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의료의 원칙 및 체계

Principles and system of disaster medicine

Article information

J Korean Med Assoc. 2014;57(12):985-992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14 December 17
doi : https://doi.org/10.5124/jkma.2014.57.12.985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응급의학교실
Department of Emergency Medicine, Hallym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Seoul, Korea.
Corresponding author: Soon-Joo Wang. erwsj@chol.com
Received 2014 October 31; Accepted 2014 November 14.

Abstract

For adequate disaster preparation and response, the capacity of various sectors should be integrated harmoniously into a single system. Investment must be made in disaster medical care for emergencies and safety issues that address the most important priority - conservation of life. Specifically, support for disaster base hospital is necessary for a hospital to perform an adequate role in disaster, and it is also necessary to assign the role of disaster base hospital to hospitals in areas that contain local risk factor. Because of the problems for nuclear, chemical or biological disaster preparedness in Korea, important things to consider are the preparation and establishment of an infrastructure based on equipment and facilities, including personal protective equipment, decontamination equipment and facilities. Governments should support the operation of 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s in order to improve the disaster medical system.

서론

매해 발생하는 풍수해를 포함하여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 및 세월호 침몰에 이르기까지 국내에는 크고 작은 재난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여 왔지만 아직도 이에 대한 이해와 대비대응 체계는 지속적으로 보강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난의 대비와 대응은 다양한 분야의 역량과 전문성을 요구하나 이를 통합적으로 다룰 체계의 확립도 요구된다. 이중 보건의료 분야는 재난의 대비와 대응 분야 중 인명손실 방지와 개인의 행복 유지를 우한 핵심 분야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그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한 분야로 향후 집중적인 보강이 필요한 분야이다.

헌법 34조 6항에서는 재난 혹은 재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재해와 위험"을 규정하고, 방재를 국가의 헌법적 책무로 규정하고 있는 셈이다.

재난의 유형별로 의료적 차원에서 대비하고 활동하는 학문을 재난의학이라고 하며, 재난발생 후 수 시간 이내에 재난현장으로 의료진을 투입하여 72시간 정도 현장의료를 독립적으로 제공하는 의료팀을 재난의료지원팀(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이라고 한다[12].

재난 혹은 재해라는 용어는 같은 의미로 혼용되어 사용되기도 하고 다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전통적으로 재난은 인위적인 원인, 재해는 자연적 원인에 의한 것을 의미했고, 법률도 각각의 어휘가 사용되었었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변화, 복잡성으로 인한 재난의 추세는 그러한 단순한 분류의 의미가 희석되고 있다. 영어에서는 'disaster'라는 용어가 대표적으로 사용되지만 우리말에는 학문적, 법적으로 여러 어휘가 사용되어 혼동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 여기에서는 그 표현을 '재난'으로 통일하기로 하며, 재난 및 재난의료의 원칙 및 체계와 더불어 그 현황을 알아보고 국내의 문제점에 대한 합리적 대안에 대하여 논의하기로 한다.

재난의 개념 및 특성

1. 재난의 정의

재난은 자연 혹은 인위적 위험요인에 의해 지역사회에서 제공할 수 있는 자원에 비해 과도한 요구가 발생하는, 갑작스러운 혹은 진행하는 사건으로서 의학-보건학적인 측면으로는 제공할 수 있는 의료자원 또는 보건자원에 비해 과도한 요구가 발생하는 경우를 의미 한다[3456].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의 정의는 국민의 생명·신체·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서 다음의 내용을 말한다. 첫째, 자연재난으로 태풍, 홍수, 호우, 강풍, 풍랑, 해일, 대설, 낙뢰, 가뭄, 지진, 황사, 조류 대발생, 조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자연현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재해이다. 둘째, 사회재난으로 화재·붕괴·폭발·교통사고·화생방사고·환경오염사고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피해와 에너지·통신·교통·금융·의료·수도 등 국가기반체계의 마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감염병 또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른 가축전염병의 확산 등으로 인한 피해를 말한다.

통계학적으로 재난은 1개 기초자치단체 이상의 지역에 거주하는 인구에 영향을 미치거나 최소 사망자 수가 10명 이상 또는 최소 부상자 수가 50명 이상인 사고라고 정의하며, 다중손상사고는 지역적 규모나 사망자 발생 여부에 상관없이 사상자 수가 6명 이상인 사고라고 정의 한다[7].

