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슬관절염 치료에서 환자중심성 강화를 위한 공유의사결정의 현황과 전망
Current status and prospects of shared decision-making for severe knee osteoarthritis in Korea: a narrative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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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Purpose
The treatment of severe knee osteoarthritis (KOA) represents a preference-sensitive decision in which the traditional informed consent model is insufficient, particularly within South Korea’s time-constrained clinical setting. This review examines the current status of shared decision-making (SDM) and proposes a strategic framework for a Korean-specific model to strengthen patient-centered care.
Current Concepts
Globally, SDM has been incorporated into healthcare policy and is clinically demonstrated to enhance patient quality of life, satisfaction, and functional outcomes while reducing decision regret. Patient decision aids (PtDAs) are essential evidence-based tools for implementation. A key advancement is the Korean Shared Decision-Making Model for Severe KOA (K-SDM-KOA), which follows a 5-step process and incorporates a pre-consultation web-based PtDA designed to empower patients and optimize limited clinician–patient interaction.
Discussion and Conclusion
Substantial barriers to SDM adoption in Korea remain, including the absence of reimbursement mechanisms, the persistence of a traditionally paternalistic medical culture, and limited clinician training. Addressing these obstacles requires a multi-pronged approach: clinically validating culturally adapted models such as the K-SDM-KOA, integrating SDM training into medical education, establishing reimbursement policies, and applying technologies such as artificial intelligence to create personalized PtDAs. Embedding SDM into clinical practice for severe KOA would mark a paradigm shift from information delivery to genuine partnership, ultimately improving health outcomes and achieving truly patient-centered care.
서론: 중증 슬관절염 치료에서 공유의사결정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1. 배경
중증 슬관절 골관절염(knee osteoarthritis, KOA)은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단일 치료법이 존재하지 않는 선호 민감성(preference-sensitive) 질환이며, 치료과정에서 공유의사결정(shared decision-making, SDM)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술적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 사이의 선택은 환자 개인의 가치관, 생활 방식, 그리고 각 치료법의 위험과 이득에 대한 수용에 따라 달라진다. 의사의 권고를 환자가 수동적으로 따르는 기존의 고지된 동의(informed consent) 모형은 환자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치료 만족도를 높이기에 충분하지 않다. 반면, 공유 의사결정은 환자가 치료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여 개인의 선호도와 생활 환경에 부합하는 치료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
2. 고령화 사회에서 슬관절 골관절염 부담의 증가
한국 사회는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있으며, 이는 퇴행성 질환의 유병률 증가와 그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의 증가라는 중대한 보건학적 과제를 제기한다[1]. 그 중에서도 슬관절염은 2019년 기준 약 400만 명의 환자가 있고,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48%에서 방사선학적 소견이 관찰될 정도로 매우 흔한 질환이다[2,3]. 이로 인한 통증과 기능 제한은 환자 개인의 삶의 질을 저하할 뿐 아니라, 직접적인 의료비용과 생산성 손실 등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유발하며 국가적 차원의 보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4].
3. 새로운 의사결정 패러다임의 필요성
특히 중증 슬관절염의 치료는 그 선택 과정의 복잡성으로 인해 전형적인 치료 가이드라인이 없어 새로운 의사결정방법을 필요로 한다[5–9]. 슬관절염의 치료법은 크게 약물치료, 주사 요법, 물리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와 절골술, 인공관절부분치환술(unicompartmental knee arthroplasty), 인공관절전치환술(total knee arthroplasty)과 같은 수술적 치료로 나뉜다[10]. 인공관절전치환술과 같은 수술은 통증 완화와 기능 개선에 효과적일 수 있지만, 수술 자체에 내재된 감염, 혈전증, 마취 관련 합병증 등의 위험을 동반한다[11]. 또한, 수술 후에는 상당 기간의 재활이 필요하며, 인공관절과 같은 수술의 수명이 영구적이지 않아 향후 재수술의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12]. 반면, 비수술적 치료는 상대적으로 안전하지만 증상 완화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일시적일 수 있다[13].
