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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Korean Med Assoc > Volume 69(4); 2026 > Article
미래 마취의 방향: 진정, 통증 조절, 그리고 회복에서 마취 약물의 역할 확장

Abstract

Purpose: Advances in surgical techniques, evolving patient demographics, and the expansion of perioperative care have fundamentally reshaped the objectives of modern anesthesia. Beyond maintaining intraoperative unconsciousness and physiological stability, anesthesia is now increasingly expected to influence postoperative recovery and long-term outcomes. This review examines how recent drug-centered innovations are transforming approaches to anesthesia, analgesia, and postoperative recovery and discusses their implications for the future direction of anesthetic practice.
Current concepts: Modern anesthesia is delivered within a highly standardized, technology-driven environment that provides a high level of intraoperative safety. Nevertheless, substantial variability persists in postoperative recovery, neurocognitive outcomes, and complication rates, even among patients undergoing similar surgical procedures. Increasing evidence suggests that these differences are closely associated with the pharmacokinetic and pharmacodynamic properties of anesthetic agents. Accordingly, recent advances have emphasized reversibility, predictability, minimization of residual effects, and recovery-oriented pharmacology. Anesthetic agents with predictable recovery profiles, opioid-sparing multimodal analgesic strategies, and rapid neuromuscular blockade reversal exemplify this transition toward recovery-focused anesthesia management.
Discussion and conclusion: Anesthetic strategies are evolving from depth-centered control toward the intentional design of recovery trajectories. Pain management is being restructured to reduce opioid-related adverse effects while promoting functional recovery through multimodal, non-opioid-based approaches. Concurrently, the emergence of reversibility as a core safety principle has reshaped anesthetic decision-making. The selection of anesthetic agents represents a central determinant of postoperative recovery, complications, and patient-centered outcomes. Anesthesia should no longer be viewed solely as a transient intraoperative intervention but rather as a deliberately designed, prognostically influential intervention grounded in strategic, evidence-based pharmacologic decision-making.

서론

마취는 수술 중 통증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환자의 무의식을 유지하고 통증을 차단하며, 생리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발전해 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마취의 질 평가는 수술 중 합병증 발생 여부, 혈역학적 안정성, 적절한 의식 소실 및 근이완의 유지와 같은 즉각적인 안전 지표를 중심으로 평가되어 왔으며, 이와 같은 접근은 지난 수십 년간 마취 관련 사망률과 중증 합병증을 현저히 감소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1,2].
그러나 최근 수술 환경과 환자 특성의 변화는 이러한 전통적 관점의 한계를 점차 드러내고 있다. 고령 인구 증가에 따라 수술을 받는 환자의 평균 연령이 상승하고, 다수의 동반 질환을 가진 고위험 환자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동시에 최소침습수술(minimally invasive surgery)과 수술 후 신속 회복(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 ERAS) 프로그램의 확산은 주술기 환자 관리의 핵심 지표를 수술 후 조기 회복, 기능 보존, 일상으로의 빠른 복귀로 확장시켰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수술 후 삶의 질, 인지 기능, 환자 경험과 같은 환자 중심 지표(patient‑centered outcomes)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지고 있다[3,4]. 그 결과 마취의 역할은 더 이상 수술실 내의 단기적 안정성 확보에 국한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마취는 주술기의학(perioperative medicine)의 핵심 구성 요소로 인식되고 있으며, 마취 관리가 수술 후 회복의 질, 섬망과 같은 신경인지 합병증의 발생, 통증 조절의 효율성, 입원 기간, 환자 만족도 등 다양한 장·단기 예후 지표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가 축적되고 있다[58]. 이는 마취가 단순히 수술 중 환자의 상태를 유지하는 기술적 행위를 넘어, 수술 전, 후 전 과정을 아우르며 환자의 임상 경과를 조정하는 적극적인 치료적 개입임을 시사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다시 주목받는 요소가 바로 마취 약물의 선택과 사용 전략이다. 전통적으로 마취 약물은 작용 발현 속도, 효과의 강도, 수술 중 안정성 확보 여부를 중심으로 평가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약물의 가역성(reversibility), 약동·약력학적 예측 가능성(predictability), 잔여 효과의 최소화, 수술 후 회복 과정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한 고려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즉, 약물은 더 이상 수술 중 효과를 발휘하는 수동적 도구에 머물지 않고, 회복 경로를 조절하고 장·단기 예후를 변화시키는 능동적 치료 수단으로 재해석되고 있다[911].
이러한 변화는 마취 영역에서 약물 중심(drug‑centered) 접근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새로운 진정제와 정밀 진정 전략(precision sedation strategy), 비마약성 약제를 포함한 다중 진통(multimodal analgesia), 근이완 역전제와 같은 회복 지향적 약제의 발전은 모두 수술 후 회복을 최적화하고 환자 중심 예후를 개선한다는 공통된 목표를 향해 수렴하고 있다[1013]. 이 논문은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최근 마취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약물 중심 변화가 마취(anesthesia), 통증 조절(analgesia), 그리고 수술 후 회복(recovery) 전략을 어떻게 재구성하고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고찰하고, 미래 마취의 방향성을 논의하고자 한다.

