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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Korean Med Assoc > Volume 69(3); 2026 > Article
양극성장애의 비약물적 치료: 정신사회적 치료부터 디지털 치료까지

Abstract

Purpose: Although bipolar disorder requires lifelong pharmacotherapy to prevent recurrence, many patients continue to experience residual symptoms and relapses despite optimal medication. As a result, non-pharmacological interventions are increasingly recognized as essential adjuncts for improving clinical outcomes. This narrative review summarizes promising non-pharmacological approaches for the treatment of bipolar disorder.
Current concepts: Non-pharmacological strategies for bipolar disorder include psychosocial interventions, neuromodulation, and digital therapeutics. Among psychosocial treatments, psychoeducation, cognitive behavioral therapy, family-focused therapy, interpersonal and social rhythm therapy, and peer support programs have demonstrated varying levels of evidence for improving depressive symptoms and preventing recurrence. In the domain of neuromodulation, electroconvulsive therapy remains the most established and effective option for treatment-resistant bipolar disorder. Invasive techniques such as vagus nerve stimulation and deep brain stimulation show potential benefits in refractory cases, whereas noninvasive methods, including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and transcranial direct-current stimulation, are generally more accessible and better tolerated. Digital therapeutics, which encompass mobile- or web-based behavioral interventions, remain in early stages of development but demonstrate emerging feasibility and potential clinical utility.
Discussion and conclusion: Despite continued advances in pharmacotherapy, a substantial proportion of patients with bipolar disorder fail to achieve complete remission. Non-pharmacological treatments may complement pharmacological strategies by addressing psychosocial and neurobiological factors that are not fully targeted by medication alone. Although the current evidence base remains limited, rapid technological advances and growing research efforts may soon establish these interventions as integral components of personalized care for bipolar disorder.

서론

배경

양극성장애(bipolar disorder)의 1차 치료는 약물치료이다. 양극성장애는 발병 이후 급성기 증상 조절 및 재발 방지를 위해 지속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최선의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많은 환자들은 잔류 증상과 재발로 인해 지속적으로 고통받는다. 또한 약물치료로 인한 여러가지 부작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약제를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들도 많다. 이 때문에 양극성장애 환자의 치료에 있어 약물치료의 효과를 증강시키기 위해 추가적으로 비약물적 치료가 병행된다.
양극성장애의 비약물적 치료를 소개하기에 앞서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아직까지 어떤 경우에도 약물치료를 능가하는 수준의 비약물적 치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약물치료를 시행할 수 없는 제한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비약물적 치료는 약물치료에 부가 요법으로만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임상가, 환자 및 그들의 케어기버까지 모두가 알고 있어야 치료의 효능이 적절하게 발휘될 것이다.

목적

이 논문은 정신과 전문가가 아닌 의료진을 주 독자층으로 설정하고 양극성장애에서 치료적 유용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다양한 비약물적 치료를 간단히 고찰하고자 한다. 양극성장애의 비약물적 치료는 크게 정신사회적 치료와 신경조절술(neuromodulation) 그리고 디지털 치료(digital therapy)로 나눌 수 있다. 우리는 세 가지 치료의 종류들과 간단한 기전에 대해 설명하고자 하며, 과학적 연구를 통해 그 효용성이 현 시점에서 얼마나 입증되었는가를 고찰하여 궁극적으로는 임상 현장에서 전체 치료의 목적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정신사회치료

Canadian Network for Mood and Anxiety Treatments–International Society for Bipolar Disorders (CANMAT-ISBD) 가이드라인[1]은 양극성장애의 치료에 있어 근거 기반 치료를 적용하고자 하는 가이드라인으로, 전 세계 양극성장애 전문가들이 진료에 가장 표준적으로 참고하는 전문가 권고안이다. 2018년도 가이드라인에서는 정신교육(psychoeducation),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 가족 중심 치료(family-focused therapy), 대인관계 및 사회적 리듬 치료(interpersonal and social-rhythm therapy)와 동료 지원 활동(peer support) 이렇게 총 5가지의 정신사회치료를 유지기에 보조 치료(adjunctive therapy)로 적용할 수 있다고 권고하였고, 그 밖에 아직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나 가족/케어기버 중재, 변증행동치료(dialectical behavioral therapy, DBT),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 인지 및 기능 교정(cognitive and functional remediation)과 온라인 중재는 향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나 치료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유망한 정신사회치료로 제시하였다.

