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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Korean Med Assoc > Volume 69(2); 2026 > Article
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전환을 통한 보편적 건강보장 강화 방안

Abstract

Purpose: The recent healthcare crisis in South Korea has exposed structural vulnerabilities in essential and regional care, vulnerabilities that are largely driven by a fee-for-service system prioritizing quantitative expansion over quality. This study addresses the urgent need for an artificial intelligence (AI)-driven digital transformation to sustain universal health coverage in the context of rapid demographic change.
Current concepts: We propose an AI-driven healthcare system that shifts the care paradigm from reactive treatment toward proactive prevention. Central to this framework is the establishment of a “National Health Data Lakehouse,” a cloud-based infrastructure designed to enable real-time integration of electronic health records and personal health records. We further outline implementation strategies for AI Copilots supporting clinical decision-making, population health management platforms, and the digital transformation of public hospitals, with particular emphasis on ensuring data interoperability and security.
Discussion and conclusion: This digital transformation enables a transition toward value-based purchasing and strengthens healthcare delivery through AI-assisted screening and the establishment of regional medical innovation centers. To realize this vision, comprehensive policy reforms are required, including strengthened data governance, clear legal frameworks addressing AI-related liability, and rational reimbursement models aligned with value-based care principles. Ultimately, an AI-integrated national strategy is essential for building a sustainable, equitable, and patient-centered healthcare ecosystem.

위기 속 한국 의료의 현주소와 새로운 패러다임의 필요성

구조적 취약성의 노출

최근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촉발된 의료 대란은 한국 의료시스템이 내포해 온 구조적 취약성을 수면 위로 드러낸 기폭제였다[1]. 특히 이번 사태는 수도권 대형병원 중심의 의료 쏠림 현상 속에서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영역이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2]. 전공의 이탈은 곧바로 지방 중소병원의 응급실 폐쇄, 분만•외상•중증 진료 중단 등 필수의료 공백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의료 접근성의 지역 격차가 단순히 필수 중증 분야의 의사 수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시스템 왜곡의 결과임을 입증했다. 이 사태의 근원은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는 대량생산 방식의 의료 서비스, 즉 박리다매식 행위별 수가제에 기반한 취약한 지불 구조에 있다. 이 시스템은 의료 행위의 양에 따라 보상하므로, 의료의 질이나 결과보다는 서비스의 양적 팽창을 유도한다[3].
이러한 구조적 왜곡은 한국개발연구원의 연구에서 명확히 확인된다[4]. 지난 10년간 한국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증가를 분석한 결과,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 변화 요인의 기여도는 8.6%에 불과했던 반면, 1인당 진료 단가 상승과 같은 가격 요인의 기여도는 76.7%에 달했다[4]. 이는 의료비 증가의 주된 원인이 인구 고령화 그 자체보다, 만성적인 저수가와 행위별 수가 지불제도 하에서 발생하는 왜곡된 과수요-과공급 행태에 있음을 시사한다[5].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의 가격 요인이 전체 진료비 증가의 24.9%를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기록했는데, 이는 일차 의료기관이 본연의 역할보다 상급종합병원과 경쟁하며 저수가를 보전하기 위해 불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유인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6,7].
이러한 왜곡된 지불 구조와 과수요-과공급 행태는 지속 불가능하다. 행위별 수가제는 의료 제공자가 더 많은 검사와 처치를 제공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며, 이러한 구조는 고가 장비와 전문 인력을 갖춘 수도권 대형병원에 유리하게 작용하여 자원 쏠림을 가속화하는 한편, 환자들을 불필요한 의료 과잉이용에 노출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8,9]. 또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지역 병원과 필수의료 분야인 응급의료, 외상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는 만성적 인력난과 재정난에 시달려 왔으며, 최근 의료소송 위험의 증가는 이러한 위기를 더욱 심화시켜 의료 사각지대를 확대해 왔다. [10]. 실질적 제약이 없는 의뢰•회송 제도는 일차의료와 지역의료의 기반을 약화시켰으며, 경증 질환에도 대형병원을 찾는 환자 행태가 고착화되는 악순환을 초래하였다[9,11]. 이러한 구조적 비효율은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와 맞물려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다 [12,13]. 이는 단순한 의료인력 수급 조정을 넘어, 지불 제도와 의료 전달 체계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함을 시사한다[5,14].

