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연구와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Effect of Bioethics and Safety Act in medical 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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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Korean Med Assoc. 2013;56(8):665-675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13 August 20
doi : https://doi.org/10.5124/jkma.2013.56.8.665
1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교실
2대한의학회 법제이사
1Department of Social Medicine, Dankook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Cheonan, Korea.
2Direction of Legislation, Korean Academy of Medical Science, Seoul, Korea.
Corresponding author: Hyoung Wook Park, hywopark@gmail.com
Received 2013 July 10; Accepted 2013 July 20.

Abstract

The ethics of medical research is an important area of physician ethics. Physicians are called to respect the life, health, and personality of human subjects. In contrast to other ethical fields, physician ethics, including the ethics of medical research, does not rely on the good faith of physicians alone; ethics and the law are intermingled. While respecting international norms related to medical ethics, individual countries have expanded legal interventions into medical research. The United States has regulated the research of human subjects receiving federal funding through the Common Rule. In Korea, legal interventions for human subjects protection have been applied to a limited extent in clinical trials under the Pharmaceutical Affairs Act and the Medical Devices Act in Korea. On January 29, 2004, the Bioethics and Safety Act was enacted, requiring embryo research institutes, gene banks, and gene therapy institutions to establish Institutional Review Boards. On February 1, 2012, the Bioethics and Safety act was completely revised, which was a significant turning point in medical ethics in Korea. Structural differences between the Common Rule of the United States and the Bioethics and Safety Act of Korea are as follows. First, the Bioethics and Safety Act shall be applied regardless of the presence or absence of government funding. Thus the Bioethics and safety act has a more comprehensive and compulsory effect than the Common Rule. Second, under the Bioethics and Safety Act, the Ministry of Health and Welfare has direct supervision over institutional review boards, rather than supervision of the research organization itself. This differs from the Common Rule, which regards the research organization as the counterpart to the government. Third, the Bioethics and Safety Act regulates the study of derivatives of human bodies, in addition to research on human subjects. The Bioethics and Safety Act has the following problems. First, it mandates that researchers, instead of IRBs, record and store data concerning medical research. Second, the Act does not provide a specific definition of "minimal risk". Third, as the Act does not allow the exemption of informed consent of children under the age of 18 even if specific prerequisites are met as in the case of adults, research involving children will atrophy significantly in Korea.

서론

의학연구에서의 윤리는 의사윤리의 중요한 영역이다. 의사는 인체 및 생명공학 연구와 관련하여 피험자의 생명, 건강과 인격을 존중해야 한다[1]. 나치에 협력한 의사들의 참혹한 인체실험 이후 1946년 뉘른베르크 강령은 살아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의 기본적인 원칙을 제시하였으며 1964년 헬싱키 선언 등 다수의 국제규범은 의학연구에서의 윤리적 원칙을 발전시켜 왔다[23]. 그러나 의사윤리의 다른 영역이 그렇듯이 의학연구의 윤리 역시 전적으로 의사들의 선의에만 맡겨져 있는 것은 아니다. 개별 국가들은 국제규범을 존중하면서 의학연구에 대한 법적 개입을 확대해 왔다. 특히 1991년 미국의 15개 연방행정기관은 인간대상연구와 관련된 법규명령을 채택하였는데 이를 흔히 커먼룰(common rule)이라고 한다. 커먼룰의 해석과 집행을 책임지는 미국 보건복지부는 1981년 커먼룰을 개정하고 그 집행을 통하여 연방기금이 지원되는 인간대상연구를 규율하고 반면 우리나라에서 피험자 보호를 위함 법적 개입은 약사법과 의료기기법의 임상시험에 제한적으로 적용되어 왔다[45]. 1995년 약사법의 의약품임상시험관리기준(Korea Good Clinical Practice, KGCP)의 시행을 전후하여 대부분의 대학병원에 처음으로 임상시험심사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가 설치되었다[89]. 한편 2004년 1월 29일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배아연구기관, 유전자은행, 유전자치료기관 등의 일부 기관에 한하여 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설치가 의무화되었다[10].

2012년 2월1일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전부개정되어 인간대상연구와 인체유래물연구 전체가 법적 규율의 대상으로 확대되었다[11]. 이로 인하여 우리나라의 의학연구는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획기적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이 논문에서는 1) 전부개정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윤리법'이라 한다)의 주요 연혁을 검토한 후, 2) 전부개정된 생명윤리법의 주요 내용을 평가하고, 3) 전부개정된 생명윤리법과 미국의 커먼룰의 구조를 비교한 후, 4) 결론에서 생명윤리법의 문제점과 앞으로의 개선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의 연혁

