자에서 출혈 위험이 낮은 내시경 시술을 시행하는 경우, 이중항혈소판제를 계속 사용하며 내시경 시술을 한다.
또한 출혈 위험이 낮은 내시경 시술을 시행하는 경우, 항혈전제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혈전색전증의 발생을 높였다[
11]. 따라서 혈전색전증 합병증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가능한 와파린을 중단하지 않고 내시경 시술을 한다.
DOAC의 경우, 작용 시간이 빨라 투여 후 3시간 이내에 항응고 활성도를 보이므로[
5], 출혈 위험이 낮은 내시경 시술을 시행하는 경우, 당일 아침 DOAC 복용을 생략하도록 한다. 다만, 재시작 시점과 관련해서는 당일 복용 재시작군과 투약 시점을 늦게 시작한 군간의 지연 출혈 발생률에 차이는 없었으므로[
12], 시술 후 최대한 빨리 재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
출혈의 위험이 높은 내시경 시술
출혈의 위험이 높은 내시경 시술에는 용종절제술, 세침 흡인 또는 생검을 동반한 내시경초음파검사, 괄약근절개술을 동반한 내시경 역행성 췌담관 조영술, 협착부 확장술, 경피적 내시경적 위루술(percutaneous endoscopic gastrostomy) 또는 공장루술(jejunostomy), 정맥류 결찰(band ligation) 및 경화요법(sclerotheraphy)이 있으며, 특히 내시경점막하박리술, 2 cm 이상 크기의 폴립에 대한 내시경점막절제술, 내시경유두절제술(endoscopic papillectomy)은 출혈 위험이 매우 높은 내시경 시술로 분류하기도 한다[
5,
13–
17].
혈전의 위험도가 낮은 환자인 경우, 출혈의 위험이 높은 시술 전 단독 아스피린은 중단하는 것을 고려한다.
이중항혈소판제를 복용하는 환자에서는, 시술 중 아스피린은 유지하고, P2Y12 수용체 억제제(클로피도그렐과 티카그렐로 5일 전, 프라수그렐 7일 전)는 5–7일간 중단하는 것을 권고한다. 또한 시술 후 충분히 지혈이 이루어진 뒤, P2Y12 수용체 억제제의 재투약을 고려해야 한다. 재투약 시점은 P2Y12 수용체 억제제의 작용 시작 시간과 약효, 내시경 시술 후의 출혈 위험성 및 2차 심혈관 질환의 발생 가능성을 고려하여 결정하도록 한다.
와파린을 복용하는 경우, 3–5일 전 와파린은 중단하고, 헤파린(heparin) 가교요법을 통해 혈전색전증의 위험을 줄여야 한다. 또한 시술 후 충분히 지혈이 이루어진 뒤, 가능한 바로 와파린 재투약해야 한다.
DOAC의 반감기는 약 12시간으로 48시간 후에는 DOAC이 거의 검출되지 않는다. 따라서 출혈의 위험이 높은 내시경 시술 전에 DOAC을 48시간 이상 중단하는 것은 시술 후 출혈을 낮출 수 있다. 또한 DOAC이 빠른 작용 시간을 갖기 때문에 중단에 따른 헤파린 가교요법을 권고하지 않는다. 시술 후 충분히 지혈이 이루어진 뒤 2–3일 이내에 DOAC을 재투약한다.
결론
항혈전제 복용 환자가 내시경 시술을 고려할 때는 출혈과 혈전색전증 발생 위험을 모두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따라서 시술 전 환자의 기저 질환, 혈전색전증 위험도, 복용 중인 항혈전제의 종류 및 용량, 그리고 시행될 내시경 시술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개별 환자에게 최적화된 관리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약제 중단 및 재투약의 결정은 환자의 다양한 임상상황을 확인하고 통찰하기 위해 반드시 순환기내과, 신경과와의 다학제적 협력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논문의 내용이 임상 의사들이 항혈전제 복용 환자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내시경 시술을 제공하는 데 유용한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