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
신의료기술 안전성·유효성 평가는 개정된 의료법에 따라 보건복지부 산하 위원회인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서 수행하고 있다. 위원회는 20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소비자단체,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추천하는 위원과 공익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원회는 현재 신의료기술평가 대상이 되는지 여부와 신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 여부를 최종심의 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위원회에서 안전성·유효성이 있는 기술이라고 심의된 경우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함으로 임상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최종 승인을 받게 된다. 신의료기술평가는 다양한 분야의 여러 기술을 평가해야하다 보니 20명의 위원으로는 전문적인 평가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따라서, 초기부터 분야별 전문평가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되어 왔는데 초창기에는 248인의 분야별 전문평가위원회 위원을 운영하다가 최근에는 새로운 신청 분야의 위원을 증원하여 548명으로 위원풀을 확대하였다.
2. 신의료기술평가 현황
신의료기술평가제도가 시행된 2007년 5월부터 2014년 9월 30일 현재까지 1,609건의 기술이 신청되었으며, 이는 연간 평균 약 220건의 기술이 신의료기술평가 신청되었다. 신청되는 기술들 중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기술이 신청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신청되고 있는 대부분의 기술은 기존기술을 개선한 기술들이다.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가 신청기술이 기존에 이미 임상현장에서 사용되는 기술에 포함되는 기술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며, 안전성·유효성이 변경될 개연성이 크지 않은 경우 기존기술 범주에 포함되는 기술로 판단하고 있다. 2014년 9월 30일 현재까지 신청된 기술 1,609건 중 약 14.6%(242건)가 기존기술로 평가되었으며, 신청취하 및 반려된 기술 10.4%(167건)을 제외하면 약 71.7%(1,154건)가 기존기술이 아닌 신의료기술로 평가되었다. 기존기술이 아닌 신의료기술로 심의되어 평가된 안건들 중 아직 임상현장에 도입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기술(조기기술 혹은 연구단계기술)이 전체 신청 건 중 약 3분의 1(32.6%)이며, 안전성·유효성이 확인되어 임상현장 도입이 가능하겠다고 심의된 기술이 조금 높은 35.1%(565건)로 유사한 비율을 보이고 있다.
신청기술 분야별로 분석해 보면, 의과가 95.9%, 한의과가 2.3%, 치과가 1.5%로 의과 기술의 신청비율이 압도적이었으며, 이는 건강보험 등재 현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의과 기술의 경우 사용대상·목적·방법 등이 세분화되어 등재되어 있는 반면, 치과·한의과 기술의 경우 적응증 등이 의과 기술보다 상대적으로 광범위하게 등재되어 있어 기존기술에 해당되는 범주가 넓어 신의료기술에 해당되는 기술이 많지가 않아 신청비율 또한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기술별로 보면, 처치 및 시술의 신청비율이 35.4%, 진단검사 43.5%, 유전자검사가 20.7%로 진단검사 분야가 가장 높은 신청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유전자검사 또한 진단검사 영역에 포함시켜야 하나, 신청비율이 증가하면서 별도로 통계를 산출하고 있다. 이는 진단검사 분야의 신의료기술 개발이 처치·시술에 비해 용이하며, 체외진단검사 분야가 세분화되어 등재되어 있어 신청비율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기관별 신청현황을 분석해보면, 상급종합병원이 39.9%, 종합병원이 8.8%, 병의원이 7.3%, 치과 병의원 0.5%, 한방 병의원 0.9%이었으며, 비의료기관(의료기기 제조·수입업체, 검사기관 등)이 42.6%로 나타났다. 신의료기술평가 신청은 현재 요양급여행위결정신청과 달리 누구나 신청가능하여 현재 의료기기 제조 및 수입업체의 신청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또한 신의료기술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에서 가장 도입을 빠르게 시행하는 경우가 많아 신청 비율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신의료기술평가 후 요양급여결정신청을 하여 급여, 선별급여 혹은 비급여로 결정된 비율을 보면, 2014년 9월 30일 현재 기준으로 총 290개 기술이 결정되었으며, 급여비율이 26.6%(77개), 선별급여 0.14%(4개), 비급여 72.1%(209개)로 나타났다. 인정된 대부분의 기술이 새로운 의료기술이다 보니 급여로 지급하기에는 기존기술보다 경제적이라는 자료가 미흡할 것으로 판단되며, 또한 비급여로 결정된 절반 이상이 유전자검사(109개, 52.2%)로 비급여로 결정된 비율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3. 우리나라 신의료기술평가제도의 문제점