빛과 그림자: 세계적 수준의 보편적 건강보장 달성과 그 이면의 과제

물론, 한국 의료시스템이 처한 구조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그간 이룩한 높은 성취를 부인할 수는 없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르고 높은 수준의 보편적 건강보장(universal health coverage, UHC)을 달성한 국가이다. 1960년대 청십자 의료보험조합과 같은 민간의 자발적 노력에서 시작하여 1977년 직장 의료보험의 당연 적용을 거쳐 직장, 공무원, 지역 의료보험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되었고, 1989년 전 국민 의료보장을 달성하였다. 이후 2000년에는 분립되어 있던 보험 조직을 단일 보험자 체계의 국민건강보험으로 통합하여 제도적 완결성을 갖추었다[3].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 보건통계 2025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년으로, OECD 평균(81.1년)을 상회하며, 회피가능사망률 역시 인구 10만 명당 151.0명으로 OECD 평균(228.6명)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15]. 이는 보편적 의료 접근성의 확보, 의료인력의 높은 역량과 헌신, 그리고 공중보건 인프라의 지속적인 확충이 뒷받침된 결과이다.
하지만 이 눈부신 성취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한다. 한국의 가계 직접 부담 의료비 비중은 27.80%로, OECD 평균인 18.85%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4]. 국민건강보험 급여 범위에 한해 재난적 의료비 지출을 예방할 제도가 있음에도, 중증질환에 따른 간헐적 비급여 진료비가 발생할 경우 높은 본인 부담률은 재난적 의료비 지출 가구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며, 이는 질병이 한 가정을 빈곤층으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음을 의미한다[16,17]. 즉, 한국의 UHC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은 달성했지만, 질병으로 인한 재난적 재정위험으로부터의 보호라는 또 다른 핵심 목표는 완전히 달성하지 못한 셈이다[18].
한편, 국민이 체감하는 의료 서비스의 질적 측면에서도 상당한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의료기관 간 협진 체계와 의뢰•회송 시스템이 미흡하고, 의무기록의 상호 연계가 부족하여 진료의 연속성과 효율성이 저해되고 있다[3]. 환자가 여러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마다 동일한 검사를 반복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며, 상급병원에서 치료 후 지역 의료기관으로의 회송 또한 원활하지 않다. 이는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여전히 종이 기반의 의뢰 체계에 의존하고 있고, 일부 전자 의뢰 시스템마저 일방향적이며, 특정 기관에 국한되어 환자의 종단적 진료 정보를 통합•공유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에 기인한다[19]. 또한 공식적 문지기 기능의 부재와 의료기관 간 기능 중복으로 인해, 일차의료기관에서 충분히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 환자조차 상급병원 외래를 이용하는 비효율적 의료이용 행태가 고착화되어 있다[9]. 특히 복합 질환을 가진 고령 환자나 중증 질환자의 경우, 여러 진료과 간 협진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조율할 체계가 불완전하여 환자와 가족이 직접 병원 간 조정 역할을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다[20]. 이러한 협진 및 정보 연계의 부족은 의료 서비스의 파편화를 초래하고, 결과적으로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통합적이고 연속적인 의료 서비스 제공이라는 근본적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기술 혁신을 통한 돌파구: 인공지능 주도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한 보편적 건강보장 강화

앞서 설명한 왜곡된 지불체계에 기인한 의료 과수요-과공급 문제와 더불어, 향후 한국 사회는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 가능 인구 감소, 그리고 만성질환의 급증이라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21]. 이는 보건의료 패러다임이 획일적(one size fits all)이고 공급자 중심(provider centric)의 사후 대응적 치료(reactive)에서, 환자 중심(patient centric)의 맞춤형 의학(personalized medicine)과 데이터에 기반한 선제적 예방(proactive)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박리다매 방식으로 제공해 온 의사 인력 중심의 모델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제는 기술 혁신을 통해 의료 서비스 패러다임 자체를 전환해야 할 때이다.
이 논문에서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대한 해답이자, 향후 지향점으로 인공지능 기반 의료시스템(artificial intelligence [AI]-driven healthcare system)을 제안하고자 한다. AI 기반 의료시스템은 단순히 기존 의료시스템의 요소나 인원을 대체하는 방식이 아니라, 생산성과 효율을 높이고, 의학적 수준을 혁신하며, 접근성을 강화하고, 의료의 영역을 병원을 넘어 일상으로 확장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의료 서비스를 보강하고(augmentation), 의사를 비롯한 모든 의료인이 전문성에 기반하여 AI 도구를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적절하게 지휘하는 역할로 거듭나며(orchestration),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가 시간과 장소, 사회경제적 여건에 구애받지 않으면서도 AI와 디지털 기술로 보완된 의료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universal right to access)를 지원하는 AI 기반의 기술적인 인프라와 활용 및 거버넌스 체계를 의미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환자의 일상생활 및 임상적 건강 상태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AI가 상시적으로 이 데이터를 활용해 적절한 건강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며, 고품질 의료 AI를 걸림돌 없이 활용하는 각급 의료전달체계의 의료 서비스, 그리고 나아가 장기적인 관점의 행복한 삶을 지지하는 지역 돌봄 서비스까지 AI와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새로운 형태의 보편적 복지-보건 체계를 점진적으로 구축해 나가는 정책을 제안한다. 이는 기존의 질병 발생 후 치료 중심의 사후 대응적 의료에서, 데이터와 AI에 기반한 예측 및 예방 중심의 선제적 의료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한국 의료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핵심 전략이 될 것이다.

AI 기반 의료시스템을 위한 선결 요건

기술 인프라 구축

AI 기반 의료시스템의 성공적 구현은 파편화된 개인 건강정보를 하나로 모으고, 표준화된 형태로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기술 인프라 위에서만 가능하다. 이를 위해 국민건강데이터 레이크하우스(National Health Data Lakehouse) 기반의 기술 인프라 구축을 제안한다(Figure 1).

