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최근 10년 동안 종양학 분야에서는 유전자 연구의 발전과 함께 이를 이용한 정밀의학의 발달로 종양의 원인과 기전을 밝히는 기초 의학 연구뿐 아니라 연구의 성과를 직접 진료 현장으로 접목하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면서 고형암 치료 분야에서의 눈부신 변화와 발전을 가지고 왔다. 이러한 치료의 변화는 주로 폐암이나 유방암과 같은 서양에서 좀더 빠르게 적용되었지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서의 종양 연구 발전과 함께 아시아에 흔한 종양인 위장관 종양에서도 이러한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그동안 진단이 늦게 되어 아예 치료가 시도될 수 없거나,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에 대한 반응이 낮다고 알려졌던 췌장암이나 담도암과 같은 종양에서도 정밀의학을 이용한 다양한 신약 임상연구가 진행되면서 과거에 비해 생존기간이 향상되면서 암 환자 치료의 새로운 원칙이 제시되고 있다.
여기에서는 최근 위장관 종양의 전신 약물 치료에서 새롭게 적용되고 있는 최신 경향 중 진료 현장에서 실제 임상적으로 응용되고 있는 기법으로, (1)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ext-generation sequencing, NGS)을 이용한 약제 적용, (2) 순환 종양 DNA (circulating tumor DNA, ctDNA) 검사를 이용한 치료 계획 수립, (3) 고형암에서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신약을 소개하면서, 암 환자가 처음 진단이 되는 순간부터 치료를 계획하고 이후 관리를 받는 전반적인 흐름에서 최신 기법을 적용한 최적의 치료를 위해서 일차 진료부터 다학제 전문 진료 영역의 전문가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협조하여 치료 전략을 계획하는 것이 좋을지 살펴보고자 한다.
유전자 연구의 발달과 정밀의학의 임상적 적용: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정밀의학은 개개인 환자의 종양 조직에서 유전체 및 분자적 특징을 기반으로 하여 개인 맞춤형 전략을 설계하여 치료에 적용하는 접근 방법이다. 국내에서 NGS 기반 연구가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종양 조직을 이용한 NGS 검사를 시행하는 빈도가 증가하였을 뿐만 아니라 급여 인정을 받게 되었으며, 특히 폐암의 경우는 유전자 돌연변이의 결과를 기반으로 표준치료로 표적치료제를 정하고 있기도 하다. 조직학적 검사가 어렵거나 조직의 양이 적은 경우, 혹은 치료가 반복됨에 따라 종양 조직에서의 유전자 돌연변이도 바뀔 수 있는데 매번 조직검사를 시행할 수 없어서 종양의 유전자 정보를 적절히 반영할 수 없는 경우에는 종양 조직을 대신하여 혈액 검체를 이용한 액상생검(liquid biopsy)으로 NGS를 시행하기도 한다. 이렇게 얻은 유전자 정보들 중 KRAS, BRAF, HER-2, MSI, CLDN18.2, FGFR2, IDH1, NTRK와 같은 유전자는 현재 이들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가 개발되어 진료 현장에서 이용되고 있으며 위장관 종양 중에서도 위암, 담도암, 식도암 등에서 세포독성 항암제에 실패한 경우 2차 치료제로서 급여로 인정되고 있기도 하다[1].
진행성 대장암에서 KRAS 돌연변이가 있을 경우 항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약제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인데, 최근에는 KRAS 돌연변이 중 특히 KRAS G12C 변이가 있는 경우, 이를 표적으로 한 약물로 sotorasib이나 adagrasib이 개발되어 폐암뿐 아니라 대장암에서도 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 승인을 받은 바 있으며[2,3], 2025년 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에서는 이들 약제를 포함한 다양한 임상시험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최근에는 더 다양한 종류의 KRAS G12C 억제제들이 개발되어 대장암뿐 아니라 이러한 유전자를 발현하고 있는 모든 위장관 종양을 대상으로 초기 임상시험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다른 약제와 병합한 2상 임상시험도 진행 중이다.