또한 재난과 비슷한 개념이지만 재난과는 다른 군중집회란 한 장소에 같은 목적을 가지고 1,000명 이상 모이는 집단을 형성한 상황을 말하며, 일반적으로 공중보건, 공공안전, 응급의료 및 재난의 특성이 교차하는 상황이다. 위험도에 따라 고위험 군중집회(록 콘서트, 데모, 광신도 집회 등)와 저위험 군중집회(거리응원, 스포츠경기 등)으로 나누기도 하는데, 이는 21세기에 들어 세계적인 테러리즘의 위협이 상존하면서 다수의 군중이 운집하는 것 자체가 고위험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2. 재난의 종류와 유형

재난의 유형은 전통적으로 자연재난과 인위적 재난으로 구분되기도 하지만,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는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이는 사회재난에 인위적 재난을 포함하여 국가기반체계의 마비와 신종 전염병 등 보건의료적 재난 등 다양한 기술적 재난이 사회재난으로 통합되어 분류된 결과이다. 또한 자연재난, 시설재난(인적재난, 기술재난 등), 사회적 재난의 세 가지 분류 또는 여기에 건강재난을 따로 두어 네 가지 분류로 구분하기도 한다. 기타 아래와 같은 다른 방법의 재난의 분류법이 존재한다. 첫째, 사회간접자본의 파괴 여부에 따른 재해의 분류로 사회간접자본의 파괴를 동반하지 않는 단순형과 사회간접자본의 파괴를 동반하는 복합형이 있다. 둘째, 자원의 공급능력에 따라 대응 자원의 공급이 재해의 요구량을 따라갈 수 있는 보상형과 재해의 요구량이 대응 자원의 공급능력을 초과하는 비보상형이 있다.

의료적인 측면에서는 병원 내 재난, 병원 외 재난으로 구분한다[18]. 병원 내 재난은 병원이 화재, 건물붕괴, 침수, 폭발 등으로 직접 재난의 피해를 입는 경우를 의미한다. 병원 외 재난은, 병원이 재난의 피해를 입지 않았으나, 주변에서 재난이 발생하여 많은 환자가 병원으로 유입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CBRNE disaster는, 화학물, 생물, 방사능, 핵, 폭발 등에 의하여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피해자와의 접촉한 사람들에 의하여 다른 지역으로의 전파 가능성이 높은 재난을 의미한다[9].

3. 재난의 단계적 접근

재난의 개념은 점점 과학적인 근거에 의해 변화하고 있으며, 그 정의 상 보건의료 분야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내용은 각종 재난을 유발하는 부정적 원인에 의한 결과로 인한 피해 대응의 요구량이 해당 지역사회의 대응 자원 혹은 능력을 초과하여 요구보다 대응이 부족한 불균형이 나타났을 때를 뜻하는 상대적 개념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hazard(위험, 유해), event(사건), damage(손상) 및 disaster(재난)의 계층적 개념을 이해하여야 한다. 여기서 hazard는 contained energy(내재된 문제)이고, event는 released of energy(발현된 문제)이며, eamage는 발현된 문제로 인한 부정적 결과이고 최종적으로 eisaster는 부정적 결과로 인한 요구가 지역사회 자원을 초과하는 상황이다. 여기서 요구의 예는 건강, 물자, 경제, 환경 등 다양한 분야가 포함된다. 별도로 vulnerability(취약성)은 상기한 손상, 재난 등이 잘 일어나거나 대응에 있어 미리 잘 준비되지 못한 측면의 정도이며, 이를 계층적으로 나타내면 Figure 1과 같다.

Figure 1

The stepwise concept of disaster.

흔히 재난의 단계라 하면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재난의 관리단계는 큰 의미로 4 단계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는 재난의 완화와 예방, 재난의 예비와 계획, 재난의 대응, 재난복구를 뜻한다. 이러한 4단계는 Petak의 재난관리 모형에 근거한 것이며 재난이 발생하기 전의 모든 사항까지 포함된 것이다. 그러나 재난 발생에 대처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재난 대응의 단계가 흔히 사용된다.

쉬운 이해를 위하여서는 3단계 및 그 단계의 반복적 순환의 개념이 좋으며 이는 재난 전(대비 단계), 재난 중(반응 단계) 및 재난 후(복구 단계)로 반복된다. 재난 전 단계는 취약성 감소, 위험요소 완화, 응급 대응 준비 및 계획이 포함되며, 재난 중 단계는 경고 및 구조, 응급 대응이 포함되고, 재난 후 단계는 재난의 복구 및 재건이 포함된다. 재난의 단계는 인류의 생활 시간 모두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지역의 재난이 당장 없고 평온하더라도 그 단계는 재난 전 대비 단계인 것이다(Figure 2) [1011].

