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자도 신체활동을 통한 이득을 충분히 얻어야 한다. 하지만 운동에 따르는 위험성은 조심해야 한다. 과거에는 운동 전에 운동부하검사 등 정밀 검진을 가급적 시행하도록 권유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운동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스크리닝이 덜 강조되고 있다. 통상적 스크리닝이나 진단 검사가 운동 관련 심혈관계 이벤트를 줄인다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무증상 환자가 격렬한 운동을 시작하기 전 운동부하검사를 시행해야 할 적응증은 심혈관계 위험 요인이 많은 좌식 생활자, 관상동맥 칼슘 스코어 높음, 조기 관상동맥 질환 가족력 있음, 고위험도라는 임상적 판단(환자가 증상을 숨기거나 정확한 병력을 말하지 않을 때 등)이다.
이 논문에서는 일차의료기관에 흔한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골관절염 환자들의 신체활동에 대해서 정리하였다.
1. 고혈압 환자의 신체활동
신체활동은 혈압을 5-8 mmHg 낮춘다. 활동 강도 고저에 무관하게, 지속성이든 짧은 활동 반복이든, 유산소든 근력 활동이든 혈압 강하 효과는 나타난다. 또한 고혈압 환자의 신체활동은 체중 감량, 스트레스 해소, 심폐 기능 개선, 이상 지질혈증 개선 등도 가져온다[
16].
유산소 신체활동이 고혈압 환자에게 유익함은 오래 전부터 알려졌다. 근력 강화 활동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었다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예전에는 고혈압 환자에게 발살바 효과로 인해 혈액 순환양이 줄어들고, 보상 기전으로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이 증가하기 때문에 근력 신체활동을 금기시하였다. 하지만 많은 연구결과, 근력 신체활동이 이런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가 드물고,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혈압을 낮추는 효과가 있음이 알려졌다. 근력 강화 활동이 말초 혈관 확장력을 올리고 미세혈관 흐름과 확장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일정한 무게를 움직이는 등장성 근력 강화 신체활동뿐만 아니라, 움직이지 않고 근육에 힘을 주는 등척성 활동도 혈압을 낮추고, 대사 요인들을 호전시키기 때문에 시행하는 것이 좋다. 근력 강화 신체활동은 모든 주요 근육에 대해 시행하며 일주일에 2-3회 시행하도록 권고된다. 하지만 아주 무거운 무게를 드는 경우에 혈압이 높은 환자에게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으므로, 고혈압을 조절하면서 적절한 무게로 운동하기를 권해야 하고, 숨을 멈추지 말고 자연스럽게 숨 쉬도록 교육해야 하겠다.
합병증이 없는 대부분의 고혈압환자는 사전에 특별한 검사를 받지 않아도 안전하게 활동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 그러나 심장병 기왕력, 가슴 통증, 어지러움 등이 있거나, 심한 활동을 해 본 적이 없는 65세 이상의 환자이거나, 또는 심뇌혈관질환 위험인자가 있는 환자는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운동부하검사 등 정밀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안전하다.
2. 당뇨병 환자의 신체활동
당뇨 환자의 신체활동 전 건강 검진에 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 견해가 완전히 일치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되는 경우에만 검진을 거치자는 의견이 대세이다. 즉 당뇨 유병 기간이 어느 기간 이상인 경우, 신체활동 전에 무조건 검진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무증상이며 비활동적이었던 당뇨 환자가 저강도나 중간강도 신체활동을 하려할 때에는 굳이 검진을 받지 않아도 된다. 즉, 속보 이하 강도 신체활동이라면 스크리닝이 필요 없다. 하지만 원래 하던 신체활동보다 고강도로 할 예정일 때,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을 때(고혈압, 흡연, 가족력 등), 다른 신체활동 관련 건강 문제가 의심될 때에는 미리 운동부하검사 실시를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
당뇨 환자도 일반 성인과 같이 일주일에 150분 이상, 중간강도 이상 유산소 신체활동을 시행해야 한다. 다만 유산소 신체활동에 의한 인슐린 감수성 증가 효과는 24-72시간 지속되므로 연속해서 2일 이상 신체활동을 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즉 적어도 일주일에 3일 이상 신체활동을 시행한다.
2형 당뇨병에서 신체활동을 하면 체중 감소 여부에 상관없이 당화혈색소가 감소하는데, 활동 강도가 높으면 당화혈색소 개선 효과가 더 현저하다[
17].
1형 당뇨병 환자에게서 신체활동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근거는 2형 당뇨병 환자에 비해 제한적이다. 하지만 체중, 체질량지수, 최대산소섭취량, 저밀도 지단백콜레스테롤과 같은 주요 지표 개선 및 심혈관 사망률 감소는 입증되었다.