마취에서 약물이 다시 핵심이 되는 이유: 기술 중심 접근의 한계와 약리학적 결정의 중요성

현대 마취는 고도화된 모니터링 장비와 표준화된 마취 프로토콜을 바탕으로, 수술 중 매우 높은 수준의 안전성을 달성하고 있다. 심전도, 침습적·비침습적 혈압 측정, 맥박산소포화도, 호기말 이산화탄소 분압, 뇌파 기반 마취 깊이 모니터링 등 다양한 기술적 도구들은 마취 중 생리적 변화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이에 대한 즉각적인 개입을 가능하게 하며, 이러한 진보는 수술 중 급성 합병증과 마취 관련 사망을 현저히 감소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1,2,1416].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수술을 받고 유사한 기저 질환을 가진 환자들 사이에서도 수술 후 회복 속도, 통증 양상, 인지 기능 변화, 합병증 발생에는 여전히 상당한 개인차가 관찰된다. 일부 환자는 빠르고 안정적인 회복을 보이는 반면, 다른 환자는 잔여 진정(residual sedation), 섬망, 통증 조절 실패, 장 기능 회복 지연 등으로 인해 회복이 지연되거나 입원 기간이 연장되며, 이러한 차이는 모니터링 기술의 정밀도나 술기의 숙련도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기 어렵다[5,6,9,17].
최근 연구들에서는 이러한 환자 간 회복의 이질성이 마취 약물의 약동학(pharmacokinetics)과 약력학(pharmacodynamics) 특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1719]. 약물의 작용 지속시간, 대사 경로와 활성 대사산물의 존재 여부, 조직 내 축적 가능성, 개개인의 유전적·생리적 특성이 반영된 약물 반응성은 수술 후 잔여 효과와 회복 궤적을 규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고령이거나 다질환을 가진 환자에서는 장기 기능 저하와 함께 사용하는 약물의 증가로 인해 이러한 약동학, 약리학적 변화가 더욱 두드러지며, 이는 회복 지연, 섬망, 호흡·심혈관 합병증 위험을 높이는 중요한 기전으로 지목되고 있다[9,1719].
이러한 인식 변화와 함께 새로운 마취 약물의 개발과 임상 적용은 효과 중심의 접근에서 회복과 예후를 고려한 임상적 목표 지향 전략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역성, 예측 가능성, 잔여 효과의 최소화, 그리고 회복 친화성(recovery‑oriented pharmacology)이 핵심 개념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는 약물이 수술 중 원하는 효과를 얼마나 잘 발휘하는지 뿐 아니라 그 효과가 언제, 어떻게, 어느 속도로 소실되는지 또한 동등하게 중요하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실제로 remimazolam‑flumazenil 조합, 빠른 역전을 가능하게 하는 근이완제·역전제(rocuronium-sugammadex 등), 회복을 지연시키지 않는 마취제 조합에 대한 연구들은, 약제의 선택과 종료 전략이 회복 시간과 단기 예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9,11,2023].
이러한 흐름 속에서 마취는 단순히 수술 중 항상성을 유지하는 기술적 행위를 넘어, 수술 이후의 임상 경과와 환자 경험을 함께 설계하는 전략적 치료 개입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약물 선택은 더 이상 습관이나 편의에 따른 부차적 결정이 아니라, 환자의 회복 과정을 설계하는 임상결정의 핵심 단계로 자리 잡고 있으며, 어떤 약물을 어떤 방식으로 조합하고, 적정하느냐에 따라 회복 속도, 합병증 위험, 환자 보고 결과(patient‑reported outcomes)가 달라질 수 있다[8,12,15,24,25].
이러한 관점에서 마취 약물은 더 이상 기술과 프로토콜에 종속된 부수적 요소가 아니다. 일정 수준까지 표준화된 모니터링과 프로세스가 제공되는 현대 마취 환경에서는, 환자 간 예후 차이를 형성하는 주요 변수가 점차 약리학적 선택과 개별화된 약물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다. 따라서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는 약물의 즉각적인 효과뿐 아니라 수술 후 회복 과정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약물을 선택해야 하며, 이는 마취의 궁극적 목표가 수술 중 생존과 안전성 확보를 넘어 수술 후 예후와 삶의 질의 최적화로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9,16,18,19].