생명윤리법은 2004년 1월 29일 제정되어 2005년 1월 1일 시행되었다. 제정이유는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생명과학기술에 있어서의 생명윤리 및 안전을 확보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고,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질병치료 및 예방 등에 필요한 생명과학기술을 위하여 개발·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제정 생명윤리법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대통령 소속하에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배아연구기관·유전자은행·유전자치료기관 등에 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두도록 하였다. 체세포복제배아를 자궁에 착상·유지 또는 출산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희귀·난치병 등의 질병치료를 위한 연구목적 외에는 체세포핵이식행위를 금지하며, 체세포핵이식행위를 이용할 수 있는 연구의 종류·대상 및 범위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였다. 한편 배아생성의료기관과 배아연구기관은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지정을 받거나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등록하도록 하였으며 인공수정으로 생성된 배아중 보존기간이 경과된 잔여배아를 불임치료법 및 피임기술의 개발을 위한 연구 또는 근이영양증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희귀·난치병의 치료를 위한 연구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유전자검사기관은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신고하도록 하고 과학적 입증이 불확실하여 검사대상자를 오도할 우려가 있는 유전자검사를 금지하며, 배아 또는 태아를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 검사는 근이영양종 그 밖의 유전질환을 진단하기 위한 목적 외에는 시행할 수 없도록 하였다. 마지막으로 유전정보를 이용하여 교육·고용·승진·보험 등 사회활동에 있어서 타인을 차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유전자은행의 장 또는 그 종사자는 직무상 얻거나 알게 된 유전정보 등을 정당한 사유 없이 타인에게 제공하거나 부당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였다.

생명윤리법은 2008년 6월 5일 일부개정되었다. 주요 개정내용은 다음과 같다[12]. 우선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은 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 대한 조사ㆍ평가, 소속 위원에 대한 교육 및 지원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였다. 체세포 핵이식과 관련하여 핵이 제거된 동물의 난자에 사람의 체세포 핵을 이식하거나 핵이 제거된 사람의 난자에 동물의 체세포 핵을 이식하는 행위를 금지하였다. 또한 난자를 채취하는 배아생성의료기관은 난자제공자에 대하여 건강검진을 실시하도록 하고 난자자채취의 빈도를 제한하여 난자 제공자의 안전을 확보하도록 규정하였다. 그리고 줄기세포주의 관리ㆍ이용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여 줄기세포주를 수립하거나 수입한 자는 보건복지가족부장관에게 등록하도록 하고, 질병의 진단ㆍ예방 또는 치료를 위한 연구 등의 목적으로 그 줄기세포주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마지막으로 유전자은행은 수집한 모든 유전정보등을 익명화하여 보관ㆍ관리하도록 하고, 유전자은행에 개인정보 보호를 위하여 정보관리 및 보안을 담당하는 책임자를 두도록 하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예산의 범위에서 유전자은행의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였다.

생명윤리법은 2008년 6월 5일 일부개정 되었으나 이는 양벌규정과 관련된 것으로 의학연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전부개정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의 주요내용

1. 기관생명윤리위원회

1)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

개정 전 생명윤리법은 배아와 유전자를 중심으로 하는 법률이었으므로 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설치해야 하는 기관은 배아생성의료기관, 배아연구기관, 체세포복재배아연구기관, 유전자검사기관, 유전자은행, 유전자치료기관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개정 생명윤리법은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이하 '기관위원회'라 한다)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기관을 인체유래물연구기관, 인간대상연구기관 전반으로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기관위원회 설치 의무기관은 개정 전인 2012년 10월 현재 약 630개에서 개정 후 전문연구기관 260개, 대학 340개, 의료기관 2,600개, 기업연구소 1,800개 등 5,000여 개 연구기관으로 확대되었다[13]. 다만, 유전자검사기관은 유전자검사만 시행하고 유전자연구는 시행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기관위원회를 설치 의무를 삭제하였다.

생명윤리법 제10조 제3항에 따르면 기관위원회는 다음 세 가지 업무를 수행한다. 첫째, ① 연구계획서의 윤리적ㆍ과학적 타당성, ② 연구대상자등으로부터 적법한 절차에 따라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 ③ 연구대상자등의 안전에 관한 사항, ④ 연구대상자등의 개인정보 보호 대책, ⑤ 그 밖에 기관에서의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사항 등의 심의업무, 둘째, 해당 기관에서 수행 중인 연구의 진행과정 및 결과에 대한 조사ㆍ감독, 셋째, ① 해당 기관의 연구자 및 종사자 교육, ② 취약한 연구대상자등의 보호 대책 수립 ③ 연구자를 위한 윤리지침 마련 등 생명윤리 및 안전을 위한 활동이다.

2)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통합운영과 공동운영 및 공용기관생명윤리위원회

생명윤리법은 기관위원회의 통합운영과 공동운영 그리고 공용기관위원회를 구분한다. 우선 기관위원회의 통합운영은 생명윤리법 제11조 제6항에 규정된 것으로서 한 기관에 둘 이상의 기관위원회를 설치한 기관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기관위원회를 통합하여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둘 이상의 기관위원회를 통합운영하려는 기관은 질병관리본부장에게 ① 통합운영하려는 기관위원회의 유형, ② 통합의 목적 및 운영 방법, ③ 통합 기관위원회의 의사결정 등에 관한 사항, ④ 통합 기관위원회의 심의 결과 처리에 관한 사항, ⑤ 연구대상자의 보호 등 연구의 조사 및 감독에 관한 사항을 통보하여야 한다.