그러므로 슬관절염 치료법 결정은 선호 민감성이 높은 결정이라고 불리는데, 의학적으로 어느 한 가지 치료법이 모든 환자에게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말할 수 없는, 즉 ‘정답이 없는’ 결정이기 때문이다[10,14]. 최적의 치료법 선택은 질병의 상태뿐 아니라, 환자가 각 치료 결과에 부여하는 가치, 예를 들어 ‘수술을 통한 확실한 통증 해결’과 ‘수술 위험 및 회복 기간의 회피’ 중 무엇에 더 가치를 두는지에 따라 달라진다[15,16]. 환자의 활동 수준, 직업, 가족의 지지, 경제적 여건 등 개인의 삶의 맥락이 치료법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17,18].
4. 기존 고지된 동의 모델의 한계
이러한 선호 민감성이 높은 상황에서 전통적인 고지된 동의 모델은 명백한 한계를 드러낸다[19]. 고지된 동의는 의사가 치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환자가 이에 서명하는 윤리적∙법적 절차이지만, 이것이 곧 환자의 실질적 이해와 능동적 참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20]. 환자는 복잡한 의학 용어와 통계적 위험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고(lack of comprehension), 의사와 환자 간에 존재하는 정보와 권력의 비대칭(power dynamics)으로 인해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의사의 권고를 수동적으로 따르는 경향이 있다[19,21]. 이러한 경향은 권위주의적 의료 문화가 남아있고, ‘3분 진료’로 상징되는 짧은 진료 시간이 고착화된 한국의 의료 현실에서 더욱 심화될 수 있다[22,23]. 환자의 의료 문화에서는 환자가 질문하기를 주저하고 의사의 결정에 의존하게 되며,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 받고, 치료 결과에 대한 불만족이나 후회하게 되는 잠재적 위험을 내포한다.
따라서 고지된 동의의 형식적 절차를 넘어, 환자를 의사결정의 중심에 두는 새로운 패러다임, 즉 SDM의 도입이 절실히 요구된다.
5. 목적
이 논문은 중증 슬관절염 치료 과정에서 SDM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국내 의료 현실에 맞는 효과적인 SDM 모델의 정착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1) 국회의 SDM 관련 정책 및 임상 적용 사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2) SDM의 핵심 요소인 의사결정 지원도구(patient decision aids, PtDA)의 발전 현황과 효과를 분석하며, (3) 이를 바탕으로 한국형 SDM 모델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해결해야 할 임상적, 정책적, 기술적 과제들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연구방법
이 논문은 서사적 고찰(narrative review)로, 중증 슬관절염 치료 과정에서의 SDM과 관련된 주요 문헌을 포괄적으로 검토하였다. 문헌 검색은 PubMed, Google Scholar, Scopus의 주요 학술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였으며, ‘knee osteoarthritis’, ‘shared decision-making’, ‘patient decision aids’, ‘preference-sensitive care’ 등의 핵심 검색어를 조합하여 2003년부터 2025년까지 발표된 문헌을 중심으로 하였다.
선정 기준은 (1) 슬관절염 관련 SDM 모델 및 정책, (2) PtDA의 개발 및 효과 평가 연구, (3) SDM의 임상 적용 및 장애요인에 관한 주요 종설, 임상시험, 가이드라인을 포함하여 주제에 대한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분석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중증 슬관절염 공유의사결정에 대한 정책과 모형의 발달
SDM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슬관절염을 포함한 정형외과 분야에서도 여러 정책이 제기되었고, 임상 현장에 적용한 연구가 수행되었다.
1. 슬관절염에서 공유의사결정에 대한 정책 도입
1) 영국
영국은 SDM을 좋은 의료의 핵심적 특징으로 간주하고, National Health Service 헌장(constitution) 원칙(principle) 4조에 “환자는, 필요할 경우 가족 및 간병인과 함께, 자신의 진료 및 치료와 관련된 모든 결정에 참여하고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24]. 이에 따라 영국 국립보건의료수월성연구소(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는 가이드라인 위원회에 SDM을 촉진하고 의료 현장에 적용하는 방법에 대한 지침을 요청하여 진료지침에 SDM이 포함되었다. 특히, 정형외과 분야에서는 무릎, 고관절, 어깨의 인공관절치환술에서 SDM을 적용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과 환자의 가치를 탐색하는 방법을 포함하여 가이드라인이 제작되었다. 인공관절치환술 가이드라인에는 치료방법에 대해 인공관절치환술 이외의 치료방법, 인공관절치환술의 잠재적 이점과 위험, 추가 수술의 필요가능성, 마취와 통증에 대한 설명, 인공관절치환술 이외의 치료방법의 잠재적 이점과 위험을 함께 설명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24].
