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칼슘은 골격와 치아를 구성하고 신경계, 근골격계, 심혈관계 기능을 조절하는 등 몸의 각종 대사에 중요한 필수 영양소이고[1], 비타민D는 칼슘의 흡수와 대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므로 칼슘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에 따라 골다공증성 골절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칼슘 섭취와 운동 등 다양한 골절 예방지침들이 권고되고 있다. 칼슘 섭취가 언제나 안전하고 유익하다는 일반적인 관념과는 달리 근래 칼슘과 비타민D 보충제의 유용성을 반박하는 연구들이 발표되어, 일반인은 물론 의료인들 사이에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 논문에서는 칼슘과 비타민D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기존 연구결과들을 정리하여, 의사들이 진료실에서 칼슘과 비타민D 보충과 관련하여 환자들을 진료할 때 필요한 제언과 그 근거를 제시하고자 한다.
칼슘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논란
칼슘 보충이 골절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1980년대 발표된 코호트에서 비롯되었다. 1973년부터 1987년까지 50-79세 남녀 957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연령을 보정한 고관절골절 발생률은 칼슘 섭취와 역상관관계를 보였다[2]. 이런 주장은 1990년대 이중맹검 무작위대조군연구들에 의해 뒷받침 되었다. 평균 84세인 고령의 폐경 여성 3,270명을 대상으로 삼인산칼슘 1,200 mg(칼슘량은 칼슘 원소량 - elemental calcium 기준)과 비타민D 800 IU를 18개월간 투여하자, 고관절골절이 43%, 비척추골절이 32% 감소되는 놀라운 결과를 보였다[3]. 그후 Dawson-Hughes 등[4]이 65세 이상의 노인 389명에게 칼슘 500 mg과 비타민D 700 IU를 3년간 투여하자 골절 발생이 58% 줄었고, 9,605명을 대상으로 덴마크에서 시행한 연구에서도 칼슘 1,000 mg과 비타민D 400 IU를 투여하고 36개월 투여하자 골다공증성 골절이 16% 감소하는 등[5] 칼슘 보충제의 골절 예방효과는 확실히 정립이 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칼슘 보충제의 유용성에 의문을 표하는 연구결과들이 잇달아 발표되었다. 골절의 과거력이 있는 70세 이상 남녀 5,292명을 대상으로 한 RECORD (Randomized Evaluation of Calcium Or vitamin D) 연구에서 칼슘 1,000 mg과 비타민D 800 IU를 주면서 24개월에서 최대 62개월까지 추적관찰한 결과, 칼슘과 비타민D 투여군과 위약군 사이에 골절 발생률은 차이가 없었다[6]. 2006년 호주에서 수행한 연구에서도 70세 이상 여성 1,460명에게 탄산칼슘 600 mg을 하루 2회씩 5년간 투여한 결과 골절 감소 효과는 13%로 미미했고 통계학적 유의성도 없었으나. subgroup분석에서 칼슘 보충제를 80% 이상 지시대로 복용한 310명은 1년 내 골절 발생비율이 10%인 반면, 위약군 320명은 15%로 나타남에 따라 저자들은 칼슘 보충제가 효과가 없게 나온 것은 아마도 순응도의 문제일 것으로 추정하였다[7].