진정/마취제 선택과 진정/마취 깊이 전략의 변화

의식 소실은 진정/마취의 핵심 구성 요소로서 오랫동안 환자의 무의식 깊이와 그 안정성을 중심으로 평가되어 왔다. 전통적인 진정/마취 전략에서는 수술 중 각성 반응을 억제하고 유해 자극에 대한 반응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주요 목표였으며, 이를 위해 충분히 깊고 안정적인 진정/마취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접근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관점에서 진정/마취의 적절성은 주로 수술 중 움직임 여부, 혈역학적 반응, 뇌파 기반의 마취 깊이 지표, 그리고 통증 지표와 같은 생리학적 지표를 통해 평가되어 왔다[5,6,2628].
그러나 최근 연구와 임상 경험은 깊은 진정/마취가 반드시 더 나은 수술 후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회복을 저해할 수 있음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나치게 깊거나 장기간 유지되는 진정/마취는 회복 지연과 잔여 진정, 호흡 억제, 저혈압뿐 아니라 수술 후 섬망(postoperative delirium)과 인지 기능 저하와 같은 신경인지 합병증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6,28,29]. 이러한 문제는 특히 고령 환자, 기저 인지 기능이 저하된 환자, 다수의 동반 질환을 가진 취약 환자군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며, 수술 후 기능 회복 지연, 입원 기간 연장, 재원 비용 증가와 직결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5,6,29].
이와 같은 근거 축적에 따라 최근 진정/마취 깊이 조절 전략의 초점은 단순히 무의식의 깊이를 조절하는 것에서 벗어나, 회복의 시점과 양상을 예측 가능하게 관리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진정/마취는 이제 수술 중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일시적 개입이 아니라, 수술 종료 이후 환자가 어떤 경로로, 어느 정도의 속도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깨어나는지를 함께 설계해야 하는 전략적 요소로 인식된다. 이러한 관점은 진정/마취의 목표를 ‘충분히 깊은 무의식’에서 환자 특성에 맞춘 ‘계획된 회복 궤적(planned recovery trajectory)’으로 전환시키는 개념적 변화를 의미하며, 진정/마취의 강도뿐 아니라 종료 시점과 회복 속도를 포함한 동적인 관리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6,26,30].
이러한 흐름은 진정/마취제의 약리학적 특성에 대한 재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도입되었거나 주목받고 있는 진정/마취제들은 짧은 작용 시간, 선형적이고 예측 가능한 약동·약력학적 특성, 낮은 조직 축적과 개인 간 변이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으며, 의도한 시점에 효과를 종료시키기 용이한 특성을 갖도록 설계되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수술 종료 시점, 회복실 도착과 퇴실 시점에 맞추어 진정/마취 수준을 조절할 수 있게 하며, 진정/마취의 시작과 종료를 명확히 구분하는 회복 지향적 마취/진정을 구현하는 데 중요한 전제 조건이 된다. 결과적으로 마취/진정제의 선택은 단순히 효과 발현의 속도와 강도를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회복 시간을 포함한 전반적인 회복 전략의 일부로 통합되어 고려되어야 할 임상적 결정으로 재정의되고 있다[9,11,17].
이와 같은 맥락에서 remimazolam은 회복 지향적 마취/진정 패러다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약제로 주목받고 있다. Remimazolam은 조직 축적이 적고, 작용 시간이 짧으며, 비교적 일관된 약동학적 특성과 flumazenil을 통한 신속한 역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고령 및 취약 환자에서 예측 가능한 마취/진정과 회복을 구현하는 데 유리한 특성을 지닌 약제로 평가되고 있다[22,31,32]. 여러 연구에 따르면 remimazolam은 프로포폴(propofol)이나 midazolam과 비교했을 때 진정 성공률은 유사하거나 비열등하면서도 혈역학적 안정성과 호흡 억제 위험 측면에서 이점을 보이고, 회복 시간 또한 경쟁 약제에 비해 동등하거나 일부 상황에서는 더 빠른 것으로 보고된다[22,31,32]. 이번 호에 포함된 remimazolam에 대한 종설은 이러한 약리학적 특성과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측 가능한 회복을 중심에 둔 진정 전략이 실제 임상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22].
이러한 변화 속에서 마취/진정은 더 이상 수술 중 편의성과 작업 환경 개선을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만 이해될 수 없다. 마취/진정 전략은 수술 후 회복의 질, 신경인지 기능 보존, 환자 만족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요소로서, 마취/진정 전 평가에서 회복실, 나아가 병동과 외래에서의 추적(follow up)까지 이어지는 연속된 관리 계획 안에서 체계적으로 통합되어야 한다. 이는 마취/진정이 유도 시점에 한 번 결정되는 고정된 선택이 아니라, 환자의 위험도, 수술의 침습도, 예상 회복 경로를 고려하여 수술 전·중·후 전 과정에서 재평가되고 조정되어야 하는 동적 관리 과정임을 시사한다[5,6,30].
결국 진정의 패러다임은 “얼마나 깊이 재울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어떤 환자를, 어떤 진정제로, 어떤 회복 궤적을 목표로 관리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러한 관점의 전환이야말로 미래 마취에서 진정 전략이 담당하게 될 핵심 역할을 규정한다.