2) 독일
독일 역시 SDM을 환자 중심 의료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라고 간주하고, 환자의 자율적 선택권을 명시한 법적 근거(Bürgerliches Gesetzbuch, 630e조)에 따라 SDM에 대한 정책을 도입하였다. 이에 따라 혁신기금((innovationsfonds)을 조성하여 SDM 프로젝트에 집중 지원하였으며, Schleswig-Holstein 대학병원(UKSH)에서 추진한 ‘Share to Care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프로젝트이다. UKSH은 병원 차원의 전사적으로 SDM을 구현하였으며, 의사, 간호사, 환자, 심리학자, 연구진이 함께 80여 개의 PtDA를 개발하여 환자 및 의료진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였다. 병원의 킬(Kiel) 지역에서 실시한 이후 타 지역으로 확산하여 실시하고 있다. Share to Care 프로그램에는 슬관절염을 포함한 정형외과 분야의 SDM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독일에서는 EDELL 프로젝트에서는 SDM을 체계적으로 반영하기 위하여 시범적으로 12–15개 진료지침에 SDM 요소를 적용하였다. 국가의 환자 중심 의료 및 환자의 참여를 확대하는 정책을 구현하기 이해 SDM이 확산되고 있으며, 슬관절염을 포함한 정형외과 분야에서도 활발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어 우리 나라에서도 면밀한 검토를 통해 도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2. 슬관절염 공유의사결정 모형
SDM 모형은 국가별, 임상과별, 질환별로 다양하게 개발되었다. 이 중 슬관절염을 비롯한 정형외과 분야에서 활용된 SDM 모형으로 3 talk 모형이 있다.
1) 3 talk 모형
이를 개발한 Elwyn 등[25]의 연구팀은 3 talk 모형에 기반한 Option Grid를 활용하여 SDM을 실시하고, 효과를 측정하는 stepped-wedge 임상 중재 연구를 실시하였다. 중재 방식은 물리치료사가 먼저 환자 교육을 실시하고, 무릎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상담하였다. 그 결과 관찰자의 의사결정에 대한 평가 점수인 Observer Option과 환자의 지식 점수가 높아졌으며, 진료 시간에는 변화가 없었다.
2) 4단계 SDM 모형
3 talk 모형을 발전시킨 4단계 SDM 모형도 정형외과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소아정형 분야 무릎 악성 골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한 SDM 연구에서도 소아청소년 환자와 의사의 SDM을 위해 Stiggelbout의 4단계 모형을 바탕으로 PtDA, 프로토콜 등을 개발한 사례를 보고하였다[26]. 이들은 4단계 모형을 임상 현장에 맞게끔 조절하여 프로토콜을 만들었으며, 환자의 의사결정 참여를 높이고, 의사결정에 대한 후회를 줄였다고 보고하였다.
3) SHARE 접근법
미국 SHARE 접근법은 SDM을 실제 임상 진료에 효과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보건의료연구품질청(Agency for Healthcare Research and Quality, AHRQ)에서 개발한 실행 모델이다. 이 접근법은 Elwyn의 3 talk 모델이나 Stiggelbout의 4단계 모델과 같이 임상 현장에서 활용하기 쉽게 구성된 것이 특징적이다. AHRQ 지원금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연구에서는 SHARE 모형을 2개 병원에 적용하여 임상 효과를 확인하고, patient-reported outcome (PRO) 자료를 수집하여, 머신러닝 기반 예측 분석 도구를 개발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27]. 20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PRO 자료와 인터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예측 모형과 SDM의 적용으로 개인화(personalized) 수준을 높일 수 있었다.