반면에 기관위원회의 공동운영은 둘 이상의 기관이 공동으로 수행하는 연구로서 각각의 기관위원회에서 해당 연구를 심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수행 기관이 각각의 소관 기관위원회 중 하나의 기관위원회를 선정하여 해당 연구를 심의하게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수행기관의 장들은 ① 기관위원회의 선정방식 및 업무지원ㆍ의사결정 등에 대한 사항, ② 기관위원회의 운영비용의 부담에 관한 사항, ③ 기관위원회 심의 결과 처리에 관한 사항, ④ 연구대상자등 보호 등 연구의 조사 및 감독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합의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용위원회는 ① 공용위원회와 협약을 맺은 기관이 위탁한 업무, ② 교육ㆍ연구 기관 또는 병원 등에 소속되지 아니한 인간대상연구자 또는 인체유래물연구자가 신청한 업무, ③ 그 밖에 국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생명윤리법 제10조 제1항에 따라 설치된 기관위원회 중에서 공동이용이 가능하도록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한 위원회를 말한다.

3)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평가 및 인증

앞서 언급하였듯이 생명윤리법은 기관위원회 설치 의무기관을 무려 5,000여 개 연구기관으로 확대하였다. 기관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과 질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생명윤리법 제13조 제1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은 기관위원회의 운영을 적절하게 감독·지원하기 위하여 ① 기관위원회의 조사, ② 기관위원회 위원의 교육, ③ 그 밖에 기관위원회의 감독 및 지원에 필요한 업무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또한 기관위원회의 질관리를 위하여 생명윤리법은 기관위원회의 평가 및 인증제도를 도입하였다. 동법 제14조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은 기관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실적 등을 정기적으로 평가하여 인증할 수 있으며 인증을 받은 기관위원회의 인증 결과를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표할 수 있다. 또한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인증 결과에 따라 그 기관에 예산 지원 및 국가 연구비 지원 제한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 생명윤리법 시행령 제10조 제2항에 따르면 기관위위원회의 유효기관은 3년으로 하되, 평가 결과에 따라 1년간 연장할 수 있다.

2. 인간대상연구 및 연구대상자 보호

1) 인간대상연구의 범위

개정 전 생명윤리법의 규율 대상은 주로 배아와 유전자연구에 국한되었지만 전부개정된 생명윤리법의 규율대상은 인간대상연구 전체로 확대되었다. 생명윤리법이 규정한 인간대상연구에 해당하면 연구자는 사전에 기관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하고 연구대상자에게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 반대로 생명윤리법이 규정한 인간대상연구에 해당하지 않으면 서면동의는 물론 기관위원회의 심의도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인간대상연구의 범위가 문제된다.

생명윤리법 제2조 제1호 및 동법 시행규칙 제2조 제1항에 의하면 '인간대상연구'에는 ① 사람을 대상으로 물리적으로 개입하는 연구: 연구대상자를 직접 조작하거나 연구대상자의 환경을 조작하여 자료를 얻는 연구, ② 의사소통, 대인 접촉 등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수행하는 연구: 연구대상자의 행동관찰, 대면 설문조사 등으로 자료를 얻는 연구, ③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이용하는 연구: 연구대상자를 직접·간접적으로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이용하는 연구가 포함된다. 동법 제2조 제2호에 의하면 '연구대상자'란 인간대상연구의 대상이 되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공복리나 서비스 프로그램을 검토·평가하기 위해 직접 또는 위탁하여 수행하는 연구, ② 초·중등교육법 제2조 및 고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와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교육기관에서 통상적인 교육실무와 관련하여 하는 연구는 인간대상연구에서 제외된다.

인간대상연구의 범위와 관련하여 우선 '인간'이 생존한 사람에 국한되는지 사망한 사람까지 포함하는지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의학연구는 물로 사회과학연구에서도 사망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매우 많다. 그러나 생명윤리법 제2조 제2항 제2호는 사람이 생존에 있는 사람에 국한되는지 사망한 사람까지 포함되는지를 명확하게 언급하고 있지 않다.

일부에서는 사람이란 권리능력을 당연히 전제로 한 개념이므로 생명윤리법의 인간에는 살아있는 사람만 포함된다고 해석한다. 그러나 민법 제3조에 의하면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고 규정하여 사람에는 생존해 있는 사람과 사망한 사람이 포함된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에 의하면 개인정보란 '살아 있는' 개인에 대한 정보라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만일 '개인' 자체가 살아 있는 사람만을 전제로 한다면 위와 같은 규정은 불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생명윤리법의 인간대상연구에는 사망한 사람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당하다. 이는 불합리한 입법으로서 개선이 필요하다.