국민건강데이터 레이크하우스

정부가 추진 중인 건강정보 고속도로 사업은 의료기관 간 정보 교류를 위한 표준 기반의 환류 체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첫걸음이다[22]. 하지만 이 고속도로 위를 달릴 자동차(혁신적 디지털 의료 서비스)와, 자동차가 운반한 화물(국민 건강정보)을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보관할 물류 창고는 아직 부재하다. 국민건강데이터 레이크하우스는 바로 이 물류 창고의 역할을 수행하는 국가 단위의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저장소이다[23]. 이곳에는 전 국민의 병원정보시스템(Hospital Information System, HIS) 데이터와 개인건강기록(personal health record, PHR)이 안전하게 축적되며, 필요한 의료 및 돌봄 서비스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제공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민건강데이터 레이크하우스는 데이터 레이크(data lake)와 데이터 웨어하우스(data warehouse)의 장점을 결합한 차세대 데이터 아키텍처인 레이크하우스(lakehouse) 개념을 보건의료 분야에 적용한 것이다. 레이크하우스 아키텍처는 데이터 레이크의 유연성과 확장성, 그리고 데이터 웨어하우스의 트랜잭션 관리 및 거버넌스 기능을 통합하여, 정형 및 비정형 데이터를 단일 플랫폼에서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한다[24]. 국민건강데이터 레이크하우스는 이러한 개념을 확장하여 전자건강기록(electronic health record, EHR), 의료영상, 유전체 데이터, 웨어러블 기기 데이터 등 다양한 형태의 보건의료 데이터를 통합 저장하고 관리하는 중앙집중식 데이터 저장소로 기능한다.
국민건강데이터 레이크하우스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널리 사용되는 분산 버전 관리 시스템인 Git (여러 사람이 같이 사용하는 파일 이력 관리 도구)의 개념을 적용하여 설명할 수 있다. 이 모델에서 국민건강데이터 레이크하우스는 모든 국민의 건강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원격 저장소(remote repository) 역할을 수행한다.
각 의료기관에 환자가 방문하면, 해당 환자의 전체 의무기록을 국민건강데이터 레이크하우스로부터 일괄 다운로드, 즉 “체크아웃(checkout)”한다. 진료가 진행되어 환자의 진료기록이 업데이트되면, 변경된 내용을 국민건강데이터 레이크하우스로 업로드, 즉 “푸시(push)”하여 중앙 저장소를 최신 상태로 유지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개별 의료기관 및 공공 클라우드 EHR 시스템과 국민건강데이터 레이크하우스에 동일 환자의 의무기록 사본이 동시에 존재하게 되며, 이를 통해 다른 의료기관에서도 즉각적으로 해당 환자의 최신 의무기록을 확인하고 활용할 수 있다. 수정된 기록 역시 다시 전파되어 전체 시스템의 동기화가 유지된다.
국민건강데이터 레이크하우스는 중앙 저장소와 지역 거점 저장소로 구성된 연합형(federated)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환자의 건강정보는 기본적으로 해당 지역 거점 저장소에 저장되며, 중앙 저장소는 원본 데이터를 보유하지 않는다. 대신 중앙 저장소에는 (1) 원본 데이터의 저장소 위치 정보를 포함한 메타데이터와 (2) 여러 기관의 상충되는 기록을 검증하고 정합성을 맞춘 이력(reconciliation log)만이 저장되어, 정교한 메타데이터 및 거버넌스 허브(governance hub) 역할을 수행한다. 이 구조 위에 동적동의체계(dynamic consent system)가 적용되어, 환자는 자신의 건강정보가 어떤 기관에, 어떤 범위로 공유되는지를 실시간으로 제어할 수 있다.
상급종합병원과 같이 자체적인 대규모 정보시스템을 운영하는 의료기관의 경우, 공공병원 공공 클라우드 EHR 사업자와 동등한 수준에서 국민건강데이터 레이크하우스에 직접 체크아웃 및 푸시 권한을 보유하여, 독립적으로 데이터 동기화를 수행할 수 있다. 반면, 자체 정보시스템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중소병원 및 의원의 경우에는 공공 클라우드 EHR을 통해 레이크하우스와 연동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를 통해 별도의 대규모 IT 인프라 투자 없이도 표준화된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환자 정보의 조회와 전송이 가능해지며, 기존에 정보 연계에서 소외되었던 일차의료 현장까지 데이터 공유 네트워크에 편입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데이터의 분산 저장과 중앙집중식 관리를 동시에 달성하며, 의료기관의 규모와 관계없이 실시간 정보 공유와 연속적인 진료를 가능하게 한다.