통증 조절 전략의 재구성: 마약성 진통 중심 접근의 한계와 회복 지향적 전략

통증 조절은 마취 및 수술 후 관리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수술 경험의 질과 환자 만족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이다. 적절한 진통은 교감신경 활성과 스트레스 반응을 완화하고 조기 보행과 호흡 재활을 촉진함으로써 수술 후 회복을 가속화한다. 반면, 부적절하거나 부작용 부담이 큰 진통 전략은 오히려 회복을 지연시키고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24,25,33,34]. 전통적으로 수술 후 통증 관리는 강력하고 예측 가능한 진통 효과를 제공하는 마약성 진통제(opioid)에 의존해 왔으며, 이러한 접근은 다양한 수술 상황에서 오랫동안 표준 전략으로 사용되어 왔다[25].
그러나 마약성 진통제 중심의 접근은 통증 경감을 대가로 적지 않은 부작용 부담을 동반한다. 호흡 억제, 오심·구토, 장운동 저하 및 수술 후 장 마비(postoperative ileus), 요정체(urinary retention), 과도한 진정, 수면 장애, 섬망과 같은 신경인지 합병증이 대표적이며, 이러한 부작용들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회복을 직접적으로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25,35]. 특히 고령 환자나 심혈관계·호흡기·신경계에 취약성을 가진 환자에서는 이러한 부작용의 임상적 영향이 더욱 두드러져, 조기 보행 지연, 영양 섭취 장애, 폐 합병증 증가, 입원 기간 연장 및 재입원 증가 등 전반적인 예후 악화와 연관된다는 보고가 다수 존재한다[25,36].
이러한 배경에서 비마약성 다중 진통(opioid‑sparing multimodal analgesia) 전략이 중요한 대안이자 새로운 표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전략은 서로 다른 기전을 가진 약물과 기법을 병합하여 통증 신호 전달을 말초·척수·중추 수준에서 다층적으로 조절함으로써 특정 약물, 특히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각 약물의 용량을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25,3739]. 비마약성 진통제(nonsteroidal antiinflammatory drugs [NSAIDs], acetaminophen, gabapentinoid, N-methyl-D-aspartate [NMDA] 길항제 등), 국소마취제 투여와 신경차단, 항염증 전략, 나아가 심리·교육적 개입까지 적절히 조합함으로써 단일 기전 진통에서 흔히 문제되는 부작용을 분산시키고, 전신 약물에 의한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핵심 개념이다[38,39].
중요한 점은 이러한 비마약성 다중 진통 전략이 단순히 통증 점수 감소에만 초점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마약성 다중 진통 전략은 호흡 기능 보존, 장 기능의 조기 회복, 오심·구토 및 요정체 감소, 섬망과 과도한 진정 위험 감소 등 회복 과정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이는 조기 보행, 빠른 경구 섭취, 입원 기간 단축, 환자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3739]. 이러한 접근은 통증 조절을 독립된 목표가 아닌, ERAS와 같은 회복 지향적 수술 관리 프로그램의 핵심 구성 요소로 통합하려는 개념적 전환을 반영하며, 실제로 ERAS 프로토콜에서 다중 진통 전략은 중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3,4].
이번 호에 포함된 종설은 이러한 비마약성 다중 진통 전략의 임상적 근거와 적용 가능성을 다양한 수술 유형과 환자군을 대상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통증 조절은 더 이상 부수적 “증상 관리”가 아니라, 수술 후 예후와 장기적 삶의 질을 좌우하는 적극적인 치료 전략이자 회복 지향적 마취 관리의 필수 요소임이 명확해지고 있다[25].