한편 연구의 범위는 대폭 확대되어 임상의학연구, 보건정책연구, 사회과학 및 행동과학 연구전반이 모두 인간대상연구에 해당한다. 의무기록이나 건강보험 자료를 이용한 연구도 그 대상자를 직접·간접적으로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이용하는 경우 인간대상연구에 포함된다.

한편 학위논문을 위한 연구가 인간대상연구에 포함되는지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연구가 생명윤리법 시행규칙 제2조 제3항 제2호의 '통상적인 교육실무와 관련된 연구'에 해당하면 동법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위 규정은 미국의 커먼룰의 'normal educational practice'를 참고한 것으로 여기에는 '교수전략과 관련된 연구(research on instructional strategies)' 또는 '교수기술의 효과에 대한 연구(research on the effectiveness of instructional tech-nique)' 등만 포함된다. 이처럼 학위논문을 위한 연구는 통상적인 교육실무와 관련된 연구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학위논문을 위한 연구도 인간대상연구의 요건을 충족하면 시행 전 기관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하고 연구대상자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

2)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심의와 면제

의무기록이나 건강보험자료를 이용한 역학연구나 보건정책연구는 인간대상연구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연구는 연구대상자 및 공공에 미치는 위험이 미미한 경우라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기관위원회의 심의가 면제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생명윤리법 제15조 제2항 및 동법 시행규칙 제13조 제1항에 따르면 연구대상자 및 공공에 미치는 위험이 미미한 경우로서 일방 대중에게 공개된 정보를 이용하는 연구 또는 개인식별정보를 수집·기록하지 않는 연구로서 다음 연구는 기관위원회의 심의를 면제할 수 있다. ① 연구대상자를 직접 조작하거나 그 환경을 조작하는 연구 중 ㉠ 약물투여, 혈액채취 등 침습적 행위를 하지 않는 연구, ㉡ 신체적 변화가 따르지 않는 단순 접촉 측정장비 또는 관찰장비만을 사용하는 연구, ㉢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3조에 따라 판매 등이 허용되는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을 이용하여 맛이나 질을 평가하는 연구, ㉣ 화장품법 제8조에 따른 안전기준에 맞는 화장품을 이용하여 사용감 또는 만족도 등을 조사하는 연구; ② 연구대상자 등을 직접 대면하더라도 연구대상자등이 특정되지 않고 개인정보 보호법 제23조에 따른 민감정보를 수집하거나 기록하지 않는 연구; ③ 연구대상자 등에 대한 기존의 자료나 문서를 이용하는 연구 등. 다만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별표 4 제2호 더목에 따른 취약한 환경에 있는 시험대상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기관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의무기록이나 건강보험자료를 이용한 역학연구나 보건정책연구는 연구대상자 및 공공에 미치는 위험이 미미한 경우로서 연구대상자 등에 대한 기존의 자료나 문서를 이용하는 연구이다. 그러나 기관위원회의 심의 면제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개인식별정보를 수집·기록하지 않는 연구이어야 한다. 역으로 기존의 자료나 문서를 이용하는 연구일지라도 개인식별정보를 수집·기록하는 연구는 기관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

3) 서면동의와 면제

인간대상연구자는 연구 전에 연구대상자로부터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연구대상자가 소아라면 누구에게 서면동의를 받아야 하는가? 혹은 진료 후에 의무기록을 이용한 연구의 경우 환자에게 연락을 해서 서면동의를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울 수 있다. 이 경우 서면동의를 받는 것을 면제받을 수 있는가?

생명윤리법 제16조 제1항 및 제4항에 따르면 인간대상연구자는 연구 전에 연구대상자로부터 ① 인간대상연구의 목적, ② 연구대상자의 참여 기간, 절차 및 방법, ③ 연구대상자에게 예상되는 위험 및 이득, ④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사항, ⑤ 연구 참여에 따른 손실에 대한 보상, ⑥ 개인정보 제공에 관한 사항, ⑦ 동의의 철회에 관한 사항, ⑧ 그 밖에 기관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한 후 서면동의(전자문서를 포함한다)를 받아야 한다.

한편 생명윤리법 제16조 제2항 및 동법 시행규칙 제14조에 따르면 동의 능력이 없거나 불완전한 사람으로서 ① 아동복지법 제3조 제1호의 아동(18세 미만인 사람), ② 그 밖에 대리인의 서면동의가 필요하다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사람이 참여하는 연구의 경우에는 ① 법정대리인, ② 법정대리인이 없는 경우 배우자, 직계존속, 직계비속의 순으로 대리인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생명윤리법 제16조 제3항에 따르면 ① 연구대상자의 동의를 받는 것이 연구 진행과정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연구의 타당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는 경우, ② 연구대상자의 동의 거부를 추정할 만한 사유가 없고, 동의를 면제하여도 연구대상자에게 미치는 위험이 극히 낮은 경우에는 기관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연구대상자의 서면동의를 면제할 수 있다. 다만, 동법 제16조 제2항에 따라 대리인의 동의를 요하는 경우에는 서면동의는 면제하지 아니한다.