그후 2015년 세계적 의학 저널인 British Medical Journal (BMJ)에 칼슘 섭취와 골절 위험은 관련이 없으며, 칼슘 보충제가 골절을 감소시킨다는 증거는 약하고 일관성이 없다는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연구가 실렸다[8]. 26개 무작위대조군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칼슘 보충은 오직 일부에서 효과를 보였으며, 특히 편향위험이 적은 연구들에서는 모두 효과가 없었다. 칼슘 보충으로 전체 골절은 11% 감소했으며(상대위험도 0.89, 95% 신뢰구간 0.81-0.96), 척추 골절은 14%가 감소했지만(상대위험도 0.86, 95% 신뢰구간 0.74-1.00) 특히 고관절이나(상대위험도 0.95, 95% 신뢰구간 0.76-1.18), 요골 원위부(상대위험도 0.96, 95% 신뢰구간 0.85-1.09) 골절에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물론 메타분석에서도 칼슘 섭취가 골밀도를 증가시키는 것은 확인되었다[9]. 같은 연구그룹에서 실시한 메타분석에서, 59개의 무작위대조군연구를 분석한 결과, 1년간 식사를 통해 칼슘 섭취를 증가시키면 골밀도가 0.6-1.0%까지 높아졌고, 칼슘 보충제를 1-2년 사용하면 골밀도 증가는 0.7-1.8%로 위약군보다 약간 더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으나, 이런 골밀도 증가가 골절을 감소시키기에 충분한지는 불분명하였다. 이런 결과는 지역사회 거주 노인을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에 의해 뒷받침되었다[10].
그러나 곧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주는 메타분석도 나와서 논란은 계속되었다. 2016년 미국 골다공증재단인 National Osteoporosis Foundation에서는 칼슘과 비타민D가 전체 골절을 15%, 고관절 골절을 30% 감소시킨다는 반박 자료를 내었고[11], 2019년에도 비타민D 단독투여는 효과가 없지만, 칼슘과 비타민D의 병합투여는 전체 골절을 6%, 고관절골절을 16% 감소시킨다는 메타분석연구가 발표되었다[12].
칼슘 보충에 대해 이렇게 찬반이 팽팽한 이유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초기의 무작위대조군연구가 효과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대상자가 고령이고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많아서 연구 시작 시 칼슘 섭취가 부족하고 비타민D 농도가 낮았기 때문에 칼슘과 비타민D 보충에 대한 골절 감소효과가 강하게 나타났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대다수 연구들은 비타민D 상태를 고려하지 않았는데, 칼슘은 비타민D가 없으면 몸에 흡수되거나 활용될 수 없어 칼슘 단독 또는 비타민D 단독보다는, 칼슘과 비타민D의 조합이 골절과 낙상의 위험을 줄이는데 효과적이었던 같다. 마지막으로 각 메타분석연구는 연구마다 분석에 포함시킨 무작위배정대조군연구의 범위를 다르게 설정해서 연구했기 때문에 메타분석임에도 연구결과가 그때그때 달라졌다.
칼슘의 골절 예방효과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칼슘 보충제가 오히려 심혈관계질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보고되었다. 2008년 뉴질랜드에서 발표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칼슘의 골절 예방효과를 본 무작위대조군연구를 이차 분석을 진행한 결과 평균 연령 74.2세의 폐경 여성에서 구연산 칼슘 1,000 mg은 사망률을 증가시키지는 않았으나 심근경색을 2.24배 더 증가시켰다[13]. 2010년 BMJ에 실린 메타분석 논문을 보면 칼슘 보충제를 장기 처방할 경우 심근경색 위험이 대조군에 비해 31%가 높아졌다[14]. 게다가 기존 연구에서 칼슘 섭취가 대장용종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와는 반대로, 하루 1,000 mg의 칼슘과 비타민D 1,000 IU 보충제 섭취가 오히려 대장 용종 발생위험을 2.7배나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2019년에 보고되었다[15]. 그동안 칼슘보충제는 위장장애, 변비, 신장결석 등의 비교적 경미한 이상반응만을 가지는 안전한 영양제로 알려져 왔었다.
칼슘 보충에 대한 외국 진료지침들의 입장
인구가 급격히 노령화되면서 고령에서의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은 점점 더 심각한 보건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과연 일반 인구집단에서 어느 정도의 칼슘 섭취를 권고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진료지침의 권고안도 서로 입장이 갈리고 있다. 미국의학한림원(Institute of Medicine) [16], 미국골다공증재단(National Osteoporosis Foundation) [17], 미국내분비내과학회(American Association of Clinical Endocrinologists) [18] 등 대부분의 골다공증 관련 학회의 진료지침은 50세 이상 인구 전체에게 1000-1200 mg의 칼슘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질병예방특별위원회(United State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 [19]는 2018년 폐경 후 여성 36,282명을 대상으로 하루 400 IU 비타민D와 1,000 mg 칼슘을 투여하였으나 어떤 골절도 감소되지 않았다는 Women’s Health Initiative 연구를 기초로 칼슘 보충제에 대해 부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미국내과학회(American College of Physicians) [20]에서도 칼슘 보충은 위약군과 비교해서 척추골절 및 비척추골절을 감소시킨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골다공증 예방과 치료 지침에서 칼슘 보충에 대한 언급을 제외하였다.