인구 집단 건강관리 플랫폼과 지역의료 혁신센터

인구 집단 건강관리(population health management, PHM)란, 정의된 인구 집단의 건강 결과를 개선하기 위해 데이터 기반으로 접근하는 체계적 방법론이다 (Figure 2) [25,26]. 전 세계적으로 의료 서비스 제공의 패러다임이 개별 환자의 급성기 치료 중심에서 지역사회 전체의 건강을 관리하는 인구 기반 접근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이는 만성질환 관리,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 해결, 의료비용 상승 억제를 통해 지속 가능한 의료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다[27]. 국민건강데이터 레이크하우스에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국가 PHM 플랫폼은 전 국민을 질병 위험도에 따라 계층화하고,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맞춤형 예방 서비스를 집중 제공함으로써 제한된 보건의료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가능하게 한다.
AI 기반 디지털 검진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디지털 검진이란 기회 검진(opportunistic screening)을 사용해서 AI가 환자의 데이터에서 이상신호를 사전에 발견하여 개입하는 과정을 의미한다[28]. 이는 폐렴 진단을 위해 촬영한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CT) 영상에서 우연히 관상동맥 석회화나 골다공증 소견을 발견하는 것처럼, 기존에 다른 목적으로 생성된 의료 데이터를 AI가 분석하여 관련 없는 질병의 징후를 선제적으로 찾아내는 기술이다[29]. 이는 환자에게 추가적인 비용이나 방사선 노출과 같은 위해 없이 조기 진단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임상적•경제적으로 상당한 잠재적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스크리닝의 가장 큰 난제는 위양성(false positive) 관리이다. AI가 생성하는 수많은 위험 신호를 여과 없이 의료기관에 전달할 경우, 현장은 경고 피로(alert fatigue)에 빠지고 불필요한 검사로 인한 의료비 낭비와 환자의 불안만 가중시킬 것이다[30].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적인 조직적 혁신이 바로 지역 단위의 지역의료 혁신센터이다.
지역 거점 병원 내에 설치될 이 센터는 임상적 지휘통제소 역할을 수행한다. PHM 플랫폼과 기회 검진 AI가 생성한 고위험 신호를 1차적으로 수신하여, 임상 전문가와 고도화된 AI 분류 프로토콜을 통해 실제 위험 신호와 노이즈를 구분한다. 즉, 1차 스크리닝에서 발생한 대량의 알림을 2차적으로 정밀 분석하여, 실제 개입이 필요한 환자만을 선별하는 것이다. 다만, 이 센터가 환자에게 직접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검증된 위험 신호와 명확한 권고안을 환자의 지역 내 일차의료 의사 또는 관련 돌봄 서비스에 전달함으로써, 해당 의사가 보다 정확하고 시의적절한 임상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지역의료 혁신센터는 이처럼 기술적 혁신이 임상 현장의 혼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필수적인 인간-AI 협력(human-in-the-loop) 조절 장치이며, AI 기반 예방 의료를 현실적으로 구현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 연결고리이다[31].

AI 코파일럿

나아가, 건강데이터 레이크하우스는 설계 단계부터 AI 코파일럿 레이어(AI copilot layer)를 내장해야 한다. AI 코파일럿 시스템은 기존의 임상의사결정지원(clinical decision support, CDS) 도구의 진화된 형태로, 양자의 차이는 명확하다. CDS가 특정 임상 시점이나 사용자 요청에 따라 정보를 제공하는 반응적(reactive) 시스템이라면, AI 코파일럿은 실시간으로 의료 데이터를 능동적으로 탐색하여 이상 징후를 식별하고 의료진에게 선제적으로 알림을 제공하는 능동적(proactive) 시스템이다 [32].
이 레이어는 국가가 운영하는 공공 클라우드에 탑재되어, 진료 시점에서 의사에게 실시간 의사결정 지원을 제공한다. 예컨대, 환자 데이터를 분석하여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NCCN) 가이드라인 등 최신 임상 지침과 문헌 근거를 바탕으로 치료 옵션을 우선순위에 따라 제안하거나[33], OpenEvidence와 같이 복잡한 의학적 질문에 대해 근거 기반의 답변을 즉시 제공하는 임상 검색 기능이 이에 해당한다[34]. 궁극적으로, AI 코파일럿 레이어는 텍스트, 의료 영상, 유전체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추론할 수 있는 범용 의료 AI 파운데이션 모델(generalist medical AI)을 기반으로 구축되며, 이를 통해 단순 질의응답을 넘어 환자 상태의 변화에 따른 유연한 상호작용과 복합적 임상 업무 지원이 가능해질 것이다 [35].