성인 환자의 의무기록을 이용한 연구는 서면동의를 면제하여도 연구대상자에게 미치는 위험이 극히 낮은 경우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관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연구대상자의 서면동의를 면제할 수 있다. 그러나 18세 미만의 아동의 경우 법정대리인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하며 이 경우 서면동의의 면제는 허용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18세 미만 아동 환자의 의무기록을 이용한 연구는 현실적으로 상당히 위축되거나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

4) 연구대상자에 대한 안전대책 등

생명윤리법 제17조에 따르면 인간대상연구자는 사전에 연구 및 연구환경이 연구대상자에게 미칠 신체적ㆍ정신적 영향을 평가하고 안전대책을 마련하여야 하며, 수행 중인 연구가 개인 및 사회에 중대한 해악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을 때에는 이를 즉시 소속 기관의 장에게 보고하고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또한 인간대상연구자는 질병의 진단이나 치료, 예방과 관련된 연구에서 연구대상자에게 의학적으로 필요한 치료를 지연하거나 진단 및 예방의 기회를 박탈하여서는 아니 된다.

또한 생명윤리법 제18조에 따르면 인간대상연구자는 연구대상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대하여 서면동의를 받은 경우에는 기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으며 이 때 개인정보를 익명화하여야 한다. 다만, 연구대상자가 개인식별정보를 포함하는 것에 동의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마지막으로 생명윤리법 제19조에 따르면 인간대상연구자는 인간대상연구와 관련한 사항을 기록ㆍ보관하여야 하며 연구대상자는 자신에 관한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수 있으며, 그 청구를 받은 인간대상연구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정보를 공개하여야 한다.

3. 인체유래물연구

1) 인체유래물연구의 범위

개정 전 생명윤리법의 규율 대상은 주로 배아와 유전자연구에 국한되었지만 전부개정된 생명윤리법의 규율대상은 인체유래물연구 전체로 확대되었다. 생명윤리법이 규정한 인체유래물연구에 해당하면 연구자는 사전에 기관위원회의 심의를 받아야 하고 연구대상자에게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 반대로 동법이 규정한 인체유래물연구에 해당하지 않으면 서면동의는 물론 기관위원회의 심의도 요구되지 않는다. 따라서 인체유래물연구의 범위가 문제된다. 생명윤리법 제2조 제11호에 따르면 '인체유래물'이란 인체로부터 수집하거나 채취한 조직ㆍ세포ㆍ혈액ㆍ체액 등 인체 구성물 또는 이들로부터 분리된 혈청, 혈장, 염색체, DNA, RNA, 단백질 등을 말한다.

인체유래물 연구의 범위와 관련하여 우선 인간대상연구와의 관할이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인체유래물을 연구에 활용할 경우 개인식별표지에 대한 정보가 포함된 연구와 개인식별표지가 제거된 연구가 있다. 개인식별표지 정보가 포함된 연구는 생명윤리법 시행규칙 제2조 제1항 제3호의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이용하는 연구'로서 인간대상연구에 해당하는가 아니면 인체유래물연구에 해당하는가? 생명윤리법은 이러한 문제의 관할에 대하여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다.

2)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심의와 면제

수술 후 진단을 하고 남은 조직을 이용한 연구는 인체유래물연구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연구는 인체유래물기증자 및 공공에 미치는 위험이 미미한 경우라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기관위원회의 심의가 면제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생명윤리법 제36조 제2항 및 동법 시행규칙 제33조 제1항에 따르면 인체유래물기증자 및 공공에 미치는 위험이 미미한 경우로서 다음 연구는 기관위원회의 심의를 면제할 수 있다. ① 연구자가 개인정보를 수집·기록하지 않는 연구 중 다음 각 목의 연구, ㉠ 인체유래물은행이 수집·보관하고 있는 인체유래물과 그로부터 얻은 유전정보(인체유래물 등)를 제공받아 사용하는 연구로서 인체유래물 등을 제공한 인체유래물은행을 통하지 않으면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연구, ㉡ 의료기관에서 치료 및 진단을 목적으로 사용하고 남은 인체유래물 등을 이용하여 정확도 검사 등 검사실 정도관리 및 검사법 평가 등을 수행하는 연구, ㉢ 인체유래물을 직접 채취하지 않는 경우로서 일반 대중이 이용할 수 있도록 인체유래물로부터 분리·가공된 연구재료(병원체, 세포주 등을 포함한다)를 사용하는 연구, ㉣ 연구자가 인체유래물 기증자의 개인식별정보를 알 수 없으며, 연구를 통해 얻어진 결과가 기증자 개인의 유전적 특징과 관계가 없는 연구. 다만, 배아줄기세포주를 이용한 연구는 제외한다, ② 초·중등교육법 제2조 및 고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와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교육기관에서 통상적인 교육과정의 범위에서 실무와 관련하여 수행하는 연구, ③ 공중보건상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수행하거나 위탁한 연구.