위와 같이 칼슘 보충제 사용에 관한 진료지침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아직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진료지침 개정을 주장하는 이들은 지난 2000년 이후로 칼슘 보충제 관련 연구들이 효과를 부정하고 안전성에 의문들을 표하는 증거가 축적되고 있지만, 진료지침은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면서 초기의 무작위대조군연구가 효과는 칼슘 섭취가 부족하고 혈청 비타민D 농도가 낮은 특정 인구집단에서만 확인됐던 효과이므로 이를 근거로 칼슘과 비타민D 보충을 일반화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여전히 칼슘 보충제를 권고하는 전문가들은 비록 임상연구에서 칼슘 섭취는 심혈관계 이상반응을 증가시킬 수 있으나 이는 많은 교란인자가 존재하기 때문일 수 있다며, 비록 일관성은 부족하기는 하나 상당수의 무작위대조연구에서 칼슘 보충이 골절 위험을 어느 정도 낮춘다는 데이터가 확인된 이상, 칼슘 보충제의 위험성으로 인해 칼슘 보충을 중단하도록 권고하는 것은 골다공증 위험이 높은 고령의 여성들에게 오히려 칼슘 섭취의 부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칼슘 보충제 관련한 논란에 대한 가장 좋은 해법은 잘 설계된 대규모 무작위대조군연구를 시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연구가 없는 현 단계에서 칼슘 보충제 중단을 권고한다면, 나중에 칼슘 보충제가 위해보다 혜택이 훨씬 더 많다는 근거가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이미 칼슘 보충을 중단한 여성들의 대부분이 칼슘 보충제를 다시 복용하려 하지 않으려 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칼슘의 골절 예방효과와 안전성에 대해서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스웨덴에서 61,433명을 19년간 추적관찰하여 2011년에 발표된 연구[21]에 따르면, 칼슘 섭취와 골절 발생은 선형관계가 아니어서 하루 750 mg 이하에서는 골절이 천 명당 연간 17.2건 발생하였지만, 750 mg을 초과하면 아무리 칼슘 섭취를 늘려도 골절 위험은 천 명당 연간 14.0건으로 일정하였다. 특히 비타민D가 낮을 때, 칼슘 흡수가 부족하면 골절 발생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같은 코호트를 대상으로 칼슘의 안전성을 본 연구에서 칼슘 흡수와 심혈관계질환의 발생은 1일 칼슘 섭취가 600-1,000 mg군과 비교해서 1,400 mg 이상 섭취군은 총 사망률은 40%, 허혈성심질환은 2.14배 증가한 반면 뇌졸중은 증가하지 않았다[22]. 즉 800-1,000 mg의 칼슘을 섭취하는 것은 골절 예방효과는 최대한 얻으면서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최소화할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이런 이유로 국제골다공증재단(International Osteoporosis Foundation)에서도 최근 골절 위험이 낮은 환자에서 칼슘과 비타민D의 섭취를 ‘권장’한다는 표현을 칼슘과 비타민D의 섭취를 ‘최적화’한다는 표현으로 바꾸었다[23].