가역성 중심의 안전 개념: 응급 상황에서의 마취 접근 방식의 변화

마취 안전의 개념은 오랫동안 합병증 예방과 위험 최소화에 초점을 맞추어 발전해 왔다. 철저한 수술 전 평가, 표준화된 마취 계획, 숙련된 술기, 그리고 고도화된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위험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전통적인 마취 안전 전략의 핵심이었으며, 이러한 예방 중심적 접근은 마취 관련 중대한 합병증과 사망률을 크게 감소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1,2,40].
그러나 실제 임상에서는 모든 상황을 사전에 완벽하게 예측하고 통제하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 특히 응급 수술이나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는 제한된 정보와 시간 속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이 요구되며, 계획된 마취 전략을 즉각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흔하다. 기도 확보 실패, 급격한 혈역학적 변화, 예상치 못한 수술 범위의 확대 등은 대표적인 예로, 이러한 상황에서는 사전 예방만으로는 충분한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고, 문제 발생 이후의 대응 가능성까지 포함한 보다 입체적인 안전 개념이 요구된다[2,40].
이러한 맥락에서 가역성은 최근 마취 안전을 재정의하는 핵심 개념으로 부상하고 있다. 가역성은 마취 효과, 특히 근이완과 진정·최면 효과가 필요 시 신속하고 신뢰도 높게 역전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하며, 마취를 본질적으로 “되돌릴 수 있는 개입”으로 인식하게 한다. 그 중에서도 신경근 차단 상태는 기도 확보와 자발 호흡 회복에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근이완 효과를 얼마나 빠르고 완전하게 해소할 수 있는지는 응급 상황에서 환자 안전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가 된다[31,40,41].
선택적 근이완제 결합제(selective relaxant binding agent)를 이용해 근이완 효과를 신속히 역전할 수 있는 약제의 등장, 특히 rocuronium 및 vecuronium 유도 신경근 차단을 빠르게 되돌리는 sugammadex의 도입은 이러한 가역성 개념을 실제 임상에서 구현 가능하게 만들었다[40]. 이에 따라 예기치 못한 기도 확보 실패나 환기 곤란 상황에서 마취 상태를 유지한 채 기도 확보만 반복 시도하던 기존 접근과 달리, 상황에 따라 근이완을 해제하고 자발 호흡 회복을 유도하는 적극적인 “마취 효과 되돌리기” 전략이 현실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게 되었다[21,42]. 그 결과 응급 상황에서의 대응 알고리즘은 단일 축이 아니라, 기도·환기 관리와 약리학적 역전을 유연하게 조합·조정할 수 있는 다차원적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마취 실패의 개념에도 중요한 함축적 의미를 가진다. 과거에는 기도 확보 실패나 예기치 못한 생리적 불안정이 곧 “마취 실패”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가역성이 확보된 환경에서는 이러한 사건이 반드시 치명적 결과로 귀결되지는 않을 수 있다. 즉, 마취 실패는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종결 상태라기보다, 신속한 역전과 구조적 알고리즘을 통해 관리 가능한 임상 사건의 한 형태로 재해석되고 있으며, 마취 안전은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을 넘어 “얼마나 빠르고 안전하게 회복 가능한가”라는 연속적 스펙트럼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번 호에 포함된 sugammadex의 응급 상황 활용에 대한 종설은 이러한 가역성 중심 안전 개념이 실제 임상 관행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를 통해 가역성은 단순한 약리학적 특성을 넘어, 응급 마취 접근 방식과 안전 철학을 재편하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21].