Her-2와 같은 경우, 유방암과 위암에서 과발현이 있을 때 항 Her-2 항체와 같은 표적치료제와의 병합치료가 표준치료로 잘 알려져 있는데 최근, 담도암에서도 Her-2 과발현이 있을 때, Her-2를 이용한 이중 특이 항체 약제인 zanidatamab을 표준치료 실패 후 2차로 치료했을 때 높은 반응률을 보여 2024년 FDA의 가속 승인을 받았으며[4], 현재 1차 치료제로서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대규모 3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서 Her-2 과발현 담도암에서 새로운 약제 선택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CLDN18.2를 표적으로 하는 zolbetuximab의 경우 국내 연구진이 포함된 대규모 3상 임상연구인 SPOTLIGHT 연구에서 FOLFOX 항암화학요법과 같이 병행하였을 때 무진행 질병 생존(progression free survival, PFS)의 중간값이 10.61개월로, 대조군의 8.67개월에 비해 유의하게 증가한 결과를 보였으며[5], 국내 연구진이 참여한 또다른 3상 연구인 GLOW 연구에서도 GLDN18.2 양성인 위암에서 CAPOX와의 병행요법을 시행했을 때 PFS 중간값이 8.21개월로, 대조군 6.80개월에 비해 우월한 결과를 보였으며, 총 생존기간(overall survival) 중간값도 14.39개월로, 대조군의 12.16개월보다 통계학적으로 유의하게 향상된 결과를 보고하였다(P=0.0118) [6]. 현재 이 약제는 전이 재발된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gemcitabine/nab-paclitaxel과 병합요법하였을 때 효과를 평가하는 2상 임상연구가 종료된 상태로 그 결과가 기대되고 있다.
이렇듯 유전체 정보를 이용한 정밀의학은 개개인의 맞춤 치료의 수준을 넘어서 치료의 선택지를 확장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하여 한 환자에서 어떤 순서로 치료를 계획할 것인지를 가능하도록 한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에서 암을 처음 진단하기 위한 조직검사는 암에 대한 확진으로서 기능뿐 아니라 환자의 전반적인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중요한 자료이다. 환자를 처음 담당하는 일차의료 영역에서의 의료진은 이러한 검사에 대한 설명과 상담이 필요하며 가능하다면 조직검사에서 NGS 검사에 대한 준비와 의뢰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순환 종양 DNA 검사를 이용한 치료 계획 수립
ctDNA는 혈액에서 검출되는 종양 DNA를 의미하는 것으로 수술 후 분자 단위로 잔존하고 있는 최소잔존질환의 유무를 감지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수술 후 보조항암화학요법의 전략을 세우는 데 이용하고 있다[7]. DYNAMIC 임상연구는 2기 대장암 환자에서 수술 후 보조요법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전통적인 병리학적 기준으로 치료를 결정하는 군과 수술 후 혈액의 ctDNA 결과로 항암치료를 결정하는 군으로 무작위 배정하여 치료를 시행한 후 결과를 분석한 연구로 2년 무병생존율을 비교하였을 때 ctDNA를 기반으로 시행한 군과 전통적인 병리학적 예후인자를 근거로 치료한 대조군의 차이가 1.1%로 유사하였음을 확인하였고, 항암치료 시행율을 비교하였을 때 ctDNA군은 15%, 대조군의 경우 28%로 ctDNA로 접근했을 때 항암치료를 절반 수준으로 줄였음을 확인하여 불필요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감소시킬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8]. 또한 ctDNA가 없는 경우는 항암치료를 하지 않더라도 3년 무병 생존율이 92.5%인 반면, ctDNA가 양성인 경우 항암치료를 받게 되면 3년 무병 생존율이 86.4%면서 항암치료 종료 시점에 ctDNA가 남아 있을 경우 5년 무재발 생존율이 20%로 매우 낮게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대로 ctDNA가 소실된다면 무재발 생존율이 85.2%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보아 ctDNA의 잔존 정도가 예후인자로서 활용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9]. 이 연구결과를 통하여 ctDNA 기반의 치료 결정방법은 병리학적으로 알 수 있는 불량한 예후인자를 근거로 수술 후 보조항암화학요법을 결정하는 전통적 방식과 유사한 효과를 보이면서도 ctDNA 기반 전략으로 선택을 하게 될 경우 불필요한 항암치료를 줄일 수 있으며 모니터링하면서 확인되는 ctDNA 유무에 따라 이후 위험도에 대한 평가를 결정하고 이후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함을 알 수 있게 되었다. 현재 국내에서도 국가 암정복 과제로 대장암 환자에서 수술 후 보조요법을 시행할 때 ctDNA의 결과에 따라 수술 후 보조요법의 약제를 선택하여 적용하는 대규모 전향적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대장암뿐 아니라 췌장암, 담도암 등에서도 수술 후 잔존질환을 예측하여 예후를 평가하기 위한 바이오마커로서 ctDNA의 유용성을 평가하는 연구들이 진행 중에 있다[10].