진료실에서 칼슘 보충에 대한 실제적인 권고
우리나라의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따르면 하루 칼슘 섭취량은 470 mg으로 절대적으로 부족하다[24]. 이는 하루 칼슘 섭취량이 800-1,000 mg를 초과하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에 비해 크게 부족한 것이다. 게다가 칼슘 섭취와 골밀도와의 관계를 조사해 보니, 한국인들은 칼슘 섭취가 부족한 군에서 골밀도 저하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진료지침[25,26]에서도 칼슘은 일차적으로 음식을 통해 섭취할 것을 권장하지만, 식사를 통해 충분한 양의 칼슘을 섭취하기 어렵거나 골절위험이 높은 골다공증 환자는 칼슘 보충제를 복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특히 우유나 유제품의 섭취가 부족하거나 고염분 식사, 카페인 과다복용, 저작장애 등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임신, 수유 등 칼슘의 요구량이 증가한 경우 위산저하나 위장 수술, 신장 기능저하, 노인성 식욕저하, 신경성 식욕부진, 영양실조, 와병 등 질병이 있는 경우, 이뇨제, 양성자펌프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 글루코코티코이드, 항암화학요법, 면역억제제 등의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는 반드시 칼슘 섭취를 늘려야 한다. 그 외에도 골다공증을 위해 bisphosphonate 등 골흡수 억제제를 복용하는 경우 저칼슘혈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데노수맙(denosumab)은 신장 기능이 떨어지는 환자에서 투여 초기에 저칼슘혈증이 흔히 일어나므로 반드시 투여 시 적정량의 칼슘과 비타민D를 같이 처방하여야 한다[27].
칼슘 보충제를 처방할 때 잊어서는 안되는 것은, 칼슘 보충제의 부작용을 보고한 논문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듯이, 환자가 칼슘 원소를 기준으로 하루 1,000 mg 이상의 고용량을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칼슘 보충제에는 탄산칼슘, 구연산칼슘, 말산 칼슘 등이 있는데, 대개의 칼슘 보충제는 그 안에 포함된 칼슘 화합물의 양으로 적어 놓았으므로, 환자가 실제로 섭취되는 칼슘 원소량을 고려하여 처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탄산칼슘 1,250 mg에는 칼슘 원소가 500 mg (100 mg당 40 mg) 포함되어 있고, 구연산 칼슘 600 mg에는 칼슘 원소가 120 mg (100 mg당 20 mg)들어 있다. 환자가 정상적으로 식사를 한다면 하루 500 mg 정도의 칼슘은 섭취를 하는 것이므로, 탄산칼슘을 기준으로 하루 800-1,000 mg 정도의 저용량을 처방하면, 안전성에 문제없이 칼슘 보충제를 사용할 수 있다. 단 1회 복용량이 500 mg 이상 되면 칼슘의 흡수율은 감소되므로 1회 복용량을 500 mg 이하로 맞추어 처방하고 필요 시 하루 2-3회로 나누는 복용하도록 하는 것이 흡수율을 높이고 위장장애를 줄일 수 있다. 또, 탄산칼슘은 구연산칼슘과 달리 위산이 있어야 흡수되기 쉬우므로 식후에 복용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D 보충제의 골절 예방
비타민D는 장에서 칼슘 흡수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영양소이므로 주로 골대사와 관련하여 연구되어 왔으나, 근래 들어 비타민D 수용체가 다양한 세포에서 발견됨에 따라 다양한 기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비타민D의 골절 예방효과에 대한 초기 무작위대조군연구들은 칼슘과 같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는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상당한 골절 예방 효과를 보고하였다[3-5]. 반면, 비타민D 단독 투여에 대한 골절 감소효과는 뚜렷하지 않았다[28]. 2,578명의 70세 이상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루 400 IU의 비타민D를 3.5년간 투여했을 때, 비타민D의 농도는 2배가량 상승하였으나 골절의 발생은 위약군과 비타민D군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
2005년 미국의사협회지 JAMA에 실린 메타분석 논문[29]에 따르면 400 IU 이하의 비타민D 투여는 골절 감소효과가 없었고 700-800 IU 이상을 투여하면 고관절골절이 26%, 비척추골절이 23% 감소되었고, 혈청 25-hydroxyvitamin D 농도가 높을수록 골절 예방효과는 더 뛰어난 것으로 보고하였다. 이는 비타민D가 칼슘대사를 통해 골밀도에도 영향을 주지만, 하루 800 IU의 비타민D를 투여하면 낙상도 30% 줄어들기 때문으로 생각되었다[30]. 메타분석에서도 비타민 D를 하루 200-1,000 IU 보충하면 낙상의 위험이 14% 감소하였고, 낙상 감소효과는 80세 미만, 지역사회 주민들의 경우, 칼슘과 같이 투여하는 경우, 골절이나 낙상의 과거력이 없는 경우, 용량 800 IU 이상인 경우, 6개월 이상 투여하는 경우 더 강하게 나타났다[31].