정신교육

정신교육은 질병 경과와 치료에 대한 정보 그리고 가족과 환자들에게 질병에 대한 적응 전략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치료를 말한다. 정신교육적 접근들은 다른 정신사회치료들과는 다르게 치료 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것으로 심리치료에 대한 이론적 배경이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진 치료로, 핵심적인 치료 목표는 기분 삽화 재발을 예방하기 위한 개인화된 대처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다.
양극성장애는 내과적 질환과 다르게 증상의 악화 등을 미리 예측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생체 지표가 없어서 임상가는 증상의 심각도 및 재발 초기 증후 등을 주로 환자의 보고와 주변의 관찰에 의존하여 파악하게 된다. 따라서 환자가 얼마나 자신의 병을 이해하고 있는지, 특히 양극성장애에서 핵심적인 두 가지 축인 기분(mood)과 에너지의 변화를 얼마나 자각(awareness)하고 있는지에 따라 급성기 증상 및 재발을 얼마나 빨리 발견하고 치료적 개입을 할 수 있는지가 달라지게 되고, 증상으로 인한 환자 및 가족들의 고통의 정도도 달라지게 된다. 따라서 환자 및 그들의 케어기버들로 하여금 질병의 양상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도록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재발의 조기 증후를 이해하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양극성장애의 비약물적 치료들 중 어떤 치료도 약물치료보다 더 효과가 좋지 않고, 재발을 막는 데에는 아직까지는 평생에 걸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는 점을 환자 및 그들의 케어기버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규칙적인 생활 리듬 유지, 술이나 불법적인 약물 등 질병의 경과를 바꿀 수 있는 물질 사용 제한, 스트레스 관리 등이 양극성장애의 재발을 막는 데 필수적이므로, 이에 대해 환자 및 환자 가족들을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Colom, Vieta 등이 개발한 집단 심리교육 개입은 1회기당 90분, 총 20회기로 이루어져 있으며, (1) 양극성장애에 대한 인식, (2) 치료 순응, (3) 전구기 증상과 재발의 조기 발견, (4) 일생생활의 규칙성 등을 강조하며, 마지막 두 회기에서 문제 해결과 스트레스 조절을 다룬다. 축약된 형식의 6회기 단기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되었으며, 20회기 짜리와 6회기 모두 재발 방지에 유의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2].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병원에서도 양극성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4회기에 걸쳐 유사한 내용을 교육하고 있다.
대부분의 양극성장애 환자 대상의 정신사회치료는 초기 4–5회기가량을 양극성장애에 대한 정신교육에 집중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대부분의 치료들은 공통적으로 조증/우울증에 대한 전조 증상(prodrome)을 이해하도록 하고, 스트레스 관리, 문제 해결, 그리고 질병에 대한 낙인을 극복하는 법, 약물치료 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 및 건강한 생활 습관 기르기 등 양극성장애 질환에 대한 정신교육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특히, 아직까지는 양극성장애 치료의 1차 치료는 약물치료이며, 정신사회적 치료의 역할이 보조적임을 강조하고 있어 환자가 정신사회치료의 목표를 이해하고, 정신사회치료를 진행하면서도 약물치료 순응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양극성장애의 치료에서 유지 치료에 있어서 정신교육은 1차 치료로 추천되나(level 2 evidence), 급성 조증 및 우울증의 치료에는 그 효과가 명확하지 않다.

인지행동치료

CBT는 개인의 부정적이거나 왜곡된 사고방식이 감정과 행동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점에 기반하여 생각-감정-행동의 연결 고리를 이해하고, 이를 교정하여 우울, 불안, 충동 조절 문제 등 다양한 정신과적 증상을 개선하는 근거 기반 치료법이다. 치료자는 환자가 반복적으로 가지는 비합리적 사고 패턴을 함께 확인하고, 이를 보다 현실적이고 균형 잡힌 생각으로 수정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회피나 비효율적 행동 대신 보다 적응적인 행동을 시도하도록 훈련한다.
CBT는 1960년대 정신과 의사 아론 벡(Aaron T. Beck)의 우울증 환자들의 인지에 대한 관찰에서 시작되었다. 벡은 우울증 환자를 관찰하면서, 이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나는 무가치하다”), 세상과 주변 환경에 대해 (“세상은 불공평하다”), 그리고 미래에 대해 (“앞으로도 나아질 희망이 없다”)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관점을 갖고 있고(cognitive triad, 인지 삼제) 이러한 사고 구조가 우울한 감정과 비적응적 행동을 악순환처럼 강화하는 것을 관찰하였다. 이후 이러한 부정적 인지를 교정하는 치료가 우울을 감소시키고, 더 나아가 우울증의 재발을 감소시킨다는 것을 발견하여 이를 치료로 구조화하였다.
CBT는 현존하는 근거 기반 심리치료 중 가장 오랜 기간 체계적인 대규모 연구를 통해 그 효능이 입증된 치료이다. 양극성장애의 치료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CBT 지침이 양극성장애 환자의 특성을 반영하여 개발되었다. 대부분 6개월 이상의 치료기간이 소요되며, 공통적으로 약물 순응에 대한 인지적 접근, (활동 수준을 높이고, 숙달이나 즐거움 경험을 증진하는) 행동 개입법을 포함하여 우울 증상에 대한 인지행동적 접근, Beck의 인지치료에 특징적인 부정적 사고의 교정을 담고 있다. 또 회기 중 일부는 (경)조증과 연관된 인지적 왜곡들을 교정하려고 시도하기도 하나 이러한 개입법이 실제로 조증 및 경조증을 경감시키는 임상적 효용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분명치 않다.
양극성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 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 RCT)에서는 상반된 결과가 보고되었다. 즉, 한 RCT에서는 CBT는 양극성장애 환자에게서 재발 방지 효과가 입증되었으나, 다른 RCT에서는 재발 예방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전에 겪은 기분 삽화의 횟수 등의 환자별 임상적 특성이 치료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주요우울장애에서 CBT의 효과가 입증되었던 점 등을 바탕으로, 급성 양극성 우울증에서 CBT는 2단계 보조 치료로 추천되고 있다(level 2 evidence).