기관위원회의 심의면제 사유와 관련하여 인체유래물연구와 인간대상연구는 두 가지 차이점을 갖고 있다. 우선 통상적인 교육실무와 관련하여 수행하는 연구는 인간대상연구에서는 아예 배제되는데 반해 인체유래물연구에서는 이에 포함하되 기관위원회의 심의를 면제할 수 있는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인간대상연구에서는 취약한 환경에 있는 피험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는 기관위원회의 심의를 면제할 수 없다고 규정한 반면 인체유래물연구에서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3) 인체유래물연구와 인체유래물제공의 동의

생명윤리법은 인체유래물연구자와 인체유래물 기증자의 관계에서 2가지 종류의 동의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첫째는 인체유래물 연구 전의 서명동의, 둘째는 인체유래물 등을 인체유래물은행이나 다른 연구자에게 제공하기 전의 서명동의이다.

생명윤리법 제37조 제1항 및 제4항에 따르면 인체유래물연구자는 연구 전에 인체유래물기증자에게 ① 인체유래물연구의 목적, ② 개인정보의 보호 및 처리에 관한 사항, ③ 인체유래물의 보존 및 폐기 등에 관한 사항, ④ 인체유래물과 그로부터 얻은 유전정보(이하 인체유래물 등)의 제공에 관한 사항 ⑤ 동의의 철회, 동의 철회 시 인체유래물 등의 처리, 인체유래물 기증자의 권리, 연구 목적의 변경, 그 밖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한 후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

한편 생명윤리법 제37조 제3항에 따르면 서면동의 면제에 관하여는 인간대상연구 관련 규정인 동법 제16조 제3항을 준용하고 있다. 따라서 ① 인체유래물 기증자의 동의를 받는 것이 연구 진행과정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연구의 타당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는 경우, ② 인체유래물 기증자의 동의 거부를 추정할 만한 사유가 없고, 동의를 면제하여도 연구대상자에게 미치는 위험이 극히 낮은 경우에는 기관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인체유래물 기증자의 서면동의를 면제할 수 있다. 다만, 대리인의 동의를 요하는 경우에는 서면동의는 면제하지 아니한다.

또한 생명윤리법 제38조 제1항에 따르면 인체유래물연구자는 인체유래물 기증자로부터 인체유래물 등을 제공하는 것에 대하여 서면동의를 받은 경우에는 기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인체유래물 등을 인체유래물은행이나 다른 연구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또한 동조 제2항에 따르면 인체유래물 연구자가 제1항에 따라 인체유래물 등을 다른 연구자에게 제공하는 경우에는 익명화하여야 한다. 다만, 인체유래물 기증자가 개인식별정보를 포함하는 것에 동의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위 규정에 따르면 인체유래물연구자가 인체유래물 등을 인체유래물은행에게 제공하는 경우에 익명화를 해야 하는지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동조 제2항은 인체유래물 등을 다른 연구자에게 제공하는 경우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의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인체유래물은행이나 다른 연구자를 달리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인체유래물연구자가 인체유래물 등을 인체유래물은행에 제공할 때도 익명화하되 인체유래물 기증자가 개인식별정보를 포함하는 것에 동의한 경우에는 익명화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한편 대부분의 인체유래물연구는 진단이나 치료를 위해 환자의 동의를 받고 적출된 인체조직을 대상으로 해 왔다. 과거 인체유래물연구자는 인체유래물연구에 대한 별도의 동의 없이 남은 인체조직을 연구에 사용해 왔다. 이처럼 과거에 수집된 인체조직에 대하여 별도의 동의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를 고려하여 생명윤리법 부칙 제2조는 '이 법 시행 전에 유전자연구 외의 인체유래물연구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는 인체유래물에 대하여는 제37조 제1항에 따른 서면동의 없이 계속 연구에 사용할 수 있다'는 경과조치를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를 타인에게 제공할 경우에는 서면동의가 필요하다.

개정 생명윤리법 아래에서 진단이나 치료라는 목표를 달성한 후 남은 인체조직을 익명화하고 인체유래물연구에 사용할 수 있는지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인체유래물연구 전에 인체유래물 기증자에게 인체유래물연구의 목적 등을 설명하고 서면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익명화가 이루어지면 인체유래물 기증자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서면동의를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생명윤리법에는 인체유래물연구자가 서면동의 규정을 위반하였을 때 벌칙 규정이나 과태료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위와 같은 편법 운영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연구를 위한 목적으로 적출한 인체조직을 활용하는 것과 진단이나 치료를 위해 적출하고 남은 인체조직을 활용하는 것은 구분하여 법에 규정하는 것이 합당하다.

