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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Korean Med Assoc > Volume 56(8); 2013 > Article
유 and You: 의료인의 민사책임

Abstract

Medical disputes are rapidly increasing due to patients' rising awareness of their rights and greater access to medical information. Medical negligence means the breach of the duty of care based on the level of medical acts currently carried out in the field of clinical medicine at the time of performing the medical acts. To hold medical personnel liable for breach of the duty of care, the breach of the duty of care in medical acts, generation of damage, and the existence of causation between them should each be proven. The victim bears the burden of proving the elements. Considering the nature of medical acts such as the high degree of professionalism, doctor's discretion and incompleteness of medicine, judicial precedent has established a theory to ease the victim's burden of proof. When a doctor has corrected medical records after acci-dent, this is an act of obstructing verification. The court can use this fact against the obstructing party upon free evaluation of evidence. The liability for explanation is one of the doctor's most important duties. Moreover, doctors should prove that they fulfill the duty of explanation. This paper reviews the civil liability for medical malpractice. Due to the nature of a doctors' work, being charged with the lives, bodies, and health of patients, medical accidents may be inevi-table. Therefore, it is becoming more important for medical personnel to acquire ongoing medi-cal knowledge, keep medical records thoroughly, establish a good rapport with patients and faithfully perform the duty of explanation.

서론

의료에 대한 환자들의 권리의식이 향상되고, 의료정보에 대한 접근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의료사고와 관련된 분쟁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의사를 비롯한 의료진의 과실이 문제될 경우, 민사적으로는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고, 형사적으로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해당할 수 있는데, 이 중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의사들이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분쟁유형으로 보인다.
의료사고와 관련된 민사적인 쟁송은 소비자기본법에 의한 한국소비자원의 조정 절차, 2012년 4월 8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한 조정 절차, 법원을 통한 민사소송 등의 형태로 진행된다. 법원을 통한 민사소송이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의 조정 절차가 진행됨과 더불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되는 의료분쟁 건도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의료분쟁은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 되어 가고 있다.
이에 의료인의 민사책임에 관한 기본 내용 및 판례를 검토·논의하고자 한다.

의료과실의 의미

의료과오소송에서 의사의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의료과실이라는 전제가 필요한데, 이때 말하는 의료과실은 의사가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일반적인 의사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에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이러한 주의의무는 통상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라고 설명되며, 그와 같은 주의의무의 내용은 결과예견의무와 결과회피의무로 구성된다.
의료과실은 의사가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 발생을 예견하지 못하였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하지 못한 것으로, 의사가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평균적인 의학지식과 기술을 가진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예견가능하고 회피할 수 있었던 결과를 부주의로 인하여 해태한 것을 의미한다[1].