가족 중심 치료

양극성장애의 증상 악화나 재발은 종종 가족 내 스트레스, 의사소통의 어려움, 질환에 대한 이해 부족과 관련이 있다. 가족 중심 치료는 양극성장애 환자의 가족 혹은 개인에게 중요한 사람들(significant others)의 지지와 협조가 양극성장애의 치료 결과를 더 좋게 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가족 중심 치료는 환자와 가족 혹은 결혼 관계에서 대화 양식에 초점을 맞추는데, 목표는 관계의 기능을 개선하는 것으로 약 9개월 간 21회기간 진행된다. 구체적으로는 (1) 양극성장애에 대한 정보와 양극성장애 증상에 대처하는 방법을 제공하는 심리교육적 개입, (2) 의사소통 증진 훈련, (3) 문제 해결 기술 훈련 등을 포함하고 있다. 치료를 통해 가족은 환자의 증상 변화 신호를 조기에 인지하고 적절히 대처할 수 있으며, 갈등을 줄이고 지지적인 환경을 형성하여 약물치료 효과를 높이고 재발률을 낮출 수 있다.
급성 양극성 우울증 환자에서 집중 가족 중심 치료(30회기까지; 평균 14회기)와 3회기로 구성된 단기 가족 중심 치료를 시행하였을 때, 두 가지가 모두 treatment as usual (TAU)과 비교하여 효과를 보였다. 가족 중심 치료 가 우울증과 관련된 요인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우울증 재발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부분의 RCT에서도 가족 중심 치료는 그 치료적 효과가 입증되었다.

대인관계 및 사회적 리듬 치료

대인관계 및 사회적 리듬 치료는 사회적 차이트게버(zeitgeber) 이론에 근거한 심리사회치료이다. 차이트게버란 시간을 맞추어 주는 신호라는 뜻으로, 일조량뿐만 아니라 수면•기상, 식사, 사회적 활동과 같은 일상적 사건도 우리 뇌의 생체시계를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는 개념이다. 일상생활에서 이런 사회적 신호들이 불규칙해지면 생체리듬이 흐트러지고, 이는 결국 기분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적 차이트게버 이론은 스트레스 생활 사건 및 사회적 지지의 결핍 등이 사회적 리듬의 불안정성을 일으키고, 사회적 리듬의 불안정성이 특정한 생물학적 리듬, 특히 수면의 불안정성을 일으키며, 여기서 비롯된 신체적 증상들의 변화가 조증 또는 우울증과 같은 생물학적 리듬의 병리적 이탈로 이어져 재발로 연결된다는 가설이다. 대인관계 치료는 양극성장애 환자에서 흔히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애도, 대인관계 갈등, 역할 전환, 대인관계 결핍 등 네 가지 대인관계에서의 문제를 탐색하여 삶에서 대인관계의 질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며, 이러한 네 가지 영역을 체계적으로 탐구하고 개입하여 증상을 완화하고 기능 회복을 촉진하고자 한다. 또 사회적 리듬 치료는 일상적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돕는 방식으로, 기분 삽화를 예방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둔다.
Frank 등[3]은 대인관계 및 사회적 리듬 치료가 양극성장애 환자에게서 재발 방지에 효과가 보임을 입증한 바 있으며, 이후로 이 치료는 양극성장애 고위험군 등 다양한 환자군에게 확장되어 활용되고 있다.

동료 지원 활동

동료 지원은 같은 질환을 경험한 당사자가 자신의 경험과 대처 전략을 공유하며 환자를 정서적으로 지지하는 활동이다. 이는 치료 과정에서 고립감을 줄이고, 희망과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며, 약물치료와 병행했을 때 치료 순응도와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동료 지원은 정기적인 모임, 1:1 멘토링, 온라인 커뮤니티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며, 전문적인 의료 개입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동료 지원 활동은 스스로에 대한 낙인을 줄이고, 양극성장애 환자들의 고립을 감소시켜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전략이다. 동료 지원 활동은 양극성장애 환자들에게서 자기 효능감을 증진시키고 자기 낙인을 감소하는 효과가 보고되었다. 효과적인 동료 지원 활동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교육과 관리 등이 필요하다. CANMAT-ISBD 가이드라인에서는 동료 개입을 보조적 유지 치료로써 3단계 치료로 권장한다.
한가지 국내 양극성장애 환자들의 치료에서 동료 지원 활동을 활용하고자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국내에서 임상 현장에 적용 가능한지에 대한 효과성 연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동료 지원이 정책 논의를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도입되고 있어 해외에서 보고된 임상적 효과를 국내 양극성장애 환자군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추후 동료 지원 활동의 임상적 효과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그 밖의 정신사회치료

행동활성화 치료

행동활성화 치료(behavioral activation)는 사람이 우울할 때 흔히 보이는 회피 행동이나 활동 감소가 오히려 기분을 더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는 점에 착안하여 환자가 일상에서 즐거움이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을 단계적으로 늘리고, 회피 대신 의미 있는 행동을 하도록 돕는 치료이다. 우울증 치료를 위해 처음 개발되었으며, 단순하지만 구조화된 방식으로, 환자가 스스로 활동과 기분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며 작은 성공 경험을 쌓아나가도록 지도한다.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기분이 점차 호전되고 삶의 기능이 회복되는 효과가 있다.
행동활성화 치료는 원래 주요우울증 치료에 근거 기반으로 확립된 접근이지만, 양극성장애 환자의 우울삽화에도 적용될 수 있다. 현재까지 보고된 연구는 주로 소규모 파일럿 수준이나 대부분 양극성장애 환자들에게서 쉽게 수용 가능하였고, 효과적으로 우울 증상의 개선을 가져왔다.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

마음챙김(mindfulness) 기반 CBT는 CBT에 Zen 사상에서 시작된 현재 순간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수용하는 마음챙김 훈련과 CBT의 기법을 결합하여, 부정적 사고나 감정을 자동적으로 반응하기보다 거리를 두고 관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환자는 기분 변화를 조기에 인식하고 증상 악화를 예방하는 자기 관리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양극성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실험은 전반적으로 소규모였으나, TAU군과 비교하여 우울 증상 및 불안 증상을 호전시켜주는 결과를 나타냈다. 2020년 Xuan 등[4]이 시행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는 양극성장애 환자에게서 우울과 불안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또한 스트레스 증상과 정서 조절 능력 또한 유의하게 호전되었다. 그러나 조증 증상에는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사후 분석에서, 우울과 불안 개선 효과는 치료 후 3개월까지는 지속되었으나 12개월에는 지속되지 않았다.

