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옴은 절지동물문(phylum Arthropoda), 거미아강(subclass Arachnida), 무기문목(order Astigmata), 옴진드기과(family Sarcoptidae)에 속하는 옴진드기(
Sarcoptes scabiei var.
homini)의 피부기생에 의한 피부질환이다[
1]. 옴은 사람 외에도 약 40여 종의 동물을 숙주로 기생하며, 각 종마다 숙주가 다르다. 한국에서는 개옴(
Sarcoptes var.
canis)과 돼지옴(
Sarcoptes var.
suis)이 보고되어 있다[
1].
전통적으로 옴 감염은 소득 수준이 낮고 의료접근성이 열악한 생활 환경을 가진 열대 국가에서 주로 유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우리나라 옴 감염의 유병률도 1980년대 초를 기점으로 피부과 외래를 내원하는 환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노인요양시설의 증가와 더불어 옴의 유행이 증가하기 시작하였고, 최근 5년(2007-2011년) 동안의 건강보험 자료를 기반으로 한 분석에서 옴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환자가 36,688명에서 52,560명으로 증가하였다는 보고가 있다[
2].
이처럼 옴 감염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에서도 집단 생활을 하는 노인요양시설의 증가, 의료진의 무관심과 경험 부족, 치료 약물에 대한 내성 발생의 가능성 등으로 인해 진단과 치료가 지연되어 집단 유행을 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1]. 따라서 옴과 그 감염의 특성을 정확히 알고 피부질환 진단 시 옴 감염을 염두에 두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옴 감염을 2017년의 neglected tropical disease로 선정하였으며, 대한피부과학회는 2022년부터 옴 퇴치 국민건강사업을 중점 사업으로 선정하여 요양병원 등 집단거주시설에 대한 진료 및 교육, 대국민 홍보 등을 활발히 시행하고 있다.
옴진드기의 생활사
옴의 성충은 타원형의 몸체와 4쌍의 다리를 가지고 있으며 암컷의 크기는 약 0.3-0.5 mm가량이며, 수컷 옴은 0.2-0.28 mm로, 암컷보다 좀 더 작다. 수컷은 교미 후 대부분 2일 이내로 죽고, 감염된 환자의 몸에서 발견되는 암컷과 수컷 수의 비율은 약 10:1 정도로 유지된다. 교미 후 암컷은 표피의 각질층에 굴을 만들어 하루에 2-3개의 알을 낳는다. 알은 부화하여 다리가 6개인 유충(larva)을 거쳐 다리가 8개인 약충(nymph)으로 성장하고 이어 성충이 된다. 이 과정은 총 9-15일가량 소요된다. 이후 암컷은 4-6주를 살면서 알을 낳는 생활사를 이어간다. 성충은 피부 표면에서 약 2.5 cm/분의 속도로 이동하며 aspartic protease를 분비해 각질층을 분해하여 굴을 만들며 약 30분이면 굴이 완성된다. 이 때 분비된 aspartic protease는 제3형 콜라겐(collagen III)이나 라미닌(laminin)은 분해하지 못한다[
3,
4].
면역력이 정상인 일반 성인 옴 환자에서 성충은 10-12마리 정도가 발견되며, 딱지옴이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소아 혹은 면역저하자에서는 수백 마리 이상의 성충이 발견된다. 감염자에서 첫 한달동안 충체의 수는 증가하고, 감염 3개월 이후부터는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긁는 행동에 의한 물리적 제거와 면역에 의한 제거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5].
옴진드기의 전염
숙주에서 떨어져 나온 성충은 후각과 열을 감지하는 능력을 이용하여 새로운 숙주를 찾아가면서 생활사를 이어간다. 숙주가 아닌 외부 환경에 있는 성체는 온도와 습도에 따라 생존 기간이 달라지며 적절한 온도, 습도가 유지되면 생존 기간이 길어지게 된다. 섭씨 21℃ 습도 40-80%에서 24-36시간가량 생존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4,
5].
옴의 전염은 주로 환자와의 직접적인 피부 접촉에 의해 이루어지며 감염된 사람은 증상이 없더라도 잠복기 동안 옴을 퍼트릴 수 있다. 일반 옴 환자가 사용한 물건들 즉 감염매개물(fomite)을 통한 감염은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감염력이 높지 않다. 다만 딱지옴 환자에서는 그렇지 않으므로 딱지옴 환자가 사용한 감염매개물을 통한 전파도 주의를 요한다[
6].
옴 감염의 역학
2010-2017년 사이에 전제적인 옴 감염은 다소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만 이는 외래를 방문하는 옴 감염 환자의 감소에 따른 것으로 병원 감염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이다. 집단요양시설에서의 유행에 따라 70-80대의 유병률이 다른 연령대보다 훨씬 높다[
7].