의료과실의 판단기준

판례는 의료과실의 판단기준에 관해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같은 업무에 종사하는 일반적 보통인인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4. 4. 26. 선고 93다59304 판결, 2005. 10. 28. 선고 2004다13045 판결, 대법원 2006. 10. 26. 선고 2004도486 판결 등).
판례에 따라 다양한 표현을 사용하고는 있으나, 의료과실의 판단기준은 대체로, ①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실천되고 있는 의료수준을 기준으로 하되, ② 그러한 의료수준은 규범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하고 해당 의사나 의료기관의 구체적 상황을 고려해서는 아니 되나(대법원 1997. 2. 11. 선고 96다5933 판결 등), ③ 진료환경 및 조건이나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은 고려해야 한다(대법원 1987. 1. 20. 선고 86다카1469 판결 등)로 정리할 수 있다.
임상의학에서 일반적으로 실천되고 있는 규범적 의료수준이란, 통상의 의사들이 일반적으로 임상의학에서 시행 하고 있는 보편적인 수준의 의료기술을 의미하는데, 자신의 능력부족이나 의학지식을 습득하려는 노력이 부족하여 보편적인 수준의 의료기술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그와 같은 주의의무의 판단기준은 같은 업무와 직종에 종사하는 의사들 가운데 일반적 보통인을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1987. 1. 20. 선고 86다카1469 판결 등 취지).
이러한 의료수준은 규범적으로 요구되는 수준이므로 의사가 의료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의료행위를 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규범적으로 허용될 수 없는 것이라면 과실을 면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피고인이 근무하는 병원의 인턴 수가 부족하여 수혈의 경우 두 번째 이후의 혈액봉지는 인턴 대신 간호사가 교체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이 혈액봉지가 바뀔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피고인이 그에 대한 아무런 조치도 취함이 없이 간호사에게 혈액봉지의 교체를 일임한 것이 관행에 따른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관행에 따른 경우에도 주의의무위반이 될 수 있음을 명백히 하였다(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도2812 판결).
의료기관의 구체적 상황, 진료환경 및 조건이나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에 관하여 살펴보면, 의사는 전문의, 수련의, 전공의 등으로 구분할 수 있으나 의사의 자격을 지니는 이상 이들의 주의의무의 기준은 원칙적으로는 동일하고(대법원 1997. 2. 11. 선고 96다5933 판결은 전공의가 분만 도중 과도한 흡입분만을 시도한 사안에서 주의의무를 판단함에 있어 당해 의사나 의료기관의 구체적 상황을 고려하여서는 안 된다고 판시), 비전문의가 다른 전문의의 전문 진료영역에 속하는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도 의사가 전문분야 외의 진료를 한 사실만으로 곧바로 과실이 추정되지는 않지만, 전문분야 외라는 이유로 주의의무가 경감되지 아니하고 해당 과목의 전문의와 동일한 주의의무를 부담한다(대법원 1974. 5. 14. 선고 73다2027 판결 취지)고 판시하고 있다.
긴급한 상황과 같이 예외적인 경우에는 치료하지 않을 때 초래될 위험과 부족하더라도 치료할 때 초래될 위험 등을 비교·형량하여 의사가 긴급한 치료를 시작한 경우에는 주의의무가 경감된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1999. 11. 23. 선고 98다21403 판결 등).
현대의 의료는 점차 분업화, 세분화되고 있고, 팀의 형태로 의료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는바, 각 의료종사자 사이의 긴밀한 협력은 필수적인 상황이다. 그와 같은 분업적 협력에 의한 의료행위에 있어서 각 당사자가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였을 경우, 다른 의료인의 과실로 인한 부분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하는지 문제된다.