변증행동치료

DBT는 높은 자살 위험성을 보이는 경계성 인격 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Linehan에 의해 개발된 치료이다. DBT는 경계성 인격 장애 환자들의 주 정신병리가 정서 조절의 불안정성이라고 정의하였는데, 정서 조절의 불안정성은 (1) 다른 사람들보다 더 낮은 자극에도 감정 변화가 유발되고, (2) 훨씬 더 강렬한 감정을 경험하며, (3) 감정이 가라앉는 데까지 훨씬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정의된다. 이러한 정서 조절의 불안정성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격렬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수용)과 함께 감정을 이해하고 덜 파괴적인 방식으로 행동하여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는 (변화)전략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DBT 관련 임상 실험은 경계성 인격 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양극성장애의 핵심 병리 중 한가지가 정서의 불안정성이고, 많은 양극성장애 환자들이 경계성 인격 장애 특성을 같이 보이는 점 등을 생각할 때 DBT는 양극성장애 환자에게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양극성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RCT에서 Zargar 등[5]은 50명의 1형 양극성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12회기의 DBT 회기를 진행하였고, 이후 조증 증상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적이었으나 우울 증상 및 수행 기능에는 변화가 없었다. Van Dijk 등[6]은 총 26명의 성인 1형과 2형 양극성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DBT 기술 훈련을 12주간 지속하였다. 그 결과, DBT 기술 훈련에 참여한 환자군은 우울 증상의 유의미한 감소를 나타냈으며, 더 높은 마음챙김 자각과 더 낮은 감정 조절에 대한 공포를 보였다.
Goldstein 등[7]은 양극성장애 청소년을 대상으로 DBT와 TAU 간의 RCT를 시행하였다. 총 20명의 환자를 모집하였고, 이중 14명이 DBT 측에, 6명이 TAU에 배정되었다. 치료는 총 1년간 36회기(18 개인 회기, 가족 기술 훈련 18회기)로 구성되었고, TAU는 정신교육, 지지적, 그리고 CBT 기법이 통합된 절충적인 정신 치료로 구성되었다. DBT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TAU군과 비교하여 1년간 치료 회기에 더 많이 참여하였으며, 더 낮은 우울 증상을 보였고, 자살 사고의 개선을 보였다. DBT 참여한 청소년들은 기분이 안정적인 상태로 더 많은 주를 보냈고, 정서 조절과 조증 증상이 치료 전/치료 후를 비교하였을 때 더 큰 호전을 보였다.

수용전념치료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는 불편한 생각이나 감정을 억제하거나 없애려 하기보다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개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따라 행동에 전념하도록 돕는 치료이다. 이를 통해 환자는 증상 조절뿐만 아니라 삶의 의미와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수용전념치료는 행동주의와 인지치료의 원리를 통합한 현대적인 접근 방식으로, 삶의 어려움을 수용하면서 개인의 가치에 부합하는 행동을 통해 더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치료로, 특정 진단군을 위해 개발된 치료가 아니며 부정적 사고와 감정과는 독립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추구할 수 있는 능력을 일컫는 심리적 유연성을 증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소규모 파일럿 연구에서 수용전념 치료는 양극성장애 환자들에게서 뚜렷한 불안 감소 효과를 보여(Cohen’s d=0.73–1.98), 평균적으로 약 45%의 불안 증상 감소 효과를 보였고, 치료 후 96%의 참가자들이 적어도 한가지 영역에서 치료 반응을 보였다[8]. 그러나 소규모 온라인 양극성장애 환자 대상의 수용전념치료 파일럿 연구에서는 오히려 기분 증상을 악화시키는 결과가 보고되어[9], 치료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온라인 혹은 디지털 치료

다수의 연구 및 치료 권고 가이드라인에서 정신사회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함에도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적용이 어려운 데에는, 면대면(face-to-face) 정신사회치료의 여러 제한점의 영향도 있다. 최근에는 다수의 앱이 개발되어 양극성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치료들이 개발되고 있다. 여태까지 개발된 많은 치료 앱들이 전반적으로 사용하기 쉬우며, 높은 접근성을 보여 환자들에게 효용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부분의 디지털 치료들은 소규모의 파일럿 연구만 진행되어 효용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10].

정신사회치료간의 효용성 비교

Miklowitz 등[11]은 양극성장애에서 시도된 부가적 정신 치료의 효과를 비교하기 위한 네트워크 메타분석을 진행하였다. 총 3,255개의 초록 중 39개의 RCT가 검색되었다. 분석 결과, 지침 기반(manual-based) 정신 치료는 약물치료와 병행할 경우 재발 방지에 약물치료와 일반적 치료를 병행시와 비교하여 재발 방지를 하는 데 더 효과적이었다(odds ratio [OR], 0.56; 95% confidence interval [CI], 0.43–0.74). 가족 중심 치료, CBT 그리고 표준 정신교육은 (조기 증상 관찰하기 등의 기술 훈련에 초점을 맞추어 일반적 치료보다 재발의 확률을 더 낮추었다. 또 가족 치료와 단기 정신교육은 표준적 정신교육과 비교하여 더 낮은 중단율(attrition rate)을 보였다. CBT, 대인관계 및 사회적 리듬 치료 그리고 가족 치료가 우울증 안정화에 유사한 결과를 보였으나 효과 크기는 CBT가 더 크게 나타났는데, 이는 CBT가 가장 많이 연구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저자들은 이러한 메타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정신사회적 치료가 양극성장애 환자들에게 더 많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정신사회적 치료를 더 널리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비대면 치료를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비약물적 치료: 신경조절술