한편, 수술 후 보조요법과 달리 진행된 전이암 혹은 재발암의 경우, ctDNA는 현재 받고 있는 항암치료에 대한 반응을 좀더 예민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점, 치료에 대한 내성 변이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종양학 연구에서 매우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11,12]. 최초의 조직검사와 달리 실시간 종양이 변화하는 상태를 반영하기 때문에 전신약물 치료 후 종양의 유전체 상태 변화를 검사할 수 있으며, 조직검사를 하기 어려운 환자에서도 유전자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모든 종양에서 검사법에 대한 검증이 확인된 것이 아니므로 현재까지는 연구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또한, 유전자 변이의 종류에 따라 검출이 어렵거나, 전이 병변에 따라 혈액에서 종양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적용되고 있지는 않다.
현재 ctDNA를 검출하고 응용하는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임상적으로 적용하기에는 확인되지 않거나 검증되지 않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어떤 환자를 대상으로, 어떤 목적을 위해 검사를 하는지에 대해서 인지해야 하겠다.
차세대 항체 신약
그동안 고형암의 전신약물치료제로 이용된 것은 전통적으로 사용되어 온 세포독성 항암제와 2000년대 이후 종양의 성장과 관련된 하나 이상의 유전체를 표적으로 하는 표적치료제, 그리고 최근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 면역관문 억제제 등이다. 이들 약제들은 직접적으로 종양세포를 죽이거나 직간접적으로 종양세포의 성장에 미치는 신호전달체계를 차단함으로써 종양을 억제하였으며, 종양 주위의 면역반응을 극대화시킴으로써 종양세포를 사멸시키는 서로 다른 다양한 기전으로 작용하였다. 단독으로 치료하기보다 병합요법으로 투약하였을 때 좀더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므로 현재 많은 고형암에서 세포독성 항암제와 표적치료제 혹은 세포독성 항암제와 면역관문 억제제 등의 병합요법이 표준치료로 제시되고 있다. 최근 병합기전의 장점을 살려 2개의 약제를 병합하는 것이 아니라 한 약제에 2개의 성분을 복합 구조화시켜 2중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하는 신약들이 개발되면서 고형암의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13–15].