신체활동을 규칙적으로 해왔거나 체력이 허용하는 경우에는 고강도 인터벌 훈련(high-intensity interval training)이 도움이 된다. 고강도와 저강도 또는 휴식을 번갈아 시행하는 방법이다. 근거수준이 낮지만 2형 당뇨병 환자에서 고강도 인터벌 훈련이 중간강도 유산소 활동에 비해 당화혈색소, 체중, 체질량지수에서 더 좋은 효과를 보였다.
근력 강화 신체활동 즉 저항 운동도 유산소 활동과 유사하게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시킨다. 반면에 근력 강화 신체활동이 유산소 활동에 비해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높이지 않으므로, 당뇨병 환자에서도 권고되어야 한다. 근력 강화 신체활동은 금기 사항이 없는 한 일주일에 2회 이상 시행한다.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65-80세 206명을 대상으로 인슐린 저항성(homeostatic model assessment of insulin resistance)과 악력(3단계로 분류)의 관련성을 분석한 결과, 가장 약한 악력군은 가장 강한 악력군에 비해 인슐린 저항성이 2.82배(교차비, 2.82 [1.10-7.21]) 높았다. 즉 근력 운동이 대사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18].
당뇨병 환자에서 신체활동 부작용은 부상, 저혈당 또는 고혈당(고강도 활동에 의해 유발됨) 등이다. 당뇨 환자에서는 신체활동 유발 저혈당을 주의해야 한다. 특히 인슐린분비 촉진제나 인슐린 주사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신체활동으로 인해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다. 활동하는 동안 혈당 변화를 알기 위해서는 신체활동 전후와 신체활동을 마친 이후 혈당을 측정하도록 한다. 저혈당의 위험이 큰 경우에는 신체활동 전 인슐린이나 약제의 용량을 감량하거나 신체활동 전 간식을 섭취할 수 있다. 보통 신체활동 전 혈당이 90 mL/dL 미만인 경우에는 탄수화물 15-30 g을 섭취하도록 해야 한다. 중간강도로 장시간 지속되는 활동에는 신체활동 1시간마다 체중당 0.5-1 g의 탄수화물 추가가 필요할 수 있다.
인슐린으로 치료받고 있는 당뇨병 환자는 신체활동에 의한 저혈당을 방지하기 위하여 인슐린 용량을 줄여야 하며, 일단 저혈당 증상이 발생하면 즉시 탄수화물을 섭취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신체활동하는 날에는 팔, 다리 등 주로 신체활동하는 근육보다는 복부에 주사를 놓아야 인슐린 흡수가 과다하게 촉진되지 않는다.
저혈당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유산소 신체활동하기 전에 근력 신체활동이나 단거리 달리기를 먼저 하는 것이 좋다. 힘든 활동이 흥분 호르몬을 각성시켜서 혈당 저하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체활동 유발 야간 저혈당도 주의해야 한다. 신체활동 후 6-15시간 심지어 48시간까지 혈당이 저하될 수 있다. 이는 저녁 인슐린 용량 감량, 야식, 연속 혈당 모니터링(continuous glucose monitoring)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신체활동 유발 고혈당도 가능한데, 특히 신체활동전 혈당이 높은 경우에 고강도 신체활동, 즉 단거리 달리기, 강한 유산소 신체활동, 무거운 근력 신체활동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신체활동을 할 예정이라면, 인슐린 용량 조절과 인터벌 트레이닝이 권유된다.
당뇨 환자에서 혈압이 조절되지 않거나, 심한 자율신경병, 심한 말초신경병, 발 질환 경력 등이 있으면 고강도 신체활동을 금하고, 중간강도 이하 신체활동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심한 비증식성 안저병이나 불안정 증식성 안저병이 있으면 고강도 유산소 신체활동과 근력 신체활동을 금해야 한다. 망막 출혈, 망막 박리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점핑, 머리가 아래로 향하는 신체활동, 숨 참기 등도 피해야 한다. 숨 참기는 거리에 변함이 없는 등척성 신체활동(isometric exercise), 즉 관절이 구부러지지 않은 상태에서 힘을 주는 신체활동인데, 발살바 효과를 유발해서 혈압과 안압을 올릴 수 있다.
상지나 하지 감각 감소는 당뇨발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그러므로 말초신경병증을 동반한 환자는 신체활동 전후 발 상처 여부에 대해 주의해야 하고, 잘 맞는 신발을 사용해야 한다. 심한 신경병증이 있다면 체중 부하가 작은 수영, 자전거, 상체 신체활동 등이 바람직하다.