이는 신뢰의 원칙을 의료과오소송에 적용할 수 있는지의 문제로, 신뢰의 원칙은 도로교통에서 독일의 판례가 채택한 이래 도로교통의 범위를 초월하여 다수인의 업무분담이 요구되는 과실범의 경우에 주의의무의 한계를 설정하는 이론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여기서 신뢰의 원칙은 과실범에 있어서 스스로 적법하게 행위 하는 자는 다른 관여자의 적절한 행위를 신뢰하면 족하다는 원칙으로, 의료에서는 공동으로 의료행위를 행하는 의사는 다른 의사가 주의의무를 다하였다는 것을 신뢰하면 족하며, 다른 의사가 적절하게 행위 하는가에 대하여 조사·확인할 주의의무는 없다고 할 수 있다는 원칙이다.
다만, 분업적 협력에 의한 의료행위에서는 각 의료인 상호간의 지위와 역할, 지휘·감독권의 유무 등을 고려하여 신뢰의 원칙을 획일적으로 적용하지는 않고, 구체적 사안에 따라 달리 적용하고 있다.
의사와 의사 사이에서 수직적인 지휘·감독관계에 있는 경우에는 신뢰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즉, 해당 의료행위의 책임자는 그 소속 의료진이 행한 의료행위에 대하여 지휘·감독할 의무가 있으므로 해당 의료행위의 책임자와 그 소속 의사들과의 관계에서는 신뢰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반면, 주치의와 당직의 사이의 관계는 수직적 지휘·감독관계라고 할 수 없지만 주치의는 자신에게 주어진 최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이상, 당직의에 대한 관계에서 신뢰의 원칙을 주장할 수 없고, 당직의의 과실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대법원 1994. 12. 9. 선고 93도2524).
수술의사와 마취의사와의 관계, 대학병원에서 진료과목을 달리하는 의사들 간의 협의진료 등에는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원칙적으로는 신뢰의 원칙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예를 들면, 대법원 2003. 1. 10. 선고 2001도3292 판결은, 내과의사가 신경과 전문의에 대한 협의진료 결과 피해자의 증세와 관련하여 신경과 영역에서 이상이 없다는 회신을 받았고, 그 회신 전후의 진료 경과에 비추어 그 회신 내용에 의문을 품을 만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 않자 그 회신을 신뢰하여 뇌혈관 계통 질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내과 영역의 진료 행위를 계속하다가 피해자의 증세가 호전되기에 이르자 퇴원하도록 조치하였으나, 피해자가 지주막하출혈로 사망에 이른 사안에서, 내과의사는 피해자를 진료함에 있어서 지주막하출혈을 발견하지 못한 데 대하여 업무상과실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하였다.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에 대해, 대법원은 간호사에 대한 의사의 지도감독의무를 인정하면서도, 간호사가 의사의 처방에 의한 정맥주사를 뇌실외배액관에 잘못 투약하여 환자를 사망하게 한 사건에서 간호사가 '진료의 보조'를 함에 있어서는 모든 행위 하나하나마다 항상 의사가 현장에 입회하여 일일이 지도 감독하여야 한다고 할 수는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사가 진료의 보조행위 현장에 입회할 필요 없이 일반적인 지도 감독을 하는 것으로 족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할 것인데, 여기에 해당하는 보조행위인지 여부는 보조행위의 유형에 따라 일률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고 구체적인 경우에 있어서 그 행위의 객관적인 특성상 위험이 따르거나 부작용 혹은 후유증이 있을 수 있는지, 당시의 환자 상태가 어떠한지, 간호사의 자질과 숙련도는 어느 정도인지 등의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대법원 2003. 8. 19. 선고 2001도3667 판결)하여,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달리 판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의료과오소송에서의 입증책임