인공지능 병원정보시스템

이러한 국가적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첫 단추는 공공 영역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정부는 국공립 병원을 시작으로 클라우드 기반의 표준화된 인공지능 병원정보시스템(AIHIS)을 선도적으로 구축하고 확산시켜야 한다. 이는 개별 병원의 데이터 사일로(silo)를 허물고, 국가 단위 데이터 통합의 기술적 토대를 마련하는 핵심적인 조치이다. 특히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은 초기 구축 비용이 낮고 유지보수가 용이하며, 다양한 의료 AI 및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와의 연동이 용이하여 높은 확장성을 갖는다 [36]. 이때 AIHIS에는 의료진의 임상 판단을 보조하는 AI와 행정 업무를 지원하는 AI가 선탑재(pre-built)되어야 한다. 예컨대, 음성 인식 기술을 활용하여 진료 중 의사-환자 대화를 자동으로 텍스트로 변환하고 의무기록 초안을 생성하는 기능은, 단순 반복적인 행정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 의료진이 환자 진료에 더 집중할 수 있게 한다 [37]. 이처럼 공공 병원에서 AI가 선탑재된 AIHIS의 실효성을 우선 입증함으로써, 민간 의료기관으로의 AI 확산을 견인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 통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각기 다른 HIS를 사용하는 전국 의료기관을 국민건강데이터 레이크하우스에 효과적으로 연동하는 전략이 필요하며, 의료기관의 정보화 수준에 따라 차별화된 접근이 요구된다. 레거시 시스템을 사용하는 중소 병•의원에 대해서는 레이크하우스와 네이티브로 연동되는 클라우드 기반 SaaS형 AIHIS의 도입을 재정적•제도적으로 지원하여, 별도의 대규모 IT 투자 없이도 국가 데이터 네트워크에 편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반면, 이미 자체 고도화된 HIS를 운영하는 상급종합병원 등에 대해서는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레이크하우스와 표준 기반으로 데이터를 연계할 수 있는 미들웨어 개발 및 보급을 지원한다. 이러한 레거시 HIS의 전환 전략의 실현 가능성은 이미 국가 주도로 성공적으로 완수된 사례들에서 입증되었다. 대표적으로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이 추진한 국립병원 전자의무기록 통합사업은 보건복지부 소속 7개 병원과 질병관리청 소속 2개 병원 등 총 9개 국립병원의 서로 다른 의료정보시스템을 차세대 통합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으로 전환한 성공 사례이다[38]. 이 사업은 정신병원군과 특수 진료 병원군으로 특성화된 각 병원의 고유한 요구사항을 반영하면서도, 표준화된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을 구축하여 병원 간 정보 연계와 데이터 활용 기반을 마련했다. 클라우드 인프라 기반의 통합 시스템 구축을 통해 개별 병원이 독자적으로 시스템을 운영하던 비효율을 제거하고, 국가 차원의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체계를 조성한 것이다.
유사한 방식으로, 국방부가 운영하는 군병원과 각급 부대 의무대 역시 통합 전자의무기록 체계로 전환할 수 있다. 국방부는 병역자원 감소에 대비한 군 의료전달체계 효율화와 AI•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원격진료 확대, 스마트병원 등 첨단의료 환경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의료체계 개편 과정에서 각 군병원과 부대 의무대가 사용하는 개별 의료정보시스템을 국가 표준에 부합하는 통합 전자의무기록 체계로 전환한다면, 장병들의 의료 연속성을 보장하고 군 의료 데이터의 체계적 관리가 가능해진다. 전역 후 민간 의료기관으로의 진료기록 연계도 원활해져, 군 복무 중 발생한 건강 문제에 대한 지속적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다. 국립병원 사례가 보여주듯, 국가 차원의 체계적 접근과 표준화된 시스템 구축을 통해 레거시 의료정보시스템의 통합 전환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과제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가 주도 AIHIS가 설계 초기부터 개인건강기록(PHR)과의 긴밀한 연동을 전제로 개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해외에서는 Epic사의 MyChart와 같이 병원 EHR 데이터를 환자에게 투명하게 제공하는 모델[39]과 Apple Health와 같이 웨어러블 기기 등에서 수집된 개인 생성 건강 데이터(patient-generated health data)를 병원 데이터와 결합하는 모델[40]이 함께 발전하고 있다. 국가 AIHIS 플랫폼 위에서 EHR과 PHR이 유기적으로 연동된다면, 이 두 접근법의 장점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민간 기업이 개발하는 혁신적인 B2C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가 병원 정보와 자연스럽게 결합하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상호운용성과 보안

보건의료정보원은 국가중앙 표준용어서버를 중심으로 상호운용성 인프라를 관리하며, 건강정보고속도로를 통해 교류되는 데이터의 품질 관리 및 인증 체계를 운영한다. 이는 VISA와 Mastercard가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에서 기술 표준과 보안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충족하는 금융기관에 네트워크 참여 자격을 부여하며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보건의료정보원은 데이터 표준 준수 여부와 품질 수준을 평가하여 의료기관 및 시스템에 인증 마크를 부여함으로써, 건강정보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관리하고 전반적인 신뢰성과 상호운용성을 확보한다. 이 모든 데이터 교환의 기술적 근간은 국제 표준인 HL7 FHIR (Fast Healthcare Interoperability Resources)가 되어야 한다. FHIR은 데이터를 리소스 단위로 구조화하여 교환하므로 유연성과 확장성이 뛰어나며, 한국의 데이터 교환 표준인 KR-CORE는 FHIR을 기반으로 한국 실정에 맞게 개발되었다[22]. 또한, 민감한 의료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을 위해 개인정보보호강화기술(privacy-enhancing technologies, PET)을 적극 도입하여 데이터 주체의 프라이버시를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