양극성장애의 치료는 기분안정제와 항정신병약 등 약물치료가 핵심이지만, 약 20–40%의 환자는 기존 약물치료에 충분히 반응하지 못하거나 부작용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고된다[12].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고 신속한 증상 경감을 유도하기 위해 뇌의 특정 신경 회로를 물리적 자극으로 직접 조절하여 증상을 개선하는 신경조절술이 중요한 보조 치료 옵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양극성장애에서 연구되고 있는 주요 신경조절 기법에는 전기경련치료(electroconvulsive therapy, ECT), 경두개자기자극술(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TMS), 경두개직류자극술(transcranial direct current stimulation, tDCS), 미주신경자극술(vagus nerve stimulation, VNS), 뇌심부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 DBS) 등이 있다.

전기경련치료

ECT는 전극을 통해 뇌에 짧은 전기 자극을 가해 전신 경련발작을 유발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내는 기법으로, 정신의학 분야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강력한 근거를 가진 신경조절 치료다. 주로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자살 위험이 높아 신속한 개입이 필요한 경우, 혹은 긴장증(catatonia)과 같은 심각한 증상을 동반한 경우 시행한다. ECT는 양극성장애의 우울 및 조증삽화 모두에 대해 강력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특히, 치료 저항성 양극성 우울증에 대해 현재까지 가장 높은 근거수준을 가진 치료 중 하나다.
2015년 수행된 RCT [13]에서 치료 저항성 양극성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ECT와 약물치료를 비교한 결과, 6주 후 ECT 군의 임상적 반응률이 73.9%로, 약물치료군의 35.0%를 유의하게 상회했다(P<0.01). 조증에 대한 효과도 매우 유효하다. Popiolek 등[14]은 스웨덴 전국 레지스트리 자료를 이용하여 양극성 우울증으로 입원한 1,251명의 ECT 치료 결과를 분석한 결과, 80.2%의 매우 높은 반응률을 확인하였으며, 고령, 동반 정신질환(특히 성격장애와 강박장애) 부재, 라모트리진 비사용이 유의한 긍정적 예후 인자로 나타났다. 이는 ECT가 양극성 우울증에서 효과적인 치료법이며, 임상적 특성에 따라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Elias 등[15]의 80년간 임상경험 종설에 따르면, ECT는 급성 조증, 특히 약물치료 저항성 조증 환자에서 70–100%의 높은 관해율과 빠른 치료 반응을 보이며, RCT에서 리튬이나 항정신병약물과 비교하여 대등하거나 우수한 효과가 입증되었다. 그러나 현재 진료지침에서는 1차 치료로 권고되지 않아 임상에서 과소 활용되고 있으며, ultrabrief pulse ECT와 약물 병용요법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국제 가이드라인들은 ECT를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신속한 개입이 필요한 양극성장애의 급성기에 권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CANMAT-ISBD 2018 가이드라인은 양극성 우울증에 대한 ECT를 근거수준 level 3, 2급(second-line) 권고로 분류하며, 자살 위험이 높거나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경우 고려하도록 명시했다[1]. ECT의 대표적 부작용은 단기 기억력 장애와 인지기능 저하다[16]. 시술 직후 일시적 혼동과 기억 상실이 흔하며, 새로운 정보 학습 능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인지 부작용은 대부분 수주에서 수개월 내에 회복되지만, 일부 환자에서는 장기화될 위험도 있다.

경두개자기자극술

TMS는 강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코일을 두피에 대어 뇌 피질에 전류를 유도하는 비침습적 뇌 자극 치료다. 마취가 필요 없고, 인지 부작용이 거의 없으며, 전반적인 안전성이 높다는 장점 때문에 우울증 치료에 적극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Nguyen 등[17]은 양극성 우울증 환자 274명을 포함한 14건의 무작위 위약대조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rTMS가 위약 대비 2.72배 높은 임상적 반응률을 보였으며(OR, 2.72; 95% CI, 1.44–5.14), 특히 좌측 배외측 전전두엽에 대한 고빈도 자극에서 유의미한 효과가 확인되었다(OR, 2.57). 안전성은 양호하였으나, 방법론적 이질성과 소규모 연구의 한계로 인해 대규모 확증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하였다.
Tee와 Au [18]는 양극성장애 환자 345명을 대상으로 한 11건의 무작위 위약대조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rTMS가 양극성 우울증에서 위약 대비 유의미한 증상 개선 효과(standardized mean difference=0.302, P=0.016)와 10.4%p 높은 관해율(number needed to treat [NNT]=10)을 보였으나, 조증에 대한 효과는 연구 간 이질성이 커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보고하였다. 안전성 면에서는 심각한 이상반응이 없었으며, 치료 중 조증 전환 위험도 낮았다(135명 중 1명).
CANMAT-ISBD 2018 가이드라인[1]은 양극성 우울증에 대한 rTMS를 근거수준 level 2로 평가하여 3차 치료(option)로 권고하고 있다.