의료과오소송에서 환자 측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용되기 위해서는 불법행위에 기한 책임이든 혹은 계약관계에 근거한 채무불이행에 기한 책임이든 어느 것이나 ① 주의의무위반(과실), ② 위법성, ③ 손해의 발생, ④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존재할 것이 요구되는데, 위 요건에 대한 입증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문제된다.
불법행위책임을 묻는 경우, 피해자(환자)가 가해자(의사)의 과실을 입증할 책임이 있다.
채무불이행의 경우, 원칙적으로는 채무자에게 귀책사유의 부존재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으므로, 진료채무자인 의사에게 입증책임이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진료계약은 일종의 위임계약으로서 진료계약상의 채무란 질병의 치료와 같은 결과를 반드시 달성하여야 할 결과채무가 아니라 환자의 치료를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가지고 현재의 의학수준에 비추어 필요하고 적절한 조치를 다하여야 할 채무 즉, 수단채무라고 보아야 할 것(대법원 1993. 7. 27. 선고 92다15031 판결)이라는 점에서 입증책임의 주체가 달라질 수 있다.
진료계약은 민법상 전형계약의 하나로 규정되어 있지 않고, 그 법적 성질에 대해서는, 위임계약설(또는 준위임계약설), 도급계약설, 고용계약설, 무명계약설, 혼합계약설 등과 같은 다양한 논의가 있다[2]. 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3도2780 판결은 진료계약을 치료위임계약으로 보았으며, 대법원 1993. 7. 27. 선고 92다15031 판결은 의사가 환자에게 부담하는 진료채무는 질병의 치료와 같은 결과를 반드시 달성해야 할 결과채무가 아니라 환자의 치유를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가지고 현재의 의학수준에 비추어 필요하고 적절한 진료조치를 다해야 할 채무 즉 수단채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다하였는데도 그 진료 결과 질병이 치료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그 치료비는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진료계약의 성질을 명확히 하였다.
그와 같은 수단채무의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구하려면 우선 환자는 이행채무의 불완전을 주장·입증하여야 할 것인데, 이행채무의 불완전은 곧 그 진료가 의학적 지식이나 기술에 있어서 평균수준 미달 혹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위반임을 뜻하는 것이므로 결국 불법행위책임에 있어서의 과실과 서로 통한다.
따라서, 의료과오소송은 청구원인을 어떻게 구성하든 원칙적으로 입증책임이 환자 측에게 있다[1].
불법행위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을 비교하면, 진료계약은 상행위성을 갖지 아니한다고 해석되므로 채무불이행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반면, 불법행위책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그 가해행위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거나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이 경과함으로써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경우 배우자, 부모, 형제자매 등에게 피해자와 별도로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이 인정된다. 그러나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경우에는 피해자에게 생명, 신체에 대한 침해가 있더라도 배우자 등에게는 고유의 위자료 청구권이 인정되기 어려우며 지연손해금의 기산일 등에 차이가 있다.
의료행위는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서 악결과가 발생할 경우 침해되는 법익이 매우 중대한 반면, 의료행위가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고(전문성), 의료의 과정은 대개의 경우 환자 본인이 그 일부를 알 수 있는 외에 의사만이 알 수 있을 뿐이며(밀실성), 치료의 결과를 달성하기 위한 의료기법은 의사의 재량에 달려 있고(재량성), 의학 자체에 아직도 명확히 해명되지 않았거나 극복되지 않은 분야가 많기 때문에(불완전성), 의료소송에서 입증책임을 완화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위와 같은 의료행위의 특성 및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 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비추어 의료과오소송과 관련하여 환자 측의 입증책임을 경감하려는 논의가 지속되어 왔고, 판례는 환자 측의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법리를 확립해 왔다.
대법원 1995. 2. 10. 선고 93다52402 판결을 시작으로 의료과오소송에서 입증책임을 완화한 판시가 확립되어 왔는데, 이에 의하면 환자 측에서 ① 의료행위 과정에서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②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 즉 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의 결함(기왕증)이 없었다는 사정을 입증한 경우에는, 의사 측이 그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원인으로 인한 것이라는 입증을 하지 아니하는 한, 의료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게 된다.