그러나 그 후 칼슘에 대한 부정적인 연구들[9,10]이 나오면서 같이 사용하였던 비타민D 보충제의 골절 예방효과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생겨났고. 2018년 81개 무작위대조군연구들과 53,537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메타분석[32]에서 비타민D는 골밀도에 1-2%의 영향을 줄 뿐, 골절 전체, 고관절골절, 낙상 감소와 통계학적으로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2020년 시행한 메타분석[33]에서 47개의 무작위대조군연구에 포함된 58,424명을 분석한 결과, 비타민D 단독은 효과가 없지만 칼슘과 같이 사용하다면 비타민D는 여전히 낙상과 골절을 예방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비타민D의 비골격계 기능
췌장 베타 세포의 비타민D 수용체는 인슐린 분비와 관련이 있으며, 25(OH)D는 부갑상샘호르몬의 농도를 조절할 뿐 아니라 레닌(renin) 농도와 역상관 관계가 있어 혈압의 조절에 관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1,25(OH)2D는 대식세포 및 단핵구의 비타민D 수용체에 작용하여 우리 몸이 지다당(lipopolysaccharide)이나 결핵균에 노출되면, 카텔리시딘(cathelicidin)의 합성을 증가시키고, T임파구와 B임파구에 작용하므로 면역기능과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비타민D는 또 유방, 대장, 전립선 등에 작용하여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하고 세포사를 유도한다. 이런 비타민D의 작용을 근거로 비타민D 부족은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질환, 감염성 질환, 자가면역질환뿐만 아니라 암 발생 나아가 사망률의 증가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주목을 받아왔고, 게다가 다양한 코호트연구들의 결과가 이런 가설을 뒷받침해 주었다[34].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최근 발표된 대규모 무작위대조군임상연구의 결과는 비타민D의 비골격계 효과에 대해 실망스러운 결과들을 보고하고 있다. 비타민D 투여가 암 예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대규모 임상연구인 ViDA (Vitamin D Assessment) 연구는 50-84세의 성인 5,110명을 대상으로 뉴질랜드에서 시행되었다[35]. 대상자들은 첫 달에는 비타민 D를 200,000 IU, 그 다음 달부터는 매달 100,000 IU를 경구로 복용한 후, 평균 3.3년을 추적관찰하였다. 비타민D 복용군은 위약군에 비해 혈중 비타민D 농도는 평균 20 ng/mL 이상 높았으나 피부암과 흑색종을 제외한 암의 발생률은 비타민D군이 6.5%, 위약군이 6.4%로 차이가 없었다.
50세 이상의 남성과 55세 이상의 여성 25,871명을 대상으로 미국에서 시행한 VITAL(Vitamin D and Omega-3 Trial) 연구에서도 하루 2,000 IU의 비타민D 섭취와 암 발생은 아무런 연관이 없었고 이는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에서 모두 마찬가지였다. 또한 같은 연구에서는 심혈관질환과 당뇨의 발생도 살펴보았지만, 비타민D는 이들 질환들의 발생률을 감소시키지 못했다[36].
단지, 2017년 메타분석에서 비타민D가 천식 발작으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환자에서 천식 발작의 위험을 26% 감소시키며 특히 혈중 비타민D 농도는 평균 25 ng/mL 미만인 환자에서 효과가 좋았다는 결과를 보고하였다[37].