경두개직류자극술

tDCS는 약한 직류 전류를 두피에 흘려 보내 뉴런 활성도를 조절하는 비침습적 기법이다. TMS보다 자극 강도는 약하지만, 기기가 휴대 가능하고, 비용이 저렴하며, 집에서도 자가 시행할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양극성장애에서 tDCS 연구는 아직 많지 않지만, 최근 임상시험 결과는 고무적이다. Sampaio-Junior 등[19]은 양극성 우울증 환자 59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위약대조 이중맹검 임상시험(BETTER trial)에서 tDCS를 약물치료에 추가한 경우 위약군에 비해 유의하게 우수한 우울 증상 개선(β_int=–1.68, NNT=5.8, P=0.01)과 높은 반응률(67.6% vs. 30.4%, NNT=2.69, P=0.01)을 보였다고 보고하였다. 안전성 측면에서 치료로 인한 조증/경조증 전환율은 양 군간 차이가 없었으며(15% vs. 19%, P=0.71), 주요 부작용은 피부 발적으로 경미하고 일시적이었다. 현재까지 양극성장애에 대한 tDCS는 정식 치료 지침에 포함되어 있지 않거나 연구적 시도로 언급되는 정도다. 이는 근거 축적이 아직 초기 단계(level 2–3 정도)임을 반영한다.

미주신경자극술

VNS는 외과적으로 미주신경에 전기자극기를 이식하여 주기적으로 신경을 자극하는 침습적 치료법이다. VNS는 단기적으로 증상을 급격히 줄여주지는 않지만, 시간을 두고 증상을 완화하고, 재발을 막아주는 완만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Aaronson 등[20]은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 795명을 대상으로 한 5년간의 전향적 관찰 연구(Treatment-Resistant Depression Registry)에서 VNS를 기존 치료에 병행한 군이 기존 치료만 받은 군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누적 반응률(67.6% vs. 40.9%, P<0.001)과 관해율(43.3% vs. 25.7%, P<0.001)을 보였으며,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3.53 vs. 8.63/1,000인년)과 자살사망률도 낮았다고 보고하였다. VNS는 ECT 반응 과거력 유무와 관계없이 효과적이었으며, 추가적인 부작용 부담 없이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우울증에 대해 진행이 되었고, 양극성장애에 대한 근거는 부족하기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양극성장애 치료 지침에서는 VNS를 공식 권고하지 않는다. 이는 약물이나 ECT 대비 근거가 부족하고 시술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뇌심부자극술

DBS는 두개골을 뚫고 뇌심부 특정 표적에 전극을 이식하여 전기 자극을 가하는 첨단 치료다. 주로 파킨슨병 등의 운동장애 치료로 개발되었으나, DBS는 치료 저항성 우울증의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연구되고 있다. Hirschfeld [21]는 20명의 중증 치료 저항성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subcallosal cingulate gyrus (브로드만 영역 25)에 DBS를 시행한 연구의 장기 추적 결과(평균 3.5년)를 논평하였다. 이 연구에서 평균 반응률은 64%, 관해율은 35%였으며, 심리사회적 기능과 신체 건강이 크게 개선되었고, DBS 관련 유의한 부작용은 없었다. 이는 매우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20% 미만의 관해율을 보이는 치료 저항성 우울증의 일반적 예후에 비해 고무적인 결과이다. 그러나 20명 중 2명이 자살하고 2명이 자살 시도를 하여 치료 저항성 우울증 자체의 높은 사망 위험을 시사하며, 저자는 이 환자군을 위한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의 지속적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양극성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거의 없으며, 현재 미국에서는 바이폴라 우울증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초기 단계에 있다(UCSF Bipolar Disorder Trial investigating closed-loop DBS [ClinicalTrials.gov identifier: NCT07127913]). DBS는 아직 연구 단계의 시술로, 어떠한 양극성장애 공식 지침에도 권고되지 않는다. 치료 난이도가 높고, 시술에 따른 감염, 출혈 등 잠재적 위험이 있기 때문에 오직 임상시험 프로토콜 하에서 엄격히 통제된 조건 하에서만 시행되어야 한다. 현재 근거수준은 매우 낮고(level 4 정도), 전문가 의견에 의한 극히 예외적인 적용만 가능하다. DBS는 향후 양극성장애 치료의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지만, 그 전에 보다 광범위한 임상 근거 축적과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

디지털 치료

디지털 치료는 스마트폰 앱, 컴퓨터 프로그램, 웨어러블 기기 등을 활용하여 정신건강 중재를 제공하는 모든 접근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이는 전통적인 대면 치료나 교육을 보완하거나 대체하며, 환자 상태 모니터링, 교육, 자가 관리 유도 등 다양한 방식을 포함한다. 최근에는 임상시험을 통해 의학적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받아 질병의 예방, 관리, 치료를 위해 직접적인 중재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인 디지털 치료기기(digital therapeutics, DTx)가 주목받고 있다[22,23]. 정신의학 분야, 특히 양극성장애 영역에서는 환자의 자가 관리 및 재발 방지를 돕는 다양한 디지털 치료 및 치료기기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기반 증상 모니터링 및 자가 관리

스마트폰은 양극성장애 환자 관리에 있어 혁신적인 도구로 떠올랐다. 환자들은 앱을 통해 기분, 수면 패턴, 활동량 등을 일상적으로 기록할 수 있으며, 스마트폰 센서 데이터를 활용하여 환자 상태의 디지털 표현형(digital phenotype)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객관적이고 지속적인 데이터는 조기 경고 신호를 감지하고, 환자의 자가 관리 능력을 향상시키며, 의료진과의 소통을 증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주요 연구 사례