약물 선택과 예후의 연관성: 수술 후 임상 결과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

최근 축적되고 있는 임상 근거들은 마취 중 어떤 약물을, 어떤 조합으로 사용하는지가 수술 후 예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 수술 후 섬망 발생, 회복 속도, 입원 기간, 환자 만족도, 기능적 회복과 같은 주요 임상 지표는 수술의 난이도나 환자의 기저 질환만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으며, 마취제·진정제·진통제의 약리학적 특성과 투여 전략에 따라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관찰은 마취를 더 이상 수술 중 일시적인 상태의 조절로만 이해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마취 관리가 수술 이후의 임상 경과를 적극적으로 조정하는 개입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29,43,44].
특히 신경인지 예후는 마취 약물 선택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영역이다. 수술 후 섬망과 인지 기능 저하는 고령 환자에서 흔히 발생하는 합병증으로, 입원 기간 연장, 기능 저하, 장기 사망률 증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최근 메타분석과 네트워크 메타분석들은 마취 깊이, 흡입마취제 대 정맥마취제, 진정제·진통제의 종류와 용량, 잔여 진정 및 아편유사제(opioid) 노출이 이러한 신경인지 합병증 발생률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으며, 뇌 기능 보존을 목표로 한 약물·용량 선택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5,9,15]. 이는 마취 약물 선택이 단순히 수술 중 무의식을 유지하는 수준을 넘어, 수술 후 인지 기능과 뇌 건강을 지키는 장기 목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회복 속도와 입원 기간 역시 약물 선택과 밀접하게 연관된 주요 결과 지표다. 잔여 진정이나 과도한 아편유사제 사용은 자발 호흡 회복, 조기 보행, 경구 섭취를 지연시키고, 이는 수술 후 폐 합병증과 장 마비, 기능 저하, 입원 기간 연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예측 가능한 각성과 회복을 목표로 한 진정 전략, 비마약성 다중 진통 전략, 신속하고 완전한 근이완 역전을 기반으로 한 회복 친화적 약물 사용은 회복실 체류 시간과 병동 입원 기간을 단축하고 조기 퇴원을 촉진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 다기관 연구에서는 정맥마취나 NMDA 길항제·α2 작용제를 포함한 약물 조합이 흡입마취 기반 전략에 비해 회복실 퇴실 시간, 오심·구토 발생, 지연 각성, 마약성 진통제 요구량 측면에서 보다 우수한 회복 프로파일을 보였다는 결과도 제시되고 있다. 이처럼 마취 약물은 회복을 촉진하거나 지연시키는 조절 변수로 기능하며, 그 영향은 수술실을 넘어 회복실과 병동, 나아가 퇴원 이후의 회복 과정에까지 확장된다[3,9,44].
환자 만족도와 기능적 예후 역시 약물 선택의 영향을 받는 중요한 환자 중심 지표이다. 수술 후 통증 조절의 질, 오심·구토 발생, 인지적 명료성이 회복되는 시점, 피로감과 수면의 질 등은 환자가 수술·마취 경험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여러 연구에서 통증 조절 실패나 심한 오심·구토가 마취 관련 불만족과 강하게 연관된다고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표준화된 설문을 이용해 회복의 전반적 질과 환자 보고 결과를 평가하고 있으며, 프로포폴 기반 마취나 다중 진통 전략, 항구토 전략이 회복의 주관적 질과 만족도를 향상시키고, “다시 같은 마취를 받겠다”는 의향을 높인다는 근거도 축적되고 있다[44,45]. 이러한 흐름은 마취 관리의 목표가 생리적 안정성 확보를 넘어, 환자 경험과 삶의 질을 포함하는 보다 넓은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근거를 종합하면, 마취는 더 이상 수술 중 상태를 유지하는 기술적 행위에 머물지 않는다. 마취 약물의 선택과 조합은 수술 후 신경인지 기능, 회복 속도, 입원 기간, 재입원, 기능적 회복, 환자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예후 개입(prognostic intervention)으로 이해되어야 하며, 이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의 의사결정 범위와 책임이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약물 선택은 더 이상 즉각적인 효과나 투여 편의성, 비용만을 기준으로 판단되기보다, 수술 후 회복의 질, 합병증 발생 위험, 장기 기능적 예후, 환자 보고 결과를 포괄적으로 고려한 전략적 판단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이번 호의 또 다른 종설은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마취 약물 전략과 수술 후 회복 지표 간의 연관성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 리뷰는 개별 약물의 특성을 나열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특정 약물이 신경인지 기능, 회복 지연, 오심·구토, 통증, 환자 만족도 등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체계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마취 약물이 중요한 예후 결정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강조한다[23]. 이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가 약물을 선택할 때 기존의 “효과와 안전성” 중심의 사고를 넘어서, 환자의 전반적인 임상 경과와 장기적인 삶의 질을 염두에 둔 예후 지향적 결정을 내리는 것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결론