위 판례는 인과관계를 추정하기 위한 법리를 설시하면서, 과실의 입증책임에 관하여도 언급하고 있는데,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입증의 정도를 완화하고 있다. 이때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는 과실에 대한 환자의 입증정도를 의학적 지식에 바탕을 둔 주의의무위반의 입증에서 일반인의 상식적인 과실의 입증으로써 손해배상청구의 요건사실인 과실이 입증된 것으로 인정한 셈이어서 과실의 입증책임을 경감시킨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3,4].
간접사실에 의한 과실과 인과관계의 사실상 추정법리도 의료과오소송에서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법리로 해석된다. 심리결과 인정되는 여러 간접사실들을 인정한 다음 간접사실들로부터 의료과실과 인과관계를 동시에 추정하는 것으로, 대법원 2000. 7. 7. 선고 99다66328 판결을 예로 들면, "망인의 사망을 초래한 대동맥박리는 이 사건 심막중격결손 수술을 위한 캐뉼라 삽관 직후에 나타난 것으로서 이 사건 수술 이외에는 다른 원인이 개재하였을 가능성이 없고, 그 발생 부위 또한 이 사건 캐뉼라 삽관과 연관하여 볼 수 있는 부위로 보이고, 위 망인에게 이 사건 수술 전후를 통하여 대동맥박리를 초래할 만한 특별한 질환이나 증상이 관찰되지 아니하였으며, 한편으로는 대동맥에 캐뉼라를 삽입하는 과정에서 대동맥 내막에 대한 직접적인 열상이나 기계적인 압박 등 부적절한 시술로도 대동맥박리가 나타날 수 있는데다가, 비록 심장수술 과정에서의 잘못 이외의 합병증으로 대동맥박리가 발생할 수 있는 확률도 0.16% 있지만 그와 같이 예외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주로 고협압 등 혈관질환을 보유하고 있는 환자들에게서 나타난 것이라는 사정 하에서라면, 위 망인에게 발생한 이 사건 대동맥박리는 결국 대동맥박리가 일어날 수 있는 원인 중에서 캐뉼라를 삽입하는 과정에서 대동맥내막을 손상시키는 등 부적절한 캐뉼라 삽관에 의하여 초래된 것이라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과실과 인과관계를 동시에 추정하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위와 같은 추정론에 대해서는, 원인불명의 의료사고에서 사실상 추정론을 확장하면 환자에게 의료행위를 한 후 중한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결과책임을 인정하는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간접사실들이 과실과 중한 결과 사이의 개연성을 담보할 것을 요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실상 추정을 제한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등).
민사에서 위와 같이 입증책임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에 비해, 형사에서는 입증책임의 원칙을 준수하여 엄격한 입증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민사책임의 경우에는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담 또는 피해자의 적절한 구제를 위해 추정법리를 도입하여 의사의 과실 인정 및 그 과실과 악결과 사이의 인과관계의 인정을 다소 쉽도록 만들어 놓은 반면, 형사책임의 경우에는 in dubio pro reo(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의 원칙을 적용하여 의사의 과실과 인과관계를 인정하는데 있어서 입증책임의 완화를 적용하지 않고 있어 의료형사 책임을 인정하기가 더 어려우므로, 의료인의 민사책임이 인정되면서 형사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는 있을 수 있어도, 형사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데 민사책임만 인정되는 경우는 입증책임과 관련한 현재 판례의 경향에서는 발생하기 어렵다고 본다[5].
진료기록 변조, 가필 혹은 미제출의 경우, 입증방해가 문제될 수 있는데, 입증방해란 일반적으로 입증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당사자가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상대방 당사자의 입증을 곤란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입증방해에 대해서 소송상 부담을 어느 정도 가할 것인지에 대한 견해대립으로, 입증방해 행위자에게 입증책임이 전환된다고 하는 입증책임전환설, 법관이 자유심증의 범위 내에서 입증자의 주장의 진위를 자유롭게 평가하는 것이라는 자유심증설, 양자를 절충한 재량설(중간설) 등이 있다[6].
판례는, 의료분쟁에 있어 의사측이 가지고 있는 진료기록 등의 기재가 사실인정이나 법적 판단을 함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볼 때, 의사측이 진료기록을 변조한 행위는, 그 변조이유에 대하여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한, 당사자 간의 공평의 원칙 또는 신의칙에 어긋나는 입증방해 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법원으로서는 이를 하나의 자료로 하여 자유로운 심증에 따라 의사 측에게 불리한 평가를 할 수 있다고 하여 입증방해 시 법원이 자유로운 심증에 따라 방해자에게 불리한 평가를 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94. 6. 22. 선고 94다39567 판결 등). 반면, 대법원 1999. 4. 13. 선고 98다9915 판결은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과실의 입증이 없으므로 의사의 입증방해 행위가 있다 하더라도 법원으로서는 하나의 자료로 삼는데 그칠 뿐이고, 입증책임이 전환되거나 곧바로 환자 측의 주장이 입증된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도 아니므로 의료상의 과실을 추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즉, 판례는 진료기록 변조, 부실기재 등 입증방해의 효과에 대하여 입증책임을 전환하거나 곧바로 상대방의 주장 사실이 증명된 것으로 하지 않고 자유심증설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6].