행위별 수가제를 넘어: 가치 기반 지불 모델의 적용

해답은 가치 기반 지불(value-based purchasing, VBP) 모델로의 단계적 전환에 있다. VBP는 의료 서비스의 양이 아닌, 환자의 건강 결과와 서비스의 가치에 기반하여 보상하는 체계이다. 미국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Centers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 CMS) 산하 혁신센터(Center for Medicare and Medicaid Innovation, CMMI)는 2010년 설립 이래 책임의료조직(Accountable Care Organization, ACO), 묶음지불(bundled payments) 등 다양한 VBP 모델을 실험하며 중요한 교훈을 축적해왔다[23].
이 과정에서 얻은 핵심 교훈 중 하나는, 새로운 지불 모델의 효과가 최종 의료비 절감이나 건강 결과 개선이라는 형태로 가시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국형 VBP 모델을 설계할 때는 최종 결과(outcome) 지표에만 의존하기보다, 과정(process) 및 중간 단계(intermediate) 지표에 대한 보상을 우선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1) 국가 표준 SaaS형 AIHIS의 도입 및 활용, (2) KR-CORE 표준에 따른 데이터 생성 및 공유, (3) 환자의 원격 모니터링 프로그램 참여율, (4) 의학적으로 입증된 대리 지표(surrogate endpoint)의 개선 등 데이터 기반의 지속적 관리 활동 자체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다[26]. 이는 의료기관, 환자, 기술 개발 기업 모두에게 예방 중심의 의료 패러다임에 동참할 명확한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며, AI 기반 의료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Table 1).

AI 기반 의료시스템을 통한 의료 체계의 재편과 미래

다층적 건강관리 체계를 통한 일차 및 지역의료 강화

이 논문에서 제안한 AI 기반 의료시스템 모델은 과연 붕괴 위기에 처한지역의료를 강화할 수 있는가? 지역의료 약화의 원인은 지방의 인구구조 변화, 교통 발달로 인한 수도권 접근성 확대, 수도권 중심의 병상 공급 과잉 등 복합적이지만, 그 기저에는 지역 의료기관만으로는 충분한 진료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환자들의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다. AI 기반 의료시스템 모델은 이러한 불안감을 완화하는 구조적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 환자의 건강 데이터가 AI 시스템을 통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되고, 이상 신호 발생 시 지역의료 혁신센터의 임상 전문가에 의해 검증된 후, 그 결과가 주치의에게 체계적으로 전달되는 흐름이 가시화된다면, 환자는 지역 내에서도 충분히 관리 받고 있다는 신뢰를 형성할 수 있다. 이러한 다층적 건강관리 체계(AI 스크리닝 → 혁신센터 검증 → 지역 의료기관 관리 → 필요 시 상급병원 연계)는 환자의 불안감을 줄이고, 불필요한 수도권 원정 진료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예컨데, AI가 흉부 X-선 판독을 보조하여 폐암이나 결핵 병소를 놓치지 않게 돕거나, 유방암 검진 시 위양성을 줄이고 판독 효율을 높여주는 것과 같이, 영상 보조 AI는 지역 의료기관의 진단 정확도와 생산성을 대학병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실제로, 2024년 수행된 메타분석에서, 36개의 연구를 종합했을 때 AI 보조 판독은 판독 시간을 평균 27.2% 단축하고, 판독할 영상 수는 44–61% 감소시켰으며, 민감도는 1.12배 개선되었고, 특이도는 유지된 결과를 보고하였다[41].
이러한 체계는 환자의 불안감을 완화할 뿐 아니라, 지역 일차의료 의사의 역할 또한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기존에는 제한된 정보 속에서 독립적으로 임상 판단을 내려야 했던 일차의료 의사가, AI 스크리닝과 혁신센터의 검증을 거친 정보를 바탕으로 보다 정밀한 진료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일차의료 의사가 단순한 진료 제공자를 넘어 환자 건강의 총괄 관리자이자 문지기(gatekeeper)로서의 본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차의료 의사의 역량과 역할이 이처럼 강화될 때, 지역의료 생태계의 기반 역시 함께 공고해질 수 있다 (Table 2).