중증 슬관절염 공유의사결정을 위한 의사결정 지원도구
PtDA는 SDM을 촉진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핵심적인 요소이다. PtDA는 특정 치료나 검사에 대해 환자가 정보에 입각한, 가치 부합적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고안된 증거 기반의 자료(책자, 비디오, 웹/앱 프로그램 등)를 통칭한다[28]. PtDA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환자가 내려야 할 결정을 명확히 하고, 선택 가능한 모든 옵션의 장단점과 위험 및 이득을 개관적이고 균형 잡힌 방식으로 제시하며, 환자가 각 결과에 대해 자신이 부여하는 가치를 명료화하도록 돕는 체계적인 과정을 포함한다[29].
1. 환자 의사결정 지원도구의 효과에 대한 근거
PtDA의 임상적 효과는 수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 209개의 무작위 대조연구(참여자 3만 명 이상)를 종합 분석한 Cochrane 체계적 문헌고찰에 따르면, PtDA를 사용한 환자들은 일반적인 진료를 받은 환자들에 비해 다음과 같은 뚜렷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30]. (1) 지식 수준 향상: 질병과 치료 옵션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다(높은 근거 수준); (2) 정확한 위험 인식: 치료의 잠재적 이득과 위험을 더 정확하게 예측한다(중간 근거 수준); (3) 적극적 참여: 의사결정 과정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중간 근거 수준); (4) 가치 부합 결정: 자신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5) 의사결정 갈등 감소: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에 대한 불확실성과 갈들이 줄어든다.
이러한 효과는 PtDA가 의사와 환자 사이에 존재하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하는 강력한 도구임을 시사한다. 특히 진료 전에 환자에게 PtDA를 제공하는 전략은 한국의 ‘3분 진료’ 환경에서 SDM을 실현하기 위한 매우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31].
2. 환자 의사결정 지원도구의 국제 표준과 차세대 모델
물론 모든 PtDA가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양질의 PtDA를 개발하고 평가하기 위해 국제 환경 의사결정 지원도구 표준(International Patient Decision Aid Standards, IPDAS) 협의체는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32,33]. IPDAS 체크리스트는 결정, 옵션, 장단점 등을 명시하였는지 확인하는 자격 기준(qualifying), 정보의 균형성, 근거 출처, 개발 자금 출처 등 투명하게 공개하는 인증 기준(certification), 이해하기 쉬운 언어를 사용하고, 최신 의학정보로 업데이트 되었는지 확인하는 품질 기준(quality)를 포함하여 PtDA의 질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기준에 맞춰 개발된 다양한 슬관절염 PtDA가 이미 활용되고 있다. 미국의 Healthwise에서 개발한 웹 기반 PtDA는 수술과 비수술 옵션의 정보를 비교하고, 환자가 회복 시간, 통증 완화 등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를 체크하고 우선순위를 매기도록 돕는 상호작용형 도구이다[34,35]. 한 걸음 더 나아가, WiserCare와 같은 차세대 PtDA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과 머신러닝 기술을 접목했다. 이 도구는 환자 개개인의 임상 데이터, 건강 상태, 선호도 등을 입력 받아, 해당 환자가 수술을 받았을 때와 받지 않았을 때의 기능 점수 변화나 통증 감소 정도를 개인 맞춤형으로 예측하여 제시한다[36]. 이는 환자가 막연한 평균값이 아닌, ‘나에게 일어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결과’를 바탕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 SDM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미래 방향을 제시한다.
3. 한국형 환자 의사결정 지원도구 개발 원칙
아직 국내에서는 한국의 의료 환경과 환자의 문화적 특성, 의료 문해력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한국형 슬관절염 PtDA 개발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특히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나 가족 및 지인도 치료방법 의사결정에 참여한다는 점, 환자의 디지털 기기 사용 능력과 슬관절염에 대한 정보 획득에 있어 개인차가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형 슬관절염 PtDA 개발에 있어 네 가지 유의해야 할 원칙이 있다.
1) 진료 전 검토 지원
의사결정에 대한 진료면담 이전에 환자 스스로, 가족 및 지인과 함께 치료방법 옵션의 잠재적 이점과 위험을 검토할 수 있도록 치료방법 옵션에 대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
2) 환자의 사전 준비 촉진
환자가 의사를 만나기 전에 질문할 내용을 정리하는 등 의사결정을 위한 준비를 돕는 기능이 있어야 한다.