이중 항체(bispecific 항체) 약제는 기존의 항체와 달리 2개의 서로 다른 항원 혹은 한 개의 항원에서 발현되는 2개의 서로 다른 부위(epitope)에 작용하도록 개발된 항체로, 동시에 2개의 표적을 겨냥하기 때문에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단일 항체로 치료가 어려웠던 질병에 대해 치료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면역반응을 조절하여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이 단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는데 인체 내 과도한 면역반응을 유발할 수 있기도 하여 이에 대한 모니터링과 대책이 필요하다. 하나의 예로 zanidatamab은 Her-2를 동시에 2개의 부위에서 공격하도록 개발된 이중 표적구조의 항체약제로 최근 담도암의 2차 치료로 인정받은 약제이다. 현재 위암, 담도암, 췌장암 등의 다양한 위장관 암에서 이중 항체를 이용한 다양한 임상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ADC 항체 약제는 항체와 기존의 항암화학약물을 접합한 구조로 유방암에서 승인된 trastuzumab deruxtecan이 대표적이다. ADC 항체는 효능을 나타내는 항암제와 특정 암세포 표면의 표적을 인식하는 항체,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하는 화학적 고리(linker)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으며, 항체가 특정 유전자를 발현하는 암세포 표면 항원에 결합하게 되면 세포 내로 들어가고, 여기에서 고리가 절단되면 항암제가 방출되어 직접 암세포를 공격하게 되므로 기존 항암제를 정맥주사로 했을 때보다 고농도로 효율적으로 암세포에 전달되기 때문에 강력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항체가 특정 표적을 발현하는 암세포에만 작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작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Trastuzumab deruxtecan의 경우 Her-2 양성이면서 3차 이상 치료받은 위암 환자에서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2상 임상연구의 결과[16], 3차 이상 치료받은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반응률 51%, 전체 생존기간 12.5개월, 무진행 생존기간 5.6개월의 좋은 성적을 보여 2차 치료로서 가능성을 탐색하기 위한 3상 연구가 진행되었다. 3상 연구인 DESTINY-Gastric 04의 결과에서도 전체 생존기간 14.7개월로, 대조군 11.4개월에 비해 통계학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보여(P=0.004) [17], 2차 치료에서도 역시 기존의 표준 요법의 효과보다 좋은 결과를 보여 위암의 새로운 표준치료로 제시된 바 있다. 현재 다양한 조합의 ADC 항체 신약이 난치성 종양으로 알려진 췌장암과 담도암에서도 소규모 임상연구 결과 기대할 만한 반응률이 보고된 바 있어 향후 위장관 종양에서 이러한 신약이 어떠한 조합으로 시도하여 더 좋은 효과를 만들어낼 것인가 또한 중요한 연구 관심대상이다.
다학제 치료 접근의 필요성과 종양내과 전문의의 역할
유전자 정보를 이용한 정밀의학과 ctDNA의 활용 그리고 신약의 빠른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기존의 진료 형태인 담당과의 단독 진료만으로 최적화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형암의 진료에서는 다학제 진료를 통한 통합적 접근이 필수이며 강조되고 있다. 특히 위장관 종양의 경우 전신치료와 함께 치료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지지요법이 병행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중재 시술이 병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환자 중심으로 각 개별 상태에 맞는 다학제 접근이 매우 중요하다.
기존의 약물 중심의 전신치료 체계에서는 정해진 약물을 정해진 투약 순서대로 처방하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치료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의 전신약물 투여는 단순 약물 투여를 넘어 정밀 진단, 부작용에 대한 적절한 대응, 종양의 생물학적/유전적 정보를 바탕으로 한 치료 순서의 조정, 임상시험의 연계, 치료 종료 후 완화의료 전환을 포함하는 전 주기를 아울러야 하는 복합적 전문 영역이다. 각각의 전문 분야에서의 역할을 종합적으로 발휘하는 다학제 협진 안에서 전체적인 통합과 조율자 역할을 하는 것이 종양내과 전문의의 역할이다. 이러한 이유로 항암제 치료는 종양내과 전문의 전담 체계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맺음말
현재 위장관 종양에서의 전신 약물 치료는 종양의 유전자 정보와 ctDNA 기반의 종양의 상태에 대한 정보를 이용한 정밀의학의 적용과 함께 이중 항체, ADC와 같은 차세대 신약의 빠른 임상 적용으로 맞춤형 치료가 신속하게 표준치료로 전환되고 있다. 이렇게 고도화된 치료 전략을 효과적으로 구현하지 위해서는 일차 진료 단계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 및 검사 준비와 환자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전문 다학제 진료팀에서는 환자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적절한 치료의 계획과 함께 증상 관리와 부작용 관리, 최신 약제에 대한 임상시험 연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러한 진료 체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치료 효과의 극대화와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