우리나라 옴 감염의 유병률은 계절에 따른 차이가 있다. Kim과 Cheong [
7]의 연구에 따르면 10월에 가장 유병률이 높고 4월이 환자가 가장 적다. 이는 옴 생존에 유리한 외부의 온도와 습도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잠복기를 고려했을 때 두 달 전, 즉 2월에 전파가 가장 적고 덥고 습한 8월에 전파가 가장 활발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장애보정생존연수(disability-adjusted life year)를 통해 질병의 부담을 비교해 보면 비교적 덥고 습한 기후를 보이는 인도네시아(153.86), 중국(138.25), 동티모르(136.67), 바누아트(131.59), 피지(130.91) 등에서 많은 사회적 부담을 끼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륙으로 나누어 보면 동아시아가 136.32로 가장 높고 남아시아가(134.57), 오세아니아(120.37)의 순서이다[
8].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높은 유병률을 보이는 국가는 아니지만 유병률이 높은 국가들에 둘러싸인 위치에 있으므로 해외 교류의 증가와 더불어 환자가 증가할 가능성이 항상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옴 감염에 대한 면역학적 반응
일반적인 옴진드기의 감염과 딱지옴에 대한 면역반응에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옴진드기 감염 환자의 피부에는 대부분 CD4+T 세포의 침윤이 주를 이루며 그 외에 호산구와 대식세포의 침윤도 관찰된다. T helper (Th) 1 세포 매개 반응이 일어나므로 이와 연관된 사이토카인(cytokine)인 인터페론 감마(interferon-γ), 인터루킨-2 (interleukin [IL]-2), 종양괴사인자(tumor necrosis factor-α)의 증가가 관찰되며, 대부분의 경우 혈액내의 T세포나 B세포의 비율이 변하지는 않는다. 또한 혈액 내의 전체 면역글로불린(immunoglobulin, Ig) G, IgE, IgA, IgM의 증가에 관해서는 다양한 결과가 보고되어 있으며 옴에 특이적인 IgE, IgG, IgA의 수치는 올라가는 것이 확인되었다[
9]. 이러한 면역반응은 옴 감염에 어느 정도 방어적인 역할을 수행하여 충체가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하는 것을 막아준다.
이와 달리 딱지옴은 피부에 침윤되는 주된 세포가 CD8+ T 세포이며, 이는 주로 γδ+ T세포이다. 호산구와 대식세포의 증가가 일부 나타난다. Th2 세포 매개 반응이 주를 이루며, 관련된 사이토카인인 IL-4, IL-5, IL-13이 증가한다. 또한 Th17관련 사이토카인인 IL-17과 IL-23도 증가하며 면역을 억제하는 IL-10은 감소하는 소견을 보인다. 혈액 내의 T세포와 B세포의 수는 정상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γδ+ T세포와 호산구가 증가하는 소견을 보일 수 있다. 이러한 Th2 매개 반응은 옴 감염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하여 충체의 증식이 많아지고 감염력이 높아지게 된다. 전체 IgG, IgG1, IgG3, IgG4, IgE, IgA 농도가 증가하며 옴 특이적 항체인 IgG4, IgE, IgA도 상승되어 있으나 감염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
9].
옴 감염에서 나타나는 가려움은 히스타민 매개 가려움(histaminergic itch)보다 비히스타민 매개 가려움(non-histaminergic itch)이 주된 기전으로, 항히스타민제에 의해 가려움이 잘 조절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10].
개옴
개옴은 개옴진드기(
Sarcoptes scabiei var.
canis)가 개의 피부에 기생하여 발생하는 전염성 피부질환이다. 개옴에 감염된 개는 초기에 홍반성 구진이 귀 주변으로 흔히 나타난다. 이후 병변이 다른 부위로 번져가며, 적절히 치료되지 않으며 태선화와 탈모가 나타나게 된다. 개옴은 드물지만 사람에게도 전파될 수 있다. 전파는 감염된 개와 접촉하여 발생하며 임상양상이 사람옴과 다르고, 진드기의 형체도 달라서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구분할 수 있다. 사람에서 발생한 개옴은 잠복기가 수 일 이내로 짧고 병변이 주로 개와 접촉한 부위에 나타나 팔이나 몸통의 앞쪽에 흔하게 발생하며 굴은 확인되지 않는다. 개옴은 사람 표피에 굴을 만들어 생활사를 이어 나가지 못하므로 병변이 자연 소실된다[
11]. 보고된 개옴의 사람 감염 사례가 많지 않은 것은 이와 같이 사람옴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어 곤충 교상이나 구진 두드러기 등으로 잘못 진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12].
결론
옴 감염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질병 부담을 주는 전염성 질환이다.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성 기후에서는 발생이 많지 않고 사회경제적 수준의 상승에 따라 전체적인 유병률은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기저질환이 많은 환자나 고령의 환자들이 집단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빈도가 증가하면서 병원 내 혹은 요양시설 내부의 집단 감염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집단 감염의 경우 환자들의 특성 상 딱지옴의 발생이 많고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으며 간병인이나 의료진에 의해 전파될 가능성이 많다. 이에 의료진은 가려움을 호소하는 환자에서 옴 감염을 중요한 감별진단의 한 가지로 생각하고 이에 대한 주의를 가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