3) 다양한 형식의 교육자료 제공
치료방법 옵션이나 기저질환과 치료방법의 관계 등 이해도의 개인차가 크므로 이해를 돕기 위한 인포그래픽, 짧은 동영상, 음성 지원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자료를 포괄적으로 개발하고 제공해야 한다.
4) 환자 선호도 파악
짧은 진료 시간에 불구하고 환자의 선호를 확인하기 위하여 의사결정에 대한 참여정도 선호, 치료에 대한 기대수준, 가장 우려하는 위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점 등에 대한 내용을 미리 생각해보고 선호에 대한 환자의 입력 내용을 의사와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이 요구된다.
한국형 슬관절염 공유의사결정 모형 및 의사결정 지원도구 개발
한국의 슬관절염 대상 SDM 모형(Korean Shared Decision-Making Model for Severe Knee Osteoarthritis, K-SDM-KOA) 연구에서는 5단계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Figure 1). 해외 SDM 모형과 PtDA 사례는 서구의 의료 환경에 부합하도록 개발되었다.
Overview of the Korean Shared Decision-Making Model for Severe Knee Osteoarthritis. Steps 1 to 3 occur before the clinic visit: patients use a web-based decision aid, clarify their values and preferences through an electronic checklist, and review educational materials accompanied by an individualized risk-benefit estimate. Steps 4 and 5 unfold during the consultation, where the patient and clinician collaboratively discuss the previously identified preferences and sensitivities. SDM, shared decision-making.
1. K-SDM-KOA의 5단계 모델
K-SDM-KOA 연구에서 개발한 5단계 모델은 이러한 국제적 모델들을 한국의 특수한 의료 상황에 맞게 변형하고 고도화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진료실에서 이루어지는 환자와 의사의 커뮤니케이션을 분석하고, 슬관절염 환자와 의사의 가치 특성을 조사하였으며, 국내 의료 시스템과 진료 환경을 고려하였다.
1) 선택(Choice talk)
그 결과, 진료실에 들어오기 전에 환자가 웹 기반 도구를 통해 SDM이 무엇인지, 환자의 참여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지를 확인한다(1단계, Choice).
2) 선호도 및 가치 확인(Preference & value)
자신의 가치와 선호를 미리 생각해보고 입력하며(2단계, preference & value), 치료방법의 잠재적 이점과 위험이 무엇인지를 확인한다.
3) 선택지 탐색(Option talk)
의사에게 물어볼 내용을 정리하는(3단계, option) 절차는 주목할 만하다.
4) 선호도 및 민감도 평가(Preference & sensitivity)
1–3단계 절차를 통해 SDM 준비도를 높인 후 이미 입력한 환자의 선호를 진료실에서 환자와 의사가 함께 논의한다(4단계, preference & sensitivity).
5) 최종 의사결정
의사결정하거나 다음 진료로 결정을 넘기는(5단계, decision) 절차적 모형을 상정하였다.
5단계 절차 모형을 원활하게 임상환경에서 적용하고자 웹 기반 PtDA를 개발하였다. 이는 짧은 진료 시간이라는 국내 진료 환경의 한계를 극복하고, 가족이나 지인 등과 함께 논의하여 의사결정하는 문화를 반영하기 위한 대안으로 도출되었다. 환자가 의사결정에 참여(engagement)해야 함을 인식하고, 의료진이 제공한 정보를 사전에 충분히 습득하며, 가족이나 지인과 함께 논의하여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짐으로써, 제한된 진료 시간을 정보 전달이 아닌 환자의 가치와 선호에 대한 깊이 있는 소통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모델의 번역을 넘어, 한국의 의료 문화와 시스템에 최적화된 문화적 적용(cultural adaptation)의 성공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슬관절염 공유의사결정의 임상 현장 적용 및 효과 평가
슬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SDM 과정을 적용하고, 효과를 평가한 연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Table 1) [36–41].