Figure 2

The stepwise concept of disaster.

4. 국내 재난관리 문제점과 개선방향

1) 문제점

재난관리의 주체는 현장의 시민이고 각급 행정단위는 현장의 관리자원을 지원하는 현장 중심의 기능적 통합관리체제이어야 하나 그렇지 못하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이 있다. 사회 전체적으로 한국사회에서의 재난 환경과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의도적인 재해불감증마저 있다. 현재는 각 기관별로 재난관리를 하고 있어 부처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다. 철저하게 관리자(정부 정책) 중심인 체계이다. 안전의 확보라는 적극적인 개념을 갖지 못하고 있다. 재난정보관리에서 시공간상의 현장성이 취약하다. 정부정책의 잘못된 홍보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항상 재난의 위험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현대 생활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자원봉사제도의 확립이 매우 미흡하다.

2) 개선방향

상기 문제점에 대한 일반적 재난관리체계의 개선방향은 다음과 같다. 정부기구의 기구적 통합이 아닌 기능적 통합체계의 확립이 필요하다. 현장중심의 관리제도 확립이 필요하며, 정부는 재난관리 자원의 지원을 중심으로 한다. 재난관리자들에 대한 전문교육훈련이 필요하다. 시민들에 대한 가족단위의 재난 체험교육과 재난 시 자원봉사 참여를 활성화하여야 한다. 활동 중인 자원봉사자를 포함한 재난관리 요원들의 법적자격과 활동 중의 신체적 위해에 대한 제도적 보장의 확립이 필요하다. 지방자치단체의 재난안전관리 능력을 평가하여 지원한다. 기반시설, 산업시설 및 불특정 다수인이 이용하는 생활시설 등에 대한 안전관리 능력을 점검, 평가하기 위한 상황 부여권 및 평가권, 평가결과에 따른 상벌권 등이 필요하다. 각종 시설 안전기준의 상향조정이 필요하다. 각종 시설 및 개발 계획에 대한 사전재난영향성평가제도가 필요하다. 자원봉사제도와 기업의 재난안전관리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유도하여 활성화해야 한다.

재난의료의 개념 및 현황

1. 재난의료 시 주요 고려사항

1) 지리효과

실제 재난분석을 통하여 보면 재난현장에서 가까운 의료기관일수록 재난에 의하여 더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원칙적으로는 재난 시 피해자는 경환자일수록 재난현장에서 먼 소규모의 의료기관으로 분산되어야 하고, 중환자일수록 재난현장에서 가까운 대규모 의료기관에서 집중치료를 받아야 하나, 혼란한 재난 상황에서는 대다수 피해자들이 스스로 걸어서 혹은 자신이 차량을 이용하여 본인이 원하는 의료기관을 방문하게 되는데, 이 기관이 보통 재난현장에서 가까운 큰 의료기관이므로 이러한 의료기관은 외부의 재난에 의하여 수많은 환자가 갑자기 내원하게 되므로 또 다른 재난상황에 빠지기가 쉽다. 지리효과의 예로서 대구지하철 화재 시 발생 환자의 병원별 환자의 분산 현황을 보면 대부분 사고발생 지점인 대구 중앙로역에서 1km 이내의 대형 병원에 환자가 방문하였고 특히 경증 환자가 많아 중증 환자에 투여해야할 의료자원을 상대적으로 빼앗겼을 것이라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Figure 3).

Figure 3

Example of geographic effect: patient distribution in Daegu subway fire.

2) 이중파 현상

재난이 발생한 후 15-30분 정도 되어 보통 의료기관에서 재난이 발생하였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재난현장에서 스스로 탈출하여 찾아온 보행가능 피해자, 경환자들을 볼 수 있는데 이 상황이 환자 내원의 1차 파동이다. 이 때 중환자들은 현장에서 구조가 되고 있는 시간일 것이며, 병원 의료진은 1차로 맞는 환자들의 상황을 보고 2차적으로 현장에서 중환자가 내원할 가능성이 높음을 미리 인지하고 준비에 임해야 한다. 재난 발생 후 30-60분 지나서 재난현장으로부터 중환자들이 이송되어 오기 시작하는데 이들은 구조와 이송이 필요한 환자들로서 집중적인 처치를 요하는 환자들이다. 때로는 내원한 의료기간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궁극적 처치가 필요한 의료기관으로 전원하게 되는데 이때가 환자 이동의 3차 파동이 된다.