기술적 연결을 통한 필수의료 지원 강화

그렇다면 이 모델은 중증•응급 의료와 같은 필수의료 분야를 어떻게 강화할 수 있는가? 지역 병원에서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직업적 고립감과 복잡한 중증 환자에 대한 자문 및 이송 체계의 부재이다.
이에 대한 단초는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원격 중환자실(electronic intensive care unit, eICU) 사업에서 찾을 수 있다[42]. eICU는 ICT를 활용하여 거점병원의 중환자 전문의가 원격으로 여러 지역 병원의 중환자실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협진을 제공하는 모델이다. 이는 지역의 부족한 중환자 전문 인력 문제를 기술로 보완하는 효과적인 사례이다. 실제로, 원격 중환자실(tele-ICU) 도입의 임상적 효과에 대한 체계적 고찰 및 메타분석 결과, tele-ICU 시스템의 구축은 전반적인 중환자실 사망률 감소와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였다[43].
이러한 협력 모델은 급성기 중증 환자뿐만 아니라, 치료 후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중증 환자에게도 확장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암 경험자 관리이다. 암 치료가 성공적으로 끝난 후에도 재발, 2차암, 만성 후유증 등에 대한 지속적인 추적 관리가 필수적이지만, 모든 관리를 상급종합병원에서 수행하기에는 자원의 한계가 있다. AI 기반 의료시스템 인프라는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의와 지역 일차의료 의사가 환자 데이터를 공유하며 협력하는 공동 관리 모델을 가능하게 한다[44]. 최근 들어 eHealth 플랫폼, 원격의료, AI 기반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AI-based CDS system)을 포함한 AI 기반 의료시스템 인프라는 상급종합병원 전문의와 지역 일차의료 의사가 환자 정보를 공유하고 역할을 분담하는 공동 관리 모델을 지원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전립선암 생존자[45], 암 추적관찰[46], 당뇨병•만성질환 관리[47]에서 이러한 디지털•AI 플랫폼이 증상 모니터링, 팀 기반 의사결정을 통해 전문의–일차의료 간 역할 조정과 환자 자기관리 역량을 향상시킨다는 근거가 축적되고 있다.
퇴원 후 관리나 만성질환 관리에 있어, 가상 간호사(virtual nurse)와 같은 AI 에이전트를 활용할 수 있다. 이들은 환자의 퇴원 후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복약 지도를 수행하며, 공감적인 대화를 통해 환자의 참여(engagement)를 높이는 역할을 수행한다. 실제로 비응급 수술 후 퇴원한 90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 연구에서, 원격 자동 모니터링 기반 가상 간호는 재입원 위험을 5.3% 감소시켰으며, 약물 오류 발견 및 교정률을 24% 이상 향상시키고 퇴원 후 통증을 유의미하게 감소시켰다[48]. 또한 어려운 의무기록이나 영상 판독 결과를 large language model을 이용해 환자가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요약, 설명해줌으로써 환자의 알 권리와 의료 접근성을 강화할 수 있다[49]. 이러한 AI의 보조를 통해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의와 지역 일차의료 의사가 환자 데이터를 공유하며 협력하는 공동 관리 모델이 더욱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제언: 지속 가능한 미래 의료를 향한 정책적 과제

정리하자면, AI 기반 의료시스템은 단일 기술이 아닌 통합적 국가 전략이다. 그 핵심 축은 다음과 같다. (1) 디지털 건강검진(AI와 디지털 도구를 이용한 지속적 스크리닝 및 건강관리); (2) 국민건강데이터 레이크하우스(의료 데이터의 체계적 수집 및 통합); (3) 국가 주도 AIHIS와 PHR 통합(단일화된 국가 건강정보 플랫폼 보급); (4) 지역의료 혁신센터(전문가 주도의 중재 및 지속적 건강관리 체계).
이 비전의 실현은 단기적인 처방이 아닌, 장기적이고 담대한 국가적 결단을 요구한다. 파편화된 치료 중심 시스템에서 통합된 예방 중심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넘어, 법•제도, 지불 구조, 의료 문화 전반의 혁신을 필요로 한다.

AI 기반 의료시스템 도입의 4대 장애물과 정책적 과제

그러나 AI 기반 의료시스템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네 가지 핵심적인 장애물이 존재한다.
첫째,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이다. AI의 성능은 방대한 데이터 학습에 의존하지만, 의료 데이터는 가장 민감한 개인정보를 포함한다. 기술 혁신을 위한 데이터 활용과 환자의 비밀 보장 권리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한국은 '데이터 3법' 개정을 통해 가명정보 활용의 길을 열었지만, 여전히 의료 현장에서는 정보 유출 및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크다. 따라서 국제적 규제 수준에 부합하는 강력한 데이터 거버넌스 정책과 보안 기술 적용이 선행되어야 한다.
둘째, 법적 책임 소재의 불분명성이다. AI가 진단이나 치료 과정에 개입했을 때 오류가 발생할 경우, 그 책임을 AI 개발자, 의료기관, 또는 최종적으로 판단을 내린 의사 중 누가 져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부재하다. AI의 블랙박스 특성상 오류의 원인을 규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존의 의료과오 책임 법리로는 한계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생성형 AI 의료기기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실제 분쟁 발생 시를 대비한 구체적인 책임 분배 원칙과 보험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셋째, 알고리즘의 편향성 문제이다. AI 모델은 학습 데이터에 내재된 편향을 그대로 학습하거나 증폭시킬 수 있다. 특정 인종, 성별, 지역의 데이터가 과소 대표될 경우, 해당 집단에 대한 AI의 진단 정확도가 떨어지는 등 의료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백인 남성 위주의 데이터로 학습된 AI는 여성이나 유색인종에게 오진을 내릴 확률이 높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구 집단을 포괄하는 데이터셋을 구축하고, 알고리즘의 공정성을 지속적으로 감사하며, 의료진이 AI의 판단 근거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 가능한 AI (XAI)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넷째, 경제성(수가) 문제이다. 아무리 뛰어난 AI 기술이라도 명확한 건강보험 수가가 마련되지 않으면 의료 현장에 보급되기 어렵다. 현재 정부는 혁신의료기술에 대해 최대 3년간 임시 등재하여 한시적 수가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보상 수준이 개발 비용에 비해 턱없이 낮다는 지적이 많다. AI 기술의 임상적 가치와 비용 효과성을 제대로 평가하고, 이를 반영한 합리적인 수가 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AI 기반 의료시스템 생태계 구축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과제이다.