1. 임상 연구를 통한 근거
슬관절염에 대한 SDM을 무작위 대조연구 방식으로 효과 평가한 연구는 2013년부터 찾을 수 있다. 연구팀은 고관절과 무릎 관절염 환자 123명을 대상으로 SDM을 적용하는 집단과 전통적인 방법의 집단으로 무작위 배정하였다[42]. SDM을 적용하는 집단의 환자는 비디오 자료와 안내책자(booklet)를 받았으며, 건강 코치와 함께 여러 치료방법을 읽고, 의사에게 질문할 내용을 정리하였다. 그 결과, SDM 집단이 통제 집단에 비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의사결정했다고 응답하였고, 의사결정에 대해 더 높은 자신감을 보였다. 수술을 선택하는 비율은 두 집단 간에 차이가 없었으나 SDM 집단이 통제 집단에 비해 치료와 관련된 적절한 질문을 하며,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DECIDE-OA’라 명명한 프로젝트에서도 무작위 대조연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SDM 과정을 통해 정보에 입각한 환자 중심(informed patient-centered) 결정을 내린 슬관절염 환자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6개월 후 삶의 질 지수(EuroQol-5 Dimension)가 유의미하게 더 높았고, 무릎 기능 점수(knee injury and osteoarthritis outcome score) 개선, 통증 완화 효과, 치료 만족도 역시 더 높게 나타났다[37]. 반면, 의사결정에 대한 후회(decision regret)는 더 낮았다[37]. 이는 SDM이 환자의 가치에 부합하는 치료 선택을 유도함으로써 시작된다.
2. SDM의 치료 결과 개선 효과
자신의 가치에 맞는 치료를 선택한 환자는 치료 과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고(치료 순응도 향상), 치료 결과에 대한 기대가 현실적으로 조절되며, 최종 결과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37,43].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결국 더 나은 임상 결과를 야기한다.
따라서 SDM은 정형외과 의사에게 더 나은 치료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핵심적인 임상 실무 역량으로 간주할 필요가 있으며, SDM을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수행 중인 K-SDM-KOA 개발 및 실증 연구에서도 정형외과 의사가 SDM을 적용할 수 있도록 역량 개발을 위한 교육 등 다양한 시도를 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SDM 기반의 진료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환자의 심리적 요인에 미치는 영향과 의사결정의 질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 의료 현장에서 공유의사결정의 한계
중증 슬관절염과 같은 만성질환 관리에서 SDM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확산되고 있으나, 한국 의료 현장에서의 실제 적용은 여전히 많은 장벽에 부딪히고 있다. 국내 연구에 따르면, 많은 의사들이 SDM을 실행하고 있다고 인식하지만, 그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고 느끼는 비율이 높으며, SDM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경험은 매우 드물다[31]. 이러한 괴리는 SDM 정착을 가로막는 복합적인 장애물에서 기인한다. 주요 장애물은 아래와 같이 요약할 수 있다[44].
1. 제도적 측면
SDM 수행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에 대한 적절한 건강보험 수가 보상이 부재하며, 현실적으로 진료 시간이 너무 짧다는 문제가 있다.
2. 조직적, 문화적 측면
의사 중심의 수직적 의료 문화와 환자의 소극적 태도가 존재하고, SDM 실행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병원 내 인프라 및 인력도 부족하다[45].
3. 개인적 측면
임상의의 SDM 관련 지식 및 의사소통 기술 부족한 경우도 주요 장애물로 작용한다.
결론: 중증 슬관절염에서 한국형 공유의사결정의 활용 전망과 발전 방향
1. 중증 슬관절 골관절염에서 한국형 공유의사결정의 전망과 발전 방향
이 논문은 중증 슬관절염 치료에서 환자중심성을 강화하기 위한 SDM의 국내외 현황을 분석하고, 한국형 모델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고찰 결과, SDM은 명확한 정답이 없는 선호 민감성 결정에서 환자의 가치를 반영하여 치료 만족도와 임상 결과를 향상시키는 필수적인 접근법임을 확인하였다. 특히 환자 PtDA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효과적인 SDM을 구현하는 핵심 도구로서, AI 기술과 결합하여 개인 맞춤형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짧은 진료 시간, 수가 부재, 수직적 의료 문화라는 다차원적 장벽으로 인해 SDM의 정착이 더딘 실정이다.