4. 유전자검사기관

1) 유전자검사와 유전자연구의 구별

개정 전 생명윤리법 제9조 제4호에 따르면 유전자검사기관은 기관위원회의를 설치하도록 규정하였다. 그러나 개정된 생명윤리법은 유전자검사기관에 대하여 기관위원회의 설치 의무를 삭제하고 있다. 이는 개정된 생명윤리법이 유전자검사기관의 업무를 '유전자검사'에 한정하고 유전자연구에 대하여는 인체유래물연구 관련 규정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전자은행을 개설하고자 하는 자는 개정된 생명윤리법 아래에서 인체유래물은행으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유전정보를 제공하려고 하는 자는 인체유래물 등의 제공 규정에 따라 이용계획서를 작성하여야 하며 개정 전 유전자은행에 대한 지원 규정은 개정 후 인체유래물은행에 대한 지원 규정으로 대체되었다.

2) 유전자검사의 동의

생명윤리법 제51조에 따르면 유전자검사기관이 유전자검사에 쓰일 검사대상물을 직접 채취하거나 채취를 의뢰할 때에는 검사대상물을 채취하기 전에 검사대상자 또는 법정대리인에게 유전자검사의 목적과 방법, 예측되는 유전자검사의 결과와 의미 등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한 후 ① 유전자검사의 목적, ② 검사대상물의 관리에 관한 사항, ③ 동의의 철회, 검사대상자의 권리 및 정보보호, 그 밖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에 대하여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

위 조항을 위반하여 유전자검사에 관한 서면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검사대상물을 채취한 자는 생명윤리법 제68조 제11호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는 인간대상연구나 인체유래물연구 전에 서면동의를 받지 아니한 경우에는 형사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과 대비된다.

유전자 검사대상자가 동의 능력이 불완전한 경우의 대리인 동의에 관하여는 제16조 제2항을 준용하므로 동의 능력이 없거나 불완전한 사람으로서 ① 아동복지법 제3조 제1호의 아동(18세 미만인 사람), ② 그 밖에 대리인의 서면동의가 필요하다고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사람이 참여하는 연구의 경우에는 ① 법정대리인, ② 법정대리인이 없는 경우 배우자, 직계존속, 직계비속의 순으로 대리인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만 생명윤리법 제51조 제5항에 따르면 ① 시체 또는 의식불명인 사람이 누구인지 식별하여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거나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② 다른 법률에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동의 없이 유전자검사를 할 수 있다. 또한 동법 제51조 제7항 및 동법 시행규칙 제52조에 따르면 ① 의료기관에서 질병의 진단 또는 치료를 목적으로 하며, ② 법 제53조 제3항에 따라 검사대상물을 즉시 폐기하는 경우 유전자검사의 서면동의를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3) 검사대상물의 제공과 폐기

생명윤리법 제53조 제1항에 따르면 유전자검사기관은 제51조 제2항에 따라 검사대상자로부터 검사대상물의 제공에 대한 서면동의를 받은 경우에는 인체유래물연구자나 인체유래물은행에 검사대상물을 제공할 수 있다. 이 경우 제38조 제2항부터 제5항까지의 규정을 준용하므로 유전자검사기관이 검사대상물을 다른 연구자에게 제공하는 경우에는 익명화하여야 한다. 다만, 검사대상물 기증자가 개인식별정보를 포함하는 것에 동의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생명윤리법은 유전자검사기관을 유전자연구기관과 완전히 분리하고 있으므로 동법 제53조 제3항에 따르면 유전자검사기관은 검사대상물을 제공하는 경우 외에는 검사대상물을 유전자검사 결과 획득 후 즉시 폐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유전자검사기관에서는 연구를 하지 않으므로 검사대상물을 오래 보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전자검사실의 정도 관리나 새로운 검사방법의 도입을 위해서 남아 있는 검사대상물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즉시 폐기 규정은 상당한 문제가 있다.

생명윤리법과 공통 규칙의 구조적 차이

생명윤리법은 인간대상연구와 인체유래물 연구를 규율대상으로 확대함으로써 우리나라에서의 의학연구에 커다란 전환점을 만들어 냈지만 미국의 커먼룰과 비교할 때 구조적인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차이점과 문제점을 갖고 있다.

첫째, 커먼룰은 기본적으로 연방기구가 수행하거나 지원하는 인간대상연구에 적용되지만 생명윤리법은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지 않아도 적용되는 법규이다[14]. 따라서 생명윤리법이 커먼룰보다 더 강제적이고 포괄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따라서 생명윤리법이 유연성을 갖고 있지 않으면 커먼룰보다 의학연구에 미치는 제약은 훨씬 클 수밖에 없다.