MONARCA 프로젝트

덴마크 올보르 대학교(Aalborg University)에서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양극성장애 환자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을 활용한 초기 자가 관리 및 원격 모니터링의 가능성을 탐색한 선구적인 연구다[2426]. 환자들이 매일 앱에 자신의 기분, 수면, 활동 수준, 약물 복용 여부 등을 기록하면, 앱이 이를 그래프로 시각화하여 환자에게 피드백을 제공하고 의료진이 원격으로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 연구는 MONARCA II라는 소규모 RCT에서 앱 사용군이 대조군보다 재발 없이 지낸 기간이 길어지고, 우울 및 조증 증상도 약간 적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는 기술 구현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이후의 대규모 연구에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

LiveWell 앱

디지털 정신건강 기술의 효과는 환자의 질병 단계에 따라 다를 수 있다. Goulding 등[27]은 양극성장애 I형 환자 205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기반 자기관리 앱 LiveWell의 효과를 평가한 RCT를 48주간 수행하였다. LiveWell은 일일 체크인, 개인 맞춤형 웰니스 플랜, 증상 관리 도구 등으로 구성된 앱과 16주간의 코치 지원을 결합한 포괄적 디지털 중재 프로그램이다. 연구 결과, 전체 환자군의 재발 위험은 유의하게 감소하지 않았으나(hazard ratio [HR], 0.65; 95% CI, 0.39–1.09; P=0.08), 사전에 계획된 위험층화 분석에서 주목할 만한 치료 효과의 이질성이 관찰되었다. 무증상 회복 단계의 저위험군에서는 재발 위험이 68% 감소하는 매우 고무적인 결과를 보였다(HR, 0.32; 95% CI, 0.12–0.88; P=0.02). 반면, 지속적인 증상을 경험하거나 회복 중인 고위험군에서는 재발 위험 감소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HR, 0.86; P=0.62). 이는 질병이 안정화된 상태에서는 디지털 자기관리 도구를 통한 지속적 모니터링과 조기 경고 신호 인식이 재발 예방에 효과적이나, 급성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는 보다 집중적인 임상적 개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2차 평가변수 분석에서는 전체 환자군에서 우울 증상 완화(평균 차, –0.80; standard error [SE], 0.34; P=0.02)와 사회적 관계 영역의 삶의 질 개선(평균 차, 1.03; SE, 0.45; P=0.02)이 관찰되었다. 조증 증상은 저위험군에서만 유의하게 감소하였다(평균 차, –1.4, P=0.001). 이러한 결과는 양극성장애의 병기 모델과 일치하며, 질병 초기 단계나 안정적 회복 상태의 환자에서 디지털 자기관리 중재가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사회적 관계 영역의 개선은 Jonathan 등[28]의 질적 연구에서 LiveWell 사용자들이 코치 및 가족•친구로부터의 사회적 지원을 행동 변화의 핵심 요인으로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저자들은 질병 단계별 맞춤형 디지털 치료 전략 개발과 무증상 회복군에서의 효과를 확인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며, 고위험군을 위한 보다 집중적이고 개인화된 중재 프로그램 개발이 향후 과제라고 제언하였다.

국내 CRM 앱

Cho 등[29]은 55명의 양극성장애 환자를 2년간 추적하며, 스마트폰에서 수동적으로 수집된 일주기 리듬 데이터(수면-각성 패턴, 활동량, 위치 이동 등)를 활용하여 기분 상태를 예측하였다. 기계학습 분석 결과 일일 기분 상태 예측 정확도는 65%, 우울/조증/정상 에피소드 분류 정확도는 85–94%로 나타나, 수동적 디지털 페노타입이 객관적 기분 모니터링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 Lee 등[30]은 495명의 기분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스마트폰 기반 디지털 표현형을 이용하여 기분 에피소드 재발을 예측한 전국적 전향적 코호트 연구를 수행하였다. 기계학습 모델을 통해 우울 에피소드 재발은 90.1–93.0%, 조증/경조증 에피소드는 91.0–92.3%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었으며, 특히 수면 시간, 활동량, 일주기 리듬 지표가 중요한 예측 인자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폰을 결합한 일주기 리듬 기반 기분예측 시스템(circadian rhythm for mood, CRM 앱)을 개발하여 임상시험 중이다. 이 앱은 환자의 일상 활동량, 수면, 빛 노출 등을 모니터링하여 수면주기 이상 시 경고 및 개선 가이드를 제공한다. 초기 파일럿 연구로 43명의 양극성장애 환자에게 웨어러블 기반 일주기 리듬 모니터링(CRM) 앱을 1년간 적용하고 대조군과 비교한 대조군 연구를 수행하였다. CRM 앱 사용군에서 기분 에피소드 재발이 96.7% 감소하고(HR, 0.033), 에피소드 지속 기간이 98.9–99.0% 단축되어, 웨어러블 기반 디지털 중재가 양극성장애의 재발 예방에 매우 효과적임을 확인하였다[31]. 이 파일럿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CRM 앱은 국내 최초의 양극성장애 디지털 치료기기를 목표로 현재 다기관 RCT가 진행 중이다[32].

장점과 한계

디지털 치료의 큰 장점은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한 개별화된 개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앱이 수면 패턴 변화를 감지해 조기 경고를 보내거나, 환자의 일기에서 스트레스 요인을 학습해 맞춤 코칭을 제공할 수 있다[33]. 그러나 실제 연구들에서는 몇 주만 지나도 앱 사용률이 크게 떨어져 유의미한 효과를 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는 참여율 저하(low adherence)가 큰 문제임을 보여준다. 또한, 중증 환자는 디지털 개입을 꾸준히 따라갈 여력이 부족할 수 있고, 기술 친화도 격차(digital divide)도 한계로 지적된다[23].