2. 한국형 모델 개발의 장애요인 극복과 발전 과제
앞서 제시한 다차원적 장애물을 극복하고 한국형 SDM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임상 정책, 기술적 측면에서 다각적인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1) 임상적 측면
한국의 의료 현실과 환자 특성을 정밀하게 반영한 SDM 모델과 PtDA를 개발하고 임상 현장에 보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진행 중인 K-SDM-KOA 연구와 같은 실증 연구를 통해 한국형 모델의 임상적 유용성과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 이와 함께, 의과대학 교육과정과 전공의 수련, 그리고 전문의 보수교육 과정에 SDM의 개념과 구체적인 의사소통 기술(예: 역할극, 동료 피드백) 훈련을 필수적으로 포함하여 의료진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2) 정책적 측면
SDM 실행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SDM에 투입되는 의료진의 시간과 노력을 인정하고 보상하는 별도의 건강보험 수가를 신설하는 것은 의료기관의 참여를 유도하는 가장 강력한 동인이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특정 질환에 대해 SDM을 수행하는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미국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서비스 혁신센터(Center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 Innovation)의 SDM 시범사업은 좋은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46]. 또한, 의료기관 인증 평가나 각종 적정성 평가 지표에 SDM 실행 여부나 관련 환자 경험 평가 결과를 연계하여 의료의 질 향상을 유도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3) 기술적 측면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SDM의 질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환자 개개인의 전자의무기록 데이터, 유전체 정보, 생활 습관 데이터 등을 통합 분석하여 치료 예후를 정밀하게 예측하고 최적의 선택지를 추천하는 AI 및 머신러닝 알고리즘의 개발은 개인 맞춤형 SDM을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킬 것이다[47]. 이렇게 개발된 PtDA를 병원의 EMR 시스템이나 환자용 모바일 헬스케어 앱에 완벽하게 통합하여, 환자와 의료진이 언제 어디서든 쉽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이다.
3. 패러다임의 전환
중증 슬관절염 치료 과정에 SDM을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정착시키는 것은 단순히 의사소통 방식을 바꾸는 것을 넘어, 의료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치료 과정에 대한 만족도와 순응도를 높여, 궁극적으로 더 나은 건강 결과와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37]. K-SDM-KOA와 같은 한국형 모델의 개발과 실증을 시작으로, 그 효과성을 입증하고, 1, 2차 의료기관 및 다른 정형외과 질환, 나아가 다양한 만성질환 영역으로 확대 적용해 나가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한다. 이는 환자 중심 의료를 실현하고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며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될 것이다.
Notes
Conflict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Funding
This research was supported by a Korea Health Technology R&D Project grant through the Patient-Doctor Shared Decision Making Research Center (PDSDM), funded by the 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South Korea (grant number: RS-2023-KH142246). The funding body had no role in the study design; data collection, analysis, or interpretation; manuscript preparation; or the decision to submit the work for publication.
Data Availability
Not applicable.
References
Peer Reviewers’ Commentary
이 논문은 다양한 치료 선택지가 존재하는 중증 슬관절염 진료에서 환자 선호를 반영하기 위한 한국형 공유의사결정(shared decision-making, SDM) 모형과 실행 전략을 제시하였다. 특히, 5단계로 구성된 한국형 슬관절염 공유의사결정 모형(K-SDM-KOA)과 웹 기반 환자결정지원도구를 개발하여, 환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능동적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소개한 점이 주목된다. 저자는 SDM이 국제적으로 삶의 질 향상, 만족도 증가, 기능 개선, 결정 후 후회 감소 등의 긍정적 효과를 입증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관련 수가 부재, 위계적 의료 문화, 의료인 교육 부족 등으로 인해 SDM 확산에 어려움이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 논문에서 제안한 환자-의사 간 협력적 의사결정 모형이 실제 진료 현장에 도입된다면, 기존의 일방적 정보전달 방식을 넘어서는 파트너십 기반의 환자중심 진료로의 전환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리: 편집위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