자율신경병증이 있는 경우, 기립성 저혈압이 있으면 급격한 상하 신체활동을 피해야 하며, 탈수를 예방해야 하고, 신체활동 중 발열을 수분 공급으로 막아야 한다. 또한 신체활동 시작 전 심장질환 정밀 검사를 미리 받는 것이 좋다. 자율신경병증이 신체활동에 필요한 심장 반응, 체온조절 능력, 야간 시력, 갈증 감각을 떨어뜨리고, 심혈관 합병증을 증가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알부민뇨나 신장병이 있을 때에는 예전 지침과 달리 신체활동에 제한이 없다. 투석 받는 중에도 신체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 케톤산증이 있을 경우에는 고강도 신체활동을 금해야 한다. 그렇지만 케톤산증이 없고 전신상태가 양호한 경우에는 고혈당이 있다고 해도 신체활동을 연기하거나 금할 필요는 없다. 예전과 달리 고혈당 자체는 신체활동 금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고혈당이라도 불편한 증상이 없고 케톤증이 없으면 신체활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고강도 신체활동은 혈당이 250mg/dL 미만일 때 시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 1형 당뇨병 환자가 장시간 인슐린 주사를 맞지 못할 경우에는 고혈당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격렬한 활동을 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성인 누구나 운동 여부에 무관하게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2형 당뇨병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어쩔 수 없이 장기간 앉아야 하는 경우에도 도중에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좋다.
4. 골관절염 환자의 신체활동
골관절염에서 운동은 통증 감소, 삶의 질 향상, 신체 기능 개선을 가져온다. 과거에는 운동이 골관절염을 증가시킨다는 근거들이 있어서 골관절염 환자에게 운동을 권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골관절염에서 운동이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져서, 신체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1].
골관절염 지침 중 수술, 약물 이외 신체활동 관련 권장은 체중 감량(과체중 이상일 때, 5% 감량), 유산소 신체활동, 관절 가동 범위 운동, 근력 강화 신체활동, 수중 운동, 적절한 신발 착용 등이다[
20]. 체중이 과다할 때에는 조금이라도 감량하면 체중 부하가 작아지므로 관절에 유리하다. 신체활동은 유산소와 근력 강화가 모두 유효하다. 수중 운동은 체중 부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는 운동 방법이다.
고관절과 무릎 골관절염 환자에게는 발에 걸리는 부하가 작은 저충격 운동이 좋다. 즉 걷기, 속보, 달리기 보다는 수영과 고정식 자전거 운동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수영 중 평영은 무릎 통증을 더 증가시킬 수 있다. 무릎이 많이 구부러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유형, 배영이나 물속 걷기가 무릎 골관절염 환자에게 유익하다. 고정식 자전거를 탈 때에도 무릎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계속 구부린 상태에서 운동하기 때문이다. 고정식 자전거 안장 높이를 올려서 다리가 펴졌다가 구부러지도록 하면 무릎에 무리가 덜 간다. 고정식 자전거 운동과 함께 적절한 무릎 운동을 더불어 시행하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기마자세 정도로 무릎 구부렸다 펴기(semi squat) 운동은 무릎에 무리가 없으면서 효과가 있다.
무릎 골관절염에서는 통증으로 인해 근육을 덜 쓰게 되어 대퇴사두근 약화가 발생하여 슬개대퇴 증후군(patellofemoral pain syndrome)이 다발한다. 따라서 대퇴사두근 강화 운동이 권유되는데, 특히 내측광근(vastus medialis obliquus) 강화가 중요하다. 무릎 신전 운동(발목에 모래주머니 찬 상태 또는 헬스 기구 사용 등 부하가 걸린 운동)와 함께 대퇴 내전(adduction) 근력 강화 운동이 권유된다.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무릎 사이에 주먹이나 책을 끼우고, 양 무릎을 가운데로 밀착시키는 운동도 내측광근 강화 운동이다.
만성 골관절염은 우울, 자긍심 저하를 일으켜서 활동을 저하시키고 더욱 장애를 느끼게 만든다. 신체활동을 하면 이러한 정신 영역에도 좋은 영향을 미쳐서 골관절염에 효과적이다.
점진적 근력 강화 신체활동은 근력, 기능 상태, 통증 스코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점차 약해지는 근육을 강화시키려면 가급적 골관절염 초기에 근력 강화 신체활동이 시행되어야 한다. 근력 강화 신체활동이 심하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1 repetition maximum의 80%에 해당하는 강한 신체활동에도 안전하다는 점이 입증되었다.
우리나라 골관절염 환자 중 노인 남성은 나이 많을 때, 배우자가 없을 때, 교육 수준이 낮을 때, 주관적 건강 상태가 나쁠 때 신체활동 수준이 낮다[
21]. 노인 여성은 나이, 거주지역, 주관적 건강 상태에 따라 신체활동 정도가 달랐다. 순응도 향상 진료 상담을 할 때에는 이를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