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2013년부터 시작되어 2017년까지 진행되고 있는 전공의 정원감축정책과 2014년부터 시작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정책은 수련병원의 진료환경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수련병원의 전공의 교육역량을 평가하여 전공의 수련기관으로서의 자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일정 수의 전공의 정원을 일괄적으로 감축시킴으로 인하여 감축된 정원으로 근무하는 전공의의 업무부담이 더욱 증가하였으며 특히 내과의 경우 전공의 지원율 감소로 이어져 전공의 정원을 확보하지 못하는 수련병원이 속출하였다. 또한 최대 88시간으로 수련시간을 감소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한 전공의 공백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수련병원에서는 지도전문의들이 병동과 응급실 당직을 하거나 상당한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촉탁의를 고용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결국 전공의 부재로 인한 진료공백을 해결하고 입원환자 진료의 질을 향상시키며 그동안 고질적인 문제가 되었던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시급히 필요하였다. 이에 내과 전공의 감소와 수련시간 단축으로 인한 진료공백을 심각하게 우려하던 대한내과학회는 대안으로 호스피탈리스트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게 되었고 지난 2015년 하반기 동안 4개 병원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마쳐 본격적인 도입이 다가오고 있다.
한국형 호스피탈리스트 제도의 구축과
언론보도에[
1] 의하면 이 시범사업 과정에서 참여 병원의 병동 호출과 응답 그리고 입원 후 첫 진료의 지연현상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호스피탈리스트의 전담진료를 경험한 환자 중 70%는 호스피탈리스트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면 진료비를 추가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설문조사에서 전문의 시험을 마친 내과와 외과 전공의 118명 중 내과 전공의의 72.6%, 외과 전공의의 63.0%가 호스피탈리스트로 근무 의향이 있다고 답하였고 상급종합병원 39개 중 70% 이상(내과 72.7%, 외과 75.0%)이 호스피탈리스트 채용 할 계획이 있다고 했다. 따라서 호스피탈리스트의 채용효과와 지원수요 그리고 고용수요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는 의료환경이 크게 다르며 호스피탈리스트가 우리나라에서 생소한 의사 직군임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자리매김을 위하여 해결하거나 검토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호스피탈리스트가 어떤 역량을 필수적으로 가져야 하고 어떤 직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자격조건이 전문의라는 점만 합의를 한 정도이다. 따라서 호스피탈리스트의 직무(또는 필수 역량)에 대한 명확한 수준과 범위가 결정되어야 하며 이와 관련하여 근무 중 책임과 권한에 대한 공감대도 만들어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도 전문의 또는 분과 전문의와의 관계, 전공의와의 역할분담,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위치 등을 조정해야 한다. 호스피탈리스트의 직무가 결정되면 호스피탈리스트가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업무량에 대한 합의, 적정 급여의 결정, 채용유지와 신분보장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호스피탈리스트에게 지나치게 많은 환자를 진료하게 하거나 단순히 전공의 업무를 대체하거나 야간당직을 하는 정도의 업무 수준이라면 우수한 역량을 가진 인력이 지원할 리 없다. 또한 낮은 급여와 단기계약 형태로 채용을 유도한다면 지원자가 없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호스피탈리스트의 직무와 직업 안정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유관단체와 전문가 그리고 정부 관련 부처가 전체적인 틀을 잡아나갈 필요가 있으며 해당 병원의 특성에 따른 세부적인 논의와 결정도 필요할 것으로 예측한다. 먼저 정부의 경우 호스피탈리스트 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법령의 정비를 해야 하고 호스피탈리스트를 운영하기 위하여 발생하는 비용을 지원하기 위한 재정지원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비용 발생에 대한 재정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호스피탈리스트 채용의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지거나 한시적으로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호스피탈리스트 시범사업에서 제시한 모델(
Table 1)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호스피탈리스트 인력에 대한 인건비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준의 재정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여 새로운 보험급여 수가를 만들거나 별도의 기금 조성이 필요하다. 해외 문헌보고에 의하면 호스피탈리스트의 진료활동으로 인하여 환자의 재원기간이 31% 감소하고 전체 입원비용도 30%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또한, 입원 중 발생하는 내과적 의료과실도 호스피탈리스트들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3]. 뿐만 아니라 호스피탈리스트들이 근무하는 요일과 시간대에 병원 내에서 발생한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이 더 좋다는 문헌보고도 있다[
4]. 우리나라에 호스피탈리스트 제도가 정착이 되면 이와 같은 효과들이 비슷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어 궁극적으로는 의료비용의 절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편 전문학회를 비롯한 유관 단체에서는 호스피탈리스트의 자격을 인증하는 기준, 역량을 유지하고 강화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 정기적인 학술활동 등이 이루어질 수 있는 인프라의 구축을 진행해야 한다. 또한, 수련병원의 경우 해당 병원의 특성에 맞는 호스피탈리스트 운영방법을 개발해야 하고 호스피탈리스트의 안정적인 고용유지와 근무환경을 만들어야 하며 기존 전공의 수련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도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결론
앞으로 우리나라 의료환경은 빠르고 혁신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기존 병원은 물론 신규 병원의 규모가 대형화될 가능성이 많고 입원환자 진료와 관련하여 환자안전과 환자만족에 대한 요구수준은 계속 높아질 것이다. 과거와 같이 입원환자 진료에 대한 일차적인 책무를 더이상 전공의에게 맡길 수 없고 환자안전에 대한 병원의 책임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진료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계기로서 호스피탈리스트 제도의 도입과 운영은 시대적인 요청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문의 중심의 입원환자 진료로 전환하는 과정을 통하여 국민의 안전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Table 1
Summary of models for Korean hospitalist syst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