비타민D는 과량으로 섭취한다고 하더라도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져 왔다. 비타민D의 과량복용은 드물게 고칼슘혈증, 고칼슘뇨증으로 인한 신결석 발생 외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알려져 왔으나, 2010년 미국의사협회지 JAMA에 연 1회 500,000 IU의 고용량 비타민을 복용했을 경우, 기존 연구결과와는 달리 오히려 골절 위험이 26%, 낙상 위험도 16% 증가한다는 보고가 나와 논란이 되었다[38].
비타민D 투여에 관한 실제적 권고
200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의 86.8%와 여성의 93.3%는 비타민D의 혈중농도(25(OH)D) 30 ng/mL 미만으로 외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인의 비타민D 혈중농도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39]. 아직 비타민D의 적정 농도에 관해서는 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나, 국내 데이터에 의거하여 작성된 우리나라 지침에서는, 혈중 25(OH)D 기준으로 결핍(deficiency)은 12 ng/mL 미만, 부족(insufficiency)은 12-20 ng/mL, 정상(normal)은 20-30 ng/mL, 충분(sufficiency)은 30 ng/mL 이상일 때로 정의하고 있다[27]. 비타민D 보충제가 과연 골절을 예방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최소한 비타민D 결핍이 골절의 발생과 관련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으므로 비타민D 결핍은 막아야 한다. 뼈 건강을 위한 혈중 25(OH)D 농도는 최소 20 ng/mL 이상이나, 골절위험이 높은 골다공증성 골절 환자나 낙상위험이 높은 환자는 30 ng/mL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어, 고등어, 참치, 계란, 버섯 등은 대표적으로 비타민D가 풍부한 음식이나 위에서 언급한 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량 섭취가 필요하고, 비타민D를 따로 강화한 식품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역시 햇볕(자외선) 노출이 비타민D 생성에서는 가장 주요한 공급원이다. 우리나라는 봄부터 가을까지 낮 시간에 20-40분 정도 햇볕에 사지의 피부를 노출하면 피부에 자극 없이 충분한 비타민D를 얻을 수 있다. 겨울에는 북위 35도 이상에서는 일광 노출로는 자외선양의 부족으로 피부에서 비타민D를 합성할 수 없다[40]. 화장품에 들어가는 자외선 차단지수가 낮은 일광 차단제라도 피부에 바르면 비타민D 합성을 방해할 수 있어, 운동이나 야외 활동 시에는 가능한 한 먼저 일정 시간 햇볕에 노출한 후에 일광 차단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비타민D 농도를 얻을 수 없다면, 비타민D 보충제가 필요하다. 비타민D 보충제의 1일 권장량은 근골격계에 대한 효과가 입증된 800 IU 이상이다[31]. 혈중 25(OH)D 농도가 12 ng/mL 미만이라면 1일 2,000 IU의 비타민D를 2-3개월 간 투여하여 혈중농도를 30 ng/mL 이상으로 높인 후 하루 800-1,000 IU로 바꾸어 유지할 수 있다. 단기간에 비타민 D를 과량 투여하는 것은 오히려 골절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비타민D 독작용은 하루 4,000 IU 이상을 장기간 복용하면 발생할 수 있고, 고칼슘혈증, 고칼슘뇨증, 혈관과 연부조직 석회화, 신결석증이나 신석회화증 등이 칼슘과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다. 비타민D의 혈중농도를 50 ng/mL 이상 유지하는 것은 추가적인 이득이 없으므로 주의한다.
결론
칼슘과 비타민D 보충제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칼슘과 비타민D 부족이 골절 발생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칼슘 섭취가 부족하거나 비타민D 부족이 예상되는 환자에서 의사는 식품으로 칼슘을 보충하도록 권고할 필요가 있으며, 야외활동을 통해 비타민D 농도를 증가하도록 격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칼슘 섭취를 못하거나 비타민D 농도가 떨어진 환자에 대해서는 하루 800-1,000 mg 정도의 칼슘과 800-1,000 IU의 비타민D가 포함된 저용량 보충제를 부작용에 주의하면서 처방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