설명의무

일반적으로 설명의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의 전제인 조언설명에 대해 논외 되어 왔는데, 조언설명이란 수술과 같이 환자의 신체에 대한 침습행위를 하는데 있어, 환자가 그 선택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로서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그 위험성 등을 환자에게 설명하여야 할 의무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의사는 환자에게 수술 등 침습행위 및 그 후에 나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 응급상황이나 그 밖에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진료계약상의 의무 내지 침습 등에 대한 승낙을 얻기 위한 전제로서 당해 환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에게 위와 같은 사항에 관하여 당시의 의료수준에 비추어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정도로 설명하여 당해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하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설명은 직접 의료행위를 담당하는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이지만 환자가 판단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설명이 이루어진다면 다른 의사의 설명도 유효한 설명이 될 수 있으며(대법원 1999. 9. 3. 선고 99다10479 판결 등), 의사의 설명은 환자의 승낙을 위한 전제조건이므로 설명의무의 상대방은 환자이고, 승낙자도 환자 본인이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원칙적인 태도이다.
설명의무에 대한 입증책임과 관련하여, 원칙적으로는 환자가 설명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지만, 부존재의 입증에 대한 어려움, 의사로서는 설명의무의 이행을 문서화하여 입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의사가 충분한 설명을 이행하였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태도이다(대법원 1979. 8. 14. 선고 78다488 판결, 1987. 4. 28. 선고 86다카1136 판결 등).
설명의무는 침습적인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한, 수술에 한하지 않고 검사, 진단, 치료 등 진료의 모든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데, 환자에게 발생한 악결과가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되지 않는 경우, 긴급한 경우에는 설명의무가 면제될 수도 있지만, 위험발생가능의 희소성만으로는 설명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
의사가 설명의무를 위반한 채 의료행위를 하여 환자에게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 환자 측에서 선택의 기회를 잃고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데 대한 위자료만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의사의 설명결여 내지 부족으로 선택의 기회를 상실하였다는 사실만을 입증함으로써 족하고, 설명을 받았더라면 사망 등의 결과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계까지 입증할 필요는 없으나, 그 결과로 인한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손해 등 모든 손해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그 중대한 결과와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내지 승낙취득 과정에서의 잘못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하며, 그 때의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은 환자의 생명, 신체에 대한 구체적 치료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48443 판결, 1996. 4. 12. 선고 95다56095 판결 등).
반면,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무관하게 환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것으로서 예견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요양지도, 설명 등 환자에게 필요한 의학적인 충고를 의미하는 지도설명은, 자기결정권의 침해가 아니라 진료상의 과실로 평가되므로 신체침해로 인한 재산상 손해와 위자료 지급의무가 발생한다.
지도설명과 관련한 판례는, 연탄가스 중독 환자가 퇴원하면서 자신의 병명을 물었으나 아무런 요양방법을 설명하지 않아 병명을 알지 못한 환자가 퇴원 후 같은 방에서 자다가 다시 연탄가스에 중독된 경우 의사의 과실을 인정한 사례(대법원 1991. 2. 12. 선고 90도2547 판결)와 환자에게 자궁외임신이라는 사실만 고지하고 자궁외임신의 파열가능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아 복통으로 내원한 환자에 대한 치료가 지연되어 환자가 사망한 사안에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한 사례(대법원 2002. 10. 8. 선고 2002다4979 판결) 등이 있다.

결론

의료는 의학이라는 과학의 영역에 속하면서도 환자의 생명과 신체라는 계량화하기 힘든 대상을 다루는 특성으로 인해, 의료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의료사고는 환자와 그 가족에게 고통을 주면서 동시에 의료인에게도 방어진료, 과잉진료를 유발하여 왜곡된 의료행위로 나아가게 할 위험을 내포한다. 판례는 입증책임의 전환이 아닌 입증책임 완화라는 법리를 채택하여 입증책임에 관한 일반원칙과 피해자 보호의 절충점을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의료과오로 인한 피해자 보호에 소홀하지 않으면서 의료인의 안정적이고 소신진료를 보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정립하기 위한 노력은 의료와 법이 공존하는 한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개인적인 피해와 왜곡된 의료행위의 예방을 위해 의료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의학지식의 습득, 진료행위에 대한 정확하고 상세한 기재, 환자와의 신뢰관계 유지, 상세한 설명은 의료인에게 필수적인 것으로 보인다.

Peer Reviewers' Commentary

본 논문은 높아져가는 의료에 대한 기대치와 의료정보 접근의 용이성에 기인한 의료소송에 있어서, 용어를 설명하고, 판례를 들어가며 중요사항에 대하여 기술하여 의료인이 알아두어야 할 의료소송 관련 판례의 방향을 기술하였다. 의료인으로서 환자 질병의 치료를 위하여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지식과 기술위에, 의료의 사회적 책임과 의미 및 실제적으로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법적인 책임에 대하여 재고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는 논문이라 판단된다.
[정리: 편집위원회]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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