구체적인 정책 과제 및 액션 플랜

이상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 과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국민건강데이터 레이크하우스의 기반 구축

앞서 제안한 연합형(federated) 레이크하우스 아키텍처가 작동하려면, 표준화된 데이터를 생성하는 의료기관이 충분한 규모로 존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선 전국의 국공립 병원과 보건의료원을 대상으로 KR-CORE 표준을 준수하는 클라우드 기반 AIHIS의 도입을 의무화하고 재정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공공 영역에서 축적된 운영 경험과 임상적 효과에 대한 근거는 민간 의료기관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아울러 기존 자체 시스템을 운영하는 상급종합병원에 대해서는 미들웨어 방식의 연동을 지원하여, 의료기관 규모에 따른 단계적 접근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AI 기반 의뢰-회송 체계의 재설계

현행 의뢰-회송 시스템은 종이 기반의 일방향 전달, 의료기관 간 정보시스템의 호환 불가, 환자 정보의 분절적 관리 등 구조적 한계로 인해 실질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레이크하우스에 축적된 환자의 진료 이력, 지역 내 의료자원 현황, 의료기관별 전문 분야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의뢰 경로와 적합한 의료기관을 제안하는 AI 추천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검사 결과와 진료 정보가 의뢰-회송 과정에서 자동으로 전달되는 구조는 불필요한 중복 검사를 줄이고, 일차의료 의사의 문지기 기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퇴원 이후까지 포괄하는 돌봄 연속성(care continuum)의 확보

PHM 체계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병원 내 진료에 국한되지 않는 통합적 건강관리 인프라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퇴원 환자의 진료 정보가 지역사회 요양기관이나 방문간호팀에 적시에 공유되고, PHR을 통해 투약 순응도와 활력징후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되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의료(병원), 약료(약국), 장기요양, 재택의료 서비스가 레이크하우스 플랫폼 위에서 유기적으로 연계될 때, 불필요한 재입원을 줄이고 환자 안전을 강화하는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성과는 곧 가치기반지불 모델에서 과정 및 중간 지표로 측정 가능하며, 참여 기관에 대한 경제적 유인으로 환류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이 논문에서 제시한 방향이 현재의 구조적 위기를 직시하고, 지속 가능한 보편적 건강보장 체계를 재설계하기 위한 정책적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Conflict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Funding

None.

Data availability

Not applicable.

Figure 1.
Technical infrastructure for artificial intelligence (AI)-driven healthcare system. EMR, electronic medical record. This figure was illustrated by the authors.
jkma-25-0152f1.jpg
Figure 2.
Concept of population health management. EHR, electronic health record; PHM, population health management; Mgmt., management. This figure was illustrated by the authors.
jkma-25-0152f2.jpg
Table 1.
Comparative analysis of healthcare system models
Characteristics Current model: fee-for-service Proposed model: AI-based value-based care
Key incentives Volume & intensity of services Patient health outcomes & process efficiency
Focus Treatment of acute diseases Proactive prevention & continuous management
Data flow Isolated within individual hospitals (fragmented) Integration via National Health Data Lakehouse (integrated)
Role of physicians Autonomous service provider Networked health manager & coordinator
Role of technology Tool for individual diagnosis/treatment Core infrastructure for population screening, coordination, and payment
Role of patients Passive care recipient Active participant (data provider via personal health record)
Table 2.
Clinical workflow of an AI-based healthcare system
Stage Activity Key technology/entity Outcome
1. Data generation & collection Generation of patient clinical (EHR) and personal (PHR/wearable) data National SaaS EHR, PHR apps, wearable devices Creation of individual longitudinal health data
2. Data integration Secure transmission and storage of data in standard formats (FHIR/KR-CORE) Health Information Highway, National Health Data Lakehouse Construction of integrated lifecycle health records for the entire population
3. AI screening & risk stratification Continuous analysis of integrated data by AI algorithms to identify health risks Population health management platform, opportunistic screening AI Generation of high-risk alerts for potential diseases (e.g., early-stage cancer)
4. Centralized triage & verification Transmission of alerts to regional expert teams for clinical verification Regional medical innovation center Filtering of false-positive signals and identification of cases requiring clinical intervention
5. Community linkage & intervention Transmission of verified information and action plans to the patient's designated local primary physician Secure clinical communication tools Local physician contacts the patient to conduct goal-oriented diagnostic tests
6. Management & tracking Diagnosis and management by a local physician (utilizing expert tele-consultation if necessary) Local clinics/hospitals, tele-consultation network Improved health outcomes through early disease management and strengthened trust in local healthcare

AI, artificial intelligence; EHR, electronic health record; PHR, personal health record; FHIR, Fast Healthcare Interoperability Resour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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