둘째, 커먼룰에서 피험자를 보호하는 주체는 개개의 연구기관이다. 따라서 개개의 기관은 커먼룰을 준수하겠다는 서면보증을 정부에 제출하고 거기에 규정된 대로 기관위원회가 활동하도록 보장하는 계약의 주체이다[15].

반면 생명윤리법에서 개개의 기관은 기관위원회에 대하여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고 기관위원회의 인증 결과에 따라 불이익을 받는 위치에 있을 뿐이다. 따라서 생명윤리법에서는 해당 기관의 연구자 및 종사자 교육의 주체를 기관이 아닌 기관위원회로 상정하고 있는데 이는 합당하지 않다.

셋째, 커먼룰은 인체유래물연구를 인간대상연구와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커먼룰에서 개인식별정보가 동반된 인체유래물연구는 인간대상연구이며 개인식별정보가 동반되지 않는 인체유래물연구는 아예 커먼룰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즉 커먼룰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라도 '기존의 자료, 서류, 기록, 병리조직 혹은 진단 조직을 이용한 연구로서 연구자가 직접적으로 혹은 개인식별표지를 통하여 그 대상을 확인할 수 없는 형태로 정보를 기록하는 경우에는 커먼룰의 적용을 배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14]. 반면 생명윤리법은 인간대상연구와 인체유래물연구의 경계를 정확하게 구획하지 않아 법 적용 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결론

전부 개정된 생명윤리법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첫째, 생명윤리법은 기관위원회가 아닌 인간대상연구자에게 기록·보관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졸업을 앞둔 대학원생이 인간대상연구를 수행한 후 기록·보관의무를 제대로 이행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 반면 커먼룰은 인간대상연구 관련 기록을 작성하고 유지하는 의무를 기관위원회에 부과하고 있다. 즉, 기관위원회는 심의된 모든 연구 계획서, 과학적 평가서, 승인된 동의서의 샘플, 연구 진행 보고서, 피험자에게 발생한 상해보고서, 기관위원회 회의록 등의 모든 기록을 최소 3년간 보관할 의무가 있다[16].

둘째, 생명윤리법은 최소위험기준에 대한 정의규정이 없어서 '위험'이라는 용어가 신체적·심리적 영역을 넘어 인체유래물 유전자정보의 프라이버시 영역까지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측면이 있다.

생명윤리법 제2조 제17호는 '개인식별정보'의 정의를, 동조 제18호는 이와 별도로 '개인정보'의 정의를 하고 있다. 여기서 '개인식별정보'라 함은 연구대상자의 성명ㆍ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이며 '개인정보'란 개인식별정보, 유전정보 또는 건강에 관한 정보 등 개인에 관한 정보를 말한다고 한다. 반면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 제1호의 '개인정보'란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서 성명, 주민등록번호 및 영상 등을 통하여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해당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더라도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알아볼 수 있는 것을 포함한다)를 말한다[17].

요컨대 생명윤리법의 개인정보는 개인정보호법의 개인정보보다 너무 크게 확대된 것으로서 커먼룰에서도 그와 같은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비록 유전자검사 결과로 인해 개인식별의 위험성이 있지만 현 단계에서 그 정보는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여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즉 생명윤리법은 인체유래물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의 위험성을 과장하여 평가하고 있다.

반면 커먼룰의 정의규정에 따르면 최소위험기준은 연구로 인해 예상되는 해악 또는 불편이 일상생활 또는 일상적인 신체적·심리적 검진에서 나타나는 해악 또는 불편보다 크지 않은 경우이다[18]. 이처럼 커먼룰은 신체적·심리적 위험과 프라이버시의 문제를 명확히 구별하고 있으며 인체유래물로 인한 프라이버시 침해의 위험을 과장하지 않고 있다.

셋째, 생명윤리법은 18세 미만의 아동의 경우 서면동의의 면제를 허용하지 않는데 이는 18세 미만 아동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의학연구를 상당히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성인 환자의 의무기록을 이용한 연구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연구대상자의 서면동의를 면제할 수 있는데 18세 미만 아동이라고 해서 이러한 규정을 배제할 이유는 없다. 커먼룰의 경우 취약한 피험자라고 해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피험자 동의 면제가 허용된다[19].

전부개정된 생명윤리법의 문제점에 대하여는 의학연구자들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여 앞으로의 법률개정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Peer Reviewers' Commentary

본 논문은 2012년 2월에 전면 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윤리법)"의 내용과 문제점을 제시하였다. 또한 인간대상 연구와 인체유래물 연구를 규율하도록 새로 전면 개정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의 주요 연혁을 검토하고 그 내용을 평가하며 이를 미국의 커먼룰과 비교하여 앞으로의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이 논문은 우리나라 의학연구윤리 및 법제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되며, 독자들이 해당 법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논문이다. 필자가 논문에서 지적한 대로 18세 이하의 소아 대상 임상연구의 장애가 될 수 있는 법률의 내용은 향후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정리: 편집위원회]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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