마취는 이제 더 이상 수술 중 환자의 생리적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기술적 행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진정, 진통, 근이완과 그 역전에 이르는 모든 약물의 선택은 수술이라는 단일 사건을 넘어, 환자의 회복 경로와 장기 예후를 함께 설계하는 연속적인 과정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본 논문에서 살펴본 최근의 약물 관련 변화는 마취의 목표를 “수술 중 안전성 확보”에서 “수술 후 회복의 질과 장기 예후의 최적화”로 확장시키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마취/진정의 전략은 단순히 무의식의 깊이를 조절하는 기술에서 벗어나, 환자가 언제, 어떤 경로를 통해, 얼마나 안정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지를 예측하고 관리하는 접근으로 전환되고 있다[6,26,30]. 통증 조절 또한 통증 강도의 감소에 국한되지 않고, 호흡 기능과 장 기능을 보존하며 신경인지 합병증을 최소화함으로써 전반적인 회복을 촉진하는 전략적 요소로 재정립되고 있다[38,39]. 더 나아가, 근이완과 진정·마취 효과를 신속하고 신뢰도 높게 역전할 수 있는 가역성 개념의 도입은 응급 상황에서의 마취 안전을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시키며, 마취를 본질적으로 “되돌릴 수 있는 개입”으로 재인식하게 한다[23,31,40,41]. 이러한 흐름은 개별 기술의 산물이 아니라, 약물 선택을 축으로 한 마취 패러다임의 일관된 전환을 반영한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마취 약물의 선택과 조합이 수술 후 섬망, 회복 속도, 입원 기간, 환자 만족도, 기능적 회복과 같은 다양한 임상 결과와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사실이다[45]. 신경인지 기능 보존, 회복 지연과 재원 기간 단축, 오심·구토와 통증 경험, 일상 기능 회복과 같은 지표들은 마취 중 사용된 약물의 종류와 조합, 용량 및 지속시간에 따라 유의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는 마취가 더 이상 수술 중 일시적인 상태 조절에 그치지 않고, 수술 이후의 임상 경과를 적극적으로 조정하는 예후 개입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마취 약물의 선택 기준은 효과의 강도나 사용 편의성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수술 후 회복의 질, 합병증 발생 위험, 장기 기능적 예후와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포괄적으로 고려하는 방향으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의 역할 또한 재정의한다.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는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단순히 수행하는 기술자를 넘어, 환자의 특성과 수술 맥락, 예후 목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적의 약물 조합과 전략을 설계하고 조정하는 임상의이자 조정자(coordinator)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약리학과 약물유전체학, 정밀의학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수술 후 예후와 환자 보고 결과를 통합적으로 해석하고 사고할 수 있는 역량이 현대 마취 실무의 핵심 요소로 요구된다.
이 논문은 이러한 약물 중심 변화를 통해, 마취의 목표와 범위가 어떻게 확장되고 있는지를 통합적으로 제시하고자 하였다. 향후 마취는 단순히 “제공되는 기술”이 아니라, 환자별 위험과 목표 예후에 맞추어 의도적으로 설계되는 예후 중심 개입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실제 임상 실천을 넘어, 마취 관련 연구와 교육에서도 어떤 약물 전략이 어떤 예후를 만들어내는지를 중심으로 한 근거 창출과 교육과정 설계의 중요한 기준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Conflict of interest

Hyun Kang serving as an editorial board member of the journal was not involved in the following: selection of the peer reviewer, evaluation of the article, and decision process of acceptance of this article. No other potential conflicts of interest relevant to this article were reported.

Funding

None.

Data availability

Not applic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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