1) 시장진입 장벽
외국에서는 의료기술평가를 급여권에 진입하기 위한 사전절차로 시행을 하고 있다. 그래서 사회보장제도가 확립된 유럽국가에서 주로 의료기술평가제도가 발달하였으며, 안전성·유효성·경제성 평가를 함께 시행하여 급여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와 달리 급여·비급여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신의료기술평가를 시행하고 있으며,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아 안전성·유효성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사실상 환자에게 비용을 지불하도록 할 수 없어 시장진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외국에서는 각국의 식약처 허가를 득한 이후에는 환자에게 비용부담을 시키는 것이 가능하나, 우리나라의 경우 식약처 허가 후 판매는 가능하지만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등재되어 있지 않은 행위에 대해서는 환자에게 비용 부담을 시킬 수가 없다. 이는 비급여까지 시장 진입에 대해 관리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보험제도에서 기인한 현상이다. 이는 신의료기술평가제도 도입 전에도 새로운 의료기술에 대하여 안전성·유효성을 전문학회 의견으로 확인하였으며, 학회의견에서 안전성·유효성이 미확립되었다고 판단되는 기술에 대해서는 식약처 허가를 득한 경우에도 승인되지 않았던 절차를 계승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제도가 정착하게 된 계기는 우리나라 비급여 관리문제와 연관되어 있다고 판단된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급여로 등재되지 않은 기술에 대해서는 의료기관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비급여 의료행위를 시행하기를 원하는 경우, 의사가 환자에게 기존에 급여에 등재된 기존기술들에 대해 설명을 한 후 새로운 비급여 기술을 이용한 진료를 받을지 여부에 대해 사전 환자 동의를 얻어야 한다. 또한, 비급여 기술의 경우 급여로 지원되지 않아 가격 부담이 크기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비급여 행위가 시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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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저수가 기조로 인해 오히려 급여행위보다 비급여 진료행위를 의료기관에서 선호하고 있는 구조적 모순을 가지고 있으며, 급여권에 진입하고자 하는 노력을 시행하지 않는 경우가 다수이다. 이러한 비급여 관리기전 부재로 인해 신의료기술평가가 시장 도입 전 선별 절차의 하나로 수행되고 있으며, 신의료기술평가가 외국과 달리 시장 진입의 큰 장벽으로 인식되고 있어 산업계로부터 규제 철폐에 대한 제도 개선 압박을 지속적으로 요청받고 있는 실정이다.
2) 발전 가능성 있는 연구단계 기술의 지원체계 미흡
신의료기술평가 현황에서 밝힌 바와 같이 신청 건 중 약 33%는 안전성·유효성을 확인할 만한 근거가 부족한 기술로 결정되어 시장 도입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근거가 부족한 기술 중에서도 발전 가능성이 있으며, 잠재적으로 이익을 줄 수 있는 기술들이 있으나 이를 지원해줄 수 있는 제도적인 체계가 미흡한 실정이다.
현재 미국의 경우 2014년 보건의료 연구개발(research and development, R&D) 지출비용이 327억 달러(약 34조 9천억 원)이며, 영국은 2011-2012년에 20억 파운드(약 3조 4천억 원), 일본은 2013년 3,000억 엔(약 2조 9천억 원)에 이르나,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R&D 비용은 2014년 13억 달러(약 1조 3천억 원)로 선진국에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의 R&D 비용이 투자되고 있다. 이는 선진국에 비하여 전체 R&D 비용 중 보건의료 R&D 분야에 투여되는 자원 비중도 미흡한 실정이다(전체 R&D 비용 중 보건의료 R&D에 투여되는 비용은 미국 22.3%, 영국 18.2%, 일본 8.4%, 한국 6.6%) [
3].
잠재적 이익이 있다고 하여 근거가 부족한 기술을 환자에게 비용을 지불하게 하여 직접 사용하게 하는 것은 윤리적·경제적으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근거를 창출할 수 있는 국가적인 임상 R&D 지원 확대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국내개발 기술에 대해서도 외국 글로벌기업과의 경쟁력을 갖추게 하기 위한 제도적인 보완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