3) 바벨탑효과

어떤 재난이든지 평소와 다르게 의사소통과 효율적 통신의 어려움이나 부재 상황을 만날 수 있다. 갑작스러운 통신요구 증가, 유무선 전화망의 파괴, 공용 주파수 부재, 재난상황에 맞게 훈련되지 못한 통신요원 등의 문제가 결국 의사소통의 장애요인이 된다. 재난 시에는 평소 잘 사용하지 않던 용어나 코드를 이야기하나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통신 훈련 부족과 더불어 기관 간 다른 주파수나 코드를 사용함으로써 통합적인 의사 관리에 어려움이 있는데 이는 마치 바벨탑의 붕괴 시와 비슷한 상황이다.

4) 연합효과

재난 시의 일반인의 역할은 현장에서 초기의 1차적 대응을 하는 가장 중요한 인력이고, 간단한 수색 및 구조 역할도 하며 응급구조사가 도착하기 전 응급구조사의 응급처치 및 간단한 이송 역할도 대신할 수 있는 초기 핵심인력이다. 그러나 많은 재난대응 계획에는 일반인이 현장에서 대피하라고 되어있으며, 일반인이 재난의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측면이 있으나 실제로는 초기에 대부분 주위 시민에 의한 구조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와 같이 일반인의 자원봉사적 역할과 안전 사이에는 괴리가 있다.

자원봉사 의료인의 경우에도 좋은 의미로 현장에 출동하지만, 혼란한 재난현장에 익숙지 않고, 현장의 위험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져있기 때문에 의료인의 기여효과보다 의료인을 안전하게 관리하느라고 드는 대응자원이 더 들 수 있다. 실제 재난현장에 스스로 출동한 자원봉사 의료인의 활동은 재난으로 인한 유병률과, 사망률에 별 영향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활동 중 반드시 필요한 분야의 의료 전문가가 적시에 출동되면 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의료인이라고 해도 제대로 훈련받은 재난전문 의료인력이 현장에 출동해야 하나 실제로 그러기 힘든 것이 현재의 국내상황이다.

2. 재난의료의 적용

재난이 발생하는 경우 3-6시간 이내에 현장에서의 적극적인 의료가 시행되어야 하며, 72시간 이내에 피해자를 최대한 구조하지 않으면 생존율이 급격히 낮아진다[112]. 또한 대형사고나 자연재난 등으로 피해자 수가 증가하고 있으므로, 선진국가들은 국가 차원에서 병원재난대책이 강화되고 있는 실정이다[8].

재난 시 인명피해는 직접적인 인명 손상뿐 아니라 전체 보건의료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13]. 또한 피해지역의 주민들은 재산손실 및 가족과의 이별로 정신적 질환을 초래하여 반사회적 행동 내지는 우울증을 야기하여 심한 경우 자살에 이르게 된다[14]. 따라서 효과적인 재난의료정책은 지역, 시간에 따라 각각 수립하여 대비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15].

재난발생 시 재난대처 단계에서 최초 접수자가 신고를 접수하면 그 신고를 각 기관 및 단체에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보건복지부의 '대량 환자 발생사고 시 현장응급의료소 설치 및 운영지침'에 의하여 재난대응의 수준에 따라 현장응급의료소의 설치를 결정하게 된다. 어느 지역에서 재난이나 다중손상사고가 났을 경우 신고자와 접수자간의 정확한 의사소통, 최초 구조반 도착 후 재난대응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 가에 대한 매뉴얼의 숙지와 반복적 훈련이 필요하다. 사상자의 숫자가 대량재난보다는 적고 다중손상사고에 가까운 경우, 현장응급의료소가 도착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보다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는 시간이 적게 걸릴 때는 환자를 현장에서 일차 중증도 분류를 하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경우라면 현장응급의료소의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며 재난의 초기 반응단계에서 재난 전문가가 현장에 빠르게 투입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16].

재난의료는 현장 처치와 병원 처치로 나눌 수 있으며 현장 처치는 구조, 환자 분류, 초기 응급조치 및 후송 등이다[17]. 구조와 응급 처치 등의 현장 처치의 신속성과 효율성에 의하여 생존이 결정되는 환자가 많다고 한다[181920]. 현장 처치의 주안점은 부상 정도와 소생의 가능성에 따라 환자를 빠르게 분류하고 그 분류에 맞춰 환자를 초기 치료하고 신속히 후송하는 것으로 현장에서는 기본적인 소생술만을 시행하고 즉시 분류한다[21]. 현장에서의 환자 분류는 환자의 호흡, 관류, 의식상태에 따라서 START (simple triage and rapid transport)법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22]. 기도를 확보해야만 호흡이 이루어지는 환자, 호흡수가 30회 이상인 환자, 호흡이 있으나 요골 맥박이 느껴지지 않는 환자, 호흡이 있으며 요골 맥박이 느껴지나 지시를 따르지 못하는 환자는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군(immediate group)이며 호흡이 있으며 요골 맥박이 느껴지고 지시를 수행하는 환자는 지연된 치료가 가능한 환자(delayed group)이다. 기도 확보 시에도 호흡이 없는 환자는 사망환자(unsalvageable group)이므로 기본적인 소생술도 시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재난상황의 진료는 일반적인 진료와는 달리 다수의 환자에게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각 구성원들이 자신과 타 구성원의 업무를 이해하고 협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 지방 자치단체, 병원 등 각 구성원들이 각각의 역할을 이해하고 어떻게 협조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토론 및 교육이 필요하다[17].

3. 국내 재난의료체계의 문제점

국내에서는 재난발생에 대하여 예방, 구조, 복구에 중점을 두고 있으나, 재난현장에서 생명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현장의료는 외면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현장의료는 뒤늦게 시행되고, 그마저도 정부에서는 민간의료기관에 의료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각종 재난상황은 모든 국민에게 발생할 수 있으므로, 모든 연령층에 대한 행동지침과 안전수칙에 대한 국민적 계몽이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방송매체에 의한 재난대처요령 수준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장애인, 소아, 노인, 외국인 등에 대한 교육과 계몽은 거의 수행되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등은 모든 국가들이 각종 유해물질이나 독극물 등에 대한 정보체계를 운영할 것을 권유하고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인 우리나라는 아직도 중독정보체계가 없다. 일부 정부기관이 극소수의 유해물질 정보를 관리하고 있지만, 각종 화학물이나 유류 노출사고 시 현장지침, 응급처치, 전문처치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상황이다. 독극물 정보를 제공하는 정부기관 및 관련 조직은 한국산업안전공단, 농업과학기술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원자력의학원, 한국소방검정공사, 국립독성연구원, 국립환경과학원 등 다양하지만 의학적 지원 내용이 빈약하거나 전무하고 한번에 다양한 물질의 대처 정보를 얻을 수도 없다. 따라서 유해 화학물질 누출 등의 재난발생 시 의학적 초기 대응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재난거점병원이 지정되어 있지 않으며,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의학적 재난대응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되어 있으나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병원에서는 자기 응급센터 내의 환자만으로도 혼잡도가 심하여 재난 발생 시 중증 재난 환자 진료 및 현장으로의 의료진 파견 등의 역할을 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국내 대부분의 의료기관들은 화생방 재난에 대한 대비책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14]. 정부는 생물학적 재난에 대비하여 공공의료기관들이 준비되어 있다고 하였지만, 개인보호장비나 제염시설 등은 매우 미흡하며, 대부분의 민간의료기관들은 수많은 감염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많은 의료기관들의 재난대책도 비현실적으로 수립되어 있으며, 병원재난훈련도 민방위 화재훈련과 동일하게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재난의료지원팀이 현재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지방정부에 의해 행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으나 이름뿐이고 실제 출동에는 어려움이 예상되고, 강원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기도 하여 국가적인 관리와 지원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4. 국내 재난의료의 개선책

국내 재난의료의 개선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재난과 안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생명의 보존을 다루는 재난의료에 대한 관심과 투자이다. 더욱이 민간의료기관의 자원에 재난의 의료적 대응의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가장 공공적인 재난의료의 투자와 확립은 국가적 필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하여 재난의료자원 및 기반시설의 보강, 확충을 시급히 이루어야 한다.

재난 시 주요 의학적 피해자는 재난취약계층이며, 만성 및 중증 질환 보유자, 장애인, 소아, 노인, 외국인 등이 이에 해당된다. 따라서 국내 재난의료체계는 재난취약계층의 재난 피해 감소를 주요 목표 중 하나로 하여야 하며, 이러한 명확한 대상에 대한 집중적 교육과 홍보가 마련되어야 한다. 따라서 재난 시 피해 예방 대응에 대한 국민적 지침은 일반 국민과 재난취약계층으로 나누어 생각해야 한다.

그간 다양한 기관과 분야를 나누어 일관되게 관리되지 못한 화생방 재난 및 각종 유해물질이나 독극물 등에 대한 정보체계를 일관성 있게 수정 관리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국민과 의료진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중독정보체계를 갖추어야 하며, 지역적으로 유해 화학물질 등을 다루고 있는 곳은 지역적 유해 화학물질 정보체계를 지역 의료기관과 같이 관리하는 체계로 수정 보강하여야 한다.

국내에는 재난전문병원은 존재하지 않으나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의학적 재난대응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이 역할을 더 보강하여야 하나, 국내의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로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재난거점병원을 제대로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보강하여야 한다. 그 방안으로는 유해 화학물질 취급 지역과 같은 지역적 위험요인을 보유하는 지역에 지역재난거점병원의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는 반도체나 액정화면 등 전자산업 밀집 지역(불산이 사용), 화학 및 정유산업 밀집 지역 등의 인근 지역의 재난 거점 병원이 필요한 것이 하나의 예가 되겠다. 이미 방사선 재난대응 분야에서는 원자력 발전소 주변의 1차 및 2차 협약병원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재난대응의 국가 중심 역할을 하는 의료기관이 필요하고 이는 향후 국가적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의료기관들은 화생방 재난에 대한 대비책이 전혀 없으므로 우선 필요한 것은 개인보호장비, 오염제거장비 및 시설 등 기반 장비 및 시설의 확충이며 재난의료의 주 설비 투자대상 중 하나가 된다. 이러한 특수한 상황을 대비하여 개별 병원의 계획과 반복된 훈련이 필요하며, 특수 재난 발생 시에는 관련 정부 부처와의 긴밀한 협조도 요구된다. 현재 방사선 분야는 나름대로의 재난 발생 시 원자력발전소 사고 위주의 의료전달체계를 갖추고 있고, 신종 전염병 발생 시에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이나 신종플루의 대확산에 대한 대응 경험을 통하여 각 의료기관이 어느 정도의 경험이 축적되어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유해 화학물질로 인한 재난 발생에 대비한 체계는 아직도 매우 미흡하고 그 경험도 부족하여 현재 국내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보강해야 할 재난의료의 분야이다.

재난발생 시 현장 의료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재난의료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는 재난의료지원팀의 훈련과 운영을 지원하고, 3차 의료기관들이 화생방 재난에 적극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16]. 재난의료지원팀은 원칙적으로 국내재난 및 국외재난으로 분류되고 그 성격은 매우 다르다. 여기서는 우선 국내재난에 국한하며, 국가적 관리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현장 의료지원이 원활하고 지속적으로 가능할 수 있도록 의료진의 안전 및 지원 체계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재난의료지원팀의 출동 조건, 팀원의 등록 및 데이터베이스 관리, 교육훈련프로그램 개발 및 인정 기준의 확립 등이 필요하다.

결론

재난의 대비와 대응은 다양한 분야의 역량이 통합적으로 조화롭게 투여되어야 하며, 그 중에서도 재난과 안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생명의 보존을 다루는 재난의료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향후 실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재난거점병원이 재난 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지역적 위험요인을 보유하는 지역에 지역재난거점병원의 역할을 부여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화생방 재난에 대한 대비책이 매우 부족하므로 우선 필요한 것은 개인보호장비, 오염제거장비 및 시설을 포함한 기반 장비 및 시설의 확충이며, 정부에서는 재난의료지원팀의 운영을 지원, 관리하는 체계를 갖추어 재난의료체계를 향상시켜야 한다.

Peer Reviewers' Commentary

본 논문은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후 국가적인 재난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재난의료의 원칙을 이해하고, 어떠한 재난의료체계를 갖추어야 하는지에 대한 제안을 포함하는 현시점에서 의료인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을 정리해준 논문이라고 볼 수 있다. 재난대응 시 항상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의료적 재난대응, 즉 재난의료의 개념 및 현황을 중점적으로 설명하며 국내 재난의료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국내 재난의료체계의 개선점을 체계적으로 자세하게 제시하고 있어, 국내 재난의료체계의 현황 및 발전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논문이라 판단된다.

[정리: 편집위원회]

References

1. Kim SK. Disaster medicine. J Korean Soc Emerg Med 1996;7:319–325.
2. Ko HJ, Lee KH, Kim OH, Cha YS, Cha KC, Kim H, Hwang SO, Ahn ME, Cho JW. Experiences of a disaster medical assistant team in the Chun-cheon landslide disaster. J Korean Soc Emerg Med 2013;24:493–499.
3. Ahn ME. Disaster associated law and emergency medical system. J Korean Med Assoc 2001;44:603–611.
4. Baek KJ, Hong YS. Current status of korean disaster medicine: analysis of railroad collapsed accident of gupo. J Korean Soc Emerg Med 1993;4:40–46.
5. Jacobs LM Jr, Goody MM, Sinclair A. The role of a trauma center in disaster management. J Trauma 1983;23:697–701.
6. Ahn ME, Hwang SO, Lim KS, Kang SJ. Analysis of Korean disaster plan with the review of three cases of disasters. J Korean Soc Emerg Med 1993;4:27–39.
7. Korea 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Epidemiologic research of disaster and mass casualty incident in Korea [Internet] cheongj: Korea 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2014. cited 2014 Aug 15. Available from: http://www.cdc.go.kr/CDC/info/CdcKrInfo0301.jsp?menuIds=HOME001-MNU1132-MNU1138-MNU0037-MNU1380&cid=12594.
8. Japan Humanitarian Medicine Association. Disaster medicine Tokyo: Minamiyama Publishing; 2009.
9. Lim KS. Hospital disaster plan and disaster medicine. J Korean Med Assoc 2014;57:732–734.
10. Tierney KJ, Lindell MK, Perry RW. Facing the unexpected: disaster preparedness and response in the United States Washington, DC: Joseph Henry Press; 2001.
11. National Research Council. Facing hazards and disasters: understanding human dimensions Washington, DC: National Academies Press; 2006.
12. Lim KS, Hwang SO, Ahn ME, Ahn HC. Disaster medicine Seoul: Kunja Publishing; 2009.
13. Krenzelok EP, Allswede MP, Mrvos R. The poison center role in biological and chemical terrorism. Vet Hum Toxicol 2000;42:297–300.
14. Park TJ, Kim WJ, Yun JC, Oh BJ, Lim KS, Lee BS, Lim TH, Lee JB, Hong ES. Emergency medical centers preparedness for a biological disaster in Korea. J Korean Soc Emerg Med 2008;19:263–272.
15. Kondo H, Koido Y, Morino K, Homma M, Otomo Y, Yamamoto Y, Henmi H. Establishing 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s in Japan. Prehosp Disaster Med 2009;24:556–564.
16. Kang S, Yun SH, Jung HM, Kim JH, Han SB, Kim JS, Paik JH. An evaluation of the disaster medical system after an accident which occurred after a bus fell off the Incheon bridge. J Korean Soc Emerg Med 2013;24:1–6.
17. Holloway RM. Medical disaster planning. II. New York City's preparations. N Y State J Med 1971;71:692–694.
18. Haynes BE, Freeman C, Rubin JL, Koehler GA, Enriquez SM, Smiley DR. Medical response to catastrophic events: California's planning and the Loma Prieta earthquake. Ann Emerg Med 1992;21:368–374.
19. Ammons MA, Moore EE, Pons PT, Moore FA, McCroskey BL, Cleveland HC. The role of a regional trauma system in the management of a mass disaster: an analysis of the Keystone, Colorado, chairlift accident. J Trauma 1988;28:1468–1471.
20. Smith JS Jr, Fisher JH. Three mile island. The silent disaster. JAMA 1981;245:1656–1659.
21. Baek KJ, Hong YS. Current status of Korean disaster medicine: analysis of railroad collapsed accident of gupo. J Korean Soc Emerg Med 1993;4:40–46.
22. Benson M, Koenig KL, Schultz CH. Disaster triage: START, then SAVE. A new method of dynamic triage for victims of a catastrophic earthquake. Prehosp Disaster Med 1996;11:117–124.

Article information Continued

Figure 1

The stepwise concept of disaster.

Figure 2

The stepwise concept of disaster.

Figure 3

Example of geographic effect: patient distribution in Daegu subway fi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