온라인 심리치료 및 교육 프로그램

양극성장애 관리에는 약물치료 외에도 심리사회적 중재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규칙적인 생활패턴 확립, 스트레스 대처, 초기 증상 인지, 약물 복용 순응도 향상 등이 재발 예방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러한 내용을 전통적인 정신교육이나 상담 치료를 통해 전달하는데,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하면 더 많은 환자에게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

온라인 정신교육

Smith 등[34]은 50명의 양극성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8개 모듈로 구성된 인터넷 기반 심리교육 프로그램 Beating Bipolar의 효과를 평가하는 탐색적 RCT를 수행하였다. 4개월간의 중재 후 6개월 추적 결과, 1차 결과변수인 전체 삶의 질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나 심리적 영역에서 중등도 수준의 개선 효과(Cohen’s d=0.43, P=0.05)가 관찰되었으며, 66.6%의 높은 프로그램 완료율을 보여 인터넷 기반 중재의 안전성과 실행 가능성을 입증하였다.

온라인 CBT 및 기타 치료

Lauder 등[35]은 156명의 양극성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기본형 심리교육 프로그램(MoodSwings)과 CBT 요소를 추가한 강화형 프로그램(MoodSwings-Plus)을 비교하는 head-to-head RCT를 수행하였다. 두 그룹 모두 기분 증상과 기능 수준에서 유의한 개선을 보였으며, 특히 MoodSwings-Plus는 12개월 추적 시점에서 조증 증상 감소에서 우월한 효과를 나타냈으나(P=0.02), 우울 증상이나 재발률에서는 유의한 차이가 없어 온라인 CBT가 양극성장애의 보조적 치료로 활용될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Hidalgo-Mazzei 등[10]은 1990년부터 2014년까지 발표된 양극성장애 대상 인터넷 기반 심리적 중재 연구를 체계적으로 고찰하여 12개 프로젝트(29편의 논문)를 분석하였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심리교육과 CBT 요소, 기분 모니터링, 동료 지지를 포함하고 있으며 높은 수용도와 참여율을 보였으나, 방법론적 이질성으로 인해 효과성에 대한 확고한 결론은 도출하기 어려웠다. 미래 방향으로는 웨어러블 기기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개인맞춤형 중재, 재발 예측 모델, 그리고 더 엄격한 방법론적 표준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인공지능 및 가상현실 기술의 활용

인공지능 기반 예측 모델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환자의 디지털 표현형 데이터를 기반으로 재발 예측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 연구진은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데이터만으로 3일 내 우울/조증 악화를 90% 이상의 정확도로 예측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29,30]. 이러한 예측 모델과 자동 개입 알고리즘을 결합하면, 미래에는 인공지능 주치의가 환자의 스마트폰 속에서 24시간 대기하며 필요 시 개입하는 형태의 치료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가상현실/증강현실

새로운 분야로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기반 인지훈련이나 스트레스 관리 훈련 등이 시도되고 있다. Salazar de Pablo 등[36]은 양극성장애에서 VR의 평가 및 중재 도구로서의 활용을 분석한 체계적 고찰을 수행하여 11개 연구(267명)를 분석하였다. VR 기반 인지재활 프로그램은 인지기능, 우울 증상, 정서 인식을 유의하게 개선시켰고, VR 기반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은 주관적 스트레스와 우울, 불안 수준을 감소시켰으며, 48.7%의 참여자가 프로그램을 '매우 우수'하다고 평가하고 87.2%가 부작용이 없다고 보고하여 높은 수용도와 안전성을 입증하였다. 그러나 연구 대상이 주로 성인에 국한되어 있어 아동•청소년, 동반질환, 재발 및 전구증상 영역에서의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치료 지침에서의 권고와 향후 과제

전반적으로 디지털 치료의 근거수준은 아직 약물이나 ECT 등 전통적인 치료에 비해 낮은 편이다. CANMAT 2018 가이드라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주요 지침에서는 아직 디지털 중재에 대해 공식적인 권고를 내리고 있지 않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병-19 (coronavirus disease 2019) 범유행을 계기로 디지털 도구의 활용이 증가하면서, 임상 현장에서는 부분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유럽정신과협회는 모바일 및 디지털 중재가 환자의 치료 결과 및 삶의 질 향상에 도움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디지털 도구 사용을 권장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37]. 향후 디지털 치료가 보편화되려면 대규모 RCT를 통한 효과 및 안전성 입증, 그리고 모든 환자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접근성 격차를 해소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결론

만성 질환으로 지속적인 치료를 요하는 양극성장애에서 1차 치료는 약물치료이나, 치료를 유지하고 잔류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 비약물적 치료가 필요하다. 다양한 비약물적 치료는 잔류 증상, 치료 저항성 사례 등에서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시사된다. 특히, 최근 기술 발전이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분야에 존재하는 제한점을 극복하는 혁신적인 기술이 개발될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아직까지 비약물적 치료의 근거수준은 아직 약물치료에 비해 낮은 편이다. 전통적으로 치료 저항성 환자에게 시도되던 ECT와 보조 치료로 그 효과가 입증된 정신교육, CBT, 가족 중심 치료, 대인관계 및 사회적 리듬 치료를 제외한 나머지 치료들은 아직까지 치료적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체계적인 연구가 제한적이다. 향후 성별, 연령 및 문화권들이 다양한 피험자들을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Conflict of interest

No potential conflict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as reported.

Funding

None.

